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72
72화. 반유현의 이름 (2)
‘반유현 – 팩토리’에 교수로 뽑아놓은 이들의 행실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다시 모든 교수진을 소집했다.
“여러분들이 맡은 팀원들, 여러분에게 요리를 배우고자 이곳에 들어온 셰프들의 팝업 스토어가 망하는 것이 상관없습니까?”
교수들의 실적과 평가는 ‘반유현 – 팩토리’에서 자신들의 입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교수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애초에 학생들을 가르치리란 마음은 적었고, 나의 이름 또는 레스토랑 ‘반유현’을 얻고자 교수직을 맡은 것이기에 이런 문제가 생길 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물론,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여러분의 맡은 팀 중, 하위 3개의 팀을 맡으신 교수님은 제명하겠습니다. 조직의 발전에 사명이 없고, 오로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집니다. 레스토랑 ‘반유현’의 운영 기회, 또는 제 이름을 이용해 여러분의 야망을 실현하고 싶은 생각들은 쉽게 하지 마세요.”
각 지역을 주름잡는 셰프들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여태까지 몰랐을 리는 없고.
어떻게 쉽게 쉽게 나의 이름을 이용해보려다 내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자신들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것도 있을 테고.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짧게 대답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노부 마츠로 셰프님께서는 참석을 안 하셨네요…….”
노부 마츠로. 미슐랭 9 스타를 보유한 일식의 거장.
교수진 중에서 자신을 가장 과대평가하고 있는 이였다.
“겸손하지 못한 분이군요.”
그는 엄연히 ‘반유현 – 팩토리’에 소속된 일원이었고, 나는 그 조직의 수장이다.
지금 이 자리는 수장의 권한으로서 소속된 교수들을 소집한 자리였고, 그가 응당 불참할 이유를 보내왔더라면 나의 불쾌감은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을 것이다.
“불참 사유도 보내지 않고, 무시하다니.”
삶을 거듭할 때마다 만났던 인물이라, 좋게 봤었는데. 지금 보니까 내가 그를 좋게 볼 수밖에 없던 이유가 생각났다.
그보다 항상 미슐랭스타가 많고, 그보다 많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을 때에 그를 만났었으니까.
지금 노부 마츠로의 태도는 내가 유명하고, 근래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셰프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자신이 민감하게 행동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번 소집에 불참 사유도 말하지 않고 불참한 것은, 나의 이름만을 이용해 자신의 어떤 계획을 실행하고자 한다는 그의 뜻이 내비치기도 한 것이다.
“노부 마츠로 셰프가 이끄는 팀의 팝업 스토어는 어디냐.”
“러, 런던입니다. 노부 마츠로님의 미슐랭 3스타 보유 레스토랑인 ‘신세카이’ 그 바로 앞 건물에 차려두었다고 합니다.”
“출입 횟수는.”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다고 하네요.”
노부 마츠로는 그가 이끄는 셰프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바로 앞에 팝업 레스토랑을 차리게 한 뒤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여야겠고,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으니 자신이 상주하는 레스토랑 바로 앞에 차려두었고…….”
“저희가 직접 가서 실태를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매출은 상당히 높은데, 노부 마츠로 셰프님이 어떤 도움을 줬을지.”
“아냐. 나도 같이 가. 그리고 메이 불러.”
“메이 셰프요?”
혼 좀 내줘야겠다.
***
“잘 어울리네.”
“가, 감사합니다.”
메이가 검은색 스카프와 조리복을 차려입고 내 앞에 나타났다.
런던, 노부 마츠로 셰프의 레스토랑을 향하는 길이었다.
“저를 왜……?”
“가 보면 알아.”
차에서 내리자마자, 노부 마츠로의 ‘신세카이’가 보였다.
고급져 보이는 자제들로만 쌓아올려진 일본 전통식 3층짜리 건물,
그리고 그 바로 앞에 ‘ 반유현 – 테스트’라는 간판이 붙어져 있었다.
“어, 어서 오십시오!”
검은색으로 포인트 된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 경직된 말투와 몸짓으로 나를 반겼다.
나의 목에, 지휘급 셰프임을 뜻하는 스카프가 둘러져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한 명의 젊은 여성의 목에도 스카프가 둘려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녀가 메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았다.
“국제 요리 대회에서 대구 해체쇼…….”
“잘 아시네요. 여기는 메이입니다. 원래 노부 마츠로 셰프님의 제자였고, 지금은 나를 따르고 있죠.”
내가 방송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메이의 얼굴을 아는 이도 많았다.
더군다나 나의 팬이라면 메이의 얼굴을 모를 수가 없었다.
“여기는, 노부 마츠로 셰프님이 이끄는 팀 맞습니까?”
이들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기에, 나는 상급자 임에도 존대를 사용했다.
내가 반말을 하리란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셰프들은 나의 정중한 물음에 놀란 표정이었다.
잘나가고, 콧대 높아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일 것 같지 않는, 젊은 셰프일 줄로만 알았던 내가 예의와 겸손함을 갖췄을 것이란 걸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아…… 예! 맞습니다.”
물론, 나는 그것을 의도하고 존대를 하는 것이었다.
주방에서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셰프에게 존대 한다는 것은 확실한 존중의 표시니까.
존대를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감동했다는 듯이 셰프들이 나를 바라봤다.
“이곳은 무슨 메뉴를 하죠?”
“아무래도 매출을 위해서라면 회전율을 중요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숙성회를 이용한, 초밥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오스틴이 곧장 내게 차트를 준비해줬다.
그것을 읽어보니, 이 팝업 레스토랑의 매출은 30개의 팀 중에 전체 2위.
“매출이 높네요. 제일 잘나가는 메뉴로 주세요. 맛이 궁금합니다.”
나의 주문에 셰프들은 올 것이 왔다는 듯, 결연한 표정을 짓고 움직였다.
나는 주문을 해놓고, 주방 이곳저곳을 살폈다.
아주 협소한 공간에 테이크아웃 형식으로만 운영되는 팝업 레스토랑.
순간,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메이.”
“네?”
“저기 신세카이 레스토랑은 테이크아웃이 안 되지?”
“네, 당연히 안 되죠.”
나는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한 셰프를 붙잡고 물었다.
“노부 마츠로 셰프가 도움을 준 레시피에는 어떤 게 있나요? 바로 앞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줬을 것 같은데, 실제로 매출이 높기도 하고.”
내가 이 말을 뱉었을 때에는 셰프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눈치를 본다.
쉽사리 대답을 못 하는 셰프들이었다.
“요리를 먹어보면 알겠지.”
요리가 나왔고, 나는 초밥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시메사바, 고등어초절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생선 중 하나였다.
“고등어가 함유한 기름기에 따른 숙성시간, 숙성시킨 고등어를 재워 둔 식초의 온도……. 여기 있는 셰프들이 할 만한 기술은 아닌 것 같은데.”
고등어 초절임이 올려진 초밥을 하나 먹고 든 생각을 바로 말했다.
고등어가 숙성된 기술도 그렇지만, 밥에도 다시마 물을 이용해 감칠맛을 올리려 노력한 것들이 보였다.
초밥에 일가견이 있는 이가 아니라면, 이런 세세한 맛들을 잡아내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을 터, 고등어 초밥 옆에 있는 광어 초밥을 먹었을 때는 확신했다.
“노부 마츠로 셰프가 본인이 숙성시킨 회와 밥을 그대로 이곳에 전달한 것 같은데. 여기 있는 셰프들은 그것을 그대로 초밥으로 만들기만 했고…….”
소문으로도 많이 들었을테지만, 셰프들은 내가 맛만 보고 그것을 알아냈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이었다.
더군다나 내 제자인 메이도 내 옆에서 초밥의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부 마츠로 셰프님의 생선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미 노부 마츠로의 계획은 실행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의 이름 ‘반유현’을 이용해 자신의 요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일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그 원대한 꿈.
셰프들에게 자신이 숙성시킨 회를 그대로 내어주었다는 것은 적어도 그랬다.
자신의 꿈에 눈이 멀어 이 일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셰프들도 남의 요리를 그대로 받아 손님에게 내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도 모르는 듯했고.
때마침, 노부 마츠로가 레스토랑에 등장했다.
헐레벌떡, 검은색 포인트가 들어가 있는 ‘반유현 – 팩토리’의 조리복을 입고 왔다.
“오셨군요. 반유현 셰프님.”
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던 ‘반유현-팩토리’ 소속, 10명의 셰프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첫 번째는 딱 한 번, 그와 팀이 되었을 때 마주한 노부 마츠로가 등장했다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는, 메이에게는 걸려있는 스카프가 그의 목에는 없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분명, 방금 전에 메이에게 요리를 처음 가르쳐준 셰프가 노부 마츠로라고 하지 않았나.
“어, 메이……. 오랜만이야. 자네의 활약을 다 지켜보고 있었어.”
노부 마츠로도 메이의 목에 스카프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조금은 당황한 낯빛이었다.
“이들에게 셰프님의 숙성회와 밥, 그리고 감태나 김 같은 재료들을 그대로 주었군요.”
“그렇습니다. 문제 있습니까?”
그 당당한 태도가 문제였다.
문제가 있으니 물어봤겠지. 내가 헛웃음을 짓다 그제서야 낌새를 파악했는지 노부 마츠로가 입을 열었다.
“저의 노하우가 집약된 최상의 식재료를 이들에게 쥐여주고, 그 맛들을 활용하는 능력을…….”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필요가 없다고 했었나.
“일식의 대가, 일식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해, 일식을 세계화시킨다는 가짜 신념으로……. 제 이름을 그곳에 이용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미슐랭 9스타, 본인의 요리에는 자신이 있었으니 그것을 널리 널리 퍼트릴 수단이 필요하셨겠죠.”
마침 밖에 있던 오스틴이 종이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명함 크기의 전단지 역할을 하는 종이였다.
[ 노부 마츠로, 미슐랭 9스타의 노하우를 도시락에 담다. 반유현 & 노부 마츠로의 콜라보! ]“도시락에 테이크아웃 형태였으니, 맛의 기준이 그렇게 높을 것 같지 않았을 테고, 본인이 만든 숙성회와 밥을 이용해 초밥을 만들 ‘공장’ 같은 개념으로 이 셰프들을 사용하신 것이구요.”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유감입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이 셰프들에게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주면 되는 겁니까? 매출이 높게 나오면 제가 반유현 셰프님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요?”
앞서 말했듯이,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서운 게 이런 거다.
메이의 표정을 보니, 그녀도 상당히 실망을 했다는 표정이다.
만화나 영화 속의 악당을 보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원대한 야망에 사무쳐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애석하게도 나는 이런 사람을 내 주변에 두기 싫었다.
“지금 이 순간부로 제명되셨습니다.”
“!!”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잠시 멈추었던 것처럼, 정적이 흘렀다.
“메이, 네가 지금부터 이곳의 총괄 셰프야.”
“아…… 어……. 네……?”
“자신 없냐.”
“아, 아닙니다! 흐…….”
이로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수진 중 가장 많은 인지도를 가진 노부 마츠로를 제명시켰다는 사실만으로 ‘반유현 – 팩토리’는 다시금 이슈가 될 것이다.
또, 그 이슈는 여태까지 자신이 맡은 셰프들에게 소홀히 하며 자신들의 욕망만을 지키려 했던 교수들에게 으름장을 놓은 것이고.
‘반유현 – 팩토리’ 내에서 나의 힘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규모가 크고 교수진들의 인지도가 높아 나의 영향력이 적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노부 마츠로가 희생되며 그 걱정을 지워주었다.
“물론, 너는 또 다르겠지 메이.”
“……예?”
“너는, 다른 교수진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성과를 내야지. 30개 팀 중 1위는 당연한 거고. 이 앞에 계신 네 스승님을 이기려고도 노력해봐.”
메이가 이끄는 팝업 스토어가 좋은 성과를 낸다면, 나는 이 사실을 또 언론에 뿌릴 것이다.
[ 반유현 애제자, 메이. 미슐랭 9 스타 스승을 짓누르고 팝업 스토어 성공해내다. 반유현의 교육 시스템을 증명해내는 그녀. ‘반유혁 – 팩토리’의 수많은 기대감을 불러 모아.] [ ‘레드 테이블 – 반유현’ 메이 셰프. 요리를 시작한 시점이 불과 3년도 안 돼. ] [ 메이. “반유현 셰프님의 셰프 양성 시스템은 세계 최강.” ]“네가 꼭 해야 돼. 지난번 국제 요리 대회처럼, 시나리오는 다 정해져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