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내가 더 별이 많아(6)
각 종목마다 금, 은, 동메달이 있고 메달에는 점수가 있다.
금메달은 승점 10점, 은메달은 9점, 동메달은 8점 그리그 그 외의 다른 상들은 5, 4, 3점씩.
올림픽처럼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각 종목에서 받은 점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와 수상자들을 가리는 대회였다.
물론, 여러 종목에 동시에 출전하는 참가자 수는 많지 않아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한 종목 한 종목에 정성을 쏟는 편이 많았다.
인기상, 창의력상, 등등 승점이 높지 않은 상이 차례로 호명되었고, 동메달을 받게 될 참가자들이 호명될 순서였다.
-더 그레이스 호텔의 로버트 에반스. 축하드립니다.
경연 당시 내 앞의 조리대에서 요리를 하던 셰프. 5성급 특급호텔의 그릴 파트에 속해 있는 셰프였다.
아직 매우 젊어 높은 직급을 가지진 못했지만,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잠재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0년이 넘는 삶을 살았지만, 이번 생에 이 셰프를 처음 봤다는 것은 그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요리 업계를 떠난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었다.
동메달 수상자의 호명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축하를 했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그때, 내 옆에 있던 메이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허, 로버트 에반스! 셰프님이 적으라고 해두신…….”
메이는 손에 들고 있는 수첩과 내 얼굴을 번갈아 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기록해두라고 언질 줬던 이름들이 차례로 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블루 키친의 매튜 웨인. 축하드립니다.
동메달 수상자들의 이름이 나열될수록 메이의 놀란 눈은 점점 더 커졌다.
“뭐, 뭐에요 셰프님? 심사에 직접 참여하신 거예요?”
연이어서 내가 지정해 줬던 이름들이 호명되자 매우 놀란 듯했다.
이쯤 되니까 내가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거란 합리적인 의심을 시작한 메이였다.
“아니.”
“그, 그럼 어떻게 저걸 안다는 말씀이에요?”
내 경연 요리가 끝났을 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는 심사위원에게 요리가 끝났다는 것을 알린 뒤에 요리를 제출하고, 경연장 내부를 돌며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의 손짓과 동선, 재료 손질법만 봐도 그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맛을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판별법이지만. 칼질과 불의 온도 등 사소한 것부터, 크게는 그들이 준비한 재료의 조합과 각 재료들이 요리에 들어가는 양 등 그 겉보기만으로도 실력을 판단할 근거는 충분했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들을 판단하고 말 것도 없이 셰프가 주방에서 움직이는 것만 보더라도 본능적으로 느낌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100년 세월의 직감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수상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이기에, 잠재력이 충만하지만 수상을 못 하게 될 셰프들을 놓칠 우려에 이름을 적어두었던 것이다.
“설마 다음 수상자도……? 리키…….”
-베네치아 호텔의 리키 넬슨. 축하드립니다!
“아니! 진짜 심사에 참여 안 하셨어요? 심사위원 중에 아는 셰프님이 있다든가.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만 보고도 수상자를 예측할 수 있다고요?”
“대충은.”
“이건 진짜……. 놀리지 마세요……!”
리키 넬슨.
그가 요리 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그의 잠재력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전생에 나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충실히 운영해준 내 동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라이브 쿠킹 종목에서 가장 처음 기록한 이름이었다.
날카로운 성격에 사회성도 그리 좋지 못해, 동료 셰프들과 마찰도 자주 일으켰던 놈이지만 요리 하나에 대한 열정에는 ‘미친놈’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렬한 셰프였다.
‘메이랑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지금 내 옆에서 나를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는 메이는 모르지만, 전생에는 그녀와도 잦은 마찰로 문제를 일으키곤 했었다.
메이도 어쩐지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표정을 찡그렸다.
“무슨, 이런 국제 대회에서 동메달씩이나 수상을 하는데 저런 무표정이래요? 자기가 엄청 잘난 줄 아는 것 같은데. 저런 사람을 파리로 데려가실 거예요?”
“네가 확실하게 콧대를 꺾어주면 되잖아.”
“예? 제가 저 사람을 무슨 수로.”
내 말의 뜻을 아직 못 알아들은 메이가 내게 질문했고.
그 동시에 나의 말뜻을 깨달았는지 동공이 확장됐다.
“허! 에에? 설마…….”
그녀가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을 때, 그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첫 번째 은메달 수상자. ‘레드 테이블-반유현’의 메이 셰프입니다!
“축하해.”
메이가 최소 은메달을 수상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몇 개월 동안 내가 그녀의 곁에 붙어서 가르쳐준 것들은 셀 수도 없이 많고, 그녀는 그것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었다. 더군다나 이 대회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그 맛은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다.
동메달 3명, 은메달 2명.
내가 기록해두었던 명단에서 모든 수상자가 나왔다.
“너는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은메달이나 수상하는데. 너도 네가 잘난 줄 아는 거야?”
“아, 아니이이이. 셰프니이임!”
“축하한다.”
귀신을 본 듯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메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재료 손질을 하던 견습 셰프가 나와 함께 주방에서 생활을 한 지, 1년도 채 안 돼서 국제 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는 이곳에 있는 다른 셰프들에게, 내가 요리 기술을 전수하는 것에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가졌다는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더군다나 ‘레드테이블 – 반유현’의 메이. 레스토랑의 이름에 나의 이름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나의 밑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운 셰프라고 모두가 알게 되었다.
‘내 주방에 들어오고 싶을 테지.’
시상대로 걸어가는 메이보다, 나를 향해 뜨거운 시선과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설명할 이유가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의 옛 동료를 비롯해 잠재력이 뛰어난 강력한 셰프들을 파리로 데려갈, 첫 번째 준비를 마쳤다.
***
‘레드 테이블-반유현’과 ‘반유현’.
라이브 쿠킹 종목 시상식에서는 내 이름이 정확히 세 번 호명되었다.
메이가 호명될 때, 그녀의 소속이 같이 호명되면서, 내 이름이 한 번 불렸으며.
내가 수상할 때는 나의 이름이 두 번 불렸다. 이를테면.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차지하게 된 사람은! ‘레드 테이블 – 반유현’의 반유현 셰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직 포시즌스 호텔의 레스토랑이 오픈을 하지 않았고, 내가 그 호텔의 레스토랑을 맡게 되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기에, 나는 레드 테이블이라는 소속을 달고 출전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행사장에서 그 어떤 이름보다 ‘반유현’이라는 세 글자가 가장 많이 울려 퍼졌다.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른 건 몰라도, 반유현 셰프님. 그 세 글자의 이름은 외워서 가겠어요.”
계단식으로 구성된 시상대, 내가 서 있는 계단의 아래 은메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가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메이가 나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것이 부러웠는지, 함께 시상대에 올라와 있던 동메달 수상자들과, 공동 은메달의 수상자들이 눈치를 보더니 내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뵙고 싶었습니다. 반유현 셰프님. 팬입니다.”
“축하드려요 반유현 셰프님……. 혹시 이따가 사진 한 장만…….”
“아, 예. 당연하죠.”
일이 알아서 진행되어간다. 나의 이름값이 이만큼이나 강력해진 것이다.
시상대에 있던 셰프들은 내가 모두 눈여겨보고 기록해놨던 셰프들, 더군다나 그중 리키 넬슨은 나의 전생의 동료이기도 했다.
여기서 끝나면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인연이 될 터지만, 나는 내 속내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어? 이게 뭐죠 셰프님?”
***
“100명 이상이 들어갈 연회장을 찾으라고요?”
메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셰프님. 저 싱가포르에 처음 와보는데……. 영어도 그렇게 유창하지가 않…….”
이유는 알려주지 않고, 100인 이상이 참석할 수 있는 연회장을 찾으라는 미션을 반유현에게서 받았다.
뭐 물론, 주방에서도 반유현은 무언가를 지시할 때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준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지시한 일을 수행하다 보면, 대부분 그 과정에서 깨우침을 받았다.
아마도 메이의 셰프로서의 잠재력과 실력이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은 반유현의 교육법과 메이의 호기심과 탐구력이 합쳐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뭐야. 또 무슨 짓을 하시려는 거지…….’
그나마 이제는 반유현과 함께한 시간이 1년이 다 되어갔기에, 그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 이번에 시킨 일은 그 의도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셰프로서의 영업력을 키워주시려는 건가.’
싱가포르, 머나먼 타지까지 와서 100명이 수용 가능한 장소를 3일 만에 찾아야 했지만, 자신을 키워주고 가르쳐 준 셰프의 큰 뜻이 있으려니 생각했다.
그렇게 몇 곳의 호텔을 돌아다니며 장소를 섭외하고 있을 때에, 메이의 귀에 뜻밖의 소리가 들렸다.
“와! 이 대회에서 수상하면, 반유현 셰프님의……!”
반유현, 메이의 귀에 정확히 들린 세 글자였다.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 저 얼굴은.’
반유현의 이름을 꺼낸 청소년들 중, 한 명은 메이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라이브 쿠킹 영셰프 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얻게 된 소년.
메이는 더 이상 출전할 종목이 없었기에 이런저런 경연들을 관람하며 다녔던 터라, 수상했던 셰프들의 얼굴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메이가 알고 있는 얼굴 중 한 명인 라이브 쿠킹, 영셰프 종목의 금메달 수상자가 반유현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다.
메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조금 가까이에 다가갔다.
“반유현 셰프님에게 명함 같은 종이를 받았다는 거지? 뭐라고 적혀있는데?”
반유현이 준 명함 같은 종이. 메이도 처음 듣는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곤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파리의 낭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적혀있는데?”
“파리의 낭만? 파리의 스타 셰프 중 한 명이 그런 이야기를 해서 종이에 적어주었다는 건……. 어디서?”
그들도 그 종이에 적힌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대충 그 의미를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금메달을 수상한 소년이 말했다.
“나만 받은 게 아니야. 은메달, 동메달을 받은 셰프들도 반유현 셰프가 직접 초대권을 건네줬어.”
“모든 수상자들에게? 상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그런 종이를 준 거야?”
“아니, 종이를 받은 사람이 상을 받은 꼴이야.”
“엥? 반유현 셰프님이 상을 받을 사람을 예측했다는 거야?”
“그건 말이 안 되잖아. 우리의 요리하는 모습을 보긴 하셨는데 설마 모든 수상자를 예측할 수 있겠어?”
메이는 몇 마디 대화를 듣지 않았지만, 얼추 그 종이에 적힌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직접 눈여겨본 셰프들을 모두 한곳에 초대하겠다는 생각이신데……. 근데 대체 한곳에 모아 놓고 어쩌려는 생각이시지?’
매번 상상을 깨는 전략과 계획, 그리고 그것들을 실행했던 반유현이 대회 각 종목의 모든 수상자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그 초대를 받은 수상자들의 반응 또한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그런데, 그 설렘을 느끼기는 메이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이번엔 무엇을 보여주시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