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경쟁의 시대 (2)
“뭐, 뭐야?”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냐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반유현의 제자, 반유현을 따르는 셰프, 그들의 요리를 먹고자 이곳에 왔던 손님들도 ‘Blind up’의 부회장인 아이즈 칸을 매섭게 노려봤다.
아이즈 칸이 지불한 15억에는 못 미치지만, 그들도 이들의 요리를 먹기 위해 수천만 원을 지불한 사람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입장부터 이 장소가 자신의 것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가 못마땅했었다.
손님들도, 아이즈 칸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좋은 분위기를 다 망쳐요? 돈 주고 시간 써서 여기까지 왔는데.”
“입 좀 다무시죠.”
말을 하다 보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아니…….”
이 장소에 자신의 팀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즈 칸이었다.
“제안을 한 게 잘못입니까?”
억울하기도 했다.
그저 제안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화를 내며 자신을 일갈할 이유가 있나.
그리고 억울함은 분노로 바뀌어 갔다.
“일개 셰프들이, 참나. 미슐랭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면 몰라. 그저 반유현 이름 아래에 있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요리사들, 아니, 요리사도 아니지 반유현의 레시피를 받아쓰는 조리사들.”
아이즈 칸은 혀를 차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 능력이긴 능력이야,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셰프의 레시피를 받아들고는 이렇게 장사를 하니까. 그 능력을 쳐줘서 15억을 입찰한 거고, 그 능력을 너그럽게 인정해줘서 당신들을 높은 가격에 인수한다는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니야?”
마츠노가 닉하고 눈을 맞췄고, 닉은 그녀의 사인을 알았다는 듯이 윤종혁의 팔목을 꾹 잡고 있었다.
윤종혁은 분하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이 주방의 총괄 셰프인 마츠노가 직접 나섰다.
“나머지 두 팀의 손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저희가 꼭, 요리를 대접하겠습니다. 그 날의 비행기 값, 호텔비, 모든 것을 저희가 처리해드릴 것이고…….”
분위기가 이래서야, 이들의 요리를 온전히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안 손님들도 마츠노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즈 칸 회장님께서는 나가주시죠. 모든 비용을 환불 처리해드릴 테니까.”
마츠노의 차가운 눈빛이 아이즈 칸에게 떨어졌다.
“뭐……. 한번 해보자는 건가? 나는 좋은 제안을 했을 뿐인데, 나에게 이런 대우를 하면. 흠.”
“나가 주시죠. 드릴 요리가 없습니다.”
***
“너무나 변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던 터라, 대중들에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이즈 칸이라는 놈.
세계 최대 게임 회사, ‘Blind up’의 공동 창업자이자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알고 보니 맛을 즐기는 것에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대기업의 유명 간부인지라, 그의 취미가 온라인 또는 대중적으로 알려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그가 요리와 맛을 찾는 것에 취미가 있다는 정보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자 관심이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오스틴이 몇몇의 정보원들을 통해 얻은 정보는 그가 아주 악질적인 취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개인 셰프 군단이 있습니다. 예전에, 중동 왕자 하이든처럼요.”
미슐랭 스타를 가진, 수많은 셰프들에게 높은 연봉을 주며 개인 셰프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다른 셰프들의 레시피를 복사하도록 시킨 뒤, 프라이빗하게 그 요리를 즐겼다.
예약 경쟁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한 곳에 섞여 맛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와중에, 세프님께서 구현하는 맛을…… 아이즈 칸 부회장의 셰프 군단이 온전히 구현을 못 한 겁니다.”
그의 개인 셰프들은 당연히, 시대적 흐름상 나의 요리를 복제하라는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열심히 노력했다.
아이즈 칸은 처음엔 만족했었다고 한다.
자신의 셰프들이 진짜, 반유현의 요리를 복제했다고 생각했을 정도의 맛을 구현해 냈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동료, 또는 선후배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빌리 게이트와, 월렌 버크스, 야민 등 거물급 회장들의 발언에 자신이 느낀 맛이 반유현의 맛이 아님을 알아버렸다고 했다.
그 회장들이 웬만한 영감이나, 충격으로는 그 정도의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반유현 셰프님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커졌다고 합니다. 연간 수억 원을 쓰고도 셰프님의 요리를 그대로 카피하지 못했으니까요.”
대체 반유현이 회장들에게 선사한 충격의 맛은 어느 정도일까.
그렇게, 충격적인 맛과 경험을 하고 싶은 욕망에 셰프들을 계속 갈아치웠고, 이제는 반유현에게 직접 요리를 배우고 그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셰프들을 인수하겠다는 마음까지 온 것이었다.
“개인 셰프를 시켜, 다른 셰프들의 레시피를 복제한다는 게 떳떳한 일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그의 이런 행보들이 감춰졌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게임 회사에서 나에 대한 레시피를 게임 속에 적용시키겠다며 접근한 것이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그냥, 회장이 나의 요리를 먹고 싶어서 게임이라는 사연을 만든 거네.”
‘반유현 – 프리미엄’의 두 번째 예약권에 대한 경쟁 입찰 시스템이 아직 오픈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오픈된다면 그가 엄청난 액수를 적어 내리라는 것도 자명해진 것이다.
“그 회사 사람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더군다나 이번엔 그 부회장이 공격을 직접 해왔고…….”
내가 가르치고, 나를 따르는 셰프들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배팅했다.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지 않고 어떤 브랜드에 소속되어 일하는 셰프들에게 부회장이 말한 그 정도의 액수는 천문학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충성심이 아무리 높은 셰프라 한들 그 순간에는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내 계획을 망치려 했다는 것이고.”
그들이 아이즈 칸의 인수 제안에 동의했더라면, 라스베이거스에서 여지껏 준비한 일본 정찬 레스토랑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고, 나는 재빠르게 다른 레스토랑을 준비했어야 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 아프리칸 레스토랑, 일식 레스토랑, 뉴욕의 한식 레스토랑까지, 올해에 아홉 개의 미슐랭 스타를 얻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니까.
“계획을 망치려 한 놈에게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해줄까.”
매번 그래왔지만, 적을 완벽하게 굴복시키는 게 나의 방식이었다.
아울러, 그를 꺾어 부숴버리면서 나에게 득이 될 만한 어떤 것을 취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아이즈 칸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하하하하! 셰프님, 이 영감의 속내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새까맣네요? 뉴욕에 있는 셰프들에게도 컨택을 했다고 하네요.”
나에게 구체적인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그의 행보를 주시하기 위해, 오스틴은 정보원들을 꽤나 섭외한 것 같았다.
그 정보원들에 의하면, 아이즈 칸 회장은 뉴욕 내, 한식 레스토랑의 런칭 준비를 하고 있는 반유현 팩토리 소속 셰프들에게 마츠노에게 했던 것처럼 거금의 인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꽤나 진취적인 노인네야…….”
“…… 그런데, 몇 명의 이탈자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반유현 팩토리, A-3팀의 교수인 안젤라 하트.
뉴욕의 한식 정찬 레스토랑을 런칭하는 멤버로 그녀와 그녀가 이끌던 팀원들이 합류했었다.
그 레스토랑의 메인 셰프 자리를 A-1의 교수인 알베르가 차지하게 되었을 땐, 불만도 없었었다.
나의 실력과 통찰력을 아득히 인정하는 바였고, 내가 알베르를 메인 헤드 셰프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감춰두었던 욕망이 아이즈 칸이라는 작자에 의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잘됐네 그럼.”
어떤 수를 써서 놈의 생각을 부러트릴까 생각하던 찰나에, 들어온 소식에 오히려 즐거웠다.
***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였고, 뉴욕 레스토랑을 맡은 알베르와 또 다른 교수였던 버크 헤지스는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레스토랑 런칭을 위해 박차를 가하던 중, 동료가 돌연 사퇴를 한 것도 아니라 반유현과 척을 지고 있는 회사로 이적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그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내 눈치를 무척이나 보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 밑의 셰프들도 이 침울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고개들 드세요. 런칭 앞두고 이런 분위기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 주방은 뉴욕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인데, 기세가 이래서야…….”
내 말에 일제히 고개를 드는 스물두 명의 셰프들.
“오히려 잘 됐습니다. 진즉에 거르는 것이 좋았는데.”
내가 살짝 웃어 보이자, 금세 셰프들의 표정이 피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리들의 계획을 알고 있던 주요 셰프가, 적지로 떠났으니 그 자체로 함정을 만들 수 있잖아요.”
메뉴 테이스팅 계획과 런칭 계획을 알고 있던 그녀, 그녀가 떠난 것이 오히려 아이즈 칸의 욕망을 무너트릴 함정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녀가 아이즈 칸에게 나의 레시피와 나의 일정을 일러바치는 게 기회란 말입니다.”
레시피는 셰프들에게 주었지만, 이 한식 레스토랑의 메뉴 테이스팅은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레스토랑 ‘반유현’의 모든 업소는 수 차례 메뉴 테이스팅을 하면서 맛이 완성된다.
즉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은 빙산에 일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모든 일정을 수정하고, 오늘부터 나도 이 주방에 합숙한다. 그리고, 저쪽에서 움직이는 순간 역습하는 걸로.”
완벽하게 몰락시켜야 된다.
‘배신’의 최후를 보여주면서, 브랜드 내의 셰프들의 기강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고.
“이미 반유현 팩토리 상위 반의 교수진이나, 레스토랑 ‘반유현’에서 검정 스카프를 매고 있는 지휘급 셰프들은 수많은 제안들을 받았을 겁니다. 대기업들로부터……. 우리 브랜드는 그 정도의 현금을 줄 수 없음에도 그들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미래에 대한 확신입니다. ‘반유현’이라는 브랜드의 성장가능성을 본 거죠.”
나의 말을 듣고 있던 숨죽인 셰프들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졌다.
“또, 제 과거를 안 겁니다. 제 계획을 망치려는 세력을 반드시 몰락시켜 왔다는 것을요…….”
안젤라의 이적으로 한풀 꺾인 이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말을 하고 있을 때, 반유현 팀의 한 직원이 주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셰, 셰프님! 새로 들어온 소식입니다.”
반유현팀의 수장인 오스틴이 보낸 인물이었다.
그가 나에게 휴대폰을 건네줬고, 나는 그 화면에 적힌 글귀를 보곤 웃었다.
-반유현 팩토리 소속, A반 교수진과 그 팀원들, 뉴욕 내 한식 정찬 레스토랑 차려!
-반유현과의 돌연 독립 선언!
-반유현의 뉴욕 한식 정찬 레스토랑보다 빠른 런칭 확정!
아이즈 칸과 안젤라가 곧장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보다 빠른 런칭을 점해, 일단 시기상으로 앞서나가겠다는 뜻이었는데, 당연히 그들의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계획을 또 바꿔서, 당장 이번 주 내에 런칭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