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경쟁의 시대 (4)
첫 번째 요리는 불고기 편채로, 얇게 썬 소고기를 거의 생고기이다시피 구워, 그 안에 불고기 양념과 야채들을 함께 싸 먹는 것이었다.
불향만을 입히는 굽기의 정도와 양념, 그리고 야채들의 수분과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거기에 또 추가로, 우럭 타르타르와 송어 알, 표고 육수에 우린 계란찜이 나가는 것이 에피타이저 요리였다.
“됐어. 서비스해.”
손님에게 나가는 요리로서는 주방에서 합을 처음 맞춰본 셰프들이 나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들을 조율하고 지휘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는데, 이 주방의 메인 셰프를 맡기로 결정되었던 알베르가 나를 도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 주방은 코스 요리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는 속도를 아주 미세하게나마 결정할 수 있다.
손님들이 음식을 먹는 순서와 종류가 모두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불고기 편채 했던 팀은, 김밥 팀으로 가서 야채 손질 도와줘.”
현재 홀에는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있었는데, 이 손님들이 나가고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오는 싸이클은 같다.
따라서, 첫 요리를 준비한 사람들은 이 코스가 끝이 날 때까지 시간이 남았다.
“서비스!”
홀에 이 사태를 만들어 냈던 장본인인 ‘Blind up’의 부회장, 아이즈 칸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첫 번째 요리를 서비스했다.
“첫 요리로 일단 기대감을 준다.”
저놈이 내 요리를 아예 못 먹게 하는 것이 맞지만, 오히려 하나의 요리를 먹게 한 뒤 감질 맛나게 끊는 것이 저놈을 더욱 화나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쁘긴 한데.’
전 세계에서 내 코스 요리를 중간에 끊은 사람이 없었는데, 그가 최초가 될 것이다.
아무렴, 나를 따르는 셰프들을 돈으로 유혹해 데려간 놈인데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되지 않겠나.
에피타이저, 식욕을 돋우는 요리.
뒤에 나올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증대할 때, 저놈을 내쫓을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그 요리의 맛이, 본인이 데려간 안젤라의 요리의 몇 배나 높은 맛을 낸다는 것을 그가 알면 그건 안젤라에게도 벌이 되는 것이었다.
***
아이즈 칸.
그는 자연스럽게 식당에 앉았다.
그가 세계적인 기업의 인물이라는 것을 이 식당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저 수군거릴 뿐 실질적으로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거나,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곳이 반유현의 레스토랑이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며, 대기업의 부회장이라 한들, 그도 값진 경험을 하러 왔으니 그것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서로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마저 반유현의 이름값,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비싼 레스토랑을 가도 셰프님에게 극진한 대우를 해주려고 사람들이 몰리거나, 팬이라며 사진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으니까요.”
항상 사람들이 몰려, 경호원들을 두고 있었기에 그의 비서도 이런 광경에 놀랐다.
“반유현의 이름값 덕도 있겠지. 아니, 다들 그 요리를 먹을 생각에…….”
아이즈 칸도 느꼈다. 확실히 이곳은 그 어느 프라이빗한 공간보다 손님들이 상호 간에 예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이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 온전히 그 요리의 ‘맛’이라는 점에서도 혀를 내둘렀다.
‘대체 무슨 맛이길래.’
꽤나 가까운 친분을 가지고 있는 빌리 게이트나 월렌 버크스 회장들이 감탄할 정도라면.
엄청난 기대가 됐다.
애초에 반유현의 요리를 먹고 싶어서 그와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이었는데, 그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아 시작된 진흙탕 싸움이었다.
본질은 아이즈 칸이 반유현의 요리를 먹고 싶다는 것에 있었다.
“불고기 편채입니다. 레어보다 더 레어 같은 굽기로 구웠으며, 파프리카, 무순, 부추, 각각의 양념에 버무려진 야채를 싸 드시고, 준비된 불고기 양념 소스에 살짝 적셔 드시면 됩니다.”
한 직원이 음식을 서비스하며 설명했다.
아이즈 칸은 지체없이 설명대로 불고기에 야채를 싼 뒤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허.”
아주 얇게 썰어낸 소고기, 얇게 썰어냈음에도 육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분명 육즙을 가둘 수 없는 두께임에도, 소 특유의 담백함이 배어 나왔다.
게다가 이가 그 고기를 뚫자마자, 향기로운 나물 향이 쏟아져 나왔다.
아삭한 식감에서 나오는 수분은 나물 특유의 비린 향이 없이 상큼함만을 뽐낸다.
편채 내부에 있던 야채와 나물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양념에 버무려진 것 같았다.
그것을 한곳에 묶어주는 들기름 향 또한 일품이었다.
“이, 이게 맞는 거야?”
겨우 입을 뗀 아이즈 칸이 비서를 향해 말했다.
반유현에게서 레시피를 모두 받아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안젤라가 구현한 요리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부, 불고기. 이 양념까지도 다르잖아.”
마지막으로 소고기와 나물, 야채를 한 번에 품는 불고기 소스 또한 아주 높은 단계의 맛이었다.
특제 간장의 깊은 풍미와 사과, 배, 양파에서 나는 단맛만을 우려낸 소스.
“급하게 준비했는데도 이 정도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건가……. 이런 게 요리다. 씹을수록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다음의 요리가 아득히 기대되는…… 이런 게 요리야.”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정도 수준의 요리가 아주 급작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반유현을 뉴욕 내에서 몰락시키고, 그의 인력을 빼내겠다는 자신의 계획에 대항하듯이, 급작스럽게 런칭된 이 레스토랑에서 이 정도 맛의 퍼포먼스를 뽐내다니.
더군다나, 저 주방에 있는 자들은 손님상에 요리를 처음 내본 자들이 아니던가.
불고기 편채와 함께 서비스된 다른 요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럭의 숙성 정도, 표고의 향이 깊게 우러나오는 계란찜…….
“와…….”
아이즈 칸의 비서도 반유현의 솜씨에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이미 자신의 개인 셰프들이 해준 요리를 여러 차례 먹어봤던 그는, 그 요리들과 이 요리가 근본부터 다름을 느꼈다.
“이게 반유현의 요리라고. 그 요리를 가져온 셰프들을 인사 조치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즈 칸도 그것을 느꼈던바, 두려움을 느꼈다.
회사를 상장시키고 수조 원대의 자산가가 된 그에게 이런 두려움의 감정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 것이란 생각을 몇 년 만에 해본 아이즈 칸이었다.
“내일부터 임시휴업이야.”
반유현의 인력을 빼오겠노라, 이미 이 앞에 레스토랑을 런칭한 상태였다.
런칭하자마자 대중들의 반응들도 좋았고 순항하는 듯했으나, 반유현의 요리가 훨씬 더 위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대중들은 이 대결 구도를 알고 있기에, 안젤라와 자신의 개인 셰프들이 확실히 비교당할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예?”
“내일부터 임시 휴업하라고.”
대기업을 꾸려봤던 자인지, 아이즈 칸은 판단하는 것에 있어서는 어떤 감정도 섞지 않았다.
냉정하게, 이건 확실히 지는 게임이라고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아니다. 두 번째 요리까지는 먹어보자.”
그런데 그러다가도 다시 생각을 바꿨다.
안젤라와 자신의 개인 셰프들의 요리도 충분히 맛있었기에, 몇 가지를 더 먹어보고 판단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후.”
다음 요리가 나올 때쯤이었다. 다른 테이블에는 각각 두 번째 요리인 매콤 갈비 치킨이 서비스되고 있었다.
모든 테이블에 두 번째 요리가 서비스되었을 때, 아이즈 칸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의 테이블에만 해당 요리가 서비스되지 않은 것이다.
비서가 곧장 서비스 직원을 불러 말했다.
“저희 두 번째 코스가 서비스되지 않았습니다.”
“아…….”
서비스 직원은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음? 저희 두 번째 코스가 서비스되지 않았다니까요?”
주방에 확인해서 금방 조치하겠다는 둥, 여러 가지 할 말이 있을 건데 서비스 직원은 안절부절못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즈 칸은 비서를 말리며 말했다.
“내비 둬. 초짜 서빙인가 보지. 이런 레스토랑, 레스토랑 반유현에서 코스를 놓칠 리가……. 가서 다른 일 보시고 홀 책임자 좀 불러주세요.”
아이즈 칸의 말에 홀 직원이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고 가는데, 그 모습이 여간 이상했다.
그런데, 그때.
“두 번째 코스는 없습니다.”
반유현이 자신의 앞에 나왔다.
“뭐, 뭐요……?”
“나가주시죠. 레스토랑 반유현의 규정을 위반한 손님에게는 요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그게 뭔 소리야. 내가 자네의 경쟁업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라고 이런 대우를…… 하는 건가?”
반유현의 등장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레스토랑 반유현을 예약하는 어플은 오직 본인 스스로 예약한 것만 인정됩니다.”
“참나, 내 명의의 카드로, 내 아이디로 예약했다고.”
“반유현 셰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너무 무례한 거 아니오!”
그의 비서도 아이즈 칸의 말을 도왔다.
“본인이 하셨다면 예약방법을 설명해보세요.”
반유현이 아이즈 칸에게 핸드폰을 건넸고, 아이즈 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보는 앞에서, 다음 코스 요리를 못 먹는 것도 모자라 천대를 받고 있었다.
“본인이 예약하셨다면, 방법은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뭐 하자는 거요, 지금!”
비서가 목소리를 높였고, 홀 직원들이 그를 둘러싼 뒤 말했다.
“레스토랑 반유현은 다른 손님들의 값진 경험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조치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을 나가주십시오. 전액 환불 조치해드리겠습니다.”
“뭐…… 뭐, 라고?”
아이즈 칸은 굳은 얼굴로 한숨을 쉰 뒤에, 비서의 어깨를 툭툭 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반유현을 바라보고 말했다.
“생각보다 강하게 나와?”
위협적인 발언이었음에도, 반유현은 실소를 흘렸다.
아이즈 칸이 자신의 요리를 맛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안젤라를 비롯한 자신의 개인 셰프들이 반유현의 요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을 것이기에.
그가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
그렇게 레스토랑을 런칭한 첫날부터, 주방의 안정화를 위해 나도 주방을 떠나지 않았다.
셰프들이 급작스럽게 코스를 짜낸 것이었기에, 이 레스토랑이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가려면 내가 많은 도움을 줘야겠노라고 생각했다.
“원래 반유현 레스토랑에 전통이 있는 것을 알지?”
“예! 셰프!”
“그래, 최종 메뉴 테이스팅을 하고 런칭을 해야 되는데, 상황상 하지 않았어.”
어쩔 수 없이 급작스럽게 요리를 하는 바람에, 레스토랑의 최종 메뉴 테이스팅을 하지 않고 런칭했었다.
“이대로 이 레스토랑은 쭉 갈 거야. 이건 임시 런칭이 아니란 말이야. 다들, 정식으로 레스토랑 반유현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한다.”
셰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도, 자신들이 해냈다는 성취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메뉴 테이스팅에 대해선 이미 대중들이 끝낸 것 같으니까.”
나와 아이즈 칸의 레스토랑은 곧장 비교되었다.
[ 반유현 사단 소속이었던 안젤라, 완패인가. ]-ㅋㅋㅋㅋ 나댈 때부터 알아봤다.
-반유현을 떠나면 잘못된다는 걸 알려준 건가.
-반유현 레시피 그대로 장사했는데, 바로 비교당하는 거야?
[ 반유현 – 에메랄드 vs 레스토랑 안젤라 두 요리 먹어본 기자의 직접 비교! ]– 핫한 곳 두 군데를 어떻게 예약했대?
– ㅋㅋㅋ 기자 내용 전부가 반유현의 완승이라네.
– 이 정도면 광고 아님?
– 안젤라도 스페인에서 왕년에 이름 좀 알렸던 여자 셰프 아닌가? 이 정도로 깎아내려도 되는 거야?
[ 반유현의 완승! 제자는 스승을 이길 수 없다! ] [ 반유현 – 에메랄드 예약 대기 명단 계속해서 증가, 레스토랑 안젤라는 손님들의 컴플레인 증가. ] [ Blind up, 아이즈 칸 부회장 반유현 레스토랑 꼼수 예약. ] [ 대기업 부회장의 세상 제멋대로 살기 논란! ] [ 규정, 절차 무시하는 아이즈 칸. ] [ 자신의 손님들 위해 문전 박대한 반유현, 손님들에게 통쾌함 선사! ]나와 아이즈 칸의 업체는 확실히 비교되고 있었고, 대중들은 나를 또 재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