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34
34화. 내가 더 별이 많아 (2)
“이런 조화는……!”
푸아그라 라비올리. 이탈리아식 만두, 파스타 반죽에 그 속을 푸아그라와 각종 볶은 채소로 채워 넣었다.
그것을 입에 넣자마자, 푸아그라 특유의 기름진 담백함이 터져 나온다.
그 담백함은 잘게 다져 넣었던 닭다리살과 섞여 그 육질의 맛을 한껏 높이 올려준다.
“와.”
씹자마자 탄성을 내뱉는 건, 앞서 말한 푸아그라의 기름짐 때문이었다.
푸아그라의 기름은 고소함과 담백함을 동시에 가져다 줬다.
물론, 그 맛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느끼함을 동반할 수가 있다는 것이 문제.
“와! 밀가루 반죽 속 안의 재료들이 절대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방금 나온 탄성과 ‘균형’이라는 말은 그 느끼함이 지속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푸아그라의 지방과, 닭다리살 육질의 맛이 절정에 달했을 때, 와인에 졸인 사과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느끼함이 지속되는 것을 막아줬다.
뿐만 아니라, 와인에 설탕을 넣고 졸인 사과는, 새콤달콤 감칠맛을 돋우며 버터에 볶은 야채들과, 푸아그라와 닭다리 살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환상…….”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확실한 맛의 차이가 느껴지는 내 요리를 맛본 이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비교의 대상은 프랑스 파리에 몸담고 있는 셰프들의 정신적 지주, 마리옹이었으니 말이다.
“레시피가 궁금합니다.”
“마리옹 셰프님의 요리에는 없던 담백함이야…….”
마리옹은 직원들의 평가에 그저 헛웃음을 흘렸다.
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주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자신의 요리를 카피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불과 한 시간 전이었다.
어떻게 내가, 즉석으로, 주방에서의 순발력만을 갖고 이런 맛을 이끌어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 보였다.
“샤프란 소스를 곁들인 가자미 구이입니다.”
나도 그 의문을 풀어줄 수는 없었다.
내가 100년을 넘게 요리를 해온 사람이라고 설명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계속해서 준비한 요리를 선보였고, 그 뒤의 결과는 똑같았다.
칭찬, 놀라움, 경외심, 언제나 그렇듯 그런 반응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와 깊이……. 이 요리들을 감히 평가할 사람이 있는가…….”
마리옹이 작게 읊조렸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결과는 또, 확실하게 정해졌다.
***
포시즌스 파리, 이곳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겠다는 꿈을 꾸는 셰프들은 수없이 많다.
더군다나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셰프들에겐 더 없는 꿈의 장소이자 명예일지도.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2차 요리 테스트를 한 지 이틀이 지났고, 나는 다시 포시즌스 호텔을 찾았다.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벽에 걸린 대형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 포시즌스 파리의 새로운 맛의 역사 시작, 반유현! ]“환영합니다.”
사장인 로만이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수십 명의 직원들이 경쟁하듯 박수를 쳤다.
포시즌스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은 총 세 개. 나는 그중 하나의 레스토랑을 맡게 되었다.
“저희의 오랜 전통입니다. 새로운 가족을 환영하는 마음에 전 직원들이 나왔습니다.”
대한민국의 반유현, 이 몸으로 환생하고부터 막힘없이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먹자골목인 몽토르게이 거리에 ‘레드 테이블 – 반유현’, 내 이름이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는데, 파리 내에 가장 비싼 땅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약 80년 역사를 가진 포시즌스 호텔에 내 이름을 걸게 되었으니, 내가 이곳의 호텔에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된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또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될 터였다.
“대외적인 홍보는 셰프님과 함께, 구체적인 일정을 그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점진적으로 실행하겠습니다.”
케이크를 자르고, 이 호텔 그룹의 직원들에게 소감과 포부에 대해 말하고, 박수를 받는 둥 행사 치레 몇 가지 일정을 마쳤고. 나는 포시즌스 파리의 사장인 로만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을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궁금해집니다. 뭐, 저희 호텔 측에서 간섭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홍보나, 주방과 홀을 새롭게 꾸미는 것에 있어서 저희 측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요.”
포시즌스 호텔이 맛에 있어 꽤나 유명한 입지를 갖는 것은 자유도 때문일 것이다.
호텔이라면, 매출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포시즌스 그룹은 자신의 호텔에 레스토랑을 맡고 있는 셰프를 전적으로 믿었다.
물론, 그만큼 셰프를 선별해내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반유현 셰프님은 저희 호텔 역사 최초, 단독 테스트를 하셨으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더군다나 내가 최근 파리에서 올렸던 성과들과 요리 테스트에서 이들에게 보여줬던 실력들은 그 신뢰와 믿음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로만의 눈동자도 거의 하트 모양과 다름없었다. 나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들어 있다.
“레스토랑을 오픈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신뢰에 반하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예?”
사장 로만은 뜻밖의 내 말에,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레드 테이블 – 더 파스타’, ‘레드 테이블 – 반유현’은 그렇다 할 선례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주방과 메뉴를 구성해 오픈한 레스토랑이었다.
그랬던 나의 과거를 알고 있던 탓에, 포시즌스 안에 내가 새롭게 차릴 레스토랑도 아주 빠르게 오픈되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실 것 같습니까?”
“내년의 미슐랭 스타를 목표로 삼을 겁니다. 그 뒤로는 늦춰지지 않게 할 생각입니다.”
로만은 놀란 눈을 하곤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내년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오픈한 지 1년 만에 또 미슐랭 스타를 얻겠다는 말씀이신데. 역시 반유현 셰프님이십니다! 하하하! 제가 괜한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걸린다고 하셔서 올해를 지나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 셰프님. 혹시, 빨리 미슐랭 스타를 얻어야 된다는 강박과 부담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저희 호텔 측에서도 그런 것은 원치 않습니다. 완벽한 오픈을 위한 것이라면 최소 8개월까지도 시간을 드리니까요.”
로만은 나의 성격이나, 내가 레스토랑을 차리는 방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레스토랑을 어디에 오픈하든, 나에게 부담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포시즌스 호텔 파리에 자리를 얻었음에도, 내가 당장 레스토랑을 오픈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부담감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오픈하고 싶은 마음인데, 사람이 모자랍니다.”
“아…….”
주방의 인력난.
나는 100년을 넘게 주방에 있었지만, 나와 함께 했던 모든 인력들은 생을 거듭할 때마다 리셋 된다.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새롭게 만들고, 동료들을 처음부터 다시 사귀고…….
앞서도 누누이 말했지만, 이 미션이 어려웠던 이유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이번 생에서는 세계 최대 미식축제인 라스베이거스의 언코크드 행사에서 활약해, 그 어떤 삶보다 전생의 동료 세 명을 빠르게 찾았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이들을 가르쳐 레스토랑을 확장하고 꾸렸기에 1년 만에 미슐랭 포스타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맡게 된 레스토랑은 그 규모가 완전히 다르다. 두세 명의 동료를 찾는다고 될 규모가 아니었다.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을 제외한 자리가 무려 210석.
어떤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내 계획에 의하면 이 주방에 최소 20명 이상의 셰프가 필요했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제대로, 파트별로 셰프들을 꾸리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내 이름을 걸고, 셰프들을 비롯한 각 분야의 직원들을 모집한다면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다.
미슐랭 스타 최연소 셰프, 반유현.
셰프라면 누구나 나의 주방을 탐낼 만큼 내 이름의 가치는 높아져 있는 상태였고, 그 레스토랑의 위치가 포시즌스 호텔이었으니, 두말하면 입 아프다.
로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당장 모집 공고를 올리면 되겠습니까? 반유현 셰프님 이름으로요. 파트별 연봉을 말씀해주시면 그대로 공고를 내겠습니다.”
“모집 공고를 올려, 셰프를 거르고, 섭외하고, 협상하고, 그것이 끝난 뒤에는 또 주방에서 합을 맞추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로만의 말대로 공고를 올려 셰프들을 구하게 된다면 보통의 레스토랑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아니겠나.
1분 1초가 모자란 나에게 평범한 방법은 오히려 해가 된다.
“그런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모집공고로 한 번에 셰프들을 뽑게 되면 요리의 맛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 사람들과 합을 맞추며 주방을 꾸리는 것에 많은 시간이 들어갈 것이다.
이는 250석 이상을 갖춘 대규모 레스토랑들 대부분이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미슐랭 스타를 획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내가, 검증되지 않은 셰프들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데에 시간을 쏟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그들이 끝까지 나와 함께하리란 보장도 없는 것 아니겠나. 지금 내 행동 하나하나가 내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란 확신이 없으면, 과감하게 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에 따라 곧장 내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들을 로만에게 말해주었다.
“직접 섭외할 겁니다.”
“아……. 반유현 셰프님께서 미리 정해놓은 셰프들이 있군요.”
“맞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연매출 300억은 거뜬히 넘기는 거물급 셰프들이죠. 미슐랭 스타를 쓸어 담을 그런 셰프들만 골라놨습니다.”
물론, 자세하게 말하진 않았다.
그들이 아직은 주방 어딘가에서 재료 손질이나 하고 있을, 새내기 셰프라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 로만의 눈이 다시 한번 반짝였다.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하려면.’
나의 옛 동료들, 전생에 나와 함께 세계를 호령하며 미슐랭 스타를 얻고 그 이름을 널리 알렸던 셰프들을 섭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20년 전인 지금, 그들은 현재 주방 보조, 인턴, 견습 셰프를 하고 있을 터였지만.
이는 나의 발 빠른 확장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메이, 제리, 헨리만 봐도.’
수습 또는 인턴셰프였던 그들을 처음 섭외했을 때에 사람들은 많은 의문을 품었지만 그들은 ‘레드 테이블 – 반유현’의 주축으로서 나의 손이 되어주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내가 오픈할 레스토랑의 규모와 계획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생을 거듭하며, 수십 년간 검증한 멤버들을 빨리 찾는 것이 세계 각국에 발 빠르게 레스토랑을 확장하고, 오픈하며 미슐랭 스타를 얻는 것에는 꼭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모집 공고를 올려 셰프들을 섭외하는 것보다, 내 옛 동료들을 찾고 가르치는 시간이 조금 더 소모될지라도, 훗날 더 빠르고 강력한 계획을 위해 투자할 시간이었다.
“정해 두신 셰프들의 리스트를 좀 보여주시면, 저희가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로만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 호텔의 한 직원이 로만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로만이 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헐레벌떡 다가온 것을 보니 꽤나 위중한 일인 것 같았다.
직원은 나에게도 고개를 깍듯이 숙인 뒤에 말하기 시작했다.
“마리앙, 장루이 셰프님께서 돌연 은퇴를 하신다고, 면담요청을 하셨습니다. 사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뭐?”
“두 셰프님 모두, 올해 3월 만료인 레스토랑 운영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시고, 그대로 은퇴를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 면담을 요청하셨다고…….”
로면의 표정은 순식간에 확 바뀌어 버렸다.
그 말에는 나도 조금 놀랐다. 이 호텔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레스토랑을 맡은, 두 셰프가 돌연 은퇴를 하겠다고 사장을 찾아 왔다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내가 요리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태도와 요리가 저들의 요리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 바, 반유현 셰프님. 지, 지금 조금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레스토랑 운영 때까지 주기적으로 만나 뵙게 될 테니, 일단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포시즌스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은 총 세 개…….
한 자리는 이미 내가 차지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남은 두 개의 레스토랑이 공석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저 베테랑 셰프들이 가볍게 은퇴를 입 밖으로 꺼낼 리 없다.
그에 따라, 내 머릿속에 아주 ‘신선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 세 개를, 다 차지해봐?’
나에게 신선하다는 것은, 100년이 넘는 인생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