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미국 문화의 중심지 (4)
“뉴욕 셰프 연합회에 협조 요청해.”
“예? 협조 요청이요?”
“새로운 레스토랑을 런칭할 계획인데, 관심 있는 셰프 있으면 지원하라고.”
라스베이거스, 파리, 오사카 등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도시들은 이렇듯 셰프들이 뭉쳐있는 조직이 있다.
레스토랑을 런칭하기 직전, 오너들은 이런 조직들에 연락해 인력들을 충원하곤 한다.
물론, 나는 반유현 팩토리라는 거대한 인프라가 있지만.
“군기 교육 들어가야 할 것 아니야.”
“군기 교육이요?”
“그냥 무시할 수는 없어. 까불지 말라고 경고는 해야지.”
하늘을 가르며 달리고 있는 뉴욕행 비행기 안.
오스틴은 도통 내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되물었다.
뉴욕 셰프 연합회에서 나를 모함하고, 내가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런칭한다는 것에 대해 으름장을 놓았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에게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걔네들의 진짜 마음은 안 그럴 거야.”
나를 모함한 이들에게, 내가 런칭 할 레스토랑에 관심이 있냐 묻는 이유는 그랬다.
“수뇌부라 불리는 한두 놈들이 정치질을 하려고 나를 깎아내리는 거지, 실제로 그 밑에 있는 조직원, 셰프들은 오히려 내 레스토랑에 들어오고 싶어 할걸?”
다수의 셰프들, 대다수의 조직원들이 내 레스토랑에 들어오고 싶어 할 것이다.
오히려 뉴욕 셰프 연합회라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뇌부에 대한 의심을 하겠지.
“그 협회장 이름이 뭐라고?”
“시몬 레인이라고, 뉴욕 토박이로 불리는 자입니다. 역시나 르 꼬르 동 블루 출신이구요.”
“엘리트들이라 그런지…… 피곤해. 하여튼, 뉴욕 셰프 연합회에 공문 보내 관심 있는 셰프들의 많은 연락 바란다고.”
***
뉴욕 셰프 연합회 사무국.
특급 셰프의 상륙에 비상근무가 걸려 있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전 세계 셰프들의 행보가 결정되는 시대, 그가 뉴욕으로 온다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뉴욕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런칭한다 하더라도, 셰프 연합회 소속 셰프들이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피해가 없게끔 할 대책을 세우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브랜드 ‘반유현’ 측으로부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이런 공문을 보낼 정도로 마음이 급한 건가?”
“그러게요. 반유현 팩토리라는, 세계 최대 요리 학교가 있는데…….”
앞서 말했던 대로, 그의 말 한마디면 셀 수 없이 많을 정도의 셰프들이 움직이는데, 그가 굳이 뉴욕 셰프 연합회에서 인력을 채울 일은 없어 보였다.
“냄새가 나는데.”
“무슨 냄새요?”
“우리를 제대로 농락하려는 것 같아.”
그래서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었다.
반유현이 뉴욕 셰프 연합의 지휘 체계를 무너트리려 하는 것이라고.
“원래, 반유현은 자신을 모함하거나 깎아내린 세력을 무시하지 않아. 어떻게든 되갚아주거나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부러트려 놓지.”
“그건 워낙 유명하니까요. 애초에 우리는 그걸 노리고 그를 공격한 것 아닙니까. 반유현의 타겟이 되는 것조차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니까요.”
“그렇지, 여러모로 반유현이 우리에게 협조 요청을 보낸 건, 우리 지휘 체계를 무너트리려는 거야. 우리 조직 체계에 들어와 있는 셰프들이, 신입 셰프들이 대거 반유현 쪽으로 이동한다고 한다면…… 우리 조직이 허술해 보이고, 우리말에 힘이 사라지겠지. 중견 셰프들도 그에 따라 대거 이탈을 할 것이고.”
“와! 그런 생각이 또 나올 수 있는 것이군요!”
사무장과 직원이 브랜드 ‘반유현’으로부터 온 메일을 보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협회장 시몬 레인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아, 회장님. 반유현으로부터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무슨 공문.”
“저희 협회 게시판에 구인 게시물을 올려달라는 공문입니다…….”
협회장의 얼굴이 곧장 찌그러졌다.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뉴욕 진출을 위해, 협회에 문의를 했지만 이렇듯 표정이 찌그러진 것은 처음이었다.
“반유현…… 반유현이라고 한들…….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자신들이 반유현을 씹었던 모든 것들을 무시하곤, 웃는 낯짝으로 협조 공문을 보낼 수 있다니.
그가 협회를 대놓고 무시하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삭제해.”
“예? 아무런 답장 없이 삭제할까요?”
“이런 개무시를 당하고 있는데 답장을 해?”
“예! 삭제하겠습니다.”
반유현의 공문을 무시할 수 있는 조직이 있을까.
시몬 레인은 또다시 씁쓸한 마음을 느꼈다.
이곳은 뉴욕, 수십 년간 역사와 끈끈한 인프라를 형성한 뉴욕 셰프 연합회의 힘이 빛을 발하는 장소이다.
파리나 라스베이거스는 모르겠지만…… 시몬 레인은 자신의 조직 내에 있는 셰프들이 반유현의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기자들 불러서 기사 뿌려. 반유현, 뉴욕 부동산 가격 변동 일으키는 주범 되나……. 아니 지금 뉴욕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부정적 사태를 다 엮어서 기사 뿌려.”
물론, 시몬 레인 본인도 이런 방법들이 떳떳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혀서 뉴욕 요식업 사수를 하겠다는 의지는 굴뚝같았다.
***
[ 뉴욕 부동산 가격 폭등! 반유현의 영향? ] [ 반유현, 어둠의 손길이라 불린다. ] [ 상권을 망쳐놓는 반유현, 가뜩이나 높은 임대료 더 올라가나……. ] [ 셰프협회장, 셰프들의 목숨 줄을 잡고 있는 자의 욕망 서서히 드러나. ]“발광하네.”
모든 게 예견된 수였다.
저쪽에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은 내가 저들을 무시하고, 아무 신경도 쓰지 않은 것처럼 비췄을 테니까.
“개가 사람을 물었어.”
“예?”
“그런데 그 사람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개는 아가리에 힘을 더 줘.”
“그게 무슨 말씀…….”
그래서, 더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 내놓으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뉴욕에 거주하는 셰프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목적으로 말이다.
반유현, 내가 이곳에 와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반유현으로부터 지켜주겠노라고.
“악당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네.”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나의 이름만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내가 최정상 셰프임을 말하는 증거였다.
“악당이 되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개가 사람을 물면 안 되잖아.”
“그, 그렇습니다.”
“사람을 물면 어떻게 해야 돼. 우리도 기사 쫙 뿌려.”
사실 협조 요청을 보낸 것은 미끼였다.
나는 뉴욕 셰프 연합회와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 그쪽에 손을 내밀었는데, 그 지휘부가 나의 말을 거절했다는 모양으로 기사가 나가게 된다면?
지휘부는 진정 지역 셰프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졸렬한 방식으로 나를 깎아내려 자신들의 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것에 더 큰 목적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망하는 거지 뭐.”
그렇게 나의 계획은 실행되었다.
***
항상 도시를 옮겨 다닐 때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피곤하긴 했다.
물론 그 이유야 나를 둘러싼 알력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나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갖기가 어려우니 재를 뿌리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나를 향해 재를 뿌리는 사람들을 가만히 내버려둔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래서 역사 공부를 해야 된다니까 사람은.”
가만히 내버려 둔 적이 없었는데, 왜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공격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100년 동안 찾지 못했다.
열등감, 자격지심…… 그중 하나겠지 뭐.
[ 반유현 공식 성명 “뉴욕 셰프 연합에 정식적으로 협조 요청해.” ] [ 협조를 거절한 것은 뉴욕 셰프 연합회!! ] [ 브랜드 반유현 관계자 “반유현 셰프는 지역 전체의 이득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 [ 대기업의 골목상권 망치기는 어림도 없는 소리……! ] [ “뉴욕 셰프 연합 지휘부의 부패, 굉장히 실망. 셰프의 한 명으로써 용서할 수 없는 일.” ] [ 뉴욕 셰프들 파업 선언! ]이런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졌을 때, 뉴욕 내 셰프들에 의한 반응이 즉각 나타나기 시작했다.
“셰프 폭동이라고 단어가 붙었습니다.”
뉴욕 셰프 협회에 가입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셰프들이, 업주, 또는 오너 셰프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저해하는 뉴욕 셰프 협회를 탈퇴하지 않으면 레스토랑을 이탈하겠다는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셰프 연합 소속의 한 셰프, “요식업 생태계를 망치는 건 반유현이 아닌,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알량한 우두머리, 또는 그를 따르는 조직. 그것을 도려내려 우리는 움직인다! ]“내 생각보다 발언이 거친데?”
[ “반유현은 셰프 생태계를 세운 인물, 도제적 교육방식, 경력, 학연을 모두 없애고 실력으로 우뚝 선 인물이다. 우리가 그를 지켜야 한다!!” ]수많은 뉴욕 소재의 셰프들이 나를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내가 지금은 거대한 기업을 꾸리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는 여러 조직에 맞서 싸워 셰프들에게 실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준 사람이라고.
뉴욕으로부터 나를 지켜내야 된다고 말하는 셰프들이었다.
일명 반유현 지키기.
이는 어떤 유명 셰프의 발언으로부터 하나의 운동이 되었다.
[ 검정 스카프를 오른팔에 두른 셰프들. ]브랜드 반유현의 상징인 목에 두른 검정 스카프.
뉴욕의 셰프들은 그것을 팔에 두르기 시작했다.
[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 오직 열정과 실력으로 성공함을 뜻하는 검정 스카프 ]그렇게, 뉴욕 거리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셰프들은 오른팔에 검정 스카프를 두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뉴욕 셰프 연합회의 회장은 물러났고, 그 조직은 해산되었다.
“그러면 내가 나서야지.”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나를 지지하는 셰프들을 위해 나는 또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사무, 행정 일하는 직원들 뽑고…… 조직도는 알아서 해.”
“예, 셰프.”
-월드 셰프 크루.
뉴욕 셰프 연합을 대신할 사조직을 결성했다.
수많은 뉴욕 정통 셰프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설립과 동시에 기존에 있던 뉴욕 셰프 연합의 회원 수를 아득히 넘어선 수치였다.
“쉽잖아. 뉴요커가 되는 것.”
내가 하루 아침에 정통 뉴요커가 된 순간이었다.
***
반유혁 팩토리에도 비상이 떨어졌다.
반유현이 뉴욕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런칭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A반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미 뉴욕에 레스토랑 런칭이 확정되어 있는 상황.
시기를 따져보면, 앞으로 2주 뒤에 있는 반 승급 전이 레스토랑 런칭 전 마지막 승급전이 될 것이다.
C반의 하위권 팀이나, D반 그 아래로는 아무리 승급전을 잘 치른다 한들, A반으로 갈 가능성이 없었지만.
A반 또는 B반에 속한 교수진 및 그들을 따르는 셰프들은 사활을 걸어야 했다.
레스토랑 반유현의 셰프가 되는 것은 자신들이 반유현 팩토리에 들어온 이유였고, 온 열정을 쏟아 넣어 여기까지 올라온 이유였으니까.
반유현이 말한 선순환구조라는 게 이런 것일 테다.
자신의 브랜드가 승승장구하는 것이, 반유현 팩토리에까지 내려가 선의의 경쟁을 일으키는 것.
그러나, 그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을 반유현은 원치 않는 듯했다.
반유현 팩토리 행정실로 온 메일을 보면 말이다.
-하필, 레스토랑 런칭을 앞둬서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나친 경쟁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선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제가 파리에 방문해 정리를 할 때까지.
승급전을 미뤄두세요.
그 많은 일들을 하면서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새가 있는 것인가.
“와…….”
“뭐지.”
“이렇게 꼼꼼할 수가…….”
그 메일을 함께 보던 반유현 팩토리 직원들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