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44
44화. 새로운 역사는 지금부터 (2)
“그냥 예약을 위해 만든 서비스가, 웬만한 어플보다 다운로드 수가 많이 나올 줄이야.”
“레스토랑 예약보다 반유현 셰프님,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인기의 지표 아니겠습니까.”
[ 레스토랑 예약 어플 ‘반유현’ 다운로드 7만 넘어서다. 그의 끝은 어디일까. ]요리 전문 잡지, 신문사, 레스토랑 비평 전문 기관을 뛰어넘어 이제는 성공신화를 주제로 다루는 잡지에서도 반유현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눈밭에서 있는 힘껏 눈덩이를 굴리다가, 그 눈덩이가 점차 커져 알아서 내리막을 굴러가며 덩치를 불리는 느낌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반유현의 행동 하나하나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으니까.
“지금 들어오는 인터뷰들도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해서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메이저 언론사 빼고 다 짤라 버려. 방송사는 뭐 없어?”
“프랑스 공영방송사인 텔레비지옹(France Télévisions)에서 올해의 셰프로 선정되었다고 연락 온 것은 어떻게 할까요?”
“공영방송사? 그래, 그 정도 규모의 섭외 아니면 다 잘라버려.”
무수히 많이 들어오는 각종 매체의 섭외요청도 걸러서, 압축해 반유현에게 보고해야 할 정도였다.
“참……. 내 15년 회사 생활 동안 이렇게 급성장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반유현 셰프님 자체가 갖는 파급력뿐만 아니라, 셰프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가치가 수직으로 성장하고 있으니까.”
“제가 입사 전에 공부한 성공경영사례에서는…… 대부분 이런 급성장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인데, 저희 반유현 셰프님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 같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하, 그래, 자네도 잘 배워. 방금 자네가 말했다시피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뿐만 아니라, 이런 경험은 어떤 회사에서도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 경험상 이 정도의 흐름이라면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아. 반유현 셰프님 자체가 갖고 계신 브랜드 파워가 너무나 높아졌으니까.”
셰프로서의 이름값이 아닌, 브랜드 파워.
반유현의 브랜드 파워는 분야를 막론한 섭외를 가능케 했다.
“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한두 군데도 아니고…….”
“실리콘 밸리?”
실리콘 밸리.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직원들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였다.
“IT기업들이 있는 곳 아니야? 그쪽에서 우리한테 무슨 연락을 해.”
“어플 ‘반유현’을 더 사업적으로 구상해보자는 내용의 회사들과, 투자 회사들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내에 있는 반유현의 레스토랑, 그 레스토랑들의 예약 실태를 한 번에 파악하고 쉽게 예약할 수 있는 그 어플의 다운로드수가 7만을 넘어서자, 미국 실리콘 밸리에 상주하고 있는 11곳의 IT 벤처 기업들이 그 어플 자체가 갖는 잠재력을 보고 제안을 한 것이었다.
“제안을 받은 것들을 들어보면, 다운로드 7만이라는 인프라를 살려서, 맛집 리뷰 어플, 미식가들 논평 어플, 메뉴판 어플, 레스토랑 리뷰 어플 등 확장성이 있는 쪽으로 발전시켜서 또 다른 수익구조를 내보자는 식의 연락들이었습니다.”
“흠. 지금은 우리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잖아, 지금 당장만 해도 레스토랑 인테리어, 한불 문화교류, 그랜드 오프닝…… 자네 생각에 가장 인상 깊었던 제안이 뭔가?”
수많은 제안들이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몇 가지로 간추려 반유현에게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원들은 제안 받은 프로젝트를 간추려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제안은 이건데요.”
“응?”
“세계 최대 여행 정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메일입니다.”
“트레블 어드바이져?”
트레블 어드바이져.
전 세계에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정보 제공 플랫폼.
전 세계의 호텔, 숙박 시설, 엑티비티, 맛집, 레스토랑 등 여행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근래에는 그들의 음식점 리뷰 서비스가 공신력이 높기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들도 세계적인 호텔 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인지라, 그 서비스를 모를 리가 없었다.
“우리 호텔하고 제휴는 이미 맺어져 있잖아.”
“반유현 셰프님과의 제휴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광고 모델로요.”
“개인에게? 지금 모델이 누구였더라?”
“젊은 층의 할리웃 배우들과, NBA, EPL 등 스포츠 스타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젊고 돈 많고, 성공가도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을 주로 광고 모델로 쓰고 있는데, 저희 반유현 셰프님도 그들의 눈에 들었나 봅니다.”
두 사내는 그들에게 온 메일을 유심히 읽어 내려갔다.
-트레블 어드 바이져는 수년간, 여행 서비스에서 1등만을 해온 역사 있는…….
반유현님의 이름 자체에 있는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세계적인 광고를 내보고 싶습니다. 저희 회사의 공식 모델에 관련된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세계 1등 음식 리뷰 서비스 업체가 우리 셰프님을 광고 모델로 쓰고 싶다는 거지?”
“그것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입니다. 그 광고 모델이 되었다는 자체로 저희 레스토랑의 매출도 끌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광고 모델이라……. 제대로 검토해서 보고 드려보자고.”
“아! 광고도 광고지만, 사실, 그 뒤의 내용을 보셔야 합니다.”
-저희 회사는 광고 모델만을 제안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에엥? 트레블 어드바이져……. 그 대기업이 이런 제안을 한다고?”
***
“트레블 어드바이져, 나와의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한-불 문화교류 행사 갈라디너에 모든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거잖아. 맞아?”
“예, 맞습니다. 일단 그쪽에서 제안한 것들과 별개로, 이번 행사에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익 집단인 기업이, 일개 개인과의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내가 그저 돈 따위에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안 거지 저쪽도.”
저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생각되니, 저들의 의도를 간파해내는 것이 쉽다.
언론에 비춰진 나의 행보만을 보고, 내가 돈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저들의 행동은 ‘나’라는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치밀하게 했다는 것이었으니까.
“대기업에게 그런 대우를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일단 저쪽의 지원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트레블 어드바이져 측에서 내민 제안은 이번의 지원과 관련 없다고 정확히 명시해놨으니까요.”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기업의 자본을 빌릴 생각에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자본을 뛰어넘어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가뜩이나 일손이 모자랐던 ‘반유현팀’에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그럼, 엄청난 투자자가 생겼다는 건데, 역사상 가장 파워풀한 한불 문화교류 행사의 갈라디너를 만들어야지.”
“예에?”
대기업의 지원으로 일이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했던 직원들은 또 나의 발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을 줄일 생각만 하고 있던 건 아니지?”
갈라디너는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첫째 날은 각국의 대통령과 고위공무원, 그리고 각국의 문화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유명인들이 참석한다.
내가 요리하는 모습과 그들이 내 요리를 맛보는 장면들이 양국의 방송에 생중계 된다.
둘째 날에는 방송 없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나의 요리를 선보이는 행사였다.
“첫째 날에는 양국의 대통령이나, 유명인사들 때문에 주최 측에서 섭외한 호텔에서 갈라디너를 진행하고, 둘째 날의 갈라디너를 마음껏 꾸며야겠어.”
트레블 어드바이져라는, 대기업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둘째 날이었다.
첫째 날은 대통령의 경호문제와, 유명인들의 동선문제를 비롯해 행사장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가 없던 탓이었다.
“첫째 날은 온전히 맛에만 집중하고, 둘째 날, 갈라디너 장소는 야외에 마련해줘.”
“예?”
“방송이 없는 만큼,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도 나의 갈라디너를 볼 수 있게, 대형 스크린, 무대, 그리고 그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주고. 트레블 어드바이져 팀에서 도와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 자체에 어떤 의의를 담으려면 담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은 오로지 나의 활약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방향으로만 굴러갈 뿐이었다.
이쯤이면 나와 가깝게 지내던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것, 판이 깔리면 난 내 최고의 실력을 뽐내 그 판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낼 뿐이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야외에 프라이빗 공간도 마련해둬야겠어. 첫째 날에 내 요리를 맛본 대통령 각하, 또는 유명인들이 둘째 날에도 나의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
***
샹그릴라 호텔의 그랜드 볼룸(Grand Ball room).
한-불 문화교류 행사의 갈라디너가 진행되는 곳이었다.
포시즌스 호텔에서도 이 행사가 진행될 뻔했으나,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장소를 제공할 수 없었다.
내 주방에서 내 요리를 한다면, 몸과 마음이 더 편했을 테지만, 장소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넣어두고, 나는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들을 눈에 담고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을 달성한 감독 봉준원, 앨범을 냈다 하면 빌보드를 휩쓸어 버리는 아이돌 TTS,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성공적인 신화를 이룬 기업인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사회자가 한 명 한 명 이름을 말하자, 그들이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환영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의 대통령.
나는 지금 그와 한 공간에 있었다.
“아, 하하. 봉주르! 안녕하십니까. 거리는 멀지만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예부터…….
센스있게 ‘봉주르’로 인사를 시작한 대통령은 프랑스와의 역사적인 관계를 말하며, 준비한 멘트를 즐겁게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마지막엔 나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곳에 초대되신 모든 분들이 프랑스와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계시지만, 저는 이곳이 갈라디너의 행사장인 만큼, 한 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성공적인 역사를 쓰고 계신 반유현 셰프. 저희 국민들이 하나같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셰프님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영광입니다. 제가 오늘 셰프님의 요리를 맛보고, 꼭 저희 국민들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그가 내 눈을 맞추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다. 환생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대통령이라니.
불과 1년, 19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내게 주어져 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을 떠올리니 괜스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이 여유를 느껴본 적이 지난 수십 년간 없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묘하게 짜릿했다.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저들의 입장에서도, 내가 요리를 시작한 지 이제 갓 1년이 지난 셰프인데, 이 현장의 주인공으로 지목되니 저들의 마음에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바람이 불은 듯했다.
수많은 유명인들과 기업인들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갈라디너에 앞서서 설명해 주실 것이 있나요?”
사회자가 말하며, 나에게 마이크를 건네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