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새로운 역사는 지금부터 (4)
“한불 문화교류행사의 마지막, 그 전날 밤! 가장 큰 축제라고 할 수 있는 K-pop 콘서트가 이제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8000여 명의 관중들이 있는 무대, 대한민국의 남자 배우와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형같이 조그마한 얼굴에 눈코입이 뚜렷한, 누가 봐도 배우. 그런 두 사람의 진행을 맡았다.
이 공연이 진행된 나라는 프랑스였기에 둘의 대화는 프랑스어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박호검 씨는 어떻게 그렇게 프랑스어를 잘하세요?”
“아, 제가 고등학교 때 프랑스에서 살았었습니다. 제가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알아봐 주시고, 이런 자리의 MC를 맡겨주시니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주최 측과 프랑스까지 오셔서 열렬히 저를 환호해 주시는 저희 국민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사벨 씨, 이사벨 씨도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호호! 네, 저도 몇 마디 할 줄 알아요. 아,아안녕하세유. 싸랑합니다!”
“하하하! 잘하시네요! 여기 계신 대한민국 국민분들도 다 알아들으셨답니다. 그렇죠!?”
유럽의 K-pop 열풍을 실감 나게 하는 자리, 그곳엔 수많은 사람들이 전광판에 비친 두 MC의 대화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할 수 있어요. 파, 판유우현?”
“예?”
“바안유우현?”
“반유현이요?”
남자 MC를 맡은 박호검은 자신이 들었던 단어를 다시 되물었다.
본인도 ‘반유현’이라는 셰프가 현재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셰프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반유현 셰프, 그 이름을 아시나요?”
박호검이 이사벨에게 되물었던 순간, 박호검의 귀에 꽂혀있던 인이어에서 무전이 흘러나왔다.
-아아! 박호검 씨! 이제 들리시나요? 이 행사 끝나고, 반유현 갈라디너 초대권 추첨할 예정입니다. 원래 없었는데, 갈라디너 주최 측에서 요청했으니 그렇게 알고 진행해주세요.
콘서트 진행 스텝의 무전이었다.
잠시 통신 장애로 이사벨에게만 무전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세 시간 전에 갈라 디너를 진행하셨고, 엄청난 반응을 이끌었다고 하네요. 내일 또 마지막 갈라 디너가 있다는데, 그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초대권을! 이 공연이 끝나고 추첨해 드린다고 합니다!”
박호검은 곧장 고개를 끄덕거리고 자연스럽게 진행에 들어갔다.
“와우!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 관계를 돈독히도 해주셨다는 반유현 셰프의 갈라디너요? 그 셰프님의 요리를 먹고 싶은 사람들도 예약 기간이 한 달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렇습니다! 그런, 반유현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초대권! 저희 한불 문화교류 콘서트! 그 마지막에 추첨을 통해 나눠 드립니다!”
우와아아아!
이곳을 가득 채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TTS의 팬.
보이그룹 TTS의 SNS를 통해, 반유현의 갈라디너가 한불 문화교류행사에서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이곳에 모여 있는 팬들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멤버들 중 일부가 갈라디너에 참석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그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마지막 무대! TTS의 가짜 사랑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
TTS를 소개한 것을 끝으로, 무대 아래로 내려온 박호검과 이사벨은 서로 인사를 나눴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네. 제가 아까 반유현 셰프 얘기할 때, 무전이 잠깐 끊겼어서 진행이 부자연스러웠네요. 죄송합니다. 능숙하게 처리했어야 됐는데.”
“아아, 아니에요. 저도 무전을 못 받았었는데, 제가 반유현을 말한 순간 무전이 왔습니다. 반유현 셰프의 갈라디너 초대권을 추첨한다는 무전이요.”
“예? 그럼 원래 반유현 셰프를 알고 계셨다는 말이에요?”
“아, 네네 아아녕하쎄요! 싸랑합니다아! 반유혀연! 이렇게 세 가지는 알고 있었어요!”
이사벨이 반유현을 말했던 것은, 무전을 듣고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던 한국어를 말한 것이었다.
“요즘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있나요? 그것도 프랑스 파리에서.”
박호검은 반유현의 현지 인기를 실감했다. 기껏해야 셰프, 아니. 셰프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이런 파급력과 인기를 가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까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못해 부러울 정도였다.
자신도 나름 팬덤이 형성되어있는 배우였으나, 이사벨에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또박또박 소개해야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부러움은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해 더 커져만 갔다.
“저도,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될 건데요. 제가 너무 존경하는 분입니다. 같은 나이에, 요리라는 특수한 기술 분야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시고……. 어제 있었던 갈라디너에서는 완전, 멋있었습니다.”
아이돌 그룹 TTS의 공연이 끝나고, 준비한 멘트를 하는 TTS의 멤버 김호의 말이었다.
꺄아아악!
우왕아아아아!
“이 자리에서 딱 다섯 장, 그 초대권을 제가 직접 추첨해 드리겠습니다.”
우와아아앙!
무대 뒤로 들려오는 관중들의 환호가, 김호의 말에 환호를 하는 것인지, 반유현의 갈라디너 초대권에 환호를 보내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저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반유현’이라는 셰프의 이름이 각인되었다는 것.
“크…….”
***
“문제가 많이 생겼습니다.”
“알아.”
반유현 팀의 막내, 오스틴의 말에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오스틴의 눈빛이 흔들렸다.
“흠. 뭐가 그렇게 문제라고 호들갑이야?”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여유가 없어 보였기에, 나는 다시 부드러운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암표가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암표?”
“반유현 셰프님의 갈라디너에……. 참석하고자 TTS 팬들 사이에서 그 초대권의 가격이 한화로 130만 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원래 내 갈라디너에 참석할 수 있는 표값은 23만 원이었다. 이것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행사 주최 측에서 정한 값이었기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 한들 변하지 않는 값이었다.
그런데 어제 늦은 밤 있었던 한류 문화교류 콘서트에서의 TTS 덕에, 그 초대권의 값이 몇 배나 뛰어버린 것이었다.
“그로 인해 생긴 문제들이 뭔데.”
“앞으로 다섯 시간 남은 갈라디너 현장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서, 현재 정리 중에 있습니다. 그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초대권을 구입해서 이곳에 참석한 손님들의, 요리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질 것 같구요.”
한불 문화교류행사 K-pop 콘서트 주최 측에 내 표를 추첨하는 것을 부탁했었다.
그리고 TTS의 멤버 김호에게 그 표를 직접 추첨해줄 것을 부탁했었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생각이었으나, 이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릴 줄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TTS 멤버들과 같은 공간에 근래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의 요리를 먹는다는 것이 그 팬들에게는 얼마나 매력적인 시간이겠는가.
암표의 값이 계속 올라가는 것도 이해가 됐다.
“일단 현장으로 가자.”
곧장 벤에 올라 현장으로 출발했다.
네 시간이 조금 넘게 남은 지금, 나도 슬슬 식재료를 손질하고, 셰프들과 합을 맞춰 봐야 했기 때문이다.
우와아아아아!
“이정도야?”
전생에는 아이돌의 힘을 빌렸던 적이 없었다.
그들이 방송이나 SNS에서 나의 레스토랑을 언급한 적은 많지만, 그것은 그저 유명한 맛집을 소개했을 뿐이었고, 나의 성장이나 성취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와 결이 달랐다.
‘시점이 다르니까.’
내 이름은 셰프로서의 명성은 높지만, 대중적인 면에서 저들보다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내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프렌차이즈의 오너나, 전 세계 곳곳에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저 친구들 덕분에 내 이름에 확실하게 대중성을 얹을 수 있을 것 같다.
스무 명이 넉넉히 서 있을 수 있는 무대 위에, 개수대, 화구, 등 조리에 필요한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고, 그 무대 아래에는 다섯 명씩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 스무 개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와 테이블을 넓게 둘러싼 울타리가 있었는데, 셀 수 없이 많은 TTS의 팬들이 그 울타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라면…… 요리를 맛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가 않겠는데.”
수백 명의 시선을 받으며 음식을 먹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행사장으로 몰리며, 취재진과 각종 매체들도 이 현장을 조명하고 있는 상황, 이만하면 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한 듯싶었다.
그래서, 요리를 대접하는 셰프로서, 이제는 내 갈라디너에 참석한 사람들의 만족도를 위해 이 많은 인파들을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해야 했다.
그것들을 생각하며 조리대가 있는 무대 위에 올라가 그 수많은 사람들을 둘러봤을 때, 엄청난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꺄아아아악!
우와아아!
아이돌 그룹 TTS가 이용하던 벤이 공연장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벤이 무대 앞에 서고 문이 열리자, 김호가 내가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아직 세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너무 빨리 오셨네요.”
와아아아아아!
차에 내린 김호의 얼굴이 저들에게 비치자, 또, 환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기쁜 환호와는 달리 김호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반유현 셰프님의 제안을 수락해서는 안 됐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저 때문에 반유현 셰프님의 갈라디너 공연장이 소란스러워져,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도 요리의 맛에 대해 요즘 꽤나 관심이 있어 반유현 셰프님을 지켜보고 있던 터라, 이곳에 추첨되어, 정당한 돈을 내고 참석하신 손님들에게 저의 존재가 피해를 끼칠 것 같습니다.”
김호는 저 울타리 밖을 둘러싸고 있는 팬들이, 자신의 잘못이라 하며 내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명예, 인기, 재력을 떠나 겸손하고 심성이 올바른 청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요리를 대하는 태도 또한 좋았다.
“오직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 맛을 보기 위해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습니다. 제가 이 자리를 떠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 팬들도 더 이상 여기에 있지 않겠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자리를 떠나주겠다는 것.
암표가 생긴 것도 그렇고, 이 현장이 무질서해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그였다.
그때, 내 머릿속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 스쳐 지나갔다.
“저도 제 요리를 좋아하는 분께, 선보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김호 씨, 혹시.”
“예?”
“스케줄이 되신다면 얼마 후에 있을 제 레스토랑 그랜드 오프닝에 오시겠습니까?”
“예?”
김호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요리가 그렇게 좋았나 보다.
세계적인 아이돌이 그랜드 오프닝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쉽게 내비치니, 다른 유명 인사들을 초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김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더욱 그랬다.
“저희 멤버, 총원이 참석해도 될까요?”
빌보드를 휩쓸고 있는 세계적인 스타치고는 감정표현이 거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