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누가 우릴 막을 수 있겠어 (2)
‘레드 테이블 – 더 파스타’, ‘레드 테이블 – 반유현’.
두 개의 레스토랑은 모두 몽토르 게이 거리 안에 위치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 두 레스토랑 사이에 총 다섯 개의 레스토랑이 세워졌다.
‘반유현-화이트1’, ‘반유현-화이트2’, ‘반유현-화이트3’ …….
하얀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적혀져 있는 글자.
반유현, 그리고 화이트.
당연히 또,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저 간판들은 뭐야.”
“와……. 또 뭔가를 하려나 봐.”
사람들은 이제, 나의 요리만큼이나 나의 행보에 주목을 한다.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계획을 추진하는 내 모습 그 자체가 재밌게 보였나 보다.
[ 반유현 화이트? 새로운 레스토랑 런칭 시작? ] [ 이번엔 또 무슨 요리를……! 반유현. ] [ 다섯 개의 레스토랑 밀접해 있고, 팝업 형식이 아닌 정식적인 임대 계약 맺어. ] [ 순식간에 반유현 벼락 맞은 건물주들! 건물 가치 상승.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했고, 더 많은 논란과 추측들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이제 풀어. 지금은 다섯 개, ‘레드 테이블 – 더 파스타, 반유현’을 합치면 일곱 개지. 저 거리에 반유현 골목을 조성하고, 미슐랭 스타로 줄을 세울 거라고.”
“미, 미슐랭 스타로 줄을 세울 거라는 내용도 넣습니까?”
“그래, 그건 빼자. 너무 자극적이니까. 다른 일정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반에 속한 최상위권 셰프들은 레스토랑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메뉴 테이스팅 날을 정해뒀다.
“메뉴 테이스팅은 셰프님께서 말씀하신 이날로…… 정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이분, 이분들을 섭외했구요.”
오스틴이 내게 다이어리를 내밀면서 설명했다.
“그리고 셰프님 말씀대로 곧장 공고를 올렸는데, 놀랐습니다. 저희 부서에 있는 직원들 모두가요. 참……. 진짜……. 신이 있다면, 요리의 신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만해. 신은 무슨.”
그 외에도 또 진행되고 있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이 ‘반유현팀’을 한 번 더 놀라게 한 모양이다.
“F반 3, 4, 5팀을 맡을 교수를 뽑는 공고에…… 이렇게나 많은 지원서가.”
팝업 스토어 미션에서 가장 낮은 매출을 내, 제명당한 교수들의 자리를 새롭게 채워야 했다.
“왜, 문제 있어?”
“그게 아니라……. 사실 상식적으로 이런 자리에 많은 사람이 지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반유현 – 팩토리’라고 한들, 가장 실력 없는 셰프들을 맡아야 하는 자리, 때문에 금방이라도 제명을 당해 불명예를 얻을 수 있는 자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원서를 넣은 것이었다.
“이번에도 뭐 할 것 없이, 특급호텔 셰프부터, 교수 출신 셰프, 미슐랭스타 셰프들까지 많은 지원서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모든 핸디캡들을 감안하고도 ‘반유현-팩토리’에 지원할 명확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아무래도, 반유현-테스트라는 이름의 팝업 스토어 테스트 방식이 이들을 불러 모으는 것에 제대로 한몫한 것 같았다.
유럽 어디든, 나의 이름이 통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알려준 사건이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없잖아. 다른 반들은 모두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실력이 부족해 F반에 편성되었는데,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서 말했듯, A반은 창업을 위한 메뉴 테이스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A반을 제외한 다른 반들은 각 교수들이, 나에게 전달받은 커리큘럼을 진행했다.
현재 교수 자리가 공백인 F반의 최하위 팀 3, 4, 5팀만이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대기 상태였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셰프들을 잘 가르칠 수 있나, 그럴만한 스펙과 인프라를 갖췄나. 그걸로 너희가 빠르게 정하고 최종 뽑은 교수들만 나에게 보고해.”
어차피, F반의 최하위 팀.
실적을 내지 못하면 계속해서 물갈이가 될 교수진이었다.
“시간 없잖아. F반 셰프들도 우리 일원인데, 빨리 실력을 키워줘야지. 혹시 몰라, 저들이 A반1 팀에 들어갈지도.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잖아.”
“예, 셰프님 말씀대로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습니다.”
***
세계 최고의 명문 조리학교라 꼽히는,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셰프.
츠지 요리 전문학교의 교수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였다.
‘반유현’이라는 꿈을 앉고 지원서를 넣고 당당히 합격해 맡게 된 교수직.
그 첫 수업에서 그녀는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푸하하하하! 셰프님, 너무 이쁘신데요? 모델 하시는 것도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러게! 끝나고 술 한잔해요 셰프님.”
F반, 5팀.
이 조직 내에서 가장 실력이 없는 셰프들이 모여 있는 곳.
왜 이 팀 전체가 꼴찌를 했는지,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성함이 뭐라고 했죠? 리사 셰프님?”
“어. 리사라고 해. 앞으로 너희들을 가르치고, 이끌……. 우리 잘해보자, A반에 올라가려면 …….”
“푸하하하! 무슨 A반입니까. 저희는 그냥 이 학교에 몸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 용돈을 안 끊는다고 하셨거든요.”
대부분의 인원들이 엄청난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단 세 명.
절친한 친구로 보이는 벨기에 출신의 셰프 세 명이 물을 흐리고 있었다.
“셰프님도 어차피 제명당하실 텐데, 저희 아버지 회사에 취직시켜 드릴까요?”
“그만해.”
“그만하긴요, 뭘. 무튼 저희는 됐고. 여기 나머지 친구들이나 잘 가르치십쇼.”
반유현이 내려준 커리큘럼에 의한 테스트에는, 각 인원들을 모두 동원해 코스 요리를 구성하는 것부터, 2인 1조로 짝을 지어 요리를 하고 다른 조들을 평가하는 것까지.
개인을 평가하는 테스트도 많았지만, 팀 전체, 또는 조를 이루어 평가하는 것들이 주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테스트를 구성한 것은 어떤 주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평가 방식에 의해 팀 전체의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었다.
“셰프님……. 일단 저희끼리 진행하시죠.”
무슨 이유에서 인지, 같은 팀에 속한 셰프들 또한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저 세 명의 힘이 막강해 보이는 듯했다.
“너희, 뭔데.”
“하하하하! 아니, 제자들한테 뭐라고요? 뭐긴요. 셰프지.”
“너희 같은 애들이 셰프라고? 주방의 조화를 어지럽히고……. 동료들의 시간을…….”
“눼눼눼……! 푸하하하하!”
“뭐라고 하시는 거야? 하하하!”
리사는 일단, 꾹 참았다.
‘반유현’ 그 이름을 업고 만천하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양아치들에 의해 자신의 계획에 지장이 생기면 손해 보는 것은 오히려 본인이라 생각했다.
“후……. 첫 강의는 소스의 점성에 대한 이해네.”
리사가 돌아서서, 나머지 일곱 명의 셰프들을 바라보며 말했고, 수업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벨기에 출신 셰프 세 명은 조리대에 누워 딴짓을 하고 있었다.
“셰프님…….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쟤네들 저번 교수님들한테도 그랬어요.”
“쟤네가 도대체 뭔데?”
“필레조 델리 티레.”
“뭐?”
필레조 델리 티레.
와인 제조를 하는 회사로, 전 세계 와인제조 회사 중 가장 높은 매출 10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회사였다.
“그 회장의 아들이야?”
“……네. 요식업계에도 인맥이 많은가 봐요. 자기가 여기서 퇴출당하면 저희들도 셰프 인생 다 끝나는 거라고…….”
생각보다 더 악질이었다.
수업의 질만 나쁘게 할뿐만 아니라, 권력으로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자 하는 셰프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야. 너희들.”
“예? 저희요? 수업 잘하시다가?”
“갑자기?”
F반을 맡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반유현’이라는 이름을 얻고 싶던 리사였다.
그리고, 유명 기업의 회장 아들이라 한들…… 리사 본인에겐 반유현의 힘이 더 강하게만 느껴졌다.
“가만 안 둬.”
“예? 푸하하핳! 무슨 만화 캐릭터예요? 뭘 가만 안 둬. 저희도 조용히 학교 다니겠습니다. 건드리지만 마세요.”
***
반유현 골목의 목표는 그 자체를 파리 내 유명 관광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에 따른 효과는 일일이 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이제 시작 단계긴 하지만, 나는 충분히 가능성을 봤다.
[ 반유현 골목 조성, 프랑스 관광청 적극 지원. ]‘반유현-화이트’는 모든 인테리어가 끝났고, 대중들에게 그 상호가 뜻하는 바도 널리 알려졌다.
유럽 각국의 관광청에서, 자신들의 주요 도시에 반유현 거리를 조성하겠냐는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이미 파리에 터전을 마련해 둔 터라 정중히 거절했다.
또, 반유현 골목이라는 것은 훗날 더 많은 곳에 조성할 터이니,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다.
각 국가의 관광청, 그 제안 자체에 대단한 의의를 둘 수 있었다.
이제는 내 이름 자체가 대단한 브랜드가 되어, 창출할 가치가 작지 않기에 국가에서도 나를 섭외하려고 힘쓰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
나 같은 개인을 국가기관에서 섭외하려는 것은, 요리 자체가 갖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힘 때문이었다.
런던 아이와 같은 대형 테마 시설을 세우거나,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지만, 그것들이 내가 요리로 사람들에게 주는 신선한 경험만큼이나 뚜렷한 기억을 남기지 못한다.
더군다나 가성비는 어떠한가, 그저 주방과 앉을 자리만 있다면 나는 그 누구보다 충격적이고 신선한 경험들을 선사할 수 있다.
“이해가 되는군요. 셰프님의 이름이 갖는 가치가……. 교수진들도 셰프님께서 반유현 골목을 조성하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던데.”
나의 계획은 교수진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F반 5팀 교수는 왜 자꾸 바뀌는 거야.”
“아, 그 부분에 대해서 가는 길에 말씀드리려 했는데요.”
일이 많아지니 사건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F반의 교수들을 새로 초빙했고, 팝업 레스토랑 테스트에서, 30개의 팀 중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했던 F-5팀의 교수들은 며칠을 못 버티고 계속해서 사퇴를 했다.
그 자리에는 계속해서 공석이 생기는 상황. 그 원인을 듣고, 저절로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런 새끼들이 여기에 들어왔다고?”
“그렇습니다. 새롭게 교수직을 맡은 리사 셰프에 의하면…….”
보고를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원래 양아치 새끼들은 그냥 못 봐주는데, 다른 셰프들의 사기마저 꺾어버리는 놈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원래 그 팀을 맡았던 교수들은 뭐한 거야. 그런 놈들이 있다는 보고도 안 하고.”
“그, 바로 이전 교수였던 B.레이던 교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필레조 델리 티레.
나도 그 회사를 알고 있다.
규모가 꽤나 큰 회사라, 레스토랑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요식업에도 뛰어들었고.
와인의 대중화라는 타이틀로 몸집을 계속해서 불려 나가고 있는 회사였다.
그런데, 그 회사의 회장 아들이 ‘반유현-팩토리’에 합격해 물을 흐리고 있다는 얘기는 방금 처음 들었다.
“그 교수가 일하는 업체랑 관련이 있었나 보지?”
“그렇습니다.”
“F반 5팀이 그놈들 때문에, 꼴찌를 한 거라면 큰 문제야. 그 양아치 새끼들이 내 계획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마저 드니까.”
곧장 그 수업 현장으로 걸어갔다.
양아치를 처리하는 일들쯤이야, 직원을 통해 처리하고 싶었지만.
교수들도 저놈들을 처리 못 해서 벌벌 떨었는데 어차피 직원들을 보내봤자 다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움직이려 했다.
쾅.
F반 5팀에게 배정된 교실의 문을 열자, 총 11개의 조리대가 보였다.
가장 센터에 있는 조리대는 교수의 것으로, 이번에 새로 교수직을 얻게 된 젊은 여성이 있었고 7개의 조리대에 서 있는 셰프들이 그녀를 따라 어떤 소스를 만들고 있었다.
“너희냐.”
3명은 센터의 조리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조리대 위에 누워 스마트 폰을 보면서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아, 반유현 셰프님! 하하하!”
“안녕하세요오.”
스멀스멀 움직이는 게,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나보다 몇 수 위의 권력을 가진 것이라 생각하는 건지 표정도 딱히 귀찮아 보였다.
“너네는 퇴학으로만 끝내선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