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부르는 게 값이야 (6)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 건가.”
반유현 팩토리, A반 1팀.
알베르는 뉴욕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벌써 300여 개의 식당의 레시피를 모두 끌어왔어.”
30명의 반유현 팩토리 소속 A반의 셰프들, 한 셰프당 열 명씩 뉴욕 내에 있는 레스토랑들의 레시피를 얻었다.
맨하튼 내에 있는 약 5천 개의 식당의 레시피를 모두 얻어오라는 반유현의 명령 때문이었는데, 생각보다 그 속도가 빨랐다.
“우리 학생들도 대단하지만.”
셰프들이 각자의 구역을 정해 레스토랑을 돌기 시작했고, 먹는 시간과 잠을 줄여가며 얻은 성과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런 줄만 알았다.
“이건 학생들이 잠을 줄여도 얻을 수 없는 성과야.”
며느리도 가르쳐 주지 않는 비법이 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어떤 식당에 다짜고짜 들어가서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 레시피를 순순히 내어줄 식당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것을 감안하면, 셰프들이 불과 며칠 사이에 얻어온 맨하튼 내 식당들의 레시피는 그들이 열심히 했다고 얻은 것들이 아니었다.
“반유현 셰프…….”
반유현.
순전히 그 이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가 어떤 일을 꾸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오너들이 레시피를 손쉽게 내어준다…….”
실제로 반유현 팩토리의 학생들도 놀랐다.
“저희도 불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셰프에게 자신의 요리, 그 비법과 레시피는 자식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반유현 셰프님의 이름을 말하니 업주들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반`s 키친’과 더불어 반유현 셰프님의 어떤 계획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점주들이었습니다.”
반유현 팩토리 학생들에게 레시피를 내어준 셰프들의 생각이 그랬다.
반유현이라는 이름 아래에 있는 셰프들에게 도움을 주면, 어떤 특혜가 있지 않을까.
아니, 특혜라기보다 그와의 접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끝없는 ‘반`s 키친’의 대기 명단에서 조금이라도 앞당겨지지 않을까.
“저희가 뉴욕에 런칭 될 레스토랑 반유현의 멤버라고 생각한 오너들은 아주 친절한 태도로 저희를 대해줬습니다.”
“절대 악용하지 않도록 해. 반유현 셰프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레시피를 순순히 내어준 맨하튼 내에 있는 오너 셰프님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예! 셰프!”
한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보니, 반유현의 말대로 이들에게 ‘전우애’라는 게 생겨난 모양이었다.
반유현의 이름을 등에 업고 있다는 자신감과 그로 인해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는 성취를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반유현 셰프님의 덕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예!! 셰프!”
***
“굴소스의 전분 비율을 빼라고 해. 너무 진득해서 고기의 식감을 망쳐.”
기계처럼 일하고 있었다.
‘반`s 키친’의 가맹점으로 신청한 뉴욕 내 식당들의 레시피를 뜯어 고쳐주는 일.
하루에도 수십 개의 요리의 맛을 보고 있었다.
요리의 온도 차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는 한 번 맛을 보면 이 요리가 적정 온도에서 어떤 맛을 낼지를 알고 있었다.
따라서, 수십 개의 요리가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느라 식었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가니쉬로 아스파라거스를 추가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이 레스토랑은 괜히 특별한 것을 추가하려다가 다 망쳤으니까, 레드 와인 소스도 다시 넣고, 정통을 따르라고 해…… 그리고…….”
내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적어 식당에 전달한다.
그리고, 수정된 레시피로 만들어진 요리를 내가 다시 먹어본 뒤에 합격선을 넘었다면 ‘반`s 키친’이라는 간판을 붙여주는 방식이었다.
“이 코스의 마지막에 나오는 커피에는, 소금을 조금 뿌려보라고 해봐. 소금커피 방식으로…… 이 전의 고기가 마블링이 많은 부위라 조금 더 느끼함을 닦아주려면 그게 낫겠어.”
그렇게 쌓여있는 삼십여 개의 요리를 맛봤고, 수정사항과 새로운 레시피를 내려주었다.
삼십여 개의 요리를 맛보고 수정했다는 것은 ‘반`s 키친’의 후보가 될 레스토랑들이 삼십여 개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 또한 내가 아니면 불가능한 업무량이었다.
당장 요리의 맛을 보고 문제점을 확실하게 집어낼 셰프들이야 많겠지만, 이를 실제로 식당에 적용시킬 만한 자신감을 가준 셰프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신을 갖는데 적어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가질 터인데, 나는 먹자마자 그에 따른 개선점들을 찍어냈다.
“마츠노, 윤종혁 셰프의 라스베이거스 일식 정찬 레스토랑은…… 다다음주에 최종 메뉴 테이스팅을 잡아두었습니다.”
그밖에도 동시에 세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첫 번째로는 라스베이거스에 런칭 될 일식 정찬 레스토랑이었고.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꽤나 잘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계속 움직이는 덕에 뉴욕 내 외식업계가 떠들썩 하니까요. 그에 대해 셰프님께서 직접 코멘트를 하지 않으시니 사람들의 관심이 더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층 로비에 런칭될 한식 정찬 레스토랑이었다.
그 주방을 채울 반유현 팩토리 소속 셰프들이 뉴욕을 헤집고 다니며 인지도를 넓히고 있었다.
“참……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신기합니다. 식당들이 줄줄이 레시피를 내어주다니요.”
[ 반유현 팩토리 소속 셰프들! 맨하튼 내 식당가에서 계속 나타나! ] [ 맨하튼 ‘S 스테이크’ 오너 셰프 “스테이크 소스 레시피를 알려 달라길래 알려 줬다.” ] [ 맨하튼 내 익명의 오너 셰프 “반유현의 이름에 협조하기로 했다.”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세 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두 개의 프로젝트는 나의 확실한 지휘체계와 명령 하에 진행되고 있었고 그에 따른 성과들이 확실히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라스베이거스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1층에 런칭 될 레스토랑은 그대로 가면 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전망대 바로 아래층, 그곳의 프로젝트만 움직이면 될 것 같다.”
“그렇습니다.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신 가요……?”
마지막 세 번째는 내가 직접 운영할 레스토랑인데, 반유현 팀의 수장인 오스틴은 내가 이에 대해선 아무런 계획을 내려주지 않아 조금은 갑갑한 듯했다.
“테이블을 두지 않고, 바 형식으로 주방, 조리대 바로 앞에 긴 테이블을 넣어줘. 내가 직접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전망대 바로 아래층에 런칭될 레스토랑은 미슐랭과 관련이 없는 레스토랑이었다.
100년의 인생 동안, 미슐랭 스타와 관련 없는 레스토랑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계획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경매 시스템은 언제쯤 완성될 것 같아?”
“개발팀의 말에 의하면, 완성은 거의 다 되었고, 각종 버그나 오류를 바로잡는 것까지 다음 주 초쯤이면 실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매주 경매로 값을 매겨, 가장 비싼 가격을 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내 요리의 값이 매겨지는 것 자체로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그렇게 입찰 된 가격에 의해 대단한 화제가 될 것이다.
또, 미슐랭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나는 온전히 나의 이상을 실현하는, 내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다음 주 초쯤이면…… 나도 메뉴 개발에 들어가면 되는 건가. 인테리어는 언제 끝나.”
“내부공사는 현재 모두 완료되어 바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경매 시스템 기능 완성되는 대로 런칭 하자.”
“……예 일단 그렇게 알아두겠습니다.”
***
경매를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사람들이 자리를 얻을 수 있다.
그 시스템이 레스토랑 ‘반유현’을 예약하는 어플에 업데이트되었고,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열광했다.
[ 세계적인 자산가들 비밀리에 반유현 레스토랑 예약. ] [ 과연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 [ 뉴욕을 뒤집고 다니는 반유현 셰프들과의 관련성? ]그것도 내 요리가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느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 과연 반유현 요리는 얼마인가. ]“나는 최고의 요리를 준비하면 되겠군.”
“그, 그렇습니다.”
“내 요리, 한 끼를 먹으려고 수억 원을 투척한 사람들이니까.”
첫 날 예약은 총 6명으로, 두 명씩 세 팀의 예약을 받았다.
그 자리를 입찰받은 명단을 보아하니 모두 세계적인 인물이었다.
중국의 대부호,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자, 전설적인 투자자.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사람은 한화로 약 8억 원이었고, 남은 두 명은 10억과 10억 1천만 원을 써냈다.
“한 끼에 10억…….”
나도 적잖이 놀랐다.
기부와 관련된 행사도 아니고, 그저 상업적일 뿐인 내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 식사를 위해 10억을 쾌척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밖에도 수억 원을 써낸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이다.
“모두 합치면…….”
사람들이 적어낸 가격들을 모두 합하면, 500억 원이 넘었다.
몇십 원을 낸 사람부터, 수억 원을 낸 사람들까지.
미슐랭 스타를 무수히 많이 가진 셰프들의 요리, 또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수십, 수백 번 음식을 먹는 것보다 나의 요리 한 끼를 먹는 것이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이들의 판단이었다.
맛을 느끼고 목으로 삼킨다. 내 요리는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가치로 다가갔다는 증거였다.
“대,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나을까요?”
“당연하지.”
무려 564억.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화제를 불러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내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들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예약자들은 앉아서 쉽게 부를 쌓은 사람들이 아니라, 현명함의 상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대외적으로 알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어?”
“요식업계를 또 한 번 뒤흔드는 가격이 나와서 그렇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사실들을 계속 내는 것에도…… 이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셰프님 스스로 강박과 피로도를 생각해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우와아아아아!
때마침, 뉴욕에 설립된 사무실 창문 밖을 내려다보니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왔다.
누가, 얼마에 입찰이 되었는지 아직까지 비공개였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기삿거리가 있다는 듯이 내 사무실 앞으로 몰려든 기자들이었다.
“대외적으로 누가, 어떤 값에 낙찰했는지 알려야지.”
“괜찮으시겠습니까?”
“뉴욕에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왜 그렇게 들쑤시고 다니는지까지 말해주고, 라스베이거스에 일식 레스토랑 런칭 준비가 한창이라는 것도 말해주고.”
저들에게 던져줄 기삿거리가 한 트럭이었다.
오스틴은 나의 말에 곧장 경호원들을 대기시켰고, 나는 경호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우와아아아아!
수많은 함성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반유현 셰프님! 여기 좀 봐주세요!”
“반유현 팩토리 셰프들의 행보는 뭡니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아아!”
“이번 경매 예약 시스템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입찰받은 분의 이름을 말해주세요!”
그리고 이 도시의, 아니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한 번 가져가기 위해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말씀드릴 것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