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내가 더 별이 많아(5)
“실력이 안 되면, 배움의 자세라도 있는 게.”
나의 직설적이고 거친 언행 덕분에 분위기는 계속해서 뜨거워졌고, 이 현장의 소식을 전하려던 기자들에게는 쉴 틈 없이 일이 쏟아졌다.
내 말 하나하나가 그들의 타이틀이 될 터였으니 말이다.
“그럼, 불만을 가진 셰프들 말고 반유현 셰프의 눈에 띈 셰프도 있나요?”
“저쪽에 있는 여성분이 눈에 띕니다.”
나는 당연히 메이를 가리켰다.
메이는 놀란 듯이, 제발, 제발 그러지 말라는 식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매사에 당당한 태도를 가진 그녀였지만, 사람들의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싫어했다.
“아아아! 반유현 셰프가 눈여겨보고 있던 셰프가 있단 말인가요!”
다른 조리대의 셰프들을 인터뷰하고 있던 사회자와 인이어로 무전을 나눴는지, 다른 곳에 있던 사회자가 메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회자는 메이에게 질문을 했다.
이 경연장의 맨 앞에 걸린 거대한 스크린에 메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반유현 셰프에게 지목을 받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원래 무슨 관계이신가요?”
“어……. 제자…….”
메이의 앞에 있던 사회자가 메이에게 질문했을 때, 경연장 안에 있던 한 젊은 사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레드테이블 – 반유현’의 메이잖아! 메이 셰프!”
“에에?”
“아! 메이!”
내가 ‘레드 테이블 – 반유현’을 오픈하기 전, 방영되었던 ‘더 셰프’는 내가 주방에 있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했었다.
그에 따라, 나의 밑에서 일하던 로또 육인방의 얼굴도 간간이 비쳤는데 메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던 것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의 엑스트라보다 덜한 비중으로 방송에 나온 메이를 기억하는 것을 보니, 수도 없이 내 방송을 돌려 본 사람 같았다.
“아아! 지금 한 분께서, 반유현 셰프가 지목하신 여성분의 정체를 밝혀 주셨습니다! 레드 테이블, 반유현의 셰프 중 한 명! 메이 셰프입니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되던 관심이 그녀에게도 나누어졌다.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자, 사회자는 이 대회의 볼거리가 무엇인지 짚어주었다.
“아!! 스승과 제자가 같은 경연장에서 실력으로 승부를 봅니다. 소문처럼 반유현 셰프의 제자를 가르치는 방식이 도전적이고 신박하군요! 반유현 셰프님, 메이 셰프가 이긴다면, 하산해도 되는 겁니까?”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메이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내줬다.
원래, 압도적으로 강한 빌런보다, 그것에 대항하고 도전하는 자가 대중들의 응원을 받는 것 아니겠나.
나는 이 경연장을 압도하는 진짜 악당이 된 것처럼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대형 스크린은 반으로 갈라져, 나의 얼굴과 메이의 얼굴을 각각 비추고 있었다.
나의 출전에 불만을 품었던 못난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경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관심은 우리에게로 쏠렸다.
***
요리와 제과 종목을 합하면, 대략 30개 종목의 경연이 이뤄진다.
국제조리사협회(World Association Chefs Societies)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대회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회.
이곳에서 수상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셰프들은 자신의 급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경연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이 지금의 ‘라이브 쿠킹’이었다.
넓은 경연장에 약 150명의 셰프가 조리대를 각각 차지하고 있었고, 한 시간 동안 메인 요리 한 종류를 3인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회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요리하는 과정에 가산점이 붙기도 하고, 감점이 되기도 한다.
“경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시작을 외치자, 대형 스크린의 한쪽에는 60분의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머지 한쪽에는 참가자들의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물론, 그 첫 화면에는 내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연어 콩피를 할 생각입니다.”
콩피(Confit).
원래 식자재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기름이나 시럽에 재료를 잠기도록 담가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방법을 일컬어 부르는 말로, 프랑스에서 유래한 조리법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할 요리는 ‘연어 콩피’였다.
올리브유에, 연어를 잠기게 담가 오랜 시간 조리해 버터처럼 부드럽게, 그리고 고소하게, 생선 특유의 기름진 풍미가 잘 드러나는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내가 많고 많은 요리 중에 생선 요리를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앞서 말했듯이, 라이브 쿠킹은 맛뿐만 아니라, 요리 ‘과정’도 보여주는 경연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콩피를 할 올리브유를 준비했다.
올리브유를 냄비에 가득 따르고, 레몬과 각종 향채, 그리고 허브를 넣은 뒤에 불을 올렸다.
그리고, 내가 생선 요리를 선택한 이유를 관중과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었다.
쾅!
우와아아아!
내가 연어 한 마리를 통째로 조리대에 올려놓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요리 과정이 심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셰프가 위생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적절한 재료 손질법을 사용하는지를 본다는 것인데, 그런 요소에서 감점을 당할 리는 없었으니, 나는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연어를 조리대에 올려놓고는 곧바로 생선 손질용 칼을 꺼내, 연어의 지느러미 아래로 칼을 넣었다.
우와아아아아!
이런 경연 현장에서 여유롭게 생선을 손질한다는 것 자체가 관중들에겐 충격이었을 것이다.
모든 셰프들이 헐레벌떡 칼과 펜의 손잡이를 잡고 조리에 들어갔는데, 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약 7kg의 연어를 손질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샤아아악!
칼과 뼈와 맞닿는 소리가 나왔다.
내장을 빼 털어내고, 머리를 쳤다.
숙! 수우욱! 다다다다!
그리고 갈비뼈를 발라내고, 핀셋으로 잔뼈를 발라냈다.
“와! 저 살 발라진 것 봐. 뼈만 남았어!”
“미슐랭 포스타 셰프잖아요!”
“응? 미슐랭 포스타를 얻은 레스토랑은 모두 양식인데, 생선을 저렇게 잘 손질해?”
“와, 생선 요리를 하는 다른 셰프들은 그럼…….”
한 관중의 말처럼, 생선 요리를 하는 다른 셰프들이 초라해졌다.
내가 요리에 사용할 만큼의 연어 살을 모두 발라냈을 때에는,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마무리로 배꼽 살과 지방을 분리했고, 연어 살에 소금과 허브, 레몬 제스트를 뿌려 재워두었다. 그리고 곧장 소스를 준비했다.
시금치 카라멜 소스.
시금치를 물에 데친 뒤 블렌더로 갈아, 채에 걸러 버터와 설탕으로 농도를 맞췄다.
그런데 그때, 소스가 거의 완성될 때쯤에, 저 멀리에서 엄청난 탄성이 들려왔다.
우와아아!
그 탄성 소리가 너무 커서, 나의 요리에 집중을 하던 관람객들과 심사위원들도 그쪽을 바라봤다.
‘시작했나.’
나는 그 탄성의 근원지가 어딘지 알고 있었다.
그곳을 보지 않아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알았기에 딱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 요리에 집중할 뿐이다.
“대체 뭐야!”
“그 스승의 그 제자…….”
그리고 관중들의 입으로 전해져 오는 상황을 듣고 확신했다.
저쪽 어딘가에서 메이가, 나처럼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꺼냈다는 것을.
“반유현 셰프 봐! 딱히 관심을 두지 않잖아! 저 정도는 기본이라는 거야?”
“국제 대회에서?”
우와아아아!
메이가 준비한 요리는 뫼니에르. 프랑스 전통의 생선 요리로, 버터에 생선을 굽기 전 밀가루나 전분을 묻혀 생선 살 특유의 식감을 살리는 요리이다.
평범하고 널리 알려진 요리지만, 내가 그랬듯이 이 현장에서 재료가 될 생선, ‘대구’를 통째로 꺼내 손질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숙! 수우욱!
왜소한 체구를 가진 그녀, 그리고 경연 시작 전 보여주었던 수줍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손길로 자신의 팔보다 큰 생선의 살을 깨끗하게 발라냈다.
타이머와 참가자들을 각각 비추고 있던 두 개의 대형 스크린은, 나와 메이를 비췄다.
우와아아아!
메이는 큰 대구를 손질하고, 나는 소스와 가니쉬를 만들고 있는 장면.
그 장면이 보여졌을 땐, 관중들과 심사위원들은 모두 그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생선요리를 준비한 몇몇의 셰프들은 의욕을 잃었지만, 몇몇의 셰프들은 아직도 희망을 잡고 있었다.
“괜찮아! 우리가 더 맛있으면 돼!”
그 셰프들은 맛에 희망을 갖고 열심히 요리를 준비하고 있으나, 그게 그들의 뜻대로 될 리는…… 당연히 없다.
***
모든 셰프들이 조리대에서 떠난 경연장.
각각의 조리대에는 셰프들이 60분 동안 치열하게 만들었던 요리들이 올려져 있었다.
요리 과정과, 오로지 맛으로만 그 평가를 하는 경연에서, 이제 맛을 평가하는 시간만이 남아있었다.
심사위원만 35명.
평가 기준의 잣대가 높기로 유명한 이 대회는, 심사시간이 되자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방금 전만 해도 뜨겁게 불타오르던 경연 현장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의 요리를 깊게 뜯어 맛보고 있었다.
“이 셰프는 참…….”
“맛이…….”
“감점요소가 없네요.”
연어 콩피.
입안에 연어를 넣자마자 버터처럼 살이 녹아내렸다.
혀와 입안이 맞닿으며 연어의 살을 으깰 땐, 연어 특유의 기름진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시금치 카라멜 소스가 그 기름짐을 한번 닦아줬고, 가니쉬로 곁들여진 브로콜리니가 입안을 한 번 더 개운하게 헹궈줬다.
“맛이 똑같다면 연어를 즉석에서 손질한…… 반유현 셰프에게 가산점을 주겠지만, 가산점을 주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반유현 셰프의 요리가 더 맛있습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어를 사용해, 식감이 특이하네요.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아주 좋은 식감입니다. 이미 손질되어 있는 연어를 사용한 것과 이 정도의 차이가 난다니……. 이걸 의도한 거라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던, 반유현 셰프의 요리를 실제로 맛본 순간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장난기 많은 심사위원들도 있었다.
“‘레드테이블 – 더 파스타, 반유현.’ 파리에 있는 두 개의 식당 다 예약 기다리려면 한 달이 넘어요. 여기서 먹어봐야 돼.”
“저쪽도 있잖아. 레드 테이블 – 반유현 레스토랑 출신.”
“이름이 메이였나?”
그렇게 심사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심사위원들의 동선은 단순해졌다.
심사시간이 40분가량 지났을 때는, 심사위원들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이거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다들 다른 참가자들의 심사는 끝나셨죠?”
“심사는 다 끝났습니다. 그나저나 이 둘의 요리가 맛있고, 신기한 걸 어떡합니까.”
몇몇 심사위원들이 다른 조리대에도 붙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반유현의 조리대 앞에 서 있거나, 메이의 조리대 앞에서 그 요리를 맛보고 있었다.
“대구의 이리(정소)가 폰즈 소스와 참 잘 어울립니다. 물에 데치는 시간을 조절해 식감도 놓치지 않았어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대구 살을 이용한 뫼니에르도 훌륭합니다. 참나……. 그 스승의 그 제자란 말인가.”
“가서 연어 콩피 드셔보시고 오세요. 이 요리를 만든 메이 셰프가, 생선의 살에 대한 이해도를 확실히 스승에게 잘 배웠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심사시간이 지났을 때는, 결국 반유현의 요리 앞에,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모여 있었다.
“흠. 감탄밖에 안 나오는 요리입니다. 그런데, 반유현 셰프는 우리의 평가를 받기 위해 이 경연에 출전하신 건가요?”
“당연히 그런 것은 아니겠죠. 이미 반유현 셰프는 ‘별’이 많으니까…….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해서……. 메달을 안 줄 수도 없고. 곤란하군요. 그렇다고 메달을 주자니, 전 종목을 석권할 것 같고. 다른 셰프들의 불만이 많아질 만합니다. 생태계 파괴 아닙니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