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몸이 몇 개야 (3)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 전망대를 향하기 위해 항상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이 건물의 완공식이 있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 33명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1층, 한식 레스토랑의 런칭멤버로 확정된 것에 이어, 새로운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반유현 – 프리미엄 ]로비에서 80층까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에는 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층수를 표시하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에, ‘79’라는 숫자 대신 적혀 있는 나의 이름이, 이렇듯 사람들을 많이 불러 모은 이유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다.
“반유현 셰프님!”
“셰프님! 여기 좀 봐주세요!”
셀 수 없이 많은 기자들, 이 기자들은 사실 오늘의 나보다 오늘 내 요리를 먹을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것이다.
내 요리를 먹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담긴 돈이 560억, 결국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얼마를 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오늘은 그 사람들이 실제로 등장하는 날이었고.
“보안문제를 잘 해결해야 돼. 말 그대로 프리미엄이니까.”
나는 그 사람들의 정체를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궁금증을 만들어 몇 가지 효과를 거두려 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야? 라는…… 호기심을 준다는 말씀이시죠?”
나의 요리를 먹는 것이 마치 천상계의 어떤 행위같이, 보통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계획이었다.
쉽게 말하면, 나의 요리를 먹는 것이 누군가의 삶의 동기, 꿈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만 해도 나의 요리를 먹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지만, 프리미엄이라는 포장지는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요리를 먹고 싶게끔 하는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다.
“경호원들 다 배치해두었습니다. 공항에 차량까지 저희가 제공하구요. 이곳에 들어올 때는 한 명당 경호원 여섯 명이 배치해서, 바리케이트를 친 뒤 이동할 겁니다.”
가장 처음엔 이들이 누구인지, 이들이 나의 요리를 먹기 위해 얼마를 냈는지 공개하려 했지만.
차라리 비밀로 감추는 게 더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반유현 셰프님을 보좌하는 경호원들 중에서도 최정예로만 붙였습니다. 그들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 수 있게요.”
내 귀에 속삭이는 오스틴의 말에 끄덕이면서 나는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
***
[ 강력보안…… 반유현 경호인력, ‘반유현 – 프리미엄’ 손님들 보호하는 데 최선 ] [ 철통 보안 지키는 이유는? 그들이 세계적인 vip이기 때문? ] [ 수십억을 경매에 썼다는 이야기도 있다……. ] [ 반유현 측 관계자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춰 고객들의 편의를 위함이다.” ]“기자들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주방,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차려진 bar 형식의 테이블.
그 테이블 앞엔 각각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
나의 요리를 먹고 싶어, 평균 10억 원의 거금을 낸 사람들이었다.
“뭐, 기자들이야 그게 직업이니까요! 하하하하!”
“괜찮습니다. 공항부터 해주신 반유현 셰프님의 배려에 놀랐습니다.”
우리는 인사치레 몇 마디를 나눴다.
100년의 인생을 살면서, 미션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요리사로서 성공한 삶을 살아왔기에, 수많은 기업인들을 만났었다.
그런데, 지금의 자리와는 달랐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요리만을 먹기 위해 수억 원을 냈고, 이곳 뉴욕까지 날아온 것 아니겠나.
돈의 가치를 떠나서도, 이들에게 최선의 정성을 다해주는 것은 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셰프의 예의였다.
뿐만 아니다. 사업가, 또는 기업가로서의 명예까지 다지고 있는 나에겐 이들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야민이라고 합니다. 반 셰프님의 행보는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중국 전자 상거래, 최대 업계인 알리야마, 그곳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야민.
세계 부자 서열 10위 안에 드는 인물이었다.
“야민 회장님, 저번 주 2030 세게 IT 비전 포럼에서 뵀었는데, 또 뵙습니다.”
“아하하하하! 빌리 게이트 회장님, 회장님께서도 요리를 이렇게나 좋아하실 줄 몰랐습니다.”
“그냥 요리라기보단,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지요.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제가 직접 맛보고 알아야겠습니다. 하하하!”
세계 부자 서열 5위권 밖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의 회장인 빌리 게이트가 야민과 인사를 나눴다.
“월렌 버크스 회장님께서는 워낙 요리를 즐기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옆에, 월렌 버크스.
세계 최고라 불리는 투자 회사를 설립한 인물로, 사과 하나로 수조 원의 자산을 이뤄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나도…… 반유현 셰프의 요리를 먹고 싶었네. 하하하 이 시대의 흐름 아닌가. 역사에 없던 종목의 탄생이기도 하고.”
야민, 빌리 게이트, 월렌 버크스.
이 세 사람이 한 번에 모인 자리라, 자본력과 영향력으로 어떤 시대의 흐름을 바꿔놓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면, 세계적인 공룡기업을 인수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는 내 이름과 동일 선상에 이름을 올릴 셰프가 없는, 독보적인 탑셰프이지만 이들의 영향력 앞에서는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이들의 거대한 영향력과는 별개로 이들을 나의 ‘팬’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먼 곳까지, 비싼 값을 내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세 명의 남자와, 각각 그들이 데려온 부인 또는 부회장과 같은 자신의 최측근인사 세 명이 이었다.
내가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여섯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박수를 쳤다.
“각각 드시고 싶은 음식을 저희 측에 말씀해 달라고 부탁드렸었습니다.”
내가 준비한 최고의 요리들 사이에, 이들이 먹고 싶은 코스를 녹여냈다.
자신들이 기대한 맛 이상의 맛을 보여주는 게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상상하는 맛의 한계를 부숴주는 게, 셰프의 역할인 것은 누누이 말해왔던 것이니까.
그래서, 이들이 이곳에 오기 3주 전, 나는 이들이 먹고 싶은 요리가 무엇이냐 물었었다.
“야민 회장님께서는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양파수프……. 양파수프를 원하셨습니다.”
야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조 원대의 자산가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며 양파수프를 말했었다.
“빌리 게이트 회장님께서는, 사모님이 드시고 싶은 오리 샤브샤브를 원하셨구요.”
애초에 이들에게 먹고 싶은 요리를 말하라 했을 때, 당신들이 생각한 이상의 맛을 만들어주겠노라고 말했었다.
스테이크, 관자구이…… 와 같은 단순한 요리를 말하더라도, 최강의 요리를 만들어 줄 테니 먹고 싶은 요리를 말하라고.
그렇게 기대감을 올려놓고, 그 기대보단 더 큰 만족을 주는 게 나의 요리니까.
내 요리에 영향을 미칠 외적 요소가 없기에 그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월렌 버크스 회장님께서는 콩포트(Compote)…… 특별하게 디저트를 말씀해주셨네요.”
“반유현 회장님이…… 제과 제빵분야 MOF까지도 수상하셨다는 소식에 지상 최고의 디저트를 먹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입니다. 허허허. 달달한 걸 좋아하거든요.”
현금 10억을 내놓고, 과일을 시럽에 절인 후식을 말하는 여유였다.
“야민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양파수프는 가장 처음, 에피타이저로 준비했습니다. 식욕을 돋우고, 뒤에 나올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얹는 요리로 제격일 것 같습니다.”
양파는 오랜 시간 카라멜라이즈화 시켜, 단맛을 우려내기 위해 이미 큰 팬에서 조리되고 있었다.
양파를 썬 두께에 따라, 또는 그 양파가 팬에 닿는 면적에 따라 갈색화 반응의 시간이 달라지고 이는 양파가 낼 수 있는 단맛의 깊이에 관여한다.
적절한 양파의 두께와 시간까지 알고 있는 나는 물었다.
“양파는 단맛이 베이스입니다.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더 설명 드릴 것은 없고, 양파의 단맛을 감추고 있는 매운맛을 조금 살릴까 생각되는데, 어떠신가요?”
“좋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었던 양파 수프라고 하지 않았나.
어머니가 유명 셰프가 아니었다면, 오랜 시간 조리하는 양파에서 매운맛을 은은하게 살리는 기술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갈색화 반응이 일어난 양파를 팬에 옮겨 넣고, 강한 불로 아주 짧게 볶아낸 뒤에 닭육수를 넣었다.
닭 육수마저도, 그 뼈와 연골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의 맛을 고려해 만든 것이었다.
“그, 그 지금 넣는 육수랑, 간장…… 그것들은 다 반유현 셰프님 특제인가요?”
“맞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최상의 맛을 내야 하니까요.”
한 창 양파와 육수가 끓어났을 땐, 셰리(Sherry)를 넣었다.
“스폐인산 백포도주?”
“잘 아시는군요.”
팬에 들러붙은 양파의 단맛과 육수의 깊은 맛을 디글레이징 하기 위한 것이었다.
셰리를 이용해 그것을 긁어내곤, 약간의 전분을 넣고 다시 조리에 들어갔다.
“고소함, 달큰함, 아주 약간의 매운맛을 즐기시면 됩니다.”
스프가 완성되곤, 접시에 담아 이들의 앞에 올려주었다.
내 설명을 듣곤, 여섯 명이 일제히 수저를 들어 양파 수프를 떠먹었다.
“컥!”
“켁, 켁!”
“이게 뭐야!”
“이, 이런 양파 수프가……!”
그리고 동시에 동작을 멈추곤 나를 바라본다.
“양파의 껍질을 까는 것부터, 그 안에 들어가는 육수, 조미료, 시간 모든 것을 통제했습니다.”
“이 맛은…….”
짭짜름하고 고소한, 스프의 제형이 입안을 되감는 찰나에, 동시에 양파의 깊은 단맛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 깊은 단맛 중간중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약한 매운맛은 식욕을 돋우는 데 충분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층수를 오르듯이 딱, 딱, 딱 느껴짐에 이들은 이렇게 놀란 것이었다.
“셰, 셰프님이 설명한 맛 그대로잖아!”
“제기랄……! 이런 것을 못 먹고 일만 했으니.”
“하하하하하! 그러게요. 우리가 이런 신선한 경험들을 두고, 일만 했습니다.”
사람들이 나에 열광하는 이유를, 단 한 숟갈 만에 이해한 이들이었다.
요리에 대한 깊이가 없을지라도, 세계 최대 부호라 불리는 이들이 살면서 먹어본 경험들은 내 요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월렌 버크스 회장님께서는 요식업에 투자를 안 하는 걸로 유명한데, 어째, 생각이 바뀌신 것 같습니다.”
빌리 게이트와 월렌 버크스는 원래 친분이 있었기에, 서슴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요식업이랑, 반유현이랑은 다른 종목 아닙니까. 하하하하하!”
“투자자 아니랄까 봐, 너무 정확하시네요.”
“후…… 다음 요리 때문에 미쳐 버릴 것 같습니다.”
“NS 소프트의 주가가 폭락하는 날보다, 심장이 뛰는 날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옆에 야민과 그의 부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양파 수프를 먹고 있었다.
그리곤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희 어머니가……. 해주신 요리보다 맛있네요. 가장 맛있을 줄 알았던 요리의 한계가 부서지는 충격이, 제게는 너무 소름 돋고 신선합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이 충격은…….”
자신이 사업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을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그에게 이런 경험을 선사 할 수 있는 건, 나만큼의 깊이를 가진 요리사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제게 이런 충격을 줄 요리사가…… 이 세상에 없었다는 것이겠죠.”
나는 그들의 말을 대충 흘려듣고는 다음의 요리를 설명했다.
“시작도 안 했습니다. 벌써 그러시면, 이 뒤의 요리가 감당이 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여유롭게 웃어 보이니, 괜스레 긴장을 한 이들이었다.
다가올 새로운 충격이 너무 클까 봐, 어느 정도의 방어기제가 작용한 탓이었다.
그런데, 에피타이저를 먹고 방어기제를 발동시키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겠는가.
그 방패까지 허물어줄 생각이다. 이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