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실제로 보니 훨씬 빠르네 (3)
“차암나……. 이건 또 뭔데?”
“방만경영, 경영태만 아니야?”
포시즌스의 파리, 그 간부들의 회의가 긴급히 열렸다.
휴가를 내고, 대한민국으로 날아간 반유현의 행보가 문제였다.
이번엔, 이곳의 수장인 로만도 할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던 그가 한마디를 던짐으로써 회의가 시작됐다.
“반유현 셰프와 계약할 당시, 겸업에 대한 조항의 바운더리를 역대 다른 셰프들 보다 넓게 잡아준 것은 사실이야.”
청와대 행사 참여, 방송프로그램 출연은 괜찮았다.
아예 대놓고 대한민국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부터, 홍보까지 공격적으로 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진정 포시즌스 레스토랑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냐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그가 다른 곳에 창업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만, 저희 포시즌스 역사와 전통도 그렇고, 도의적으로 레스토랑 세 곳을 전부 맡은 셰프가 시간을 온전히 들여도 모자랄 판에 대외적인 활동을 저희에게 아무런 보고도 없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는 저희 호텔의 레스토랑 역사를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반유현과 포시즌스는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반유현이 다른 레스토랑을 창업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포시즌스 레스토랑의 매출하락, 또는 이미지의 실추가 되면 그의 대외적인 행보를 문제 삼을 수 있었다.
“미연에 방지하자는 겁니다. 그때 가서 반유현 셰프와의 사이가 틀어지느니.”
문제가 되기 전에 그의 행동을 제지해야 된다는 게 간부들의 일관된 의견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제지를 할 건데? 계약상으로 그가 문제를 일으킨 게 없잖아. 더군다나 요즘 가장 잘나가는 셰프를 무슨 수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어?”
“저희 입장에서 그에게 압박을 줄 수 있는 건, ‘반유현 팀’밖에 없습니다.”
‘반유현 팀’은 포시즌스 그룹의 소속으로, 포시즌스에서 월급을 받는다.
반유현에 관련한 의전부터, 스케줄 관리, 레스토랑의 세무, 회계, 인사 모든 것을 총괄하는 부서였다. 쉽게 말하면 반유현의 팔다리가 되어주는 팀이다.
이곳의 압박을 넣게 되면 반유현도 어쩔 수 없이 그 자유로운 행동을 줄이고 포시즌스에 모든 열정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
“반유현이 다뤄야 할 일들은 많은데, 그 일들을 해줄 수족들을 자르거나 늘리면서 압박을 주면 저희의 통제 안에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로만은 그렇게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 젊은 사내를 불러 질문했다.
“어이, 오스틴 그쪽 분위기는 어때? 그쪽도 그렇게 생각해?”
그 질문을 받은 사내는 ‘반유현 팀’의 막내인 오스틴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될 것까지 계획에 넣으셨을 수도…… 그분은…….”
반유현의 생각과 그 깊이,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들을 모두 봐왔던 오스틴은 이 간부들이 회의를 하는 것조차 반유현이 생각해 놨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반유현에게 홀린 사람처럼 말이다. 그가 종교를 만들었다면 오스틴은 1등 신도가 되었을 오스틴이었다.
“쟤, 뭐라는 거야?”
***
“유현이. 밖에 줄 서 있는 것 봤어?”
“네, 봤습니다.”
오픈 당일, 새벽부터 사람들은 텐트와 돗자리를 깔고 문 앞에서 대기 줄을 만들었다.
#반유현_이태원
#반셰프
#반유현_길거리_음식
…백원종과 나의 푸드트럭 대결은 방송에 아직 나가지 않았음에도, SNS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또, 어제 방영된 골목가게 중간 점검편이 이슈화를 확실하게 해줬다.
[ 감탄하는 초특급 배우들……. ] [ 프랑스 총리 및 고위 공무원들의 감탄과 기립박수, 한국인 최초 MOF 훈장 받을 수 있나. ] [ 충격의 연속! 1년 전 분식집 아들의 화려한 귀환. ] [ 백원종. “분식집에서 소리쳤던 것 후회해. 부끄러워서 파리 호텔에 가만히 있었다.” ] [ 골목가게 메인 PD.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많이 발생할 수 있게 다양한 노력하겠다.” ]“오픈 타이밍을 잘 아는 것 같아 자네는 참. 현실인데 잘 믿겨지지가 않아. 실제로 보니까 반유현의 계획과 실행력은 훨씬 빠른데.”
“대표님께서 도와주셔서 더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주방을 채운 셰프들과, 홀 직원들은 백원종의 회사 내에서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선발된 인원들이었다.
미슐랭 스타에 도전해보겠냐는 권유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만 구성했다.
사람을 뽑고, 그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것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데, 백원종이 가진 인프라 덕에 그 시간을 아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총주방장을 맡은 우리 어머니.
오픈 당일 날까지 투자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투자해, 메뉴를 완성해 놓으셨다.
“오픈이 세 시간 남은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그래도 제가 파리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맛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마지막 메뉴 테이스팅.
나는 하나씩 나오는 요리들을 맛봤다.
먼저, 호박죽이었다.
“그 지점을 잘 찾아내셨네요.”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기 위해, 호박의 씨와 섬유질을 많이 제거하는데 자칫 너무 많이 제거를 하면 그 단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섬유질에서 단맛이 많이 나오기 때문. 그래서 그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해야 되는데 지금의 호박죽은 식감이 너무 질지도, 단맛이 덜하지도 않게 적정했다.
“우유랑 팥을 조금 넣은 것도 잘하셨고요. 또 말씀드리지만 그 재료들의 존재감이 나타나선 안 됩니다. 그 둘의 성질만 빌리는 느낌으로 첨가하셔야 됩니다.”
그다음은 오동통한 새우 살과 함께 볶은 호박.
“볶을 때, 새우 내장을 이용하라고 했었는데, 그 의도를 잘 파악하신 것 같습니다. 너무 그윽하지 않게, 새우살의 향이 적절히 올라오니, 호박의 달짝지근한 맛이 돋보입니다. 충분히 다음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줄 수도 있고요.”
나는 그렇게, 영양밥과 호박선, 호박오리 부추구이, 호박 라떼, 파이까지 모두 먹은 뒤에는 셰프들을 격려했다.
“좋네요.”
그제야 주방의 셰프들과 어머니의 표정의 긴장이 풀렸다.
내가 맛봤을 때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모두 만족할 만한 정도, 잘하면, 미슐랭 1스타도 노려볼만한 솜씨였다.
어머니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내가 다른 셰프나, 스승의 개념이 아니라 아들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나의 말을 잘 흡수하신 걸지도.
맛의 완성도를 올리는 작업은 미슐랭 평가 기간에 들어가면 내가 다시 한국에 방문해 올려놓을 생각이다.
“분식집도 문의도 많아. 가맹문의가 솟구쳐서 우리 측에서도 감당할 수가 없어. 하여간 요즘 세상엔 요리도 잘해야 되지만, 눈치도 빨라야 돼.”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분식집은 시스템화를 위해, 잠시 중지되었는데 분식집이 프랜차이즈가 되고 가맹점을 모집할 것이란 냄새를 맡은 사람들의 문의가 폭발했다.
“어머니께서 분식집, 그니까 우리 회사의 새로운 브랜드인 ‘영미네 분식.’ 사외이사이자 고문으로 활동하실 거니까. 완전히 바빠 이제. 분식집 아줌마가 아니야. 하하하하! 아들 참 잘 뒀수.”
지금 말한 이 모든 게 정확히, 내가 환생하고 1년이 조금 지난 뒤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약 1여 년 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계셨다.
“또, 또 어머니 마음이 너무 여려서 걱정이야. 오픈 두 시간 남았으니까 울지 마세요. 화장 이쁘게 했건만 지워지겄네! 하하하하! 유현이는 비행기 시간이 애매해서 오픈까지는 못 보겠네. 이제 공항으로 출발해야 되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두 달 내지는 세 달 뒤에 다시 올게요.”
마지막으로 셰프들을 격려하는 말을 하곤 밖으로 나왔다.
“목표는 다들 아시다시피 미슐랭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오픈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곳도 ‘반유현’이라는 이름이 걸린 레스토랑임을 명심하세요.”
어머니가 나를 끌어안았고, 셰프들과 직원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
“으아.”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내렸다.
장시간의 비행 덕에 몸이 찌뿌둥했지만 나는 곧장 핸드폰을 열었다.
-반유현.
메인 화면에 있는 ‘반유현’ 어플을 눌렀다.
그러자, 어플이 실행되고 내가 생각했던 그림들이 연출되었다.
– ‘반유현 – 펌킨’ 현재 예약 불가.
나의 레스토랑을 통합적으로 예약할 수 있는 어플에 내 새로운 레스토랑이 추가될 수 있도록 조치해뒀고, 나는 실시간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문자들.
-SNS에서 난리도 아닙니다!!!! 셰프님!!!!!! 제2의 반유현 챌린지가 일어난 것 같아요.
-또 해냈어! 또 해냈구나! 반유현이!! 나 진짜 PD 때려친다? 나도 식당 차려줘.
-축하해유. 또, 해내는구만^^
-아들, 유현아! 오늘 장사 잘 끝났어! 엄마도 진짜 열심히 해서 도움이 될게!
‘SNS?’
제2의 반유현 챌린지가 일어난 것 같다는 말은, 뭔가 심상치 않았다.
원래 SNS 내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되곤 했는데, 것보다 더 많은 반응들이 나타난 건가?
나는 곧장 SNS 어플을 실행했다. 그리고 ‘#’으로 분류되는 해시태그 창을 켰다.
인기 순위가 보이는데, 실시간 급상승 인기 태그, 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왠지 모르게 추측이 가능한 두 글자의 단어였다.
#반킨.
레스토랑 ‘반유현 – 펌킨’의 줄임말.
너도나도 그곳에 갔다 왔다는 식의 인증샷을 남겼고, 그 인증샷들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사진이 되고 있었다.
#반킨#방문성공!#4시간대기
#반유현#반킨#반유현_못_봄#아쉬움
#반킨#예약성공!#반유현어플!
#반킨 #나도_인증샷
사람들은 마치 대단한 곳에 방문한 것처럼 인증샷을 남겼고 ‘반유현 – 펌킨’의 요리와 테이블 사진들이 올라왔다. 장사가 잘되는 곳이 더 잘되는 이유를 몸소 실현하고 있었다.
내가 저 자리에 없었음에도, 나의 이름 ‘반유현’이 만들어 낸 효과였다.
이런 인증샷의 문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약 5주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한 레스토랑의 시작이 좋다는 점에서 즐거웠다.
‘이번 생은 돈 걱정 안 할 만큼 내 이름값이 올라간 거고. 돈도 돈이지만…… 더 좋은 걸 얻었군.’
돈도 돈이지만, 저렇게 손님이 많이 몰리면 자연히 셰프들의 실력이 일취월장으로 늘 수밖에 없다. 내 레시피와 요리 의도를 보다 더 잘 구현할 셰프들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
셰프들의 실력상승은 당연하게도 미슐랭 스타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선순환. 내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손님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나는 셰프들의 실력을 빠르게 상승시킬 만한 이름값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음에 방문했을 때, 저 레스토랑에 어떤 기술을 입혀서 업그레이드시키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을 때, 오스틴이 공항에 도착했다.
“왜 네가 왔냐. 기사님은?”
“기사님도 셰프님 입국 날짜까지 휴가를 썼는데, 셰프님께서 더 빨리 도착하셨네요.”
B사의 최고급 검은 세단.
포시즌스 측에서 나의 의전을 위해 운전기사와 함께 내놓은 차량이었다.
나의 캐리어를 받아 트렁크로 옮기던 오스틴이 굳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 이렇게 될 것을 알고 계셨나요? 어떤 부분에서 제재가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제가 아는 것들은 그렇습니다.”
“하여간 뻔한 사람들.”
지금 나의 행동이 포시즌스에 있는 레스토랑의 실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염려가 되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런 것들도 다 생각해 놓고, 대한민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것이기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주방에 셰프들이 내가 말한 것들을 다 해뒀을라나.”
“예에? 그럼 알고 계신 거예요? 이런 조치를 받으실지?”
나는 룸미러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오스틴을 향해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제발 유치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호텔 측에서 유치한 짓을 해버렸네. 우리 로만 사장님은 가만히 계셨데?”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내 몸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들어가니까. 레드, 블루, 옐로 셰프들 총집결시켜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