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71
71화. 반유현의 이름 (1)
300명의 셰프들, 그리고 10명씩 짝지어 구성된 30개의 팀은 유럽 각국에 레스토랑을 런칭했다.
검은 깃과 검은 단추가 채워진 그 조리복, 그 오른쪽 어깨에 ‘반유현 – 팩토리’라는 이름이 필기체로 적혀있는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
유럽 각 나라로 퍼진 이들은 단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 반유현과 300 셰프! 유럽 각국에 팝업 스토어 런칭. ]그들의 행보, 팝업 스토어라는 그 시스템,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이슈를 불러올 만한 것이었지만, 그 각각의 팀들을 이끄는 셰프들이 각 지역에서 유명한 셰프라는 것도 한몫했다.
[ 반유현의 밑으로 들어간, 최고 셰프들. ] [ 미슐랭 스타 셰프들, 결국 맛보다 반유현을 쫓다. ] [ 일식의 대가 노부 마츠로, 그가 반유현을 선택한 이유는? ] [ WACS의 터줏대감, 알베르! 반유현의 옷을 입다. ]언론은 그 셰프들을 마치, 숭고한 예술적 정신을 잃은 것처럼 조롱하기도 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 세계적인 파도를 만드는 반유현, 그 끝은 어디인가. ] [ 진짜 반유현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 [ 설립되지도 않은 반유현 – 팩토리 관심 증가! ] [ 반유현, 전설이 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다. ]그런 조롱도 잊을 만큼, 대중들과 셰프를 비롯한 요리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개중에서 제일 먼저 반응이 온건, 단연 돈 냄새를 맡은 기업들이었다.
“그 칼……. 회사들이요. 독일제 명품 칼, 이태리 칼 회사들이 아무리 반유현 셰프님이어도 협찬은 힘들겠다고……. 회사 역사와 전통에 어긋난다고 하더니, 줄줄이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뭐라고.”
“세트만 선택하시면, 300명의 셰프들 모두에게 그 칼을 협찬하겠다고 하네요.”
애초에 협찬 요청을 반려했던, 역사 깊은 명품 칼 브랜드들이 줄줄이 협찬을 하겠다고 먼저 요청을 보내온 것이었다.
“조리복 브랜드가 엄청 흥하는 것 보고 다들 군침을 흘리고 있는 꼴이네요.”
대규모 협찬을 받아 진행한, 조리복의 검은 포인트가 들어간 그 디자인 자체가 주목을 받고 우리에게 협찬한 회사의 매출이 급진적으로 올라갔으니,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다.
“아예 가방을 만들어 협찬해주겠다는 회사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반유현 팩토리에 소속된 그 300명의 셰프들 자체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기에 그들이 자신들의 주방도구를 들고 다니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광고 효과를 얻게 되리라 기대한 것이었다.
대중들의 반응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활동하는 범위도 넓었다.
유럽 전역에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퍼져 있으니, 그 광고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미래에 투자할 줄 모르는 회사들이랑 같이 갈 거야?”
물론,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명품이라 한들 가치 판단을 못 하는 회사랑은 메이트가 될 수 없다.
“다 잘라버려. 우리를 처음 알아주고 선택한 회사를 등지면 안 돼.”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까, 서로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회사를 만나는 게 우선이다.
“내가 앞으로 사용할 칼과 국자만 해도, 몇 개겠어. 조리복은 몇 벌이겠고. 가치판단 잘하는 회사를 만나야 해.”
***
“가장 매출이 높은 곳이 어디냐.”
처음엔 런칭 자체를 못 하는 팀도 있었지만, 이제는 ‘반유현 – 테스트’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기업들이 협찬을 위한 움직임을 했던 것처럼, 유럽 각국의 부동산 업계들도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 부동산 업계 지각변동! 전 세계로 퍼진 반유현을 잡아라! ] [ 신조어까지 형성하는 그는…… 건물주와 반유현이 합쳐진 단어 반물주. ] [ 건물주보단 반물주! 반유현 입점 시 건물 가격 상승. ]덕분에, 어찌해야 될지 주저하던 팀들은 오히려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를 얻어 팝업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파리에도 몇 군데가 생겼구요. 런던에도 몇 군데가 생겼습니다. 진짜 대단하네요…… 유럽 전역에서 가장 비싼 땅들에…… 이렇게 싼값에 레스토랑을 오픈할 수 있다는 것이요.”
“너도 할래?”
“저는 다음 기수에 반유현 팩토리 도전해보겠습니다. 헤헤…….”
“됐고, 어디가 가장 매출이 높냐고 현재까지.”
“역시……. 파리가 제일 높네요. 아마도 반유현 셰프님의 이름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높은 동네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30개의 팀은 유럽으로 각각 흩어졌는데, 매출이 가장 높은 팀은 파리에 있는 두 개의 팝업 레스토랑이었다.
“파리? 어떻게 보면, 제일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던 팀들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이거나. 진짜 똑똑한 팀원들이 있는 곳이거나, 두 팀 다 둘 중 하나의 종류겠네.”
당연히 파리라는 도시 자체는 임대료나 물가가 높다.
그래서 나는 파리에 있는 두 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아무것도 모르는 셰프들 10명이서 갈팡질팡하다가 ‘반유현 – 팩토리’가 알아서 이슈화가 되어 손쉽게 파리라는 거대한 도시에 입점한 팀.
두 번째는, 이 시스템 자체가 이슈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다려, 그것을 이용해 파리에 입점한 팀.
과연 후자의 전략을 사용한 팀이 있을 만큼, 현명한 셰프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래서, 오히려 뒤늦게 대형 도시에 입점한 셰프들의 얼굴이 궁금한 것일지도.
“일단 파리로 가자.”
나는 곧장 차를 타고 파리에 입점한 이들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파리에 있는 두 개의 레스토랑은 우연하게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꼴이었다.
각각의 레스토랑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고급 세단에서 내리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반유현이다!!
“감사합니다.”
곧장 고개를 숙여, 나는 오른편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검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경직된 채로 나를 반겼다.
이들이 내가 설립한 교육기관에 소속되어 있다지만, 요리 심사 테스트에 내가 직접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었으니, 나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을 것이다.
“총원! 차렷!”
내가 등장하자, 군인들이 경례를 하듯이 구호를 붙이는 젊은 셰프가 있었다.
“국적이 어디세요?”
“멕시코입니다.”
“하지 마세요. 군대도 안 갔다 왔으면서. 그 경례는 어설퍼 보입니다.”
“에, 예! 셰프!”
홀에서 그 구호를 들었는지, 주방의 셰프들은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일들 하세요. 밖에 손님들 기다리시는데.”
이들의 주요리는 햄버거였다.
수제 햄버거, 손수 패티를 제작해 굽고, 빵까지 직접 만들어 구워 그 안에 각종 야채와 향신료를 채웠다.
“메뉴가 하나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매출이 주된 평가 항목이라 생각해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메뉴를 하나로 했습니다.”
“저도 하나 주문하겠습니다. 만들어주세요.”
“예! 셰프!”
멕시코 국적의 이 젊은 셰프가 이 셰프들의 리더처럼 보였다.
아주 쾌활하고 밝은 성격을 가진 것이, 주방에 많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저는……. 반유현 셰프님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주인분도 그랬나 봐요, 저희보고 아주 싼값에 임대료를 해줄 테니 팝업 스토어를 시작하라고…….”
뭐, 어쨌든 이곳에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이, 그가 계획하고 의도한 바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이름이 뭡니까?”
“리카르도. 리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교수가 궁금해졌다.
“교수는 누구예요?”
“라이너 레널스 셰프님입니다.”
그는, 현재 LA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로 미슐랭 투스타를 소지한 셰프였다.
“레시피는 교수님이 좀 가르쳐줬고?”
“아니요, 저희끼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미국에 가셔서 현재…….”
문제는 없었다. 애초에 셰프들을 시험하기 위한 관문이었고 교수들은 그를 자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들의 성적이 교수들의 능력에도 반영될 것인데 이렇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나?
그 이유를 고민할 때, 한 셰프가 나에게 햄버거를 가져왔다.
“한입에 먹기는 힘들어 보이는 사이즈네.”
주방 안에서 그 이야기를 했는데, 주방에 있던 모든 셰프들이 순간 일을 멈추고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햄버거를 입으로 넣지 않고,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빵을 열었다.
“토마토, 양상추, 양파, 다진 고기, 치즈……. 일들 하세요.”
일을 하라는 말에도 일을 제대로 하는 셰프들은 없었다. 모두가 시늉만 할 뿐, 나의 감평에 귀를 기울이려는 모습들이었다.
“다진 돼지고기를 뭉쳐서 구울 때 불의 세기와 시간이 잘못됐습니다. 불맛은 있는데 육질과 향이 다 날아가 버렸네요. 아무튼, 이곳의 매출이 맛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셰프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죽을상이다.
“당연하게도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이 팝업 레스토랑은 반 배치고사에 불과할 뿐이고, 요리를 제대로 배운 분들이 없으니까요. 교수님한테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고 하세요.”
내가 그 말을 하고 주방 밖으로 나가려 했을 때, 이 셰프들의 리더격인 리카르도가 나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그게…….”
“음?”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수가 이 팝업 스토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
방금 들렸던 햄버거집 바로 건너편은 핫도그를 판매했다.
소시지와 고기를 갈아 만든 정통의 칠리소스를 만들어 핫도그를 만드는 레스토랑.
“다들 별다른 계획이 없어, 저의 주 전공인 인도요리를 해볼까 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어떻게 입점하셨어요?”
“저희는 아예 대도시 말고 주택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해 가려고 했습니다. 저희의 요리 실력과 임대료가 수지 타산이 맞아야 되니까요. 그런데 뜻밖에도 이곳의 건물주님이 편하게 들어와서 팝업 스토어를 해보라고…….”
앞의 햄버거집과 같은 이치였다.
의도적으로, 계획적으로 시간 차를 두고 기다린 뒤에 나의 이름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좋은 자리에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한 팀은 파리에 없었다.
“핫도그 하나 주세요.”
여기까지 온 김에, 이들의 음식도 감평 해주기 위해 핫도그를 하나 부탁했다.
“칠리소스의 농도가 너무 묽습니다. 오래 가열을 해서 나오는 소고기의 육즙으로 농도를 조절하는 게 맞는데. 그런 기본이 안 되어 있습니다. 이곳도, 맛에 의해 손님이 많은 게 아니라 그저 좋은 자리, 그리고 제 이름…….”
그 말을 할 때엔 앞선 햄버거집의 사연이 떠올랐다.
“이 팀의 지도 교수님이 안 도와주던가요?”
“네…… 그게…….”
“교수 이름이 뭡니까?”
핫도그집의 이야기와 이 건너편 햄버거집의 이야기는 다를 게 없었다.
이들에게 잘나가는 특급 셰프인, 지도 교수가 붙어있는데, 이들이 최상의 맛을 내지 못하는 이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땐,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교수들이 제자들을 견제 한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