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미국 문화의 중심지 (7)
감자채볶음, 무생채, 멸치볶음, 명란 계란말이 등등 나열할 것도 없이 이 가게 안에 있는 모든 반찬들이 대박을 쳤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미슐랭 23스타가 해준 집밥이라는 타이틀로 소문이 났고, 미국인들에게는 맛과 건강을 생각한 한국 가정식 웰빙 ‘요리’라는 소문이 났다.
유진이네 반찬가게, 그 앞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의 뉴욕 거리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를 연상케 할 정도의 인파들이 모여 있었다.
뉴욕시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을 투입할 정도였으니까.
[ 건강과 맛을 챙긴! 반`s 키친 1호점, 유진이네 반찬가게. ]어쩌다 보니 또,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켰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었으나, 그 규모에 대해선 이 정도까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100년을 살아와서 그런지, 이 설레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 자체 때문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얼마 만이야. 이 느낌.’
나에게 이런 감정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뉴욕시 전체에 약 3만 5천여 개의 식당이 있는데…….”
“있는데?”
“현재, 7천여 개의 식당이 반`s 키친 가맹 신청서를 보냈습니다. 현재……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팀에 마비가 와서 새로 인력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토록 기쁜 감정을 느낀 건, 뉴욕시에 수많은 식당들이 우리 회사에 가맹 신청서를 넣은 사실 자체도 그랬지만.
[ 뉴욕에서 시작된 한식 열풍! ] [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돼지 계란 장조림! ] [ 뉴욕시장 “멸치볶음과 무생채…… 참기름, 고추장! 최고!” ] [ 반유현의 이름 아래 시작된 한식 열풍! 대형 프랜차이즈들 한식 메뉴 추가! ]유진이네 반찬가게에서 맛을 본 뉴욕시민들, 또는 관광객들에 의해 한식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 뉴욕시에 있는 한식 가게들 줄줄이 매출 급등! ]지금 생각해보면, 미슐랭 스타를 얻는 것만큼, 어떤 유행이나 시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지금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 요식업계에 미치는 나의 영향력,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내가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할 때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반`s 키친’의 1호점은 대 성공이었다.
[ 반`s 키친 – 유진이네 반찬가게 ]유진이네 반찬가게로만 적혀있던 간판이 새롭게 올라가는 순간, 웨이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고생은 이제 시작입니다.”
“…… 정말 고맙습니다 셰프님.”
이유진이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곤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또 나지막이 읊조렸다.
“제가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모든 게 셰프님 덕분인데…… 셰프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대한민국 국적의 스포츠 스타들, 또는 세계적인 아이돌의 행보가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반유현의 엄마이자, ‘반유현-펌킨’의 메인 셰프인 이영미는 그 광경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 전 세계를 호령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느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불과 5년도 안 된 시간, 공무원 준비생이었던 아들이 전 세계를 주무르는 거물급 셰프가 되어있었다.
자신이 맡은 레스토랑 또한 아들이 차려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셰프님, 우세요?”
‘펌킨’의 수 셰프인 박철용이 다가와 손수건을 건넸다.
그리고, 이영미가 보고 있던 TV를 바라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반유현 셰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죠! 아프리카 전역에 빛이 들게 했던 축제와 지금 뉴욕에 불고 있는 반유현 신드롬은…….
“참…….”
박철용 또한 브랜드 ‘반유현’의 소속 세프였기에 자신의 수장, 반유현의 활약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더군다나 셰프라는 직업을 갖춘 이들에겐 그의 행보가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도 언젠간…….”
셰프들에겐 그가 엄청난 자극제이기도 했다.
요리, 그 자체의 행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그를 동경하지 않는 셰프는 없을 것이다.
-반유현 셰프가……!
-반유현 셰프는 현재 뉴욕에서 반유현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단한 한식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엔 TTS의 인기에 이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존재가……!
다른 채널을 돌려봐도 모두 반유현의 이야기뿐이었으니까.
그의 활약이 이번에야말로 두드러지는 것은 그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뉴욕으로 넘어간 지 불과 2주가 채 안 돼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아! 뉴욕에 있는 이민정 리포터!
-예, 이민정입니다.
-뉴욕 상황 좀 말씀해주세요!
-현재 뉴욕의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반`s 키친’이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들의 앞에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뉴욕 거리를 비춘 화면에는 리포터의 말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아! ‘반`s 키친’, 그것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반유현 셰프와 계약을 해, 반유현 세프가 직접 레시피를 수정 보완해주는, 일종의 요리 솔루션 프로그램입니다.
-반유현 셰프의 손을 거쳤다는 것만으로도 그 정도의 사람들이 몰린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또한 유진이네 반찬가게라는 1호점이 맹활약하며 뉴욕 시내에는 한식 열풍이 크게 불고 있습니다. 한인 타운의 유동 인구수가 지난달 대비 60% 늘어났다고 합니다.
리포터는 그러더니 지나가던 한 사람을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네, 안녕하세요! 현재 뉴욕에 거주하신 지 얼마나 되셨죠?
-14년 됐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셨고, 뉴욕에 14년째 살아오셨는데, 현재 한인타운의 인구수 증가와 반유현 신드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진짜 한국인으로서 대단한 긍지를 느낍니다. 이 정도의 열기와 ‘오빤 청담 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 보다 더한 것 같습니다.
“다들 저렇게 생각해주시니까 고맙네…….”
뉴욕시장부터,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한식을 먹었다고 자랑 삼아 인증을 하니 이 열풍을 만들어 낸 반유현은 연예인의 연예인이 된 것만 같았다.
“우리 아들 보고 싶네…….”
***
“돈을 벌겠다 선언하시니…… 벌써 회사 매출이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모든 레스토랑은 최고의 맛을 지향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업적으로는 가치가 떨어졌었다.
최고급이 값비싼 식재료만을 고집하기 때문이었는데, 아무리 손님이 많다 한들 순이익이 크진 않았었다.
그런데, ‘반`s 키친’이라는 나의 가맹 브랜드에 사용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노력과 지식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지식이었으니, 그 부가가치를 곧장 현찰로 만들어 낸 사업인 것이다.
“이제 뉴욕에 레스토랑을 창업하려는 셰프들이나, 사업가들이 불편해지겠습니다. 시간이 더 오래되면 뉴욕시 대부분이 반스키친이라고 네이밍 될 것 아닙니까?”
벌써, 스물세 개의 레스토랑, 또는 자그마한 식당에 반`s 키친이라는 이름의 간판이 붙었다.
매출의 6%를 지급 받는 조건으로 가맹된 가게들이 일주일 만에 그렇게 생겼으니, 직원들이 우려하던 현금보유랑 문제는 해결되었고, 그에 따라 내 브랜드의 가치는 급등했다.
내가 별다른 큰일을 하지 않아도, 나의 가르침을 받은 저 레스토랑들이 헛짓거리만 하지 않는다면 저 매출은 유지될 터였다.
아니, 심지어 그들의 매출이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였으니 앞으로 직원들의 입에서 돈 걱정이 나올 일은 없을 것이었다.
“직원들은 다 뽑아놨어?”
“예, 최소 스펙으로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셰프들로 꾸려놨습니다.”
직원들 조직도 구성까지 끝났고, 나는 그들이 선별한 가맹점의 음식을 먹고 보완할 레시피를 내어놓으면 될 뿐이었다.
“일주일에 두 개씩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자.”
정확한 목표치까지 설정해놨으니, 나는 다시 내가 뉴욕에 온 이유를 떠올렸다.
“뉴욕시 부동산업자들이 뭐래?”
“예, 다 연락을 받고 현재 새롭게 런칭하실 레스토랑 건물을 추려놨습니다. 직접 보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레스토랑을 런칭하는 것.
라스베이거스에 런칭한 아프리카 요리를 주된 테마로 하는 제리의 레스토랑과, 가타무라 마츠노의 주도하에 런칭 준비를 하고 있는 일식 레스토랑, 그리고 지금부터 런칭 준비를 할 뉴욕의 레스토랑까지 합하면 아직 총 세 개의 레스토랑이 미슐랭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내가 현재 보유한 미슐랭 스타가 23개였으니, 이 세 곳이 각각 3개의 미슐랭 스타를 얻는다면 100년의 숙원 사업인 미슐랭 30스타를 달성하게 된다.
‘요리의 요 자도 모르던 시절부터.’
왜 이런 미션이 나에게 찾아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계란 프라이를 뒤집지도 못하던 시절, 제한 시간 내에 미슐랭 스타 5개를 얻으라는 미션을 시작으로, 100년이 지났고 미슐랭 30개를 달성하라는 미션까지 받고야 말았다.
이제 그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감회가 새로웠다.
‘어쩌면 뉴욕의 이 레스토랑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군.’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 레스토랑을 끝으로 미슐랭 30스타를 달성하게 된다.
이 미션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00년간 달려왔던 마라톤의 끝이 보인다니 또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또다시 환생하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번만큼 최고 효율의 움직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또 한 번 이런 미션이 주어진다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하네.”
“예?”
“아, 아니야. 그래서, 위치가 어디어디에 있는데?”
역시나 내 옆에는 오스틴이 있었다.
뉴욕에 새롭게 런칭할 레스토랑의 장소를 물색했고, 그에 대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입지와 위치를 따져 다섯 곳을 추렸는데 아마도 셰프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실 장소는 단 한 군데인 것 같습니다.”
“어딘데 그렇게 힘을 주고 말하는 거야?”
나의 눈높이 때문에 오스틴이 웬만하면 기대감을 심어주는 듯한 말을 하지 않는데, 그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오스틴이 나에게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의 건물, 그리고 대단한 입지를 가진 장소.
그곳이라면 나조차도 욕심을 낼 만한 장소.
나는 오스틴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냐?”
“치…….”
“맞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세계적인 랜드마크이자, 초고층의 건물로 뉴욕 시내 전체가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전 세계 일류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그곳에서 제안이 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망대 바로 아래층입니다.”
뉴욕 최고 임대료로 내어놓는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줄을 설 정도의 로열 건물의 로열 층이었다.
“다만…… 하루에 레스토랑으로 유입될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 많으면 층수를 바꿔서 다시 논의를 한다고 합니다.”
이미 그 전망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데, 내 브랜드가 입점하게 된다면 그 사람 수를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많아져도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를 새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그들의 말이 이해가 됐다.
“그래서, 하루에 아주 소수의 사람이 방문하는,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을 만들어 달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