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마지막 레스토랑인가 (3)
라스베이거스는 그야말로 ‘반유현 챌린지’로 뜨거워졌다.
“아마, 이 라스베이거스 내에 ‘반유현 – 핑크’를 운영하고 있는 제리 셰프와 버금갈 정도로 반유현 세프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톰슨 셰프님도 한번 도전해보시죠.”
“글에는 솜씨가 없어서 제가…… 하하.”
“아니, 그럼 제가 글을 쓸 테니까, 반유현 셰프에 대한 정보나, 그의 말투 같은 걸 제대로 묘사했는지 좀 봐주십쇼! 셰프님. 요리사로서 반유현 셰프의 먹어보지 못했다는 건…… 제자들한테도 참…….”
반유현의 요리를 먹어봤냐, 먹어보지 못했냐는 셰프의 경험 수준을 가르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그런 시점인지라, 무수히 많은 셰프들이 키보드 앞에 앉아 반유현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셰프로서 자신들이 쌓았던 경험이라면, 필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업계의 생동감, 그리고 요리에 대한 묘사와 맛의 묘사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톰슨은, ‘반유현’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로, 라스베이거스 셰프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레스토랑 ‘반유현 – 퍼플’의 예약 우선권을 갖고자 하는 셰프 중에서, 톰슨과 친분이 있던 셰프라면 모두 그에게 연락을 해 자문을 받았다.
“내가 지금, 소설가가 된 건지…… 편집자가 된 건지…….”
원체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인지라, 웬만한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곤 했지만.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
‘나도 반유현 셰프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데.’
그저 사람들은 자신과 반유현의 관계를 가깝다고만 생각하여 이렇듯 자문을 요청했지만.
정작, 톰슨은 반유현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측이 불가능한 인간인데.’
정직하고, 의리 있고, 항상 실력으로 승부하려 하는 그의 우직함…… 그에 따른 그의 인간성이야 알고 있지만.
그의 생각은 도통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가 하는 말에 무슨 뜻이 담겨있는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판단이었으나, 동료 셰프들은 반유현의 대사에 대해서 자문을 구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
톰슨이 제리를 향해 말했다.
로또 육 인방이었던 제리도 라스베이거스에 터를 잡고 나서는, 반유현에 의해 톰슨과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러게요. 우리라고 반유현 셰프님의…….”
“재밌는 것들도 몇몇 있더라, 반유현 셰프가 판타지 능력을 가지고…….”
“네. 저도 몇 개 봤습니다. 그런데, 그 판타지 능력을 가진 반유현 하고 지금의 반유현 셰프님하고 별 차이가 없더라구요. 하하하하.”
“그니까, 그 글들을 읽다 보니까, 묘하게 상상력이 자극돼. 반유현 셰프님이 진짜 판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큰 맥락 없는 대화를 하던 둘은 순간 눈을 마주쳤다.
이 두 사람 모두, 반유현이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걸 노린 거야……?”
“에이…… 설마.”
반유현이, 판타지 능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무수히 많은 ‘반유현’이 주인공이 소설들과, 현실 세계의 반유현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판타지 능력을 갖춘 소설 속 반유현을, 현실 세계의 반유현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묘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입지, 명성을 떠나서, 반유현 셰프님이 본인 스스로를 진짜…… 신격화…… 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는…….”
베토벤, 아인슈타인 등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천재, 그 이상의 존재로 묘사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내면엔 그들이 초능력과 같은 비현실적인 어떤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들이 저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을 테니까.
반유현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상상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이는, 반유현의 옆에 가까이에 있던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상상이었다.
반유현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반유현 – 퍼플의 런칭 마케팅, 이벤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동감하네.”
***
나, 또는 나의 요리, 그리고 나의 동료들로 소설을 쓰는 ‘반유현 챌린지’의 열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소설의 소재들의 양상은 대체로 단순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미 클리셰처럼 고정되었고, 그 능력이 무엇이냐에 대한 차이만 두고 수많은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와중에는 신기하게도, 200년을 살아온 요리 귀신이라는 소재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는 약간 뜨끔했다.
천 년은 아니지만, 환생 회귀의 개념을 정확히 살린 소설이었으니까.
“당첨.”
“예?”
당연히, 나의 감정을 동요케 한 그 소설을 쓴 사람을 1위로 뽑았다.
“아니, 셰프님. 창의적인 수많은 소재들이 있는데, 고작 200년을 환생해 온 능력을 뽑으시는 이유가…….”
“제일 공감 되는…….”
“예? 공감이요?”
“아니, 대사나 행동 묘사, 그리고 스토리라인을 봐봐. 잘 썼잖아.”
“예? 이게……. 음.”
그렇게 두 개의 소설을 더 뽑았고, 그 소설들은 나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조회수가 폭발했다.
-반유현, 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소재만 골랐네ㄷㄷㄷ
-ㅋㅋㅋㅋ 반유현이 진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만 고른 거임?
-아하! 알고 보니 자기 능력 맞추기였구나.
또, 레스토랑 반유현은 현장 예약이 있다는 것을 강조해 알려, 런칭 당일에 나의 레스토랑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게끔 만들었다.
“라스베이거스 경찰 측에 미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혼잡한 만큼 각종 사고가 발생 할 수 있으니까요.”
분명, 내 경호 인력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의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었다.
그에 따른 언론, 매체 관계자들도 더더욱 몰릴 것이고.
뉴욕에서 내 행보와, 우튜브 채널, ‘반`s 키친’도 그랬고, ‘반유현 – 프리미엄’과 그 모델을 그대로 사용한 마츠노, 윤종혁, 닉의 몸값이 10억을 넘어선 것. 또, ‘반유현 챌린지’와 여러 이벤트들이 합쳐져 지금의 관심을 얻게 되었다.
‘반유현 – 퍼플’은 레스토랑 ‘반유현’ 역사상,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
런칭 당일, 마지막 메뉴 테이스팅을 위해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찰 병력 대부분이 이곳에 집결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미 이곳은 폭파되었을 것이었다.
“반유현! 반유현!”
“여기 좀 봐주세요!”
“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
“반유현 셰프님!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오늘 현장 예약 좌석을 몇 개나 열어 두셨나요!”
“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반유현 챌린지에서 뽑힌 소설들의 이유라도 말씀해주세요!”
요리사는 언제나 요리로 대답한다.
나는 경호 인력들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
“잠은 좀 잤나?”
“못 잤습니다.”
“자지 못했습니다.”
“머리에 아드레날린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이미 어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 모여있었다.
현장 예약을 통해 요리를 먹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을 보곤 이 셰프들이 편히 잠을 잘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여태까지 레스토랑 ‘반유현’을 맡아 런칭한 셰프라면 이런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지.”
“예! 셰프!”
셰프들은 레스토랑 ‘반유현’의 전통인, 마지막 메뉴 테이스팅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내 앞에 요리를 나열해놨고, 나는 그것을 맛봤다.
내가 젓가락을 든 순간, 주방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좋아졌네.”
충분히,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고도 남을 요리들이었다.
“흰 살 생선과, 바지락살로 만든 완자……. 맑은국. 패스.”
“전복내장과 우니, 그리고 청어 조림…… 패스.”
“데미그라스 소스를 곁들인 대게 다리 살…… 오케이.”
“참치, 내장에 절인 대구살……. 유자 제스트의 향이 너무 약해.”
그 밖에도 메뉴와 사케의 조합을 선정하고 메뉴 테이스팅을 마무리했다.
확실히, 이들의 몸값이 30억 원이 넘는 돈을 책정받았을 때, 그리고 그 요리를 실제로 선보이려 할 때 내가 보여준 재료 손질에 대한 자세를 완벽히 습득한 모양이었다.
혀를 훑고 지나가는 그 어떤 맛도, 평범하지 않게 느껴졌다.
세심하게, 조그만 맛 또한 어루만져 주었다는 느낌이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일식 정찬 요리의 기본이리라.
모든 메뉴와 코스의 구성이 나의 머릿속에서 나왔지만, 이들은 나의 머리에 완전한 동기화가 되었다.
***
수많은 음식문화 평론가들이 우리의 요리에 대해 코멘트를 남겼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는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었다.
레스토랑 자체의 흠이라면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것이었다.
즉,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이번 레스토랑의 런칭도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올해 미슐랭 평가를 받을 레스토랑이…….”
아프리카 요리의 핑크, 한식 정찬의 에메랄드, 일식 정찬의 퍼플까지.
총 세 개의 레스토랑이 미슐랭 평가를 기다리는 시점이었다.
‘100년간의 길고 길었던 사업이 끝나는 건가.’
마지막, 미슐랭 30스타를 채울 레스토랑의 런칭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가슴이 이상하다.
심장박동수가 제멋대로 요동치는 것 같았다.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던가. 이 무한 환생 회귀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이 이후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도 좀처럼 예상이 쉽게 되지 않았다.
그 뒤를 예상하고 달려왔던 것이 아니니까.
“딱, 미슐랭 평가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에 모든 런칭 사업이 끝났네요. 이제 기다리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가을이 시작된 지금, 미슐랭 평가가 시작되고, 결과 발표는 연말에 나오게 된다.
즉, 몇 개월 동안 나에겐 할 일이 딱 하나 있었다.
전 세계에 있는 레스토랑 반유현을 돌며 맛의 퀄리티를 견고하게 만들고, 미슐랭 투스타인 레스토랑은 쓰리스타로 올리고, 쓰리스타인 레스토랑은 그것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만으로는 시간이 남아돌지.’
한국과 뉴욕에 설립되고 있는 반유현 팩토리에 대한 사업이라던가, ‘반`s 키친’, 그리고 우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일 등, 곁가지 일들이 많긴 많지만, 이는 나를 바쁘게 하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이제 와서 느끼게 된 한 가지 호기심이 나를 더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이 미션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몸을 떠나는 건지.
이 몸을 계속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지구 최강의 탑 셰프가 된 이 몸으로 몇 가지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미슐랭 스타를 짓누르는, 맛 평가 기관.’
지금, 내가 가진 명성이라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100년이 넘는 세월을 평가에 목매다 보니, 미션을 달성할 때가 다 되어서 놈들을 망가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100년간 그에 얽매이며 살았지만, 그깟 시스템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스스로 보이고 싶었다.
‘계획대로라면, 30스타를 달성할 거고…… 다 끝난 마당에,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