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요리업계 슈퍼맨 (4)
“먼저, 각자의 자리에서 올 한 해 수준 높은 요리를 선보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무대 위에 오른 백인 남성은 미슐랭 가이드, 인터네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라인이었다.
“저희 평가원들은 해가 지나갈수록 올라가는 파리 현지의 요리 수준에, 매번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당찬 발언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곳, 파리가 요리의 성지인 만큼 수많은 이슈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첫 번째로, 식약청 신고 조작사건이 있었죠.”
파리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가, 경쟁 레스토랑에 쥐를 풀어놓고 프랑스 식약청에 신고를 한 사건이었다.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한 해 동안 현지에서 일어났던 이슈들을 말하며, 한자리에 모인 셰프들과 소통했고 부드럽게 행사를 이끌어가는 마이클이었다.
나도 팔짱을 끼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였다.
그때, 그의 입에서 나도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그리고 가장 큰 이슈는, 대한민국의 반유현 셰프라고 생각됩니다.”
미슐랭 스타를 수상하는 자리, 그 시상식의 인사말 순서에서 어떤 한 셰프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거론된 것은 나조차도 처음이었다.
셰프의 이름을 거론하는 종류라 함은,
‘아무개 셰프가 올해로 미슐랭 스타를 10년째 보유하고 계신다.’
‘미슐랭 스타의 영예를 차지했던 아무개 셰프가 올해로 은퇴한다. 박수를 부탁드린다.’
등의 말이었다.
그런 경우가 아님에도 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확실히, 내가 약 1년의 기간 동안 보여준 것들이 이 요리업계에서 아주 파워풀했다는 증거였다.
카메라가 나의 얼굴을 잡았고, 무대 양쪽에 배치되어 있는 화면에 나의 얼굴이 나왔다.
나의 얼굴이 비치자마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엄청난 활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하하. 이미 평가원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시더군요. 별명도 있으시다던데……. 슈, 슈퍼맨이라고 하셨나?”
무대 옆의 한쪽을 바라봤고 그곳에 서 있던 스텝들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말을 이어갔다.
“파리에 건너 온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레드 테이블 – 더 파스타’를 파리의 유명 맛집으로 만들어 놓으시고, 뒤이어 경력이 짧은 어린 셰프들과 함께, 본인의 이름을 딴, ‘레드 테이블 – 반유현’을 성공적으로 안착하셨죠. 저도 한때 셰프였던 사람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슈퍼맨이라는 별명이 저절로 납득이 됩니다. 도무지 그의 행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하하하. 더군다나 이 자리에 누군가를 응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초대장을 받으셨으니. 참……. 오늘 미슐랭 스타를 받으시면 세계 최연소 미슐랭 스타 셰프가 되실 텐데요.”
마이클이 말을 끊고, 무대 양옆에 있는 스크린에 팔을 가져갔다.
“여, 여기 화면에 계신 분이 반유현 셰프입니다. 친해지실 분들은 오늘 행사 끝나고…… 아셨죠?”
윙크와 함께 웃음을 보인 마이클이었다.
“각설하고, 이제 대망의 2020 미슐랭 스타를 발표하겠습니다.”
마이클이 무대의 정중앙에서 한 발짝, 옆으로 비켜났고 여성 아나운서가 셰프들의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마이클은 호명된 셰프가 무대 위로 올라오면 악수와 함께 그에게 트로피를 선물해 줬다.
“다섯 번째,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샤탈르입니다. 샤탈르는 이제 5년째, 미슐랭 원스타를 보유한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제프 벤 오너 셰프와, 총 주방장 피르앙 셰프께서는 버섯 요리로 손님들께 대단한 맛을 선보이며…….”
우와아아!
아나운서가 호명되는 레스토랑과 셰프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고 박수가 계속해서 쏟아진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 시상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하더니, 끝이 났다.
“다음은,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에 지정된 레스토랑과 그 셰프님을 호명하겠습니다.”
그 멘트가 이어져 나왔을 때는, 루시앙과 올리버의 표정이 이상했다.
원스타를 시상하는 순서에서 우리의 레스토랑인 ‘레드 테이블’이 호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스타……. 그 이상을 받는다는 거야……?”
이 행사에 한두 번 참석해 본 것이 아닌, 루시앙은 눈치가 빠르다.
***
“세계 최연소, 미슐랭 스타 셰프의 탄생입니다.”
우와아아아아!
그 말에 누구나 다 알았다는 듯이, 박수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음에도 거대한 스크린에는 루시앙, 올리버, 내가 비쳐졌다.
“레드 테이블! 더 파스타!”
우와아아!
루시앙과 올리버, 그리고 나는 서로를 얼싸안았다.
“진짜야! 진짜 해냈어! 반 셰프! 푸하하하!”
“…….”
올리버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아마도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총주방장인 직급을 가졌음에도, 나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묵묵히 나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그였다.
뿐만 아니라, 나의 비현실적이고 파워풀한 계획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우와아아!
우리가 무대 위로 올라가자 함성이 다시 쏟아졌고, 아나운서의 내레이션이 시작되었다.
“런던에서 건너온 오너 셰프, 루시앙, 그리고 헤드 셰프 올리버, 그리고 천재 셰프 반유현의 합작으로 그들은 오픈 1년도 채 안 된 기간에 미슐랭 투스타를 부여받았습니다…….”
우리 셋이 무대 위로 올라갔고,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축하드립니다. 슈퍼맨.”
마이클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루시앙, 축하드립니다. 이제, 미슐랭 스타 여덟 개를 가진 셰프가 되셨군요. 올리버, 축하드려요. 처음부터 투스타를 얻고 시작하시는군요.”
마흔이 넘은 두 명의 남자의 눈망울에 촉촉해졌다.
그런데 그때, 장내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에……? 이거…….”
아나운서가 자연스럽게 이어가던 내레이션을 멈추고, 요상한 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고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대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행사 진행 요원들이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그제 서야 대본을 읽었다.
무대 위에서 트로피와 꽃을 받은 우리가 무대 위에서 내려오고 있을 때였다.
“레, 레드 테이블, 반유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다시 무대 위를 바라봤다.
대본을 잘 못 읽어서 내 이름을 또 부른 건가?
“바, 바, 반유현 셰프는! ‘레드 테이블 – 더 파스타’, ‘레드 테이블 – 반유현’ 두 개의 레스토랑에서 미슐랭 투스타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니었다. 나의 이름이 걸린 레스토랑이 호명된 것이었다.
나는 곧장 몸을 돌려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갔다.
우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다시 쏟아져 나온 타이밍에 아나운서는 그제 서야 템포를 잡고 차분히 대본을 읽어나갔다.
“세계 최연소, 세계 최초로 같은 지역 대에서 미슐랭 스타를 동시에, 두 개의 레스토랑에서 받은 셰프의 탄생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이름이 또 호명되자 루시앙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버렸고, 올리버는 꿈을 꾸고 있다는 듯이 멍 때리고 나를 바라봤다.
저 멀리에서 박수를 치고 있던 로또 육인방은 엄청난 괴성을 지르고, 울부짖으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셰프니이임!”
“흐어엉!!”
내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자, 마이클이 내게 말했다.
“참…… 이런 경우도 있군요. 내년 시상식이 기대됩니다. 반유현 셰프님.”
이 타이밍에는 내가 즐거운 미소로 고개를 숙이고 다시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게 맞지만, 나는 이 자리를 빌리고 싶어졌다. 이제 내가 하는 말을 아무도 우습게보지 못한다.
“디렉터님, 제게 5분만 마이크를 빌려 주시면 안 될까요?”
“무슨 일 이시죠? 하하. 소감과 인터뷰 시간은 따로 마련되어있습니다.”
“아닙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셰프의 꿈을 가진 젊은 사람들을 짓밟고,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그들의 아이디어나 노동력을 빼앗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제가 혼자 싸우기엔 힘들고, 여기에 계신 미슐랭 스타 셰프님들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은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가득 차 있는 행사장.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셰프들이 모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식가등 요리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오. 대체 무슨 일 이신가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슈퍼맨이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데 당연히 자리를 비켜드려야죠.”
이곳에 있는 셰프들의 별을 모두 합치면, 200개는 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요리업계에서 못 할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셰프들의 마음을 흔들어 내 편으로 만들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
“존경하는 선배 셰프님들…….”
첫 시작 멘트. 그리고,
“……셰프의 꿈을 꾸는 이들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십시오.”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
[ 세계 최초, 최연소, 미슐랭 4스타 셰프의 탄생. ] [ (오늘의 핫 이슈!) 요리 업계 지각 변동! ] [ 명문 요리 학교 재학생들 잇따라 휴학, 자퇴. “반유현을 따라!” ] [ 반유현 “엘른 조 셰프, 한식에 대해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 ] [ 세계 최다 미슐랭 스타 피에르 “그를 핍박하며 그의 성장을 안 좋게 보던 셰프들 알아서 물갈이될 것. 자동 정화 시스템을 만들어 낸 반유현 셰프, 존경.” ]하나의 모니터에, 반유현에 대한 기사가 실시간으로 바뀌며 떠오르고 있다.
그와 반면에, 다른 모니터에는 기사에 묘사된 반유현과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반유현, 반유현 요즘 말도 많은 이름인데, 제가 실제로 봤을 땐 별 볼 일 없어 보였습니다. 자신만의 창의성에 갇혀 뭔가를 해보려고 하긴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강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메이슨 셰프나 지뉴 셰프? 혹은 라두 셰프가 요리에 있어서 훨씬 정교하지 않았나…….
“씨발. 이딴 식으로 편집을 해놔? 이걸 어떻게 방송에 내?”
FOX 사의 예능/다큐멘터리국 국장이 말했다.
약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고, 분위기는 장례식장 못지않게 착 가라앉은 상태였다.
겨우겨우 화를 억누르며 질문했다.
“이 시국에, 이런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어떻게 책임질 거야! 온 요리계가 반유현을 외치고 있는데, 시청률 하나는 잘 나오겠다. 제기랄!”
영상의 대부분은 인위적인 편집으로 반유현 셰프의 실력을 하향시킨 장면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신들이 미리 선정해 둔 셰프들을 시청자들로 하여금 주목받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세계 최연소 그리고 동시에 두 곳에서 미슐랭 스타를 얻은 반유현 셰프를 깎아내렸다가는 오히려 자신들이 침몰하게 생긴 판이었다.
“제발……. 대답 좀 해봐. 이건 어쩔 거야.”
[ 방영 하루 전, 라스트 테이블 출연했던 셰프 “의도적으로 반유현 셰프를 깎아내리기 위해 제작진들이 대사를 강요했다.” ]더군다나 촬영 현장에 있던 다른 셰프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어느 곳에 서야 할지 뒤늦게 깨달은 셰프들이었다.
“어? 브랜든, 브랜든 감독님! 이거 어떻게 수습할 거야?”
몸에 모든 힘이 빠진 듯이 국장은 호통도 칠 수 없었다. PD를 타이르는 국장이었다.
오히려 그런 국장의 반응이 두려웠던 브랜든이다.
“수, 수습해보겠습니다.”
“수습? 내일이 방송 나가는 날인데, 전 직원들 다 불러서, 다시 편집해도 못할걸?”
더군다나 이미 예고편은 나갔던 상황.
출연 셰프 15인 중 반유현 셰프를 소개하는 예고편이 단연 화제가 되었고, 이미 그로 인해 FOX사와 아직 방송되지도 않은 프로그램, ‘라스트 테이블’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었다.
-ㅋㅋㅋㅋ 엘른 조는 뭐임? 미슐랭 원스타가 미슐랭 포스타한테 요리가 어쩌고저쩌고?
-듣도 보도 못했던, 엘른 조는 웬 방송에 나와서 설쳐 대고 있나? 킹유현 셰프한테?
-ㄴㄴ 기사 떴음, 대형 프렌차이즈 에브리데이 소속 셰프들 띄우려고 만든 프로임.
-브랜든? 그 PD 연출한 프로들 봐, 돈 되는 프로들만 맡았음.
“…….”
뒤늦게 악화된 여론을 본 국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정도 여론이라면…… 방송을 내보낼 수가 없다…….”
그로 발생할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우선, 초특급 배우부터,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소설가, 메이저 리거등 대형 게스트들을 섭외한 출연료도 못 건지게 생겼다.
뿐만 아니라, 그 돈들의 출처는 최대 광고주인 ‘에브리데이’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이 잘못된다면, 앞으로 더는 그 회사의 광고나 투자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했으니, PD 브랜든과 국장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머리를 쥐어 잡고 있는 제작진들, 도무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고통스러워할 때였다.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본부장 비앙카였다.
“미슐랭 포(four)스타 셰프를, 되도 않는 하수 셰프로 만들려고 했던 가짜 PD가 누구야.”
굳어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사태가 점점 악화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브랜든이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반유현 셰프……. 인기 검색어 1위. 그 셰프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 줄 알아?”
반유현이라는 이름을 검색했을 때, 메인 화면에 도배되어있는 기사들.
아무래도 방금 전보다 상황은 더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 미슐랭 스타 도합 214개의 별, 움직이다. 초신성 셰프 반유현에게 힘을 실어주는 별들. ] [ 합치면 214개의 별을 가진 셰프들, 방송사 FOX의 ‘라스트 테이블’ 제작진 규탄. ] [ 파리를 기점으로, 미슐랭 스타 셰프들 갑질 방송 퇴출 운동 시작. ] [ 세계 최연소, 최초의 기록을 세운 그날, 곧장 요리 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반유현! ]“미슐랭 스타, 파리 수상식에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셰프들이 반유현 셰프의 말에 지지하고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네? 단 한명도 빠짐없이. 브랜든, 우리 어떻게 해야 돼? 반유현이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맞대응 하면 되는 거야?! 응?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본부장 비앙카의 말에 브랜든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