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48
48화. 새로운 역사는 지금부터 (6)
무대 양옆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반유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 시각적인 효과는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꽂히게 만들었다.
최고의 스타 셰프로 불리는 그에게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의 생각.
“저 셰프가 우리에게…… 개개인에게 맞춰진 코스요리와……. 이 요리의 맛은 엄청난 정성이야.”
100명의 인원에게 모두 다른 코스를 제공한 것이 그러했다.
모두가 다른 코스의 구성, 다른 요리를 먹고 있지만 그 만족감은 하나같았다.
반유현 셰프가 요리에 열중하는 그 모습은 맛과 더해져 사람들의 만족감을 키워주었다.
“내가 이 요리를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방송 보고 진짜 죽을 뻔했어.”
“예전에 라스베이거스의 미식가가 올린 논평에서 반유현의 규카츠와 동치미도 너무 먹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먹을 수 있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반유현을 알게 된 계기는 이곳에 앉아있는 모두가 달랐다.
누구는 반유현이 서울시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기사를 보고, 누군가는 유튜브를 통해, 반유현이 라스베이거스에서 활약한 모습을 보고 반유현을 알게 되었다.
서울시 요리대회의 반유현을 생각하는 이들은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를 생각할 것이고, 라스베이거스의 반유현을 생각하는 이들은 갈비찜과 규카츠를 떠올릴 것이다.
각자 마음속에는 가장 강렬한 반유현의 모습이 있었다.
중요한 건, 반유현은 각자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강렬한 기억들을 요리를 통해 다시금 꺼내게 해주었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고, 경험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요리로 선보여준 것이다.
“와 백원종 아저씨가 놀랄만하네…….”
반유현이 맨 처음, 방송에 출연했을 때 선보였던, 계란 꿀 버터 볶음밥.
그 방송이 연이어 화제가 됐고, 반유현이 본격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걸을 수 있던 계기였다.
“이런 요리를 맨 처음에 했다면, 천재가 맞죠. 하하하하! 그 분식집도 줄을 몇 시간씩 서서 먹어야 했는데, 프랑스에서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감동입니다.”
입안에 꿀과 버터의 풍미가 풍족하게 채워졌다.
그 채워짐과 동시에 푸슬푸슬하고 노란 계란볶음밥이 고소함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 갈비찜도 먹어보세요. 와 진짜 100만 원이 아깝지 않아.”
암표를 130만 원이 넘는 돈에 팔아 치우지 않았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요리들이었다.
“진짜 비싼 한정식집에 가도 이 정도는…….”
갈비찜 특유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식감, 고기의 근육과 지방의 비율이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소스의 점도 또한 최상이었다.
“각 요리도 요리지만, 이 코스가 어떻게 이렇게 구성된 거야?”
모든 요리에 엄청난 맛이 있고, 엄청난 만족감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놀란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아예 다른 특성의 요리들이 이렇게 잘 어울리지?”
떡볶이부터, 갈비찜, 오리가슴살 스테이크, 관자 구이 등 일련의 코스로 구성되지 않을법한 요리들이 모두 코스로 구성된 것처럼 어울렸다.
“떡볶이랑,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가 이렇게 어울린다는 말이야? 하하하하!”
어떤 요리도, 각 요리의 맛을 해치지 않으며 조화를 이루는 경험.
“이런 맛들을 조율했다고? 우리가 무슨 음식을 고를 줄 알고?”
“천재…… 그 이상이지.”
이곳에서 요리를 맛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카드 마술과 같은 요리네.”
그렇게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술쇼에서 게스트가 어떤 카드를 뽑던, 그 카드를 알아맞히는 마술, 이곳에 참여한 참석자들이 어떤 요리를 선택하던, 반유현은 그 사람들이 최대치로 만족할 만한 맛을 뽑아냈다. 그것도 코스로.
“말도 안 돼…….”
진정 반유현과 그의 요리를 좋아하고, 그 요리를 맛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여지껏 해보지 못한 맛의 경험에 놀라움과 감탄을 연신 쏟아냈지만, 같은 요리를 먹고 있음에도 직업이 셰프였던 이들은 마냥 좋을 수가 없었다.
마리옹과 장루이, 포시즌스의 레스토랑을 맡았던 원로 셰프인 그 둘, 그 둘이 은퇴를 결심한 계기가 이런 마음이었으리라. 저도 모르게 반유현 셰프와의 벽을 느끼는 셰프들이었다.
“구성, 퍼포먼스, 맛…….”
더군다나 저 화면에 비치는 반유현이 주방을 호령하는 모습은, 2년도 안 된 셰프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저 무대 위에 있는 모든 셰프들이 반유현의 말에 군더더기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특히나 그랬다.
“대체 어디서 저런 셰프가 나타난 거야……. 저 젊은 나이에 미슐랭 포스타를 가졌다고 놀랄만한 셰프가 아니었군.”
***
[ 30년 만에 최초로 한-불 문화교류 행사 갈라디너의 고정 셰프가 탄생할 것인가. ]각종 SNS, 온라인 매체, 유튜브에서 나의 갈라 디너가 또 회자가 되었다.
특히나 첫 번째 날에 있었던, 양국의 고위 공무원들과 스타들의 먹방이 화제가 되었다.
[ 원 따봉 날리는 대통령, 투 따봉 날리는 프랑스 대통령.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요리 먹는 표정인데 둘 다.
-선거철 국밥 먹방 뺨 때리는 대통령 먹방임?
[ 반유현 셰프의 요리, 폭풍 흡입하는 스타들. ] [ TTS 멤버들과 할리웃 진출 프랑스 배우들, 반유현 요리 앞에서 하나 돼. ] [ 3분삭제영상! 대한민국 대통령, 먹방 요정으로 변신! 반유현 요리 앞에 장사 없음. ]-진짜 맛있게 먹네.
-ㅁㅊㅋㅋㅋㅋㅋ 대통령이 먹방 요정?
조회수를 위한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들과 기사들도 많았지만, 대통령 또는 슈퍼스타급의 사람들이 대단한 먹방을 보여주어, 나의 요리가 한 번 더 주목을 받았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먹방, 요리, 맛집 탐방 유튜브 또는 SNS,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반유현’이라는 단어를 꼭 한 번씩 사용해야 했을 정도로, 갈라디너 현장에서 내가 선보였던 ‘쇼’는 슈퍼스타들의 먹방 열풍을 타고 자연스럽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성공한 것 같습니다. 셰프님.”
내 전생의 옛 동료였던 리키가 핸드폰 속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을 보며 말했다.
“이미 현장에서 확인했잖아.”
“아, 그렇습니다.”
싱가포르 대회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녀석 특유의 날카로운 성질을 죽이지 않았는데, 몇 주간 내 옆에 붙어 있다가 나를 인정한 모양이다.
처음 만났을 때와의 태도를 비교해보면, 아주 깍듯했다.
“둘째 날에 했던 갈라 디너는…… 손님을 생각하는 셰프의 마음가짐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셰프님은 본인을 스타로 만들 줄 아시는 것 같습니다.”
[ 감동의 도가니, 반유현! 자신을 찾아온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음식을 선보이다. ] [ 반유현 “셰프니까, 많은 사랑에는 요리로 보답하는 수밖에.” ] [ “코스를 한정 짓기 싫었다.” 계속되는 반유현의 비현실적 퍼포먼스! 셰프들의 가슴에 비수 꽂는 반유현! ]“스타는 무슨.”
“직접 채널을 운영하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은데.”
리키가 내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여줬다.
-TTS 김호가 고개 숙이는 클라쓰!! 키야!!
-반유현 직접 등판 안 하냐, 저 레시피 실제로 공개 다 하면 백만 순식간에 갈 듯한데.
-그러게 제발…… 유튜브로 와주세요ㅠㅠ 돈 없어서 반유현 셰프의 레스토랑에 갈 수 없는 사람들도 반유현의 요리를 즐길 수 있게.
-ㅋㅋㅋㅋ 반유현 어무니네 분식집 가면 되지 분식집 갈 돈도 없냐. 저런 셰프가 뭐하러 유튜브를 해.
“확실하게 이번 일 마무리하면 생각해봐야지. 그거뿐만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포시즌스 반유현의 오픈을 앞둔 시점, 이제 새로운 일을 벌일 때는 아니었다.
우선순위를 두라면, 그랜드 오프닝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랜드 오프닝 관련해서, 아까 반유현 팀에서 셰프님 찾았습니다. 몇 가지 제안들이 더 들어왔다고.”
“무슨 제안.”
“이번 그랜드 오프닝도 왠지 보통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슬쩍 들어봤는데, 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셰프님이라 한들, 이 모든 걸 계획하진 않으셨을 것 아닙니…….”
“주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우연이 없어.”
“그, 그럼 모든 것들을 다 의도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주방 안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말은 셰프들 사이에서도 비유적으로 쓰이는 말이었다.
소금을 넣었다면, 짠맛이 나고 설탕을 넣었다면 단맛이 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면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는, 셰프가 맛의 모든 책임을 지라는 말이었는데.
나는 조금 다른 표현으로 그 말을 사용하곤 했다.
“벌어지는 일 중에, 우연히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나의 일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소리야. 모든 일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일어나야 하는 건데. 우연과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그 일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소리지.”
“아…….”
리키가 고개를 끄덕거렸을 때, 레스토랑 문이 활짝 열렸다.
“셰프님! 셰프님께서 직접 결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반유현 팀’이 있는 포시즌스 4층 사무실에서 헐레벌떡 내려온 오스틴이 내게 말했다.
오스틴이 ‘주방 안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라는 격언을 리키에게 이해시켜주리라, 내가 오스틴을 가리키며 리키에게 말했다.
“쟤가 무슨 말 할지, 다 알고 있으면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잖아. 모든 것이 내 의도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고.”
“아……. 네, 그렇죠.”
리키는 순간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TTS 멤버들이 그랜드 오프닝에 참석하겠다고 연락 왔지? 아무리 개인 스케줄이라지만, 팀 전체가 움직이니까 회사 측에서 확인할 것들이 있을 테니까.”
“티, 팀 전체요?”
리키는 그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되묻더니 멍하니 오스틴을 바라봤다.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한 말이 맞냐는 식으로 묻는 표정이었다.
“헤엑! 셰, 셰프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럼, 호, 혹시 셰프님께서 TTS 멤버 총원을 직접 섭외하신 거예요?”
리키는 다시 한번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맞아.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그들이 내 그랜드 오프닝에 와주면,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기가 더 쉬울 것 같거든.”
“TTS를 한 방에 섭외해버리는 반유현 셰프님……. 키야…….”
“아이돌 힘 좀 빌려보게.”
포시즌스라는 강력한 호텔 안에 나의 이름을 세우는 것에 공을 들여야 할 시점이었다.
한불문화교류 행사에서 얻었던 내 입지와 대중성, 그리고 고위 공무원, 슈퍼스타들과의 친분은 모두 바로 현재 앞에 놓인 그랜드 오프닝을 위해 이용하려고 세팅 중이었다.
이곳은 내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거점이 될 것이니까.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 셰프님, 이것도 의도하신 겁니까?”
리키가 휴대전화를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나도 고개를 갸우뚱할만한 사진이 리키의 휴대전화에 실려 있었다.
“어? 이거……는. 의도한 적은 없는데, 뭐……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