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미국 문화의 중심지 (6)
10평 남짓한 조그만 반찬가게, 그 외부의 휑함은, 내가 이 가게를 수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게 만들었을 때 극적인 효과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엑!”
유진이네 반찬가게.
나는 그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수십 가지의 반찬들이 일회용 용기에 담겨있었고, 또 다른 반찬들을 일회용 용기에 담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 괴성을 지르며 나를 반겼다.
“바, 반유혀……언?”
“네, 안녕하십니까.”
“에구머니나! 왜 이런 누추한 곳에.”
다행히 나의 얼굴을 알고 있었고, 나는 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쉽게 말할 수 있었다.
“반스 키친…… 그러니까 그 1호점으로 우리 가게를 해주신다고요?”
중년의 여성 이름은 이유진.
xx이네 가게라 이름 붙은 대부분의 곳이 아들이나 딸의 이름을 빌려 쓰는 것과는 다르게 이 반찬가게는 본인의 이름을 직접 사용했다.
100년을 살아 본 경험 때문인지 내가 본 사람의 첫인상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일치했는데, 이유진은 겉으로는 상당히 강인하게 생겼지만 속은 여린 천상여자인 아줌마였다.
“그렇습니다. 봉사나, 자선사업은 아닙니다. 저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고, 그 과정에 유진 님도 꽤나 쏠쏠한 재미를 보실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헤……엑!”
모든 계획을 듣곤,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뱉지 못하는 이유진이었다.
“괜찮으시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하이고, 나 진짜 어떡하면 좋아.”
그런 그녀가 주저하더니 자신의 고민을 말했다.
“우리는 10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반유현 셰프님 하고 방송 나가면…….”
당연히 나는 ‘반`s 키친’의 시작을 내 우튜브 채널인 ‘반유현TV’와 함께하려고 했었다.
구독자가 300만 명을 넘어버린 내 우튜브 채널에 출연함과 동시에, 나와 엮이는 것 자체로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올 것인데, 그렇게 되면 10년째 인연을 이어오던 단골손님들이 불편해할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단골이라…… 이게 단골 분들 명단입니까?”
낡은 노트에 적혀있는 이름들, 그곳엔 손님들이 좋아하는 반찬과 맛이 적혀있었다.
“유진님 말대로 10년 의리를 나 잘살자고 접을 수는 없는 것이니…… 이분들을 위한 물량은 고정적으로 정해두시죠.”
“하이고…… 이게 꿈이야 생시야!”
그러면서 본인이 일주일 전 돼지꿈, 똥 꿈, 호랑이 꿈을 계속해서 꿨었는데 이게 ‘반유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이거 봐요…… 며칠 동안 길몽을 계속 꿔서 복권을 이렇게나 사뒀는데, 더 큰 행운이 찾아왔으니 이 복권은 당첨이 안 되겠어요.”
그렇게 ‘반`s 키친’ 의 1호점 가게가 선정되었고 일을 곧장 시작했다.
“하나씩 맛을 먼저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며칠간 집에 가지 못하실 겁니다. 물론 저도 집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열심히 하는 만큼만 해주신다면 대단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냥 요리 학원이었다면 요리를 배우는 학생의 인간 됨됨이부터 손 봐 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는 요리 학원이 아닌 ‘반유현’, 나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이었다.
‘반스키친’의 가맹 1호점으로 선정된 이유진은 자신의 인생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았는지, 정말로 3일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명란 계란말이, 제육볶음…… 무생채, 멸치볶음은 통과.”
국까지 포함해 스물두 가지의 반찬이 있었는데, 나는 그 모든 반찬들을 맛보고 레시피를 수정해주었다.
다만, 스물두 개의 모든 반찬을 최상의 맛으로 끌어올리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기에, 메뉴의 수를 줄였다.
“셰프님 말씀을 무조건 따라야죠.”
셰프라면 자신의 비법, 경험, 신념이 담긴 메뉴를 없애는 것에 반발이 있을지도 모르나, 이유진은 내 말에 흔쾌히 동의했다.
“정말로 셰프님께서 메뉴를 지우라고 했는데 그대로 가져가는 셰프들이 있어요?”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스티븐 리도 함께하고 있었다.
‘반유현TV’의 라이브 영상을 송출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뭐야! 저기 뉴욕에 있는 반찬가게잖아!
-엥? 반유현이 저길 왜?
-이모네 집인가?
-반유현의 이모인데 반찬가게를 왜 함ㅋㅋㅋㅋ 평생 놀지.
화면의 오른쪽 위에 ‘반`s 키친’ 이라는 글귀가 붙어있었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반스키친이 뭐야.
-또또 무슨 프로젝트냐ㅋㅋㅋㅋ
-유현이 형 진짜ㅠㅠ
-이제 봉사까지 하는 거야?
-요리의 신……. 갓유현.
그렇게 시청자들의 추측이 쌓여가고 있을 때, 나는 카메라를 응시하고 말했다.
“전 세계 수많은 팬분들, 또는 요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성원에 제가 가진 노하우나 비법을 많은 분들께 전달하려고 합니다.”
레시피를 수정, 보완해주고, ‘반유현’, ‘반`s 키친’이라는 이름을 빌려줄 것이며, 당연히 공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의 설명을 간단히 말해주니 빠르게 올라가던 실시간 댓글 창이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공짜면 안 되지!
-와 어쨌든 돈 내면 반유현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것 아니야?
-반유현한테 직접 코칭을 받는다니ㄷㄷ
-반유현 팩토리 A반도 반유현한테 직접 코칭을 못 받을 텐데.
-ㅋㅋㅋㅋㅋ대박이네, 경쟁자들 또 불붙겠네.
지원하는 방법도 가르쳐주었다.
식당을 소유한 점주만이 할 수 있으며, 뉴욕 소재의 식당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하긴, 반유현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없으니까ㅋㅋㅋ
-뉴욕은 그럼 반유현의 도시가 되는 거임?
-그러게, 뉴욕에 식당운영 하는 사람치고 저걸 안 할 사람이 어디 있어.
-이번에 있던 사건하고 연결지어 바로 사업해버리는 반유현…… 그는 대체…….
뭐, 이렇게 대외적으로 알리기도 했고 송출되는 방송의 영상은 스티븐 리가 도맡아 할 것이니, 나는 ‘유진이네 반찬가게’라는 곳의 맛을 끌어올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명란 계란말이, 제육볶음, 무생채, 멸치볶음 이 네 개는 확실히 제 노하우를 전수받으셨고, 조금만 더 신경 쓰시면 완성될 것 같은 요리가 있습니다.”
“어떤 건가요?”
이유진은 3일 동안 밤을 새우다시피 했음에도 눈에서 빛이 났다.
그녀도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댓글 창을 본 덕도 있을 것이다.
“돼지고기 계란 장조림.”
이 몸에 이 요리들을 먹은 기억들은 있지만, 세세한 맛에 대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내가 환생하기 전, 이 몸의 주인은 요리에 대한 지식이 없었으니 그저 돼지고기를 씹어 삼킨 것이었을 테니까.
‘발전 가능성이 많아.’
간장에 조린 돼지고기와 계란,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랬지만 맛을 올릴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이유진이 만든 장조림이야 평범한 가정식에 올라가면 꽤나 맛있는 것이었지만, 나의 이름을 걸고 세계인들이 모일 이 식당에서는 부족한 편이었다.
“돼지고기 안심이죠. 간장의 간이 충분히 배어들지 못했고, 고기의 살결을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쩜, 반유현 셰프님은 모르는 게 없어!”
이유진이 만든 요리 하나하나, 지적을 했고 그에 따라 수정한 결과 이유진이 놀랄 만큼의 맛을 만들어 낸바.
이유진은 내가 이렇게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당연하게도 내가 소지한 미슐랭 23스타의 레스토랑 중 한식과 관련된 레스토랑의 비중이 작기 때문이었다.
“한식을 베이스로 하시고…… 레스토랑을 런칭하시는 거죠?”
“아니요. 기존에 지식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라, 맛을 보면 수정할 수 있는 점들이 떠오릅니다.”
사실이었다.
이곳, 유진이네 반찬가게에서 내가 먹어본 반찬들이 몇 개나 되겠는가.
비빔밥, 불고기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그들의 식탁에서 오르고 내리는 이 반찬들을 내가 먹어봤을 리 없다.
설령 먹어봤더라도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강렬한 요리들이 아니었을 테고.
“이 장조림도 지금부터 요리 해보시죠.”
“아니, 이 요리들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하신다……는.”
얼마 전 있었던 반유현의 실체에 대한 논란의 종결.
이유진은 내가 진정한 실력파임을 알고 그 종결을 실제로 보게 된 것이었다.
“새롭고 충격적인 맛을 만드는 건 다 같은 방법 안에 있으니까요.”
나는 소매를 걷고 돼지고기 안심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손질한 뒤, 마늘과 각종 허브를 넣고 물을 끓인 뒤 손질한 돼지고기를 살짝 데쳤다.
“고기를 쪄낼 건데, 이전보다 수증기를 이용해서 부드럽게 만들 겁니다.”
“아! 압력솥 있어요!”
압력솥은 내부 압력을 높여 물이 증발되어 발생하는 수증기를 고기 내부로 침투시켜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능이 있었다.
다만 그 물이 평범한 물이라면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발생할 수 있다.
“생강, 마늘, 월계수 잎 넣은 물에, 돼지는 물에 안 닿게 채에 올려서 쪄냅니다.”
간장, 설탕, 소금 등 각종 조미료와 향신료로 양념을 만들고 생강청을 추가했다.
“생강청은 달면서, 상큼하고, 아주 약간의 매운맛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 미림을 추가했다.
“저는…… 와인이 더 맛을 풍부하게 할 것 같아서 와인을 넣었습니다. 연육작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
“쌀을 발효시킨 술이 감칠맛이 더 풍부합니다. 그리고 와인은 이렇게 열에 오래 노출되어 있는 요리에는 감칠맛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없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써 있는 표정은 정확히.
‘이게 미슐랭 23스타의 지식인가…….’ 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별로 대단한 건 없지만 고기를 쪄내고 양념장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부터 그녀가 느끼기엔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을 것이다.
평범한 반찬이 ‘요리’로 탄생하는 것을 실제로 보고 있었으니까.
몇 시간 뒤, 다 완성된 장조림의 고기를 집었다.
“아까 맛을 보니, 장조림은 차가운 상태로 먹는 것 같던데 지금 드셔 보시죠.”
“아까 맛을 보니? ……장조림을 안 드셔 보셨어요?”
한국인이 장조림을 안 먹어봤다라.
그녀의 눈에는 충분히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고기를 간장에 요리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구울 줄만 알지.”
대충 둘러대자 아픈 과거를 물어봐서 미안하다는 듯 표정을 지은 이유진이 장조림을 먹었다.
“하…… 거짓말치지 마세요! 셰프님! 이 요리를 오늘 처음 먹어보고 만들었다고?”
이제는 나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이건 무슨……! 이런 요리가 다 있어요!”
“맛있습니까?”
“컥! 제가 반찬가게를 10년 동안 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 그런데, 정말 오늘 처음 드셨다고요? 그리고 이 요리를 만들어낸 거라고요?”
의심은 항상 달고 다니는 거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내 말이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일 단서가 있었다.
“밖에 보세요.”
낡은 건물 1층, 통유리로 되어있는 유진이네 반찬가게.
커텐을 친 상태로 내부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유진은 내 말을 듣고 커텐을 활짝 재꼈다.
그리고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월드컵 거리 응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통유리 안으로 보이는 나를 보고 함성을 쏟는 사람들이었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송출되었으니, 이만한 사람들이 모일 줄 알고 있었습니다.”
“어…….”
“제가 거짓말을 왜 하겠습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을 잃을 수도 있는데.”
이유진은 초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적응 하십쇼.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