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부르는 게 값이야 (5)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은 또 장사진을 이루었다.
내 레스토랑의 런칭이 확정된 이후로는 기자들이 뭐 건질 것이 없나 자주 왕래하곤 했는데 그들에겐 최대의 기삿거리가 생긴 것이었다.
“뭐가 어쨌다고요?”
싸늘한 분위기에, 검은 깃으로 장식된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기어코 자신들의 실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아버린 탓이었다.
“그래도, 비행기를 곧장 타고 달려온 것을 보면 반성의 기미는 있는 것 같고.”
파리-뉴욕, 비행시간만 여덟 시간이 넘는다.
더군다나 유럽과 미국이라는 심리적 거리는 어떠한가.
이들은 부리나케 짐을 싸서 뉴욕, 그것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집결한 것이었다.
“그니까. 여기 계신 서른 명의 셰프들, 다시 말해, A반 1팀 2팀 3팀을 한 셰프들이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거죠?”
내 앞에서 자신들끼리의 서열 싸움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때였다.
불필요한 서열 싸움은 반드시 주방의 비효율을 불러일으킬 테니까.
“제가 말한 시간 내에, 이 자리에 안 오셨다면 뉴욕에 런칭할 한식 주방에 발을 들이지 못하셨을 겁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요.”
이들이 파리에서 했던 언행들과 행동들이 불쾌했지만, 이들을 뉴욕 새로운 레스토랑에 런칭하는 것은 반유현 팩토리를 위한 일이고, 나를 위한 일이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상위급 셰프들이 또 내 레스토랑의 주방을 차지하게 되면, 다시 한번 반유현 팩토리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었으니까.
레스토랑 ‘반유현’의 등용문으로서 반유현 팩토리는 또 한 번 입지를 다지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이스라엘, 뉴욕에 설립되고 있는 반유현 팩토리 세계화 사업을 돕는 일이기도 했다.
물론, 저들끼리의 기싸움 때문에 귀찮게 됐지만.
내가 이들을 내 주방에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더군다나, 인재 채용 측면에서도 내 조직에서 크고 자란 이들만큼 나에게 충성심이 높은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저들끼리의 관계는 그렇지만, 파리에서 뉴욕으로 한 번에 날아온 것을 보면 말이다.
“뭐야?”
“뭐야? 반유현 팩토리 셰프들 아니야?”
“표정들이 왜 그래.”
“와…… 반유현 카리스마 봐.”
주변에 모인 사람들도 이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셰프들이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터였다.
나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릴 정도였는데, 반유현 팩토리의 상징인 검은 깃으로 장식된 조리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줄줄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는 이 상황을 또 한 번 새롭게 런칭될 레스토랑을 위한 장면으로 바꾸려 했다.
“다들 고개 들어.”
갑작스러운 나의 호령에 셰프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내 주방에서 일할 사람들이잖아. 지금부터 존칭은 생략한다. 내가 그 주방의 탑셰프니까.”
“예! 셰프!”
하나로 모인 우렁찬 대답.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으며 카메라를 꺼냈다.
“너희들, 서열을 확실하게 정해줄 테니까. 내 주방에 있는 동안은 그 서열을 따라.”
“예! 셰프!”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셰프들을, 한 주방에 몰아넣기 위해.
셰프들의 실력을 줄 세우는 동시에 레스토랑 런칭에도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나를 귀찮게 한 것에 대한 벌도 동시에 내릴 것이다.
***
반유현 팩토리의 A반.
그리고 A반 내에서 성적에 따라 1, 2, 3반.
총 삼십 명의 셰프들이다.
문제는, 반유현 팩토리라는 세계 최대, 최고의 요리 교육 기관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스스로의 자부심에 서로를 인정하지 못했다.
2팀과 3팀은 1팀의 인원들이 왜 1반인지 모르겠다는 식이었으며, 1팀의 인원들은 2팀과 3팀의 셰프들이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A-2, 3팀에 속해 있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구조 덕에 서로의 못난 점만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게 만들면서 줄 세워야 돼.”
억지로 서열을 만들어 버리면, 나의 명령이기에 그 서열을 따르는 ‘척’을 할 것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인정하며 주방에서 시너지를 만들어내려면 단순한 경쟁 방식의 서열 정리보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다.
또, 레스토랑 런칭에 도움이 될 만한 화제성을 띤 방식이 필요했다.
“다 죽이면 돼.”
서로 적이었으니까, 그런 구조였다면 이들을 묶은 팀으로 말도 안 되는 양의 과제를 내어준다.
저절로 전우애가 생길 수 있게.
“말했듯이 보통의 과제면 안 돼. 눈물이 날 것 같은 정도의 과제여야 서로 지지고 볶고 하면서 전우애가 생기기 마련이야.”
맨 처음 서로를 견제하던 로또 육인방이 지금은 대체할 수 없는 친구 사이가 된 것처럼.
밤을 새우며 머리를 짜내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전우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뉴욕 전체에 있는 식당이 3만 개가 넘어. 약 3만 5천 개 ……?”
“사, 삼만 오천이요……?”
“그래, 삼만 오천 개는 너무 심한 것 같고. 맨해튼으로 한정 짓자.”
뉴욕 내 맨해튼에 위치한 식당은 대략 5천 개를 웃돌 것이다.
“5천 개 식당 모든 메뉴 카피하기.”
할 수 없는 일을 건네준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엄청난 큰일이 벌어질 것처럼 말이다.
“아, 악마…….”
“악마라니, 모두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내가 최연소 미슐랭 스타를 얻었을 때였나, 역사상 최초, 최연소 MOF 수상 및 두 분야 동시 수상을 했을 때였나, 최연소로 미슐랭 23스타를 거머쥐었을 때였나…….
어쨌든,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이후부터는 나를 악당 보듯이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 정도는 해야지.”
“저희끼리 진행되는 겁니까?”
“아니, 기자들 불러서 기삿거리 던져줘. 그리고 교수진들 불러.”
***
“너희들이 처음부터 대가리 박았으면, 반유현 셰프님 성질 건드릴 일도 없었잖아.”
반유현이 잡아둔 숙소를 모두 취소했기에,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은 숙소를 임시로 잡았다.
그리곤, 서로를 또 탓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2팀, 3팀이면 반유현 팩토리라는 정교한 시스템 안에서 1팀보다 못한 성적이라고 정해져 있는 건데, 인정하지 않는 건, 반유현 셰프님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
“뭐? 우리가 언제 반유현 셰프님을 무시했어. 뽀록으로 1반이 된 널 무시했지.”
“뭐라고? 말 다 했냐?”
이곳에 있는 서른 명의 셰프 중, 칼을 품지 않은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분위기는 더더욱 냉랭해졌다.
반유현의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한 것조차 서로를 탓하며 분위기는 나아질 줄 몰랐다.
“그만해라……. 반유현 셰프님이 이 장면을 또 보시면 아마 우리는 평생 주방에 못 들어 갈 거야.”
한 사내의 말에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교수진들 또한 이 장면을 봤으면 피가 거꾸로 솟아 해당 셰프를 파리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세 명의 교수가 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
세 명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들이 반유현에게 된통 깨졌으리란 것이 자동으로 짐작이 됐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저희는…….”
“죄송합니다 교수님, 저의 마음을 항상 이해해주셔서.”
각 팀원들은 좋지 않은 분위기에 교수들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곧장 교수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교수 중에서 1팀을 맡고 있고, 이곳에 있는 교수진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알베르가 입을 열었다.
“반유현 세프님께서 거대한 과제를 내어놓으셨다.”
“서열을 정하는 싸움입니까?”
“어떤 과제입니까!”
알베르의 입에, 삼십 명의 셰프들이 집중했다.
“이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거나 미흡할 시, 우리는 다시 파리로 돌아간다…….”
그 말엔 이 셰프들의 심장이 멈춘 것만 같았다.
“아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서 반유현의 주방, 그 코앞까지 도달했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셰프님! 그런 적이 없지 않습니까!”
한 셰프의 말대로, 레스토랑 반유현의 런칭 멤버가 정해진 뒤로, 그 멤버 명단을 교체한 적은 역사상 없는 일이었다.
런칭 멤버 그대로 미슐랭 스타를 거머쥐는 브랜드, 레스토랑 ‘반유현’ 아닌가.
“그래, 그래서 이 과제를 해내지 못한다면……. ‘반유현’ 역사상 최악의 불명예를 얻게 되지……. 이는 다른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계속 따라다닐 거고.”
반유현이 과제에 내건 조건에 의하면, 다른 주방 어디에도 발을 들일 수 없다.
지구 최고의 주방이라 불리는 레스토랑 ‘반유현’인데, 그곳에 들어가는 확정 멤버가 되었다가 잘렸다?
셰프 커리어에 엄청난 타격일 것이다.
전 세계 셰프들이 한 번쯤 꿈꾸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는 멍청이 셰프로 낙인찍힐 테니까.
“과, 과제가 뭡니까!”
“그런 조건이라면, 저희가 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반유현이 그렇게 강경한 조건을 내건 만큼,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한 과제이리라,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틀렸어. 그냥 우리 보고 제 발로 걸어 나가라는 명령이셨다.”
“대, 대체…….”
그간 봐왔던 성격상 알베르가 농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위기는 더더욱 심각해졌고, 알베르는 반유현이 던진 과제를 말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의 메뉴 카피하기.”
“그게 가능이나…….”
“맨해튼에 식당이 3천 개가 넘습니다!”
“3천 개는 무슨……! 5천 개가 넘어!”
알베르는 셰프들의 소란에 정확히 말했다.
“이 주 뒤에, 반유현 셰프님이 직접 시험을 보신다. 반유현 셰프님이 랜덤으로 한 명을 지목하시고, 맨하튼 내에 있는 식당을 고르시면, 그 지목받은 한 명이 그 식당의 메뉴를 그대로 커버해야 돼.”
아까도 말했지만, 30명의 모든 셰프들이 맨하튼 모든 메뉴를 숙지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반유현이 누구를 지목하고, 어떤 식당을 말할지는 모르기에.
“지목받은 사람이 메뉴를 커버하지 못하면 여기 있는 모두가, 연대 책임으로…… 파리로 돌아간다. 다 함께 역사상 최대의 불명예를 얻는 거야.”
셰프들은 그때 알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서로 헐뜯던 셰프들이 이제는 둘도 없는 동료가 되어버린 것을.
***
“레스토랑 런칭과 함께 이런 기획을 하시다니, 벌써 뉴욕 내 식당가가 떠들썩합니다.”
[ 반유현 사단, 셰프들 뉴욕 맨하튼 레스토랑에 매일 나타나! ] [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반유현 팩토리 셰프들 ] [ 반유현은 또 무엇을 꾸미고 있나. ]내가 한식 레스토랑을 런칭한다는 소식과 더불어, 반유현 팩토리 소속의 셰프들이 뉴욕 내에 있는 식당가를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내려준 과제 덕분일 텐데, 이는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 대체 반유현의 의도는 무엇일까! ] [ 셰프들! 업주에게 직접 레시피 물어보기도! ]반유현이라는 이름이 적힌 셰프들이 뉴욕 맨하튼 전체에 있는 식당을 뒤집고 다니며 레시피를 수집하고 있다는데, 안 그럴 수가 있겠나.
내가 입을 다물면 다물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더해져만 갔다.
“관심이 무르익었을 때, 기사 하나 더 내.”
“어떤 기사를 낼까요?”
“반유현, ‘반`s 키친’에 연이어 뉴욕을 지배하기 위해…… 셰프들 풀어…….”
사람을 푼다, 조금 거친 표현인가 싶었다.
“푼다는 표현은 뭔가…… 애들 풀어라, 같은…… 갱스터들이 사용하는 표현……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움직이는 게 모두 내 의도에 의한 것이고, 저들이 뉴욕 지배에 대한 내 야망을 표현하고 있다…… 뭐, 이런 멋들어진 표현 없냐?”
그 과정에서 저들이 얻을 전우애는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