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65
65화. 공장가동 (1)
“다들 도착하셨군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위원장님. 하하하!”
스위스 국제 요리대회, 심사위원 협의회.
심사위원으로 선발된 이들이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된 ‘반유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볼 수 있다니, 기대됩니다. 젊고 화끈한 성격을 가진 셰프라…….”
“요식업계의 태풍을 이끌고 다니는 젊은 셰프죠. 저희도 휩쓸리지 않게 조심해야겠습니다. 하하하하.”
“아니, 위원장님께서 휩쓸릴만한 분이 아니시잖아요. 호호.”
반유현,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보였던 행보가 너무나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관심은 자동으로 그에게 쏠렸다.
“그나저나, 다들 들으셨습니까? 반유현 셰프가 정식적으로 한 제안을?”
“예? 무슨 제안을 했습니까? 저희와 같은 심사위원으로 선발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리고 WACS(세계조리사협회)에서 그를 심사위원으로 선발하기 위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게 화제가 되었다.
단 한 명의 셰프의 제안을 국제 대회에 반영시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 개회식에서 본인의 갈라디너를 열겠다고 합니다.”
“예? 심사위원이 갈라디너를 한다고요?”
“뭐,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만, 요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셰프고, 협회 측에서는 대회 자체를 이슈화시키려면 반유현 셰프의 네임드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반유현 셰프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다는 것을 기반으로 대회 홍보가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갈라디너까지 홍보하면, 셰프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대중들의 관심까지 얻으리라 기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WACS, 즉 대회의 주체측에서는 셰프로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루고 있고,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반유현’을 이용해 대회 자체의 파이를 키워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심사위원들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는 부러움과 질투심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 갈라디너 초대권은 어디서 얻나요? 심사위원들은 그냥 해주려나? 관계자니까.”
그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더 큰 것이 사실이었다.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감정들을 무시할 만큼, 그가 가진 셰프로서의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드디어, 반유현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으려나.”
“하하하하. 심사위원장님, 평소에도 반유현, 반유현 거리더니 드디어 이번에 만나시네요.”
그것은 요리 경력이 10년, 15년이 넘은 베테랑 셰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경력이 많은 그들에겐 더 큰 호기심과 기대감이 자리했다.
***
[ 2021 스위스 국제 요리대회, 개회 축하 갈라디너 – 반유현 셰프 ]이번의 갈라디너의 규모는 그 어떤 그랜드 오프닝이나, 갈라디너보다 성대하게 치러졌다.
포시즌스 호텔이 그룹 차원에서 나에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유럽 내 가장 유명한 공연관계자를 붙여 줬고, 거대한 무대와 대형 스크린 그리고 초호화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줬다.
“반유현 셰프입니다!”
무대 위에서 나를 부르는 사회자 브루노, 그 또한 스위스에서 섭외할 수 있는 최고의 MC였다.
무대장치,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자리, 조명, 사회자 모든 것이 초호화로 이루어졌다.
우와아아아!
내가 무대 위로 올라서자, 200여 명이 되는 관객들이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관객들의 구성은 이 대회의 관계자 30여 명을 제외한 이 대회에 참가자 자격으로 이곳에 온 셰프들이었다.
“네,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환호! 마치 시상식에서나 볼법한 반응입니다. 아, 사실 제가 이런 쇼의 진행은 처음 맡아보긴 합니다만, 원래 이렇게 후끈한가요?”
“제 요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 참! 요리가 아니라, 반유현 셰프님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사회자가 마이크를 테이블에 앉아 있는 관중들에게로 돌리자, 다시 한번 함성이 쏟아져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이거, 이거, 이 정도 반응이면 객석에서 몇 분 골라서 인터뷰를 해봐야겠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셰프님? 말씀 좀 들어 드리면서. 좀 진정을 시켜야 될 것 같아요.”
부르노가 무대 위에서 내려갔고, 열성적인 환호를 내 지르는 한 사내에게 질문을 던졌다.
“안녕하세요. 조리복을 입으신 우리, 젊은 셰프님. 화끈한 성원을 보내주고 계신데 소감 한 말씀이나, 반유현 셰프님께 하고 싶으신 말씀 있나요?”
“하아……. 제가 실력이 모란다고 생각해서 이 대회에 참석할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참석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그 뒤로도 몇 명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나는 오히려 그냥 빨리 갈라디너를 진행하고 싶을 정도였다.
내 앞에서 대놓고 나를 저렇게 치켜세워주니, 한두 번도 아니고…… 겸손한 미소를 계속 짓고 있는 게 힘들었다.
“저는,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를 먹고 싶어서, 대회에 참석했습니다. 반유현 셰프님의 그랜드 오프닝이나, 갈라디너는 항상 그 암표 값이 100만 원을 넘었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겠죠?”
“반유현 셰프님! 엄청 팬이에요! 사랑합니다!!”
사회자도 계속 일관된 사람들의 반응에 오히려 분위기가 루즈해 질 것이라는 판단에,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다.
“참…… 제가 여러 행사를 다녀봤는데, 이렇게 충성도가 높은 스타는 처음입니다. 자! 이제 그 쇼가 시작됩니다.”
브루노가 말하자,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올라왔다.
포시즌스의 셰프들과 로또 육인방이었다.
당장 갈라디너를 끝마치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피로도가 우려되지만 이들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갈라디너를 하기에 앞서, 직접 선별하신다고……. 어떤 걸 선별하시는 건가요?”
“이곳, 국제 요리대회가 진행되는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낙농업이 발전한 나라입니다. 그에 따라 자연히 치즈가 발전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말하자, 무대 위에 있던 테이블, 그 위에 있던 천이 거두어졌다.
그리고 그 천이 거두어진 자리에 여덟 가지의 치즈가 올려져 있었다.
“이것들을 보시면 저절로 떠오르실 겁니다. 스위스의 정통 요리인 퐁듀(Fondue)를 만들 건데요. 퐁듀에 들어갈 치즈를 골라보겠습니다.”
이전부터 누누이 말해왔지만, 퍼포먼스도 맛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의 퍼포먼스는 더 큰 빛을 발휘한다.
“와……! 오로지 맛으로만, 오늘 요리에 쓰일 치즈를 고르시겠다구요?”
무대 도우미들이 이번엔 안대를 가져와 나의 눈을 가렸다.
눈을 가리니까 이따금씩 객석의 반응들이 귀에 꽂혔다.
“뭐야, 치즈를 맛만 보고 구분해서 퐁듀를 만들겠다는 거야?”
“200명 앞에서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는 거 아니야. 하아. 역시 반셰프님…….”
저마다 내가 안대를 쓴 행위에 대해서 예측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얼추 맞아떨어졌다.
“아아아! 반유현 셰프님께서 치즈의 맛만 보고, 그 조합을 골라 퐁듀를 만드실 생각이십니다. 여덟 개의 치즈 중 어떤 치즈로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내실지 궁금합니다!”
나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 앞이 보이진 않지만.
리허설을 했던 터라, 사회자가 이 말을 했을 땐, 지금 무대 위에서 어떤 광경이 펼쳐졌을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우와아아아!
무대 도우미들이 올라와, 여덟 개의 치즈를 한입에 들어갈 만한 모양으로 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갈하게 접시에 올려놓고 내 입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나는 아주 여유롭게 그것의 이름을 말했다.
“부드러운 식감과 그 어떤 치즈보다 많은 향을 가지고 있는 이건……. 체다(chedda)치즈인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제가 만들 퐁듀에는 적절한 맛이 아니죠.”
사회자는 내가 방금 먹은 치즈가 체다치즈가 맞는지 접시 아래에 적힌 글씨를 읽어 확인했다.
“오, 오! 체다치즈가 맞습니다!”
우와아아아!
그리고 그다음, 또 다른 치즈가 내 입으로 들어왔다.
“카망베르(camembert), 매니아 층이 두터운 치즈로, 고소한 풍미는 고기의 지방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와……! 이것도 맞습니다!”
마치 기인열전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내가 단 한 조각, 치즈의 맛을 보고 이 치즈가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던 건, 치즈가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치즈는 단백질, 지방, 칼슘, 인, 비타민A, 비타민B 등 유익한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특유의 풍미 덕분에 수많은 요리에, 적재적소 많이 사용되는 재료였다.
요리의 훌륭한 식재료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하는 치즈에 대한 나의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이전에 캐비어와 트러플의 맛을 엄격히 구분 지었던 것만큼이나 치즈에 대한 경험은 풍부하다.
치즈의 종류마다 그가 가진 향과 맛은 확실하게 다르지만, 실제로 치즈가 갖는 공통적인 풍미 때문에 맛으로만 치즈를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이곳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대부분이 셰프였다.
앞서 말한 치즈의 특성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치즈의 종류를 찍어내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에멘탈(Emmental), 다른 치즈들과 달리 단맛이 살짝 묻어있는 치즈죠, 제가 오늘 만들 퐁듀의 주된 재료가 될 것입니다.”
“이야! 에멘탈! 정답입니다! 이건 무슨!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치즈 농장에서 일하는 장인도 아니고……!”
그리고 나는 여덟 개의 치즈 중 마지막 종류의 치즈의 이름을 말하면서 안대를 풀었다.
“그뤼에르(gruyere), 방금 맛봤던 에멘탈보다 견고한 식감이구요. 호두나, 견과류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와아아악!
치즈의 본고장인 스위스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도 꽤나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들의 소리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았다.
***
이번 싱가포르 국제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알베르.
다행히 그가 원했던 반유현의 개회식 축하 갈라디너에 참석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에겐 새롭게 떠오르는 셰프들을 발굴하는 것보다 반유현이라는 셰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컸을 수도 있다.
“한 조각을 먹고, 여덟 개의 치즈를 다 맞춘다고? 미각돌기가 남다른가?”
“원래, 반유현 셰프는 맛을 보는 것에 있어서 남다른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치즈의 종류는……!”
그리고 그 관심은 충격으로 이어졌다.
저 멀리, 무대 위에서 반유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겹살 퐁듀. 이제, 드셔보시죠.”
‘치즈에 돼지고기라……. 정통적인 조합은 아닌데.’
반유현의 목소리에 함성이 다시 한번 쏟아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돼지고기, 특히 한국에서 주로 유통되는 삼겹살을 두껍게 썰어 시어링한 뒤에 오븐에 구웠습니다. 한국에서는 ‘겉바속촉’이라는 말이 유행하곤 하는데, 그 네 글자의 단어가 왜 유행이 되는지 직접 드셔보시면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들은 실제로 알베르의 입에서 구현되었다.
돼지의 껍질과 지방질을 바삭하게 익혀 과자와 같은 식감을 살렸고, 그 바삭함이 지나간 뒤에는 고기의 육즙과 함께 삼겹살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터져 나왔다.
알베르가 충격을 먹었던 것, 이 강력한 맛뿐만 아니라 구성이었다.
“삼겹살이 가진 지방과 살의 비율을 고려해 고기를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분류된 고기에 따라, 칼집을 넣는 횟수, 소금과 후추의 양, 시어링 시간, 오븐의 굽기 정도를 모두 달리했습니다. 여러분께 서빙된 고기는 모두 같은 치즈 퐁듀에 찍어 먹지만, 맛이 모두 다른, 풍부한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와……!
반유현의 말에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가 말한 설명들이 아까처럼 실제로 구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무슨……!”
같은 크기로 썰려있는 다섯 점의 고기, 각각의 고기를 치즈에 찍어 먹을 때 느껴지는 맛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마치 마술공연을 보는 것 같은 신비함에 빠지니, 황홀함까지 몰려왔다.
“완전히 미쳤구만……. 반유현…….”
그의 명성을 실제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