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실제로 보니 훨씬 빠르네 (1)
“계획은 이렇습니다.”
“……허허.”
약 한 시간 만에 우리 분식집에 도착한 백원종이 헛웃음을 짓는다.
“진짜여?”
“네.”
내가 말한 계획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죽여주는구만. 실행력이.”
“네.”
“나는 당연히 찬성이야. 유현이 자네랑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람이 줄 서 있는 걸 아는데, 나를 불러주니까 내가 고맙지.”
마침, 백원종이라는 좋은 사람도 있었고 그의 회사에서 자본과 인력을 투자받아 이 일들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내가 다시 파리로 떠나간다 해도, 어머니를 도와주고 자문할 사람이 생기는 것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그 사람이 백원종이라는 사실은 지분이 얼마나 섞이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어머니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 어쩐지, 어머니도 참 요리에 욕심이 있으셨어. 그게 보통 욕심이 아니야. 내가 가르쳐드린 레시피를 뜯어보고 연구하고…….”
“대표님 회사에 투자를 받아서 이 분식집은 공장처럼 알아서 굴러가게 만들고, 어머니는 레스토랑에 집중하실 겁니다.”
어차피 매출과 수익에는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나의 요리 의도를 잘 파악하고 최고의 맛을 내, 미슐랭 스타를 얻게끔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분식집은 공장처럼 굴러가게 만들고 어머니는…… 뭐, 반유현 – 펌킨?”
“그렇습니다.”
“호박이라고 왜 안 하고?”
나는 지난 삶 동안 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이름을 지을 때, 나의 이름 뒤에 색깔을 명명한다고 했었는데, 또 다른 표기 방식이 있었다.
한 종류의 식재료를 메인테마로 삼는 레스토랑에서는 그 식재료의 이름을 뒤에 붙인다.
“‘반유현 – 호박’은 좀……. 한글이 촌스럽다는게 아니라, 나중에 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니까요.”
모든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하자, 어머니와 백원종이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정확히는 ‘왜 모든 것을 생각해 놨다는 듯이 말해?’라는 표정이었다.
“계획대로 될 겁니다.”
“구, 구체적인 계획은?”
“이태원에 자리를 봐두었습니다.”
“이태원?”
“내일 다시 방문한다고 했으니, 바로 계약서 찍으시고 인테리어 작업 들어가시죠, 저는 메뉴 개발을 조금 더 도와드리겠습니다.”
이태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상권으로 손꼽히는 곳.
자본금이야, 백원종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한국인보다 외국이 많다는 그 땅에서, 앞으로 전 세계로 퍼질 제 이름을 홍보할 수도 있고요. 한식 그 자체를 홍보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어머니가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네요.”
백원종이 어머니를 바라보고 크게 웃었다.
“하이고. 어머니, 가장 비싼 땅을 또 고르셨구만요! 하하하하! 그래요, 아들이 힘껏 도와준다는데, 우리도 해봐요! 아들이 반유현인 것만큼 이 업계에서 좋은 아이템이 어디 있어!”
모든 것을 백원종과 그의 회사에 맡겨놓고, 나는 짧은 기간 안에 우리 어머니가 나의 요리의도를 파악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맛을 뽑아내는 것만을 생각하면 되게끔 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유. 가장 맛있게만, 메뉴 구성을 해줘.”
그렇게, 대한민국 최초로 진출할 레스토랑 ‘반유현’은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사업가인 백원종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나로서도 좋은 일이다. 자잘한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최고의 맛만을 생각하고 어머니를 훈련시키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오픈 날짜는?”
“매번 그랬듯이, 방송 다음 날입니다.”
“무슨, 방송?”
“대표님 출연하시는 방송이요. 골목가게.”
골목가게 중간점검 편, 파리에서 나의 그랜드 오프닝을 촬영했던 그편.
나의 활약과 스타들의 멋들어진 리액션이 방영되는 그다음 날을 오픈으로 정했다.
“음……. 거 방송까지 얼마나 남았는디?”
“한 달 반? 6주 정도 남았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6주?! 6주 뒤에 오픈을 한다고?”
항상 엄청난 검증과 실험을 거쳐 가게를 오픈하는 백원종에겐 내 방식이 빨라도 너무 빨랐나 보다.
“공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까. 맛있으면 성공하고, 맛없으면 망하는 게 레스토랑입니다.”
“그, 그것만큼 당연한 소리가 없는데! 참 어렵지! 유현이 자네는 쉬운가 봐. 허…… 참.”
손님들을 만족시키는 맛을 선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내가 나의 이름을 걸고 레스토랑을 차릴 때에는 ‘항상’ 그 이상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옆에서 어머니가 말을 대신했다.
“유현이와 대표님 말씀대로 맛은 당연한 거구요 대표님. 저도 아들의 이름을 걸었으니, 미슐랭 스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하하하하하! 어머니, 아무리 아들이 포스타라 해도 그렇지,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유! 하하하하!”
백종원이 그 어떤 때보다 크게 웃었다.
***
“지금은 이 정도지만, 메뉴 개발하시는 것을 소홀히 하시면 안 됩니다.”
로또 육인방, 포시즌스의 전생 동료들 모두가 그랬지만 나의 가르침을 받을 때는 밤낮이 없어진다. 아니 애초에 그러지 않았더라면 내가 계속 그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지 않았을 테지만.
어머니께서도 마찬가지였다. 분식집이 문을 닫은 시간, 항상 내가 가르쳐준 레시피를 몸소 구현하고 맛보고 더 발전시키려 노력하셨다. 하루에 주무시는 시간이 세 시간가량 되셨나.
그런데, 얼굴과 몸에는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본인도 꽤나 즐거우신 모양이었다.
“와, 이게 이렇게 짧은 시간 만에 나온 맛이여?”
정찬 요리를 선보일 레스토랑답게,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주기로 코스와 메뉴를 바꿔서 구성할 것이었는데, 오픈하는 주에 선보일 메인 요리는 ‘호박선’이었다.
어머니의 주특기 요리이자, 각종 고기와 버섯 채소가 함께 들어가 있어 메인 요리라는 자리에 쓰여도 손색없는 요리였다.
“어머니께서 퇴근을 모르시고…….”
“하하하. 뭐, 자네 밑으로 들어간 셰프들이 다 그렇다고 뉴스에 난리 났더만. 맛은 최고야.”
다른 요리들도 백원종을 만족시키다 못해, 감동시켰다.
백원종은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호박의 아삭한 식감과 맛 안에서 채소들이 어우러지고…….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은 풍미와 식감을 한 층 더 쌓게 만들어주네. 이거, 나도 가르쳐줘. 하하하.”
“인테리어 현황과 홀 직원들, 그리고 주방 보조들은 어떻게 되어가죠?”
“맛있는 음식 공짜로 대접 받는 줄 알았더니, 압박하려고 부른 거였어? 하이 참……. 크흠! 인테리어는 오늘 저녁에 페인트로 디테일만 그리면 끝나고, 홀 직원들은 뽑고 있어. 주방 보조들은 우리 회사 내에 있는 직원들 보내면 되니까.”
백원종을 끌어들인 것을 잘한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는 지금처럼만 맛에 신경 쓰고, 나도 그 맛을 올리는 것에만 신경 쓰면 됐으니까.
아울러, 앞으로도 내가 대한민국에 레스토랑을 차릴 때면 백원종의 인프라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 채널도 더 마련해놨어. 오픈 전날 방영될, 골목가게 중간점검 편에는 ‘반유현 – 펌킨’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가잖아. 그냥 자네가 파리에서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고.”
어쩌면 로만이나, 포시즌스의 간부들보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빠른 느낌이었다.
수백억 원대의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라 다르긴 한 것 같다.
“어떤 채널이요? 그냥 TV, SNS, 신문광고에 돈을 뿌리는 거라면, 말씀 안 하셨겠죠?”
“이따, 저녁에 나 따라와.”
“예?”
“어쭈, 이제는 미슐랭 스타 셰프라 그냥 따라오라면 안 오는 거야? 하하하!”
백원종의 넋두리 뒤에 들은 그 말에, 나는 오늘 밤 저녁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
“이야아아! 오늘의 스페셜 게스트! 반유현입니다!”
방송사 KBC의 프로그램, ‘연애인 중계’ 그 프로그램의 코너 중 하나인 길거리 데이트.
그곳에 백원종이 섭외되었고, 백원종은 나를 데리고 나갔다.
“오늘 와아아! 이태원 거리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그 길거리 데이트의 코스가 이태원이었다는 것.
아마도 백원종이 오픈될 나와 어머니의 레스토랑을 위해 촬영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모양이었다.
“하하하하! 이야! 두 분의 포스가, 지금 이 거리에 있는 음식점과 레스토랑들이 다 문 닫을 기세인데요?”
진행자, 김승민의 큰 목소리가 부끄러웠지만,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나와 백원종, 그리고 사회자 세 명이 지나가는 길을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섰다.
“그, 그 청와대 행사에 참석하시고 아직 한국에 있으신 건가요? 반유현 셰프님? 반유현 셰프님께서 한국에 계시다는 것을 모르는 팬들에게 한 말씀 하시죠.”
팬, 나에게 그 정의는 간단하다. 셰프나 미식가가 아님에도 나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연예인이 되어야 하니까.
“안녕하십니까 반유현입니다. 제 요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어떤 이유로 계신 건지, 파리로 언제 다시 돌아가실 건지, 왜냐면 저희 방송관계자들도 반유현 셰프님께 되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하하하하! 팬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해주시죠.”
“어, 원래 행사가 끝나고 바로 파리로 가려고 했으나, 새로운 계획이 생겨서 조금 더 남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곳, 이태원에 제 레스토랑을 차리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와아아아!
레스토랑을 오픈하겠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환호가 터져 나온다.
“와! 반응이 좋네요. 무슨 요리인가요?”
“호박…… 호박을 주된 테마로 요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와우! 호박이요? 하하하하! 셰프님께서 말씀하시니까 더 신기하고 기대가 되네요!”
김승민은 대놓고 나의 홍보를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질문했고 나는 그에 차분하게 대답해줬다.
그렇게 내가 오픈하게 될 레스토랑에 대해 몇 번의 질문이 더 오갔고, 이쯤이면 홍보는 확실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되었다.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그랬다.
“대박……. 정확한 위치가 어디예요!?”
“와! 진짜 먹고 싶다!”
“파리를 안 가도 되는 거잖아!”
김승민도 그 반응을 살피곤, 다른 질문을 이어나갔다.
“두 분이서 골목가게 때부터 이런 진한 우정을 이어가고 계신데, 두 분의 요리 실력은 누가 더……?”
김승민이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둘의 눈치를 살폈다.
백원종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의 어깨를 잡았다.
“하하하! 아니, 저는 요리사나 셰프가 아니라 사업가, 또는 요리 연구가입니다. 당연히 실전적으로 요리를 하면 이 친구가 더 잘하겠죠.”
“에이!”
우우우우!
백원종이 겸손을 떠는 모습이 재미가 없었는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야유를 보냈다.
물론, 장난이 섞인 야유였다. 백원종의 곤란한 표정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하하하하! 거봐요! 여기 계신 분들도 백원종 대표님의 실력을 알고 계시니까요.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솔직히 백원종 대표님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요.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요리는 제가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우와아아아!
많은 사람들이 원했던 답을 내놨다는 듯이 환호가 쏟아져 내렸다.
백원종은 옆에서 껄껄껄 웃을 뿐이었다.
우리가 딱, 길거리에 세워진 푸드트럭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사회자가 번뜩이는 생각이 났다는 듯이, 눈알을 굴렸다.
“오오! 철판요리!”
김승민이 한 푸드트럭을 골랐고, 그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사장님도 방송에 자신의 가게가 노출되는 것이었으니, 흔쾌히 허락했다.
“여기서 한번 요리 실력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김승민, 베테랑 리포터이자 진행자답게, 컨텐츠를 뽑아낼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사람들은 백원종에게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우와아아아아! 백원종! 백원종!
용기를 북돋아 주듯이 말이다. 이 대결이 성사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에휴. 잘못됐네유 이거? 하하하! 오케이 콜.”
백원종이 소매를 걷으며 푸드트럭으로 올라갔다.
“오늘 내가 지면, 여기 서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푸드트럭 음식 쏘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반유현! 반유현!
백원종이 말하자, 환호는 다시 내게로 쏟아진다.
“오늘 제가 지면……. 이태원에 오픈될, ‘반유현 – 펌킨’ 일주일간 공짜.”
우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