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미국 문화의 중심지 (5)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통제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십니다.”
반유현 팩토리의 경영진과 간부들은 반유현의 꼼꼼함에 고개를 좌우로 젓는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 뉴욕에 새 레스토랑을 런칭한다고 하시니…… 저희 반유현 팩토리가 또다시 부흥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에게 공통되게, 마음속 한켠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세한 것까지 모두 자신의 손으로 직접 통제하시는 분인데, 이런 분이 현재의 자금난을 반드시 해결하지 않겠습니까.”
자금난.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고 핫한 요리사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회사에 자금난이라 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구조를 보면 이해가 됐다.
“반유현 셰프님의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은 반유현의 행보에 대해 의심을 품었지만, 그가 또 이 문제를 해결하리란 믿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우려했던 문제들이 터지기 직전 상황이라 느끼기에, 입 밖으로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세계 주요 도시의 레스토랑 설립 및 반유현 팩토리 설립, 및 대규모의 축제 실행……. 현재 레스토랑 사업과 식자재 사업으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기는 하나, 이번 반유현 팩토리 세계화 사업에 쓰이는 돈이 너무나 많습니다.”
“투자를 받지만, 나눠주는 지분을 한정 지어 놓다 보니, 자금난이 생긴 것이고요.”
반유현에게 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과 기업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브랜드 ‘반유현’의 강경한 투자 정책에 의해 그 진입장벽이 높았다.
“이것 저것 자본을 받아들이다 보면, 지금처럼 반유현 셰프님의 불도저식? 막가파식? 행보를 할 수 없다고 웬만한 투자처들은 쳐내고 계십니다.”
포시즌스 그룹이나, 펠리지오 호텔 같은 그룹에서 거대한 투자를 받긴 했으나 많은 지분을 내어주는 방식은 아니었다.
사업확장에 필요한 자금들은 대부분 브랜드 ‘반유현’ 이름으로의 대출, 반유현의 개인 대출 등 은행의 돈을 끌어다 썼다.
물론, 지금 이들이 말하고 있는 자금난은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높은 확률로 앞으로 당연히 벌어지게 될 일에 대해 우려를 하는 것이었다.
“현금 자산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을, 반유현 셰프님도 알고 계시니…… 저희가 걱정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매출의 성장 추이를, 월가와 세계적인 증권사들은 기적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죠. 한 달에 내는 이자가 벌써…….”
“매출의 성장속도가 반유현의 비전을 못 따라가는 것인데, 그런 기업들이 무너지는 건 역사적으로 너무나 많이 봐왔던 터라…….”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 브랜드 반유현도 더 이상은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이다.
“돈보다 레스토랑을 차리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불어 넣는 데에 치중하시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분이 사업과 회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대체…… 우리 같은 경영쟁이들은 헤아릴 수 없는 생각이죠.”
그 회의를 종결시킨 건, 그 아무도 아니었다.
잠시간의 정적이었다.
잠시간의 정적 동안 생각에 빠져있던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내뱉었던 이야기들이 무의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잘…… 하시겠죠?”
“크흠! 그, 그러게요. 의심을 항상 달고 다니시는 분이니까. 매번 기적적 행보를 보여주고 계시니, 이번에도 한번 지켜보시죠.”
“현 상황에 대해서만 보고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을 것인데, 이들이 안일한 이유는 역시 반유현 때문이었다.
이번 문제 또한 반유현은 해내리란 믿음이 가슴속에 자리했다.
***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이었다.
100년의 인생을 살았어도 이 정도의 성취와 성장은 해본 적 없었으니까.
크게 형성된 파도를 타고 인생 최대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에 전력질주했을 뿐인데 현실적인 문제로 직원들이 걱정이 쌓인 모양이었다.
물론, 나에겐 큰 걱정은 아니었다.
“돈 걱정 할 때냐 우리가?”
“아, 아닙니다!”
이 몸이 스스로, 돈을 번다고 마음먹으면 왕창 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당연히, 근본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바로 최근엔 뉴욕 소재의 셰프들을 한 곳에 모은 조직의 수장이 되었으니까.
이는 상업적으로도 아주 유용한 인프라였다.
-월드 셰프 크루.
뉴욕 셰프 연합회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세운 조직.
이 몸으로는 불과 이틀 전, 뉴욕에 처음 도착했지만 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뉴욕 셰프 연합회가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역사와 정통에 의한 입지는 내 이름 앞에 무너졌다.
물론, 그 오래된 역사에 의해 아직도 그 모임을 지키고자 하는 잔존 세력이 있었지만.
“그 잔존 세력이 내가 신경 써야 할 수준은 아니야.”
어쨌든 대부분의 셰프들이, 월드 셰프 크루라는 곳에 가입 신청서를 냈다.
“돈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잖아.”
그들의 진실된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뉴욕 셰프 연합회보다 가입비와 회비를 두 배나 올렸다.
“마음…… 이죠.”
돈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지만, 가입비와 회비는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이들이 그만한 돈을 내고, 내가 만든 조직에 가입했다는 것은 나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그 마음들을 확인했으니, 이제 돈을 벌 시간이고.”
어쩌다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으니, 그 증거를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이었다.
뉴욕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셰프들이 오른팔에 검정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이 사건을 나의 레스토랑을 런칭하고, 세계적인 내 입지를 한 번 더 쌓는 것에 이용하고 싶었다.
내 생각을 어렴풋이 느낀 오스틴은 괜스레 불안감이 찾아왔는지 어떤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마음……을 확인한 다음에 돈을 번다……. 어떤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셰프님.”
“뉴욕에 있는 거의 모든 셰프들이 나를 따르겠다고 오른팔에 검정 스카프를 묶었잖아.”
“네…….”
“싹 다 흡수해야지.”
“예……? 흡수는…… 해야 될 것 같긴 합니다만. 어떤 식으로…… 현재 파리에 있는 반유현 팩토리에는 자리가 없습니다. 이곳에 설립 중인 반유현 팩토리-뉴욕은 아직 완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듯합니다. 한국이나 이스라엘의 반유현 팩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방법이 없습니다. 뉴욕이 설립될 것을 미리 생각해 흡수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오스틴은 자연스럽게 반유현 팩토리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뉴욕에 한창 공사 중인 반유현 팩토리가 있었고, 매번 ‘흡수’라는 건 셰프들을 반유현 팩토리에 집어넣는 것이었으니까.
그곳에서 진정한 경쟁을 거친 자만이 나의 이름을 걸고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는 법칙이 있다는 건,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아는 것이었다.
“그래, 현재 뉴욕의 반유현 팩토리는 공사 중이야. 저 셰프들을 어떻게 흡수할 거냐고?”
“파리에 있는 반유현 팩토리에는…… Z반까지 모두 차버려서…… 별관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유혁 팩토리, 이번 계획은 그게 아니야.”
“그럼 흡수…… 라고 말씀하신 건…….”
“뉴욕에 있는 대부분의 셰프들이 나를 따르겠다는데 파리에 이어서, 뉴욕 전체를 삼킬 기회잖아.”
반유현 팩토리를 활용하지 않으면 저 많은 셰프들을 품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반‘s 키친”
“반스 키친이요?”
“어. 가맹점.”
***
반도체, 자동차, 의류 등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수십만 평의 공장을 짓고, 물량을 뽑아낼 수 있는 양을 늘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가?
뉴욕 소재의 대부분의 셰프들의 오른팔에,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실력으로 성공을 이뤄낸 열정을 상징하는 검정 스카프를 둘렀을 때.
아니, 정확히는 나를 상징하는 검정 스카프를 둘렀을 때 든 생각이었다.
“기업들이 수십만 평의 공장을 차리듯이, 나도 이 뉴욕을 반유현 공장의 부지로 삼게.”
“공장…… 말씀이십니까?”
“무언가를 생산하는 공장은 아니고, 뉴욕으로 들어오는 셰프 또는 레스토랑을 집어삼키는 공장.”
프랑스 파리에 ‘반유현-골목’을 생성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월드 셰프 크루에는 오너 셰프들의 비율도 아주 높아, 그들이 내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야. 물론 그 간판을 내걸기 전에는 나에게 조언도 받고, 레시피 수정도 받고.”
레스토랑 ‘반유현’ 그 산하의 레이블 같은 느낌을 그려보았다.
프리미엄, 파인 다이닝, 여지껏 런칭한 레스토랑들은 온전히 나의 의도 아래에 최상의 맛을 쫓았지만, 돈이 필요하다니 돈을 위한 사업을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에 든 생각이었다.
“뭐, 파스타 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우리에게 가맹 제안을 한 뒤에, 내가 그 레시피를 발전시켜주고 관리 시스템까지 깔아주고는 월마다 돈을 받는 거야.”
“아, 가맹업주는 반유현 셰프님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어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투자금 없이 현금 자산을 벌어들일 수 있고…… 최강의 사업인 것 같습니다.”
“반유현이라는 브랜드를 씌울 수는 없으니까. 반’s 키친이라는 브랜드를 새로 런칭해서 말이야. 알덴테라는 이름을 가진 파스타집이 우리와 가맹을 맺었다. 그러면 간판 이름을…….”
[ 반‘s 키친 : 알덴테 ]라고 바꾸는 것이었다.
업주의 입장에서는 월마다 고정비용이 생기긴 하지만, 나의 이름을 빌려 사용함으로써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나의 입장에서도 내가 직접 저들의 요리를 맛보고 수정할 것이기에 내 이름값이 떨어질 염려는 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내가 그들의 요리를 맛보고 수정해주는 시간은 길지도 않다.
냄새나 모양새만 봐도 그 맛을 알고 고칠 수 있으니까.
또, 노동이 들어가지만 확장성이 어마어마한 사업이었다.
뉴욕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반`s 키친’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다면 뉴욕 내의 영향력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물론, 이 사업구조가 실제로 먹힐는지는 실험을 해봐야겠지.”
가슴속에 확신이 있었지만, 애초에 ‘돈’을 위한 것이었으니 사업적으로 접근했다.
‘맛’을 위한 것이었다면 내가 백 퍼센트 맞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일은 그와 조금은 다르다.
맛이 대단한 레스토랑들이 이따금씩 테이블 위에 파리를 날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반`s 키친의 첫 번째 가게로…… 저긴 어때.”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잡은 사무실, 그 창문 밖에 한글로 간판이 적혀 있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 유진이네 반찬가게. ]멀지 않은 곳에 한인 타운이 있어 한글 간판이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저 집은 복권에 당첨된 거네요.”
“공짜는 없어. 유진 씨? 저분이 그만한 가치를 창출시켜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