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74
74화. 반유현의 이름 (4)
런던아이, 매년 약 3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영국 최대의 관광명소에 나 홀로 임시 팝업 스토어를 열어본 것은 이번 생이 처음이었다.
지난 삶 동안, 무슨 축제니, 페스티벌이니 하면서 디너쇼를 하고 이곳에 푸드 트럭을 차려본 적이 있긴 하지만, 내 이름이 걸린 팝업스토어가 나 홀로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묘했다.
솔직히, 관광청에서 나에게 이런 대단한 자리를 줄지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사람들이 나의 이름값을 생각하는 정도와 나에 대한 시선을 다시 측정해야 할 판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훨씬 더 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물론, 부정적인 시선도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개인이 이 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해 특혜니, 독점이니 논란도 생길 테지만,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영국 관광청에 기부하면 그만이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맛있는 요리나 만들면 돼.”
다시, 나는 메이의 말에 집중했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네.”
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메이를 바라보자, 메이는 부끄럽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장 준비해. 여기 온 김에, 맛은 봐야 될 거 아니야.”
내가 메이에게 너무나 극적인 도움을 줘 ‘반유현-팩토리’의 교수들이 항의를 했었다.
당연히 나의 이름과 힘을 이용해, 영국 내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에 그 자리를 얻었으니 그들의 항의가 이해는 갔다.
“맛만 봐주고 간다.”
뭐, 몇 마디 코멘트를 던져주는 것까지는 다른 교수들도 이해를 해주리라.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고, 메이가 계란 초밥을 가져왔다.
총 8개의 계란 초밥, 그 형상과 색깔이 모두 달랐다.
갈색의 빛을 띠고 있는 계란 초밥부터 밝은 노란색의 빛을 띠고 있는 것, 김과 함께 싸여있는 것, 반으로 갈라져 그 안에 밥을 감싸고 있는 것까지.
“맛도 다 다른가 본데. 뭐부터 먹냐.”
“원하시는 대로 드시면 됩니다.”
메이의 얼굴을 한번 바라본 뒤에, 나는 갈색의 빛을 띠고 있는 것을 먼저 입에 넣었다.
하도 나의 평가를 많이 봤던 메이라 그런지 이제 긴장한 내색을 비추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셰프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자신들을 이끌게 된 메이가, 어쩌면 노부 마츠로보다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가쓰오부시(かつおぶし)?”
“맞습니다.”
가쓰오부시 특유의 향이 담겨있는 계란 초밥이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달콤짭짜름한 맛이 터져 나왔다.
“멸치……. 다시마를 우린 시간도 알맞고.”
그 달콤한 맛이 모두 지나갔을 땐, 메이만의 비법으로 만들어진 식초와 버무려진 밥알이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아니, 상쾌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입안에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그 오묘한 신맛은 식욕을 돋우게 해주었다.
“잘했네.”
내 칭찬에는 메이도 순간 흠칫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다음으로 나는 밝은 노란빛의 계란 초밥을 입으로 넣었다.
달콤한 맛은 바로 직전에 먹었던 계란 초밥과 비교될 만큼 적었고, 아예 새로운 맛이 올라왔다.
“흠.”
바로, 마요네즈와 명란.
두툼한 계란의 밑에 감춰져 있던, 마요네즈와 명란이 존재를 드러냈다.
바로 이전, 초밥의 쌀밥에 식초의 함유량을 미묘하게 높여 놔서 그런지, 그것들의 향과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파프리카 가루를 조금 더 넣어도 되겠다. 마요네즈와 명란의 향이 강하니까.”
두 종료의 초밥을 모두 먹고, 메이의 실력이 증가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실감했다.
그리고 세 번째. 갈색빛과 노란빛이 적절히 섞여 있는 계란 초밥이었다.
반으로 갈라 ‘V’자 모양으로 만들어 그사이에 밥을 채워 놓은 형태였다.
그것도 이전의 계란 초밥들과 같이 매우 부드러운 식감을 가졌지만 그 중에선 최고였다.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한 계란 초밥.
“좋네.”
새우를 갈아 넣었는지, 새우의 향이 올라왔고 그 뒤엔 생선 초밥을 먹은 것처럼 진한 와사비 향이 올라왔다.
“와사비 매운맛이 너무 강해. 생 와사비는 뿌리 쪽보다, 줄기 쪽으로 갈수록 그 매운맛이 덜해지는 거, 알고 있지? 사용 부위를 바꿔서 매운맛하고 밸런스 조절해.”
마지막으로 김으로 감싼 계란 초밥.
김을 양옆으로 뒤집어가며 빠르게 100번은 구워내야 이런 고소함과 식감이 느껴질 것이다.
특유의 향을 풍기면서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김과, 입을 깨끗이 씻어주는 담백한 계란이 제법 잘 어울렸다.
총 네 종류의 초밥이 각각 두 개씩, 여덟 개.
각각의 재료만 준비된다면, 이 요리를 만드는 것도 빠를 것이고, 손님들이 이 음식을 먹는 속도도 빠르다. 맛과 효율을 모두 잡은 구성이었다.
“완벽하게 이기려면, 이 초밥에 들어가는 쌀알도 다 골라내. 중간중간 쌀알이 큰 것들이 섞여서 쌀알 자체가 주는 식감과 풍미가 떨어진다.”
대중들은 노부 마츠로 셰프와의 직접적인 비교를 할 것이기에, 그런 조언을 해줬다.
그의 내공이 들어간 세세한 맛의 차이를 극복하려면, 몸이 고생해야 되는 것 아니겠나.
나는 실제로 최고의 맛을 내는 초밥의 그 밥알의 개수도 헤아려 본 사람이었다.
“술을 곁들여 먹는다면, 밥알이 240개. 이건 그냥 초밥만 먹을 거니까, 270개.”
계란의 크기와 그 맛까지 고려한 개수를 말해주었다.
그 개수를 맞추려면 자동적으로 쌀알의 크기가 작아질 수밖에 없을 터.
주방에 함께 있던 셰프들은 하나같이 ‘대체 이 사람은 뭐지?’라는 표정이었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 가진 내공이라곤 할 수 없는 조언들이었으니까.
“또, 있어. 샤리(しゃり) 만들 때, 식초랑 밥을 버무리는 주걱, 그 주걱을 휘젓는 횟수까지 맛에 영향을 미치는 거야. 너무 많으면 밥이 질어지고, 너무 적으면 네가 만든 식초가 밥에 잘 묻어나지 않지. 물론, 그 횟수까지도 밥알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메이는 나에게 이런 조언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빛나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정도고, 계란은 괜찮았어. 구성도 좋고. 잘 해봐. 아니, 잘 해야 돼.”
런던 아이, 그 바로 앞 나의 이름이 걸린 팝업스토어가 세워져 있는 이 자리는 나도 그렇지만 지난 삶 동안 그 어떤 사람도 혼자 차지한 적이 없는 매우 ‘공적인’ 자리였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간다.
100년 동안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반유현 – 테스트’ 간판 바로 밑에 있는 몸집 작은 여성 메이.
매번 삶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이자 승부사로 나섰던 내 사람이다.
메이에 대한 기대감은 매번 삶에서 느낀 것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즐거운 것도 이 현실이 나에게 일어난 적이 없었던 것 때문인 것 같다.
‘야경 죽이네.’
***
“아니, 하나뿐인 동료가 그런 중요한 임무를 맡았는데, 당연한 거 아니야?”
“왜 하나 뿐이야, 한 명 빼도 네 명이나 있는데.”
“어쭈, 너 6인방이라고 별명 지어준 반유현 셰프님 무시 발언한 거냐?”
로또 육 인방.
반유현이 이름 지어준, 여섯 명의 멤버 중에서 메이를 제외한 다섯 명이 런던을 방문했다.
메이의 팝업스토어가 본격적으로 오픈하는 날, 각자 휴가를 냈고, 레스토랑의 문을 닫고 이곳을 방문했다.
“너네도 계속 바빠지고 있다며.”
“우리야 뭐, 항상 바빴고 ‘레드 테이블 – 반유현’, 거기는 반유현 셰프님의 이름이 들어가서 더 바쁘지 않아?”
“어차피 레스토랑 내부가 항상 꽉 차 있는 거니까. 더 바쁜 건 못 느껴. 그냥 예약이 끝이 없이 밀려있다는 마음의 중압감 정도?”
‘레드 테이블 – 더 파스타’에 남아있는 렌과 에바, 그리고 ‘레드테이블 – 반유현’의 총괄 셰프로 있는 최민성, 헨리, 제리. 이들의 만남도 오랜만이었기에 할 얘기들이 많았다.
“그런데, 메이가 어쩌다 빠진 거야 거기에서?”
“우리도 몰라, 갑자기 반유현 셰프님의 부름에 나갔는데 런던에 눌러앉았다고 하더라고.”
메이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차가운 말투, 메이가 그나마 대화를 따뜻하게 중재했는데, 그녀가 없으니 대화는 서로 직구를 던지듯이 인사치레, 겉치레를 하지 않고 내용만이 가득 차 있었다.
“너네 주방에 메이가 빠졌는데 안 바빠?”
“우리가 바쁠 짬이냐.”
“짬?”
“하여간, 군대를 안 간 남자애들은 ‘짬’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거냐?”
“그놈의 군대는 좀…….”
헨리, 제리가 최민성의 군대 얘기에 머리를 좌우로 흔들 때쯤, 웨스트 민스터(Westminster) 궁전에 도착했고, 저 멀리 강 건너에 런던 아이가 보였다.
“저 아래에 단독으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던 사람이 역사에 없는 거 알아?”
“그, 그걸 메이가 맡은 거야?”
“그래. 메이가 꽤나 대단한 역할을 맡았데. 기사 좀 봐라.”
똑같은 조리복과 지휘급 셰프를 뜻하는 검정 스카프.
그리고 주방에서 똑같은 지위를 가졌던 메이가 아주 중요한 중책, 그것도 역사에 없었던 일을 만드는 것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니 다섯 명 모두가 내심 부러웠다.
그러나 그 부러움 속에 깃든 마음은 질투나 시기가 아니었다.
“우리도 차례로, 쓰일 거야. 반유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래, 메이가 저런 역할을 맡았다는 건, 아주 좋은 선례야. 제발 잘 해내길…….”
처음 반유현의 밑에서 요리를 시작했을 때, 그때는 여섯 명 모두가 경쟁을 했지만, 이제는 서로 응원해 주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야!! 저긴 가봐!”
“아니야, 저건 런던 아이를 탑승하려는 사람들 줄이잖아.”
이들을 모두 태우고 있는 승합차가 다리를 모두 건넜을 때는 서서히 런던 아이가 가까워졌고, 길게 이어진 행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걸 무슨 재미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
최민성이 렌의 지적에 민망했는지, 궁시렁댔다.
“괜히 영국 최고의 관광지겠냐. 강 건너의 도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그때, 이들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야!! 런던 아이의 줄이 아니잖아!”
“미……친.”
런던 아이의 탑승 게이트로 이어지는 줄과, ‘반유현 – 테스트’로 이어지는 줄.
그 두 줄의 길이를 비교할 의미가 없을 정도로 차이는 확연했다.
아니, 런던 아이에 줄을 선 사람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엄청난 차이였다.
“메이!!”
반가운 마음에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그녀는 너무나 바쁜 탓에 이쪽을 보지 않았다.
“이게 실화야?”
“대박났네…….”
이 기나긴 행렬은 노부 마츠로와의 이슈, 그리고 영국 관광청의 홍보 덕에 일어난 일이리라.
비현실적인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기에, 이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미슐랭 9스타의 초밥과 견줄 만하잖아! 이 계란 따위가!”
“노부, 노부 마츠로와 경쟁할 만한데 진짜로?”
“제자가 스승을 이긴 거야?”
대중들은 이미 메이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