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마지막 레스토랑인가 (2)
젠사이(ぜんさい).
일식 정찬 요리에서 에피타이저를 뜻하는 말이었다.
마츠노, 윤종혁, 닉은 각각 에피타이저의 구성을 다르게 했다.
마츠노는 문어와 새우튀김, 윤종혁은 문어 초회, 닉은 장어구이.
에피타이저는 식욕을 돋우는 역할이 중요하기에, 튀김은 폰즈 소스를, 문어 초회는 회를 담근 식초 베이스 소스를, 장어구이는 장어의 살에 칠한 소스에 새콤한 맛을 강조했다.
세 명의 셰프는 자신들이 고안한 레시피를 반유현에게 전달했었고, 반유현은 이들의 레시피를 따라 그대로 소스를 만드는 것을 도왔다.
“됐어. 먹어들 보십시오.”
반유현은 빠른 속도로 이들이 주문했던 소스를 만들었고, 튀김을 위한 문어, 초회를 위한 숙성문어, 그리고 구이를 위한 장어까지 모두 손질했다.
그리고, 그 재료들을 앞에 둔 뒤에 자신이 손질한 것이 괜찮냐는 듯 셰프들을 불렀다.
“튀김 반죽은 직접 한다고 하셨으니, 모르겠고, 문어랑 새우는 이렇게 손질했어.”
여유롭게 마츠노에게 문어와 새우를 내미는 반유현이었다.
“허.”
“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썰려있는 문어 다리.
물론, 이는 어느 정도의 내공이 있는 셰프라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츠노가 놀랐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새우의 내장을 싹 다 손질한 게 아니라…….”
“그래, 튀김 안에서도 바다의 향미가 풍겨져 나와야 할 것 아닙니까 셰프님.”
반말과 존대를 섞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반유현.
대부분의 새우 손질은 새우의 허리 정중앙을 그대로 갈라 내장을 빼는 방식이거나, 이쑤시개를 꽂아 내장만을 꺼내는 방법이었는데, 반유현은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머리와 수직인 방향으로 새우의 살에 칼집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각 새우의 내장 함량을 모두 다르게 설정해 두었다.
“맛의 단계를 만들어, 미각 세포의 준비운동을 시킨다는 개념인데…….”
바다 내음이 강한 새우, 중간 새우, 약한 새우…….
그것들이 입안에서 확실하게 단계적으로 느껴지며 식욕을 더욱 돋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마츠노는, 새우 살의 간, 튀김 반죽, 그 튀김을 찍어 먹을 폰즈 소스에 대한 깊은 연구를 했을 뿐 그 정도 디테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니, 생각은 해볼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 정교함을 실제 요리에 사용하는 셰프는 전 세계에 반유현뿐일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정도 정교함을, 반유현이 말한 ‘맛의 단계’가 느껴지도록 표현하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소모될 텐데 그 정성의 양을 무시하고도 실행할 수 있는 건 반유현뿐이다.
10억을 넘게 돈을 낸 손님들에게 그 정도의 정성을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최소 일곱 가지의 메뉴가 넘는 코스를 구성해야 된다는 점에서 밸런스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반유현은 그 모든 코스에 이렇다 할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셰프였던 것이고.
“당연히 이 정도는 생각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반유현은 그렇게 말하곤, 마츠노의 레시피를 따라 만든 폰즈 소스를 마츠노에 내밀었다.
“헙.”
폰즈 소스까지, 반유현의 손길을 거쳤을 뿐인데, 자신이 생각한 맛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물론, 반유현의 생각은 아니었다.
“마츠노 셰프님이 말씀해준 레시피에, 새우 껍질을 갈아서 살짝 곁들였습니다. 마츠노 셰프님이 생각하신 맛에서 몇 가지 맛을 추가했습니다.”
온전히 마츠노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하여 만든 레시피였고, 그 맛에 풍미를 깊게 하는 재료를 넣었을 뿐이다.
셰프들마다 맛의 차이를 느끼는 경험치가 다르기에 반유현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을 마츠노는 대단한 요리가 된 것처럼 느낀 것이다.
“하…….”
윤종혁의 문어 초회를 만들, 식초 베이스의 소스.
닉이 만들 장어구이에 버무릴 양념까지.
모두가 반유현의 손을 거치자 다른 수준의 맛을 표현했다.
그것도 여러 명이 아닌, 반유현 혼자.
이 정도의 정성과 맛을 내며 모든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으니, 이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이 정도의 맛을 생각하고, 이 레시피를 나한테 준 것 아니었어요? 주방 보조 섭섭하게.”
***
자신들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재료들은 나의 손을 거쳐 최상급으로 손질되고 정돈된 것이라는 사실이 이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줬을 것이다.
또, 혹여나 주방에서 발생할 실수를 내가 커버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또한 저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것들이 요리에 반영될 것이고.’
총 30억 원이 넘는 가치의 음식을 만들어야 되는 셰프 각각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경직되고 긴장된 셰프에게서 자연스러운 맛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니까.
뿐만 아니라 주방 내 나의 존재는 요리를 즐기는 손님들에게도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마츠노, 윤종혁, 닉은 각각 자신들의 손님에게 첫 번째 요리를 서비스한 뒤에 그 요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주방 보조의 역할을 맡았기에 그들이 요리를 설명하는 동안 다음 요리에 들어갈 재료들을 손질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때, 첫 번째 요리를 먹은 손님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컥!”
“와우……!”
“에피타이저부터 이런 솜씨라면……!”
대단한 만족.
입안에서 시작된 황홀함을 내뱉는 말이었다.
세 명의 셰프가 선보인 요리가 모두 달랐는데, 결과는 하나와 같았다.
‘뭘 봐.’
손님들 앞에서 요리를 설명하던 마츠노, 윤종혁, 닉.
세 명의 셰프가, 손님들이 뱉어내는 환호가 있는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자신들의 요리가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낼 것을 몰랐다는 듯이 말이다.
“반유현 셰프님의 영향이 있는 겁니까?”
셰프들이 나를 바라보니, 요리를 먹은 손님들도 나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셰프들은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요리의 신이라 불리는 반 셰프님의 손이 닿은 재료가 들어갔기에 더 맛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츠노가 그렇게 말했고.
“저희, 스스로도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반유현 셰프님께서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재료 손질을 하시는 과정에서요.”
윤종혁 또한 그 맛을 나의 공으로 돌렸다.
에피타이저가 서비스된 이후에는, 미소 된장을 곁들인 두부요리, 고등어, 청어, 방어, 도미 등 각종 생선회, 그리고 절인 청어와 우니를 김에 싼 마끼…… 멸치와 무를 이용해 깊은 맛을 내게 끓인 메밀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성공리에 서비스되었다.
기립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나는 이 요리의 공을 셰프들에게 돌리기 위해 주방을 빠져나왔다.
***
마츠노, 윤종혁, 닉의 요리는 화제가 되었다.
삼십억 원이 넘는 매출을 하루 만에 올린 셰프로 화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요리를 먹었던 손님들의 증언에 의해 대중들로 하여금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이전에, ‘반유현 – 프리미엄’의 손님들이 그랬듯이 그들은 자신들이 했던 대단한 경험을 말했다.
[ “반유현의 맛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 [ “10억 원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 진짜였다.” ]-진짜 개부럽다. 반유현과 그 셰프들한테 단독대접을 받다니.
-10억이 부족해서 반유현 밥을 못 먹네.
-누군가가 해준 요리를 먹는 게 사람들의 꿈이 된 거?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양상으로 퍼져나갔다.
[ 나도 먹어봤는데, 최고였음 진짜. ] [ 성게알이랑, 삭힌 청어를 곁들인 마끼는 진짜……. ] [ 엥? 내 옆에 있던 사람이 당신이었음? ]프라이빗하게 나의 요리를 즐긴 사람들에 대한 대중들의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이러한 사태를 만들었다.
요리를 먹은 사람들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이 향하자, 관심받길 원하던 사람들이 대거 등판한 것이었다.
모두 나의 요리를 먹은 사람처럼,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로 소설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 단새우가 입에서 녹아내릴 때, 숯불에 구운 대파와 양파의 향이 입안을……. ] [ 미소 된장의 고소함과 두부의 조화는 정말 최강이었다…… 그 요리를 설명해준 반유현은. ]상상으로만 만들어진 이야기여서 그런가.
역설적이게도, 10억 원이 넘는 돈을 내고 실제 요리를 먹은 손님들보다 더 자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 윤종혁 셰프의 섬세한 손길로 썰어낸 문어 초회는 그 식감부터 일품이었다.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윤종혁 셰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그 옆에 있던 마츠노 셰프는……. ]뿐만 아니었다. 그렇게 유행처럼 번져나가던 내 요리의 상상 묘사가 진짜 소설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뭔데 이것들은?”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팬픽이라고 해야 될까요?”
“팬픽?”
“예, 어쩌다 보니, 반유현 세프님과 셰프님을 따르는 셰프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게 유행처럼 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생에도, 전 전생에도 없던 일이었다.
나와, 나를 따르는 셰프들을 소설 속의 인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유행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니.
그것도 요리를 좋아하거나, 셰프를 꿈꾸는 마니아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중들도 그 챌린지에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불 지펴야지 뭐해.”
여태껏 나를 둘러싼 대중들의 관심과, 화젯거리를 그냥 지나친 적이 없는 나는 또 한 번 그럴듯한 광고를 기획하려 했다.
“가장 소설을 잘 쓴 사람에게, 아니다. 지금 런칭 준비 중인 ‘반유현-퍼플’이 들어가는 소설로…… 가장 잘 쓴 사람에게 예약 우선권을 제공한다고 해. 세 팀. 기간은 런칭 전날까지.”
***
‘반유현 – 퍼플’, 라스베이거스에 일식 정찬 레스토랑은 전 세계에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의 광고 효과를 얻었다.
‘반유현 – 퍼플’의 예약 우선권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움직일 줄은 그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소설 쓰기라는 형식의 광고 방식은, 광고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 광고 업계에도 영감 주는 탑셰프? ] [ 반유현 “팬들의 반응에 송구할 따름……. ]세계적인 웹소설 플랫폼 ‘NOVEL’에도 나의 이름과 내 브랜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소설들이 숱하게 올라왔다.
내가 허락한 것이었으니, 당연히 저작권에 대해 문제 삼지 않을 예정이었다.
1.반유현의 딸이 되었습니다.
2.반유현이 힘을 안 숨김.
3.내 셰프들이 이상하다.
4.SSS급 셰프 능력치.
…….
“이런 경우도 있네.”
판타지, 현대 판타지 모두에서 셰프, 또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상위권을 차지했고, 나는 실소했다.
사람들이 써 내려간 소설 속 내용들은, 유명인이 먹방을 통해 광고를 찍는 것보다 더, 식욕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도_레스토랑_반유현_예약
#반유현소설
#반유현이_주인공인_소설쓰기.
또 한 번 ‘반유현 챌린지’라는 이름의 유형이 시작된 것이었다.
나와 셰프들은 이 열기에 발맞춰 레스토랑, ‘반유현-퍼플’의 런칭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