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경쟁의 시대 (5)
[ 쥐도 새도 모르게 휴업한 안젤라 레스토랑. ]전 세계가 떠들썩해지면서 아이즈 칸 부회장은 자신의 회사인 ‘Blind Up’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것을 우려하여 곧장 레스토랑을 접었다.
나를 저버리고 떠났던 안젤라는 곧장 잠적했으며, 며칠 뒤에 은퇴를 선언했다.
“흐흑. 정말, 죄송합니다.”
“네.”
나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100년간 이 사람 저 사람 다 봐온 난 그녀의 행동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야 있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이러한 감정은 이 사건을 만든 ‘Blind up’의 회장 아이즈 칸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 좀 더 풀자. 기자님들 일거리 좀 드려야지.”
물론 감정적으로만 그랬다.
나의 계획을 망치거나 방해하려 한 자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는 나는, 이번에도 그 원칙을 따를 뿐이었다.
일벌백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수많은 기업들이 나의 러브콜을 원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자신들이 가진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한다는 면에서 ‘Blind Up’이라는 회사에게 쓴맛을 보여줘야 했다.
[ Blind Up 부회장, 세계 최고 셰프 반유현에게 쫓겨나! ] [ Blind Up, 반유현 사단 셰프들 인수하려 했다는 의혹제기! ] [ 인력 인수, 힘들게 키워낸 반유현 사단의 셰프들 빼가기 ]가뜩이나 나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에 집중하고 있는 기자들 덕분에, 이 사태를 부풀리는 것이 쉬웠다.
[ 반유현 “도덕적인 원칙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기업.” ]내 한마디 한마디가, 대단한 기삿거리처럼 쓰이고 있는 세상에 나는 자극적인 단어들을 섞어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당연히 기자들도 나의 편에 서서 여론을 몰이를 시작했다.
[ 기업의 악한 영향력이란 무엇인지, Blind Up 그간의 행보 밀착 취재! ] [ 뉴욕시장, 뉴욕의 최대 관광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레스토랑 반유현 방해한 기업 세무조사 ] [ 미국 내 각 지자체에 압박받는 ‘Blind Up’ 비상 경영 체제 돌입. ] [ 세계공정거래위원회 회장. “반유현과 같은 도전적인 기업을 막아서선 안 된다. 이번 행위에 대해 대가 치를 것. Blind Up 회장과 면담 신청.” ] [ 유네스코 회장. “말 그대로 문화의 역사가 될 수 있는 인물의 행보를 상업적으로 착취하려 한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 ] [ 유명 요리 평론가. “반유현의 요리를, 그의 밑에 있는 셰프들을 통해 빼내겠다는 건 아주 구시대적인 발상.” ]중독성이 심한 게임들을 만드는 회사다 보니, 불매운동이라는 것이 힘들 줄 알았건만, 며칠간 ‘Blind Up’이 내놓은 게임들의 동시 접속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한다.
수많은 유명인들과 언론사들이 그들의 행위를 부풀려 말해서, 대중들은 그들의 게임을 하는 게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게임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테고.
[ 아이즈 칸 부회장, “모든 일 책임지고 사퇴할 것.” ]아이즈 칸 부회장은 걷잡을 수 없는 매출 하락에, 곧장 사퇴를 했다.
회사 로비에 수많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고개를 90도로 꺾고 있는 그의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인터넷에 도배되었다.
-ㅋㅋㅋ제가 저 회사 출신인데, 밑에 직원들한테는 눈 깜짝 안하던 양반인데.
-이제 정신 좀 차린 듯ㅋㅋㅋㅋㅋ
-부회장님! 저는 부회장님을 믿습니다. 성민은행 : 997-4452…….
-와…… 진짜 반유현은 어디까지 조패는 거냐.
-아이즈 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합니다. 고개 숙이지 않는 걸로.
그리고, 나에겐 또 재밌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음, 고민할 것 있나 하던 대로 해야지.”
아이즈 칸의 아래에 있던, 미슐랭 스타를 가진 셰프들 열여덟 명이 나의 밑으로 들어오길 바랐다.
그들이 가진 미슐랭 스타를 합치면 서른 개가 넘는 것이었다.
아이즈 칸 부회장의 눈에 띄었을 정도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던 이들 아닌가.
다시 본인들의 레스토랑을 차리기엔 너무나 멀리 온 탓에,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자신들을 받아달라고 했다.
“그들이 잘못한 건, 아이즈 칸의 명령을 따랐던 것뿐이고…… 뭐,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 애초에 자신들의 레스토랑을 내팽개쳐두고 온 상태니까, 돌아갈 수도 없었을 것이고.”
게다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나의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한 것을 보면, 지난 기간 동안 아이즈 칸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나의 요리를 카피하면서 나의 요리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들 실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감하면서도, 아이즈 칸의 눈살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고.”
그렇다고 다들 능력이 없는 셰프들은 아니었으니, 나는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반유현 팩토리의 신임 교수진들로.
교수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들은 모두 나에 대한 벽을 깨달았고 미슐랭 스타까지도 가지고 있는 셰프들이었으니 적절했다.
어차피 실력이야, 계속해서 최하위권의 반에 머무르면 제명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반유현 팩토리가 계속해서 증명해줄 것이다.
[ 반유현 팩토리, 도합 미슐랭 37스타! 셰프들 합류! ] [ 적의 졸개들 포용하는 반유현! ] [ 반유현 팩토리 관계자 “오로지 실력만을 보는 반유현 팩토리의 규칙에 따라 그들을 품기로 함.” ]뿐만 아니라, 그들은 모두 배신한 자의 최후를 직접 곁에서 봤으니, 나의 적이었음에도 나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아니, 나의 적이었음에도 나를 따르고 싶었겠지.
“그런데, 셰프님…… 반유현 팩토리 파리에는…… Z반까지 모든 교수들이 채용되어있습니다. 열여덟 명의 교수진을 추가시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파리에 있는 반유현 팩토리라고 한 적 없는데.”
이스라엘, 뉴욕, 그리고 한국에 설립되고 있는 반유현 팩토리의 대기 인력이 되는 것이다.
“새롭게 설립되고 있는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들로 쓴다는 거야.”
나의 요리에 대해 아득히 깨달아 충성도가 있으며, 미슐랭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자들.
“이스라엘로 보내.”
어쨌든, 나의 적대세력에 속해있던 이들에게 약간(?)의 벌을 내리려고 했었는데,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스라엘의 반유현 팩토리가 완공된 상황이었다.
마침 그에 대한 인프라를 채우기 위한 계획을 짜는 중이었는데, 꽤나 괜찮은 인력들이 들어왔다.
“분부대로, 이스라엘로 보내겠습니다.”
***
반유현 팩토리 – 이스라엘의 완공식.
건물의 모든 공사가 끝났고, 그 조직도까지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행사였다.
셰프들을 모집하는 단계는 현재 진행 중이었다.
A반부터, Z반까지 알파벳순으로 반의 이름이 정해지는 반유현 팩토리.
총 열여덟 명의 미슐랭 스타를 가진 셰프가 각 반의 교수를 맡았다.
파리에 위치한 반유현 팩토리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많아 반마다 각각 1, 2, 3팀으로 ‘팀’이라는 단위가 있지만.
이스라엘에 위치한 반유현 팩토리에는 설립 초기 단계이기에, 세부 팀 없이 열여덟 명의 셰프에, 유럽에서 추가로 채용한 교수들이 각각 반을 맡아 A반부터 V반까지 만들어졌다.
“축하드립니다. 반유현 셰프님.”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세계 주요 기관의 수장들과, 기업인들, 그리고 유명 셰프들이 이곳에 와 나를 축하해줬다.
반유현 팩토리, 파리가 그랬듯이 이곳도 중동과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요리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기에, 이렇듯 사람들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대단하십니다. 인력 충원부터…….”
“하하하하! 그만 하세요. 반유현 셰프님에게 대단하다는 말이 통하기나 하겠습니까.”
교수진을 구하고 나면, 사실 인력 충원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행정업무, 인사업무 등등은 다른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끄는 일보다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업 ‘반유현’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진 젊고 똑똑하며, 열정까지 충만한 인력들이 항상 문을 두드려 왔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기업에 간다고 하죠…… 아, 하하하! 참, 그래봤자 그렇게 취직하는 젊은이들이 반유현 셰프님과 비슷한 나이를 가진 이들이겠군요.”
“‘반유현’ 이라는 기업은 흐트러지는 걸 못 본 것 같습니다.”
“반유현 셰프님이야 전승…… 무패지요. 진짜, 역사에 없던 사업가이자 셰프구요.”
계획, 추진, 실행, 완공까지 그 어떤 지체 없이 진행된 것에 대한 평가들이었다.
“자서전은 언제 나옵니까? 한평생 경영학을 전공해 와서 그런지, 반유현 셰프님의 자서전은 꼭 읽고 싶습니다.”
“하하하! 반유현 셰프님의 자서전이라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읽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저희 직원들한테 꼭 읽게 할 겁니다.”
그리고, 중년이 나이인 세계 주요 기관의 수장들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기업의 회장들 중에는 나를 찬양하며 아부성 멘트를 남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연히, 진심이 어느 정도 담겨 있겠지만, 내가 이것을 ‘아부’라고 규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나와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을 테니까.
“시간 되시면 식사라도 한번 하실까요……? 하하하. 제가…… 아주 좋은 곳으로 한번 모실 기회를 주십쇼.”
“허허, 이 양반아 반유현 셰프님 부담스럽게 뭣하는 짓이야! 셰프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이 친구가 관계에 서툴러서, 원! 앉아서 경영 서적이나 읽고 있으니……!”
“반유현 셰프님, 혹시 공은 좀 치십니까? 저희가 이번에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골프장을 짓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반유현 셰프님께서 공치시는 걸 좋아하시면야,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주십시오.”
세계적으로, 반유현 팩토리 – 이스라엘이 완공되었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높은 이름값을 가진 인사들을 여러 명 초대했었다.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고, 출석했는데 그게 이들이 높은 이름값을 가지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이득이 되리라 싶으면 머나먼 이스라엘까지 날아와 아부성 멘트를 남발하는 실행력말이다.
“아니, 대체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UN 사무국장, 세계요리사협회장, HWO 중동지역 총무부장, OECD 기업가연합회 회장…… 세계 각 국가 주요 지자체장들부터, 세계적 프랜차이즈 기업의 회장들과, IT, 자동차 기업의 임원들까지.
그들이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는 이유였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나도 이런 계산 빠른 친구들이 싫지 않았기에, 웃으며 응했다.
더군다나, 라스베이거스에 일식 정찬 레스토랑 런칭 준비에 이들을 이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저희, 셰프들 아시나요?”
윤종혁, 마츠노, 닉.
이 세 명의 사람이 경매 시스템을 이용해, 내 몸값의 절반 이상을 달성하라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즉, 두 번째 경매 입찰이 시작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알다마다요! 반 셰프님을 따르는 셰프들 아닙니까!”
“이번에, 아이즈 칸 회장하고 트러블이 있기도 했고.”
“저도 경매 입찰을 시도했는데,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응? 자네도 했어?”
“자네들도 했어? 얼마에 했어.”
“이 양반들아, 영업 비밀이지 그걸 왜 그렇게 궁금해해.”
이미 나에게 아부성 멘트를 남발한 회장, 또는 기관의 수장들은 경매에 응한 모양이었다.
그때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나를 따르는 셰프들의 몸값을 높이면, 이 미션이 끝나고 런칭할 일식 레스토랑의 이슈화에 대단한 도움이 될 것이고.
그들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건 저절로 나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것 아니겠나.
그 생각을 기반으로 나는 한마디를 넌지시 던졌다.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입찰에 응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이번엔 그들의 메뉴나 코스에는 절대 손대지 않고, 저도 주방에 들어가서 도와줄 것이 있으면 도와줄 생각입니다. 칼도 갈아주고…… 양파도 썰고…… 육수도 끓이고.”
직접적으로 도와준다는 말은 못 했다.
나의 이름값을 보고 저들의 요리를 먹고 싶어 입찰한 사람들이 대다수겠지만, 어쨌든 저들의 요리를 먹는 것에 경쟁적으로 돈을 낸 사람들 아닌가.
“바, 반유현 셰프님께서 요리에 참여하실 겁니까?”
“아니요. 그들의 코스를 건드리는 건, 월권인 것 같고. 허드렛일이나 조금 도와줄 생각입니다.”
내가 그 주방에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저들의 마음속에선, 경매에 써내야 할 값이 오르기 시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