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67
67화. 공장가동 (3)
애초에 이 대회를 흥하게 하고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 5대 요리대회로 손꼽히는 이 대회에 참여한 것은 나를 부각시키고, 내가 인력수급 공장을 차리기 위한 그 발판, 또는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문제가 생각보다 큽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이 대화들은 그에 따라 발생할 문제들이었기에,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심사위원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자신들이 심사위원으로 있는 이 대회가 단 한 명의 셰프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될 대회가 아닐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져서 그런지, 이들의 생각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반유현 셰프를 배척하기엔 아시다시피 그의 영향력이 너무 큽니다. 이 대회 전체가 어쩌면…….”
심사위원장인 알베르가 나를 품고 대회를 진행해야 된다는 측의 대표 주자였다.
내 요리를 먹고 맛을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경험이 풍부한 그는 확실히 상황을 통찰하는 눈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의 발언과 나의 영향력 때문에 대회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완전히 배척하고 나서 생길 문제들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눈치였다.
“앞으로 개인부문 말고, 국가대표부문, 팀 부문, 제과 제빵 부문 등 치러질 종목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라내시고 이 대회의 본질을 지키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반유현 셰프라는 한 명의 개인이, 이 대회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게……. 참가하는 셰프들에게도 불편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강경파, 나의 존재를 완전히 배척시키자는 생각의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여 요리문화 발전을 도모한다는 이 대회 자체의 본질을 내가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회 첫날, 개인 라이브 부문에서 대부분의 셰프들이 나의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저들에게 좋게 보였을 리가 없었다.
또, 경연이 열리기 전, 미리 제출한 레시피를 수정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지는데 수정을 원한 셰프들 대부분이 내가 언급한 돼지고기와 오이를 레시피에 추가한 것이었다.
“돼지, 오이라는 식재료를……. 원래 저희도 구체적인 식재료들을 말하는 것을 삼갑니다.”
“맞습니다. 저희 말 한마디가 대회에 영향을 미칠까 봐서죠.”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강경파였지만, 알베르가 나를 두둔하고 있었다.
“뭐, 다른 심사위원분들의 말도 충분히 맞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 모두, 반유현 셰프의 갈라디너에서 그의 실력과 내공을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반유현 셰프가, 세계 최연소로 미슐랭 포스타의 셰프인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요리였습니다. 아주 신선하고, 모두를 충격에 몰아넣은……. 20년이 넘은 제 요리 인생에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어 줬단 말입니다. 저는, 그런 셰프 한 명이 이 대회 자체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한 명에 의해 대회의 본질이 좌지우지되는 것도 맞지만, 반대로 대회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셰프들은 내가 대회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대로, 유전자 차이에 의한 맛의 차이를 메꾸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했고 그에 따른 레시피들을 경연에 활용하기도 했다.
“참나. 한 명의 셰프에게 휘둘리는 알베르 셰프님도 반성하시죠! 뭐 하시는 겁니까. 이 대회의 역사를 우습게 보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저 반유현 셰프는 이 대회를 위해서라도 심사위원자격을 뺏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 직접 말씀해보시죠. 본인이 이 대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 영향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요.”
심사위원들 간에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지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는 듯이 내게 질문했다.
“논쟁 자체가 생겼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심사위원직을 내려놓도록 하고, 다음 대회에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심사위원들의 이러한 논쟁을 계획에 넣어 둔 것은 그랬다.
“예?”
“에에?”
“아니……그러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말하자 심사위원들이 놀란 눈치였다.
그제서야, 내가 이 대회의 심사위원직을 내려놓으면 생길 문제들이 떠올랐나 보다.
“참나! 무슨 태도가 그래요? 이슈만 만들어 놓고, 각종 논란이 생기니 바로 사퇴를 한다고요? 애초에 이 대회가 그런 수단이었습니까?”
맞습니다. 이 논쟁까지 모두 계획에 있던 것입니다. 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더 큰 논란을 만들기 싫었다.
***
“여태껏 볼 수 없던 자신감과 요리 스타일이었어…….”
반나절 동안 있었던 논쟁을 뒤로하고, 반유현을 놓아주기로 한 알베르.
그는 대회 현장 한편에 마련된 자신의 집무실에서 생각에 빠져있었다.
“뭘까.”
요리경력은 약 26여 년, 국제 요리대회를 심사한 것만 15여 년.
그가 요리를 시작한 지 10년째가 되는 해부터 줄곧 셰프들의 요리를 심사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반유현 셰프의 요리와 그가 보인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리라.
“앞으로 10년 뒤에는 대체 이 업계에 어떤 일이.”
이제는 그의 이름값과 그에 따른 입지, 그리고 영향력이 너무나 거대해져 사람들은 그가 요리를 제대로 시작한 지 2년도 안 된 셰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2년이라는 기간이 꾸며진 것 없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은 방송을 통해 수 차례 밝혀진바.
자연스럽게 알베르는 반유현의 10년 뒤 미래를 상상하고 싶어졌다.
[ 싱가포르 국제 요리대회, 반유현 셰프 심사위원직 사퇴. ]또, 그가 보여준 모습은 마치 심사위원직을 내려놓는 것까지 생각하고 온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자신을 둘러싼 논쟁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겠지.
[ 스위스 일대에 돼지고기 파동! 반유현 셰프, 한 마디의 효과? ]그런데, 또 그렇다고 단정 내리기엔 그가 언론에 의도적으로 비치는 모습들이 많은 것 같았다.
[ 반유현. “제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 생각 안 하고, 함부로 발언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음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선발된다면, 최대한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 [ 반유현! 다음의 행보는 또다시 프랑스 파리? ] [ 반유현의 파리 사랑, 어떤 이유가 있나. ]요리 잡지, 요리 신문 등 주요 요리대회를 집중 조명하는 언론사에는 또 반유현의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알베르의 머릿속에는 반유현이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고, 그 궁금증을 끝까지 파헤쳐 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역사에 없었던 전무후무한 행보를 보이는 셰프…….”
반유현 셰프를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리 문화의 모든 것을 바꿀 셰프일지도 몰라.”
[ 반유현 셰프 사퇴에 따른, 셰프들 대회 불참률 증가! ]“흠.”
그리고 딱, 불쾌한 기사를 마주했을 땐, 국제 요리대회의 진행 요원인 사내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셰프들의 불참률이 현저하게 증가했습니다. 반유현 셰프의 사퇴 기사가 난 직후와 이전…….”
“원래, 반유현 셰프만을 보고대회에 참석한 이들이라 대회 진행에는 큰 차질이 없지 않나요? 오히려 거품이 없어져서 좋다고 다른 심사위원들은 좋아하던데.”
“그게……. 반유현 셰프가…….”
[ 반유현, 유렵 최대 규모의 요리 전문 교육기관 설립. 지원서 접수. ]***
“이름은 ‘반유현 팩토리’. 검토는 끝났고, 이 계획에 이의 있으십니까?”
포시즌스 간부회의. 스위스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의를 주재했다.
이들도 스위스 국제 요리대회에서 나의 영향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어떤 누구도 내 말에 반론을 제시하지 않았다.
“제 목표에 동의하신 거니, 다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이 계획을 대외적으로 알리면 많은 제안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이점도 인정하십니까?”
모든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장인 로만과 상무, 지배인은 내가 다른 호텔 그룹의 주주들에게 명함을 받는 것을 실제로 봤으니까. 그랬던 사실이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진 모양이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 가진, 그 이름 자체의 네임드를 저희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호텔 측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내 질문엔 모두가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때에, 역시나 로만이 말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시설을 약속해야지요. 이미 그룹 내 사장단 회의에서 반유현 셰프님께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것을 허가받은 상황입니다.”
매번 나를 믿는다고는 해도, 약간의 의문이 느껴졌었는데, 말투의 톤이 달라진 것을 보니 어느 정도 나의 계획을 인지하고 있던 모양이다.
“제게 관심을 끄라고 하셨는데, 지켜보고 있으셨나 보군요.”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모든 속내를 나는 알고 있다는 정도를 말해주려고.
“아, 아니…….”
“농담입니다. 그래서, 어떤 공격적인 투자를 하실 건가요?”
“크흠! 저희 호텔과 100m 떨어진 거리에 원래, 대형마트였던 곳이 있습니다. 그곳을 임대로 해서 첫 시작을 하는 게 어떻습니까?”
포시즌스 파리 인근, 800여 평의 대형마트.
내가 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괜찮네요. 공사는 바로 진행해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선택하는 것보다는 바로바로 실행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목표는 르 꼬르동 블루입니다.”
“예?”
“에?”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라 손꼽히는 이름, 르 꼬르동 블루.
1895년 파리에 첫 르 꼬르동 블루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전 세계 29개의 국제적인 요리 학교가 된 곳이었다.
“학비는 공짜, 3년 과정, 그중 1년 동안 반유현 레스토랑에서 실습.”
“무, 무료 학비 말씀이십니까?”
“목표를,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중 하나로 정했으니, 경쟁력이 있어야 됩니다. 그 역사와 전통 앞에 저의 이름값 그 자체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세계 최고 중 하나라 불리는 학교의 이름을 들먹이며 내 계획을 말한 것은 나의 생각의 타당성을 얻기 위함이었다.
목표가 세계 최고라니, 나의 계획에 반론할 생각을 하는 이는 당연히 없었다.
“홍보 시작하시고, 그 교수진을 모집하는 것에도 힘써주세요.”
세계 최고의 요리 교육 기관이 목표라면서,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계획을 쏟아내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해 주시면, 저희가 집중해서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만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고, 나는 내 원대한 계획 중 하나를 일부 말해줬다.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은 차후, 레스토랑 ‘반유현’의 창업 기회가 부여됨. 일단 이것부터 던져보시죠. 얼마나 많은 셰프들이 몰릴지 그 반응을 보고 조건을 더 제시해야 할지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스위스 국제 대회에 있었던, 저와 관련된 기사들 있잖아요. 더 뿌려주세요.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실력 있는 셰프들을 계속해서 레스토랑 ‘반유현’에 공급할 수 있는, ‘반유현 팩토리’의 시작이었다. 구체적으로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어떤 장애물도 없이 전 세계에 내 레스토랑을 뿌릴 수 있지.’
지금까지 달려왔던 속도와는 또 다른,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