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끝판왕 (5)
“자……. 오늘은 저도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도 많은 기대를 하실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세계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니시고,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한…… 요리사. 반유현 셰프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예, 안녕하십니까.”
나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 그리고 그와 연결된 모니터, 또 실제로 시청자들에게 방영되고 있는 화면이 내게 보였다.
시청자들에게 방영되고 있는 화면에는 나의 모습 오른편에 수많은 글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 세계 최초, 레스토랑 두 곳에서 미슐랭 스타 동시 수상 ] [ 세계 최연소 미슐랭 스타 수상 ] [ 프랑스 파리,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셰프. ] [ 뉴욕 타임스, 세계적인 리더 top 100. ] [ 프랑스, 세계 최초, 최연소 MOF 요리, 제빵 분야 동시 수상. ]……
[ 경영석학들의 연구 사례 1위. ] [ 미슐랭 23스타. ]“하하하! 네, 지금, 반유현 셰프님에 대한 이력들이 시청자분들께 자막으로 보여지고 있는데요. 원래는 제가 친절히 읽어드리는데, 생방송 시간상, 간략히 생략하겠습니다.”
JABC, 대한민국에 영향력 있는 방송사 중 하나로, 그 채널의 아홉 시 뉴스에서 올 한해 가장 영향력이 있던 인물을 섭외해 앵커와 인터뷰를 나누는 코너가 있었다.
앵커이자, 이 방송국의 사장이기도 한 손국희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요약하자면…… 정말, 대단하십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이곳에 출연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반유현 레벨’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결국 전 세계의 셰프들에게 새로운 맛의 기준을 제시하는 미식 지침서를 만드는 것은, 그 미식 지침서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어야 한다.
대중들이 찾는 맛을 정리해둔 지침서에 따라 셰프들도 그 맛을 따라 하는 것이었으니까.
“이 자리에 나오신 분들께 항상 드리는 질문인데요. 어디서, 어떤 식으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진부한 얘기기도 하지만, 제가 경험한 순간들을 기반으로 영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네…… 스읍. 경험이라…… 어떻게 보면 시청자분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30살도 되지 않은 파릇한 셰프님께서 경험이라는 게…… 전혀 비하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영감의 비법을 경험이라고 하신다면, 60살, 70살의 셰프들이 영감을 더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요?”
100년을 살아왔기에, 그간의 경험을 통한 영감이 많았었다.
그 긴 경험으로 지금 생에 접하는 모든 것들에서 남들과는 깊이가 달랐으니까.
진심을 말했지만, 손국희는 진짜, 진심이 무엇이냐는 듯이 역시나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온다.
“100년을 산 것 같은 경험이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가 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오…….”
감탄을 내뱉던 손국희는 내 답변을 짧게 정리했다.
“타고났다…… 라고 말씀을 하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촬영 스태프, 작가, 손국희까지 외마디 탄성을 내뱉는 입모양을 했다.
저마다 감탄을 하는 표정이었다.
“이야……. 시청자분들은 안 보이시겠지만, 지금 우리 스텝들도 반유현 셰프님의 기운에 놀란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뭔가 대단한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 듯합니다. 제 경험상 대개 이 자리에 나오시는 분들이 이런 기운을 가지고 계셨는데,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왠지 모를 나의 기세를 칭찬하곤, 다음의 멘트를 이어나갔다.
“반유현 레벨, 이라는 시스템을 만드셨고 이 시스템이 세계적인 맛의 지침서가 되길 원하신다구요?”
이 질문은, 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반유현 레벨’에 관련한 이야기를 주된 질문으로 삼아 달라는 나의 주문을 따른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논란도 많고, 이슈도 많습니다. 마냥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도 있고요.”
“제가 요리 대회에 출전할 때나, 레스토랑을 런칭할 때나,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할 때, MOF에 두 부문에 출전할 때, 축제를 기획할 때 논란은 항상 있었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고, 저는 이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 감사하다? 왜 그렇습니까?”
“알아서 마케팅이 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어느 시점부터,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움직이는 것, 그 자체가 마케팅이 되었으니까요.”
“하하하하……. 정말 대단하십니다 셰프님. 조금 생각을 해보면, 그 말씀은 시청자분들께서도 납득을 하실 것 같습니다. 반유현 세프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게 이슈가 된 것을 보면요.”
그 뒤로도, 반유현 레벨에 관한 질문이 계속되었다.
“반유현 레벨의 평가는 반유현 셰프님 혼자서 하시는 건데, 오히려 그래서 논란이 큰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셰프 혼자 맛을 보고 써내려간 ‘블로그’라고 폄하하는 세력들도 있구요.”
“그들이 생각하는 발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저 혼자 평가하는 지침서 인지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미식 지침서를 만드는 게 제 목적이기에, 그리고 그 지침서는 전 세계 셰프들에게 맛의 기준을 알려주는 교과서를 만드는 게 목적이기에……. 지금은 그런 논란이 있지만 제 의도에 따라 몇 년간 데이터가 쌓이면 저를 폄하하는 세력들도 알게 될 겁니다. 이만한 지침서가 없다는 것을요.”
흔들림 없이, 모든 질문에 답하자 손국희는 조금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앵커라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 방송사의 사장이고 책임자로서, 시청률 또한 그가 책임져야 할 몫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나의 한국 방송사 출연 자체가 엄청난 이슈였기에, 이건 절호의 찬스였다.
“반유현 레벨 대 미슐랭 스타, 그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무조건 반유현 레벨입니다.”
이제 곧, 미슐랭 스타 시상식이 열린다.
나의 계획대로 나는 미슐랭 30스타를 얻게 되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내가 이 몸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 몸으로 계속해서 살아가게 된다면, ‘반유현 레벨’에 관한 일을 계속할 것이고 ‘반유현 팩토리’로 셰프들을 계속 양성시킬 것이니, 반드시 내가 그리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모든 요리, 맛, 현생에 셰프들과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 차원 높은 나의 기준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나 자체가 요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날이.
“아마, 반유현 셰프님께서도 미슐랭 스타 시상식에 초대권을 받으셨을 텐데, 그럼 앞으로는 이제 그것들이 필요 없어진다는 말씀이기도 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분이 오셨습니다. 음…… 그래서, 반유현 레벨은 전 세계 셰프들, 그리고 맛을 찾는 대중들에게 완벽한 미식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앞에서 PD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시간이 얼마 없음을 나타내자 손국희가 멘트를 정리한다.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하구요. 며칠 뒤에 있을, 미슐랭 스타 시상식에서 30스타를 꼭 달성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 또한 세계 최초 동시 미슐랭 스타 수상에, 최연소 30스타겠군요.”
***
[ 대한민국 서울, 2021 미슐랭 스타 시상식 ]미슐랭 시상식은 도시마다, 날짜가 다르거나 같았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시상식이 있는 날이었는데, 뉴욕과 그 날짜가 겹쳤다.
“영광입니다 반유현 셰프님.”
그레이스 할린 호텔.
5성급 호텔의 연회장이 시상식의 무대로 꾸며졌는데, 이미 수많은 셰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이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기자들과 수많은 팬들처럼, 그들과 똑같은 모양새로 나를 반겼다.
“축하드립니다 반유현 셰프님. 벌써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하하하하! 이 사람아 그렇게 아부성 멘트는 반유현 셰프님께서 싫어하신다고.”
얼굴이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셰프들, 또는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셰프들이 한 곳에 섞여 있었다.
“뵙고 싶었습니다 셰프님. 이따가 사진이라도 한번…….”
“안녕하십니까! 셰프님! 이형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미슐랭 투스타를 보유…….”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손을 내미는 셰프들이 있는가 하면.
“셰프님! 제가 개발한 떡갈비 소스인데요! 이거 한 번만…….”
자신이 개발한 소스를 먹고 평가를 해달라 하는 셰프들도 있었다.
그나마, 이 자리에 있는 셰프들은 모두 미슐랭 스타를 보유했거나, 오늘부로 미슐랭 스타를 얻게 될 셰프들이었는데 체통을 지키지 않고 나에게 이렇듯 대우하는 것을 보니 새삼 다시 느꼈다.
이들에 대한 나의 존재감을.
“셰프님, 제가 와인과 위스키를 살짝 섞어…….”
나는 그들의 질문과 물음에 미소만을 띠고 내 자리로 갔다.
내 자리라 함은 공손한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셰프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모인 셰프들 중에서도 탑급의 셰프들이 모여있는 곳.
특급호텔의 셰프들, 오래부터 미슐랭 스타를 가지고 있던 셰프들, 대한민국이 한식 장인이라 불리며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 셰프들…… 등 각종 특별한 이력을 가진 셰프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회장님.”
반유현 팩토리의 서울 캠퍼스 교수진으로 채용된 이들이었다.
이들은 나에게 질문과 관심 세례를 퍼붓는 대신에 공손했다.
내가 자신들이 소속된 브랜드의 수장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으로 뽑힌 이들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했던 건, 내가 이들의 무리에 섞여들자 나에게 진한 관심을 보이던 셰프들도 멀리 나가떨어졌다.
내가 연예인 같은 존재이기에, 나에게 순간 무례함을 저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나와 함께 이곳에 모인 반유현 팩토리 서울 캠퍼스의 교수진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밥그릇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수진들의 눈빛 아래에, 사진을 부탁하는 셰프도, 자신이 만들어온 요리를 내미는 셰프들도 없어졌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레스토랑 ‘반유현’의 셰프들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이태원, 강남에 존재한 레스토랑 ‘반유현’을 운영하는 셰프들이었다.
“어머니, 오늘 준비되셨나요?”
미슐랭 투스타, ‘반유현 – 펌킨’을 운영하는 나의 어머니도 함께 자리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미슐랭 아시아 태평앙 지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반유현 셰프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가 초대된 많고 많은 시상식 중에서, 서울에 방문해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였다.
오늘은 뉴욕과, 서울 두 곳에서 미슐랭 시상식이 열리는데, 뉴욕지부와 서울지부가 서로 날 사로잡기 위해 눈치싸움을 했다고 했다.
미슐랭 스타를 수여하는 그 기관에서도 일개 셰프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는 것 아니겠나.
이건 또 다른 이유였다.
‘반유현 레벨이 새로운 미식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100년을 이놈들의 평가에 갈아 넣었는데, 그 목표를 다 달성할 때가 되어가니 이놈들도 별것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내 심박수는 빨라졌다. 오늘, 그리고 내일.
나는 내 100년 인생의 종착지인 미슐랭 30스타를 얻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