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82
82화. 누가 우릴 막을 수 있겠어 (6)
루시앙의 지분이 섞여 그의 브랜드가 들어간 레스토랑 두 개.
‘레드 테이블 – 더 파스타’, ‘레드 테이블 – 반유현’.
온전히 나의 이름이 이름으로 세워진 레스토랑 아홉 개.
‘반유현 – 레드, 옐로, 블루, 펌킨, 화이트1, 2 … 5.’
셰프와 교수, 총 300여 명이 넘는 요리 전문 교육기관, ‘반유현 – 팩토리’.
총 열두 개의 조직을 모두 성공적으로 런칭한 나는, 그야말로 신화가 되고 있었다.
다행히 한국에 있는 ‘펌킨’말고는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직접 걸어 다니며 ‘주’ 또는 월 단위로 바뀌는 메뉴를 새롭게 전수하고, 셰프들이 메뉴를 올바르게 구현했는지 테이스팅 했다.
100년의 내공이 없었더라면, 당연히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메뉴들이 머릿속에 있고, 셰프들이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들이 머릿속에 있었으니까. 나는 그저 그 지식들을 꺼내 놓으면 되는 것뿐이었다.
“오늘 일정은 다 끝나신 겁니까?”
마지막으로 ‘레드 테이블-반유현’에 있는 셰프들의 메뉴 테이스팅을 끝내고, 나가려 할 때, 최민성이 내게 물었다.
“아니, 샹젤리제 매장에 가봐야지. 오늘부터 인테리어 공사 들어가.”
“그쪽의 총괄 셰프로는 누가 들어갑니까?”
작은 규모지만, 메이가 ‘반유현-화이트’의 총괄을 맡게 되고 이들도 자신들은 언제쯤 쓰일 것인지 슬슬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샹젤리제는 내가 직접 들어간다. 대형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 그렇습니까.”
“조급해하지 마. 너희들 목에 걸린 검정 스카프, 그 의미 알고 있잖아.”
이제는 셰프들, 미식가들뿐만 아니라 웬만한 대중들도 알고 있었다.
검정 스카프의 의미를, 레스토랑 반유현의 지휘급 셰프이자 반유현의 직속 셰프라는 것을.
그에 따라 몇 주간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곳에 방문한 손님들이 자신들의 거취를 물어봤기에 스스로도 궁금해졌을 것이다. 자신들이 레스토랑 반유현에서 어떤 식으로 쓰일지.
은연중에 나에게 샹젤리제 매장의 총괄 셰프를 누가 맡게 되냐고 물어본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고.
“항상 믿고 있습니다. 셰프님.”
최민성이 강렬한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그때, 주방에서 헨리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셰프님, 오늘 텔레비지옹에서 셰프님 특집으로 방송한다고 하는데. 같이 보고 가시죠.”
“음?”
나는 그들에게 내 레스토랑 촬영을 허락한 적도 없었고, 그들과 인터뷰를 한 적도…….
아, 며칠 전 다섯 개의 ‘반유현-화이트’가 오픈하는 날, 즉 ‘반유현 골목’을 만드는 날에 리포터가 다짜고짜 마이크를 내밀어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예고편 보니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는 누구인가……. 뭐 이런 방식으로 짠 것 같은데, 모르셨어요?”
“어.”
“지금 하네요.”
헨리가 핸드폰을 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때, 실제로 방송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성공신화! 오늘은 역사에 없는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반유현 셰프를 집중 조명해봤습니다!
우와아아아!
-아, 먼저 대한민국에서 반유현 셰프님이 요리를 시작하실 때를 저희가 입수해봤습니다! 한번 보시겠어요?
그 말을 시작으로 비친 화면에 나는 웃음을 흘렸다.
-뭐하는 거예유! 그럴 거면 당장 때려치워! 요리 할거에유 말 거예유!
백원종이 나에게 호통을 치는 영상.
-대한민국에 요리 사업가인 백원종대표의…… 호통으로부터 요리를 시작해서…….
-하하하. 이게 연출인가요? 진짜인가요? 역대 최고의 셰프가 누군가에게 혼이 났다고 요리를 시작했다는데…… 뭐, 백원종? 저 대표님을 이겨보고 싶다는 치기 어린 마음이었을까요?
-이랬던 셰프가……. 파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골목을 만들었습니다. 역사상 자신의 이름을 세웠던 셰프가 있었나요? 없었죠!
“별 재미없네, 갈게. 바빠서.”
“예! 셰프님! 특이사항 있으면 보고 드리겠습니다!”
헨리, 제리, 최민성 이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입가에 웃음이 걸려있다.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어리숙하고 앳돼 보이는 내가 백원종 앞에서 눈 깔고 혼나고 있는 게 이들의 딴에는 가장 큰 재미 요소였나 보다.
“그만 봐 새끼들아. 일해 가서.”
***
차를 타고 짧은 시간 이동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까 애들이 보던 다큐를 켰다.
프랑스 최대 방송사 중 하나이고, 저들끼리 수집한 자료로 내 편성을 짜 한 시간 동안 방송한다니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 점에서 반유현 셰프가, 여태까지 있던 스타 셰프들과 완벽한 차이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가요?
누군지는 몰라도 화면에 있는 한 패널이, 켜자마자 옳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돈과 맛, 이 둘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참 힘들다고 생각합니다만…… 반유현 셰프의 행보를 보면, 돈을 참 많이 밝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 굉장히 공격적인 스타일이죠. 그런데! 그렇다고 요리 그 자체, 맛에 대한 신념이나 열정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반유현 셰프는 그 밸런스 자체를 맞추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반유현 셰프는 어떤 셰프 입니까?
-오로지 맛에만 공을 들입니다. 맛의 수준을 올리는 것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이, 저절로 강력한 비즈니스 수단이 된 것 같습니다. 맛이 강력하고, 사람들이 그 맛을 찾고, 그에 따라 반유현 셰프는 그 맛을 사람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것이고……! 이, 이 얼마나 바람직한 프로세스입니까! 요리 문화의 격을 높이는 이상적인 프로세스!
콧수염이 난, 패널이었는데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나에 대한 찬양을 했다.
루시앙, 올리버, 로만도 저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만나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음, 다른 의견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이번 샹젤리제 매장의 오픈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적인 축제에 자신의 요리를 녹여내고 싶다고 했던 그의 발언은, 맛보단 비즈니스적인 성향이 강한 것 아닐까요? 축제에서 자신의 이름을 더 알리고, 자신의 브랜드를 확실하게 홍보하겠다는 의지?
-음……. 이번 그의 발언이 맛 자체의 신념보다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긴 한데, 저는 그래도 반유현 셰프가 이번에도 강력한 맛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그 외에도 패널들과 MC들은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내 새로운 레스토랑들에 대해 추측을 쏟아냈다.
‘반유현 골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레스토랑의 메뉴를 추측하기도 했다.
“다 왔네.”
그 때 즈음, 샹젤리제 거리에 도착했고 이번에 새롭게 얻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에서는 반유현 팀의 소속이자, 나의 비서로 활동하고 있는 오스틴이 인테리어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셰프님께서 여태까지는 인테리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 같아, 그 관심마저 덜어드리려고 최고의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매번 요리에만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셨으니까요.”
“지금은 달라.”
“예?”
내가 매장 전체를 둘러봤다. 1층에 위치해 있고, 원래는 와인이 전시되어 있던 장소라 그런지, 창문들이 널찍하지 않아 어두운 분위기였다.
“이 매장의 3분의 1을 주방 공간으로 활용할 겁니다. 그리고, 주방의 절반을 그릴로 채워주세요.”
“예……?”
“홀에 있는 모든 책상과 의자는 빼고, 스탠드형 테이블만 놓을 겁니다.”
오스틴과 인테리어 전문가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나를 쳐다봤다.
“오스틴, 말했잖아. 이 세계적인 행사에 내 요리를 녹일 거라고.”
“아, 예! 말씀하시죠.”
인테리어 전문가는 당황했다는 듯이, 곧장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이 문하고 벽은 모두 허물어 주시고, 그 빈자리는 폴딩 도어로 해주세요.”
“폴딩……. 셰프님, 어떤 구도를 생각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밖과의 경계가 없는, 레스토랑을 만들려고 했다.
폴딩 도어를 활짝 열면, 벽도 없고, 문도 없는.
이 거리를 가득 채울 사람들이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것에 힘쓰지 않을 수 있으며.
“거리 전체를 내 레스토랑으로 만들 생각이니까.”
“아…….”
나의 영향력과 힘이 일정선을 넘어서자, 나의 의견에 반박하거나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이전에 루시앙이 의문을 품었듯이, 로만이 걱정 섞인 목소리를 냈듯이, 이제는 그런 사람은 없고 나의 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생각할 뿐이었다.
“간판은, 반유현 네이비.”
“나, 남색이요?”
***
인테리어 공사가 모두 끝났다.
샹젤리제 거리에, 남색 바탕의 거대한 간판이 세워졌고, 그 간판 아래의 레스토랑엔 폴딩 도어가 활짝 열려 있었다.
“남색으로 하신 이유와……. 아니, 그것보다 이번 간판에는 ‘반유현’ 글자가 노란색으로 되어 있네요?”
“남색하고 노란색은 보색이잖아.”
“예?”
이제 색깔의 조화까지 신경 쓰냐는 눈빛의 오스틴이었다.
그러더니, 문득 이 레스토랑의 색깔이 왜 남색으로 정해졌으며, 그 글씨가 노란색으로 정해진 이유를 깨달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왜. 이제 알았냐.”
“설마…….”
“그래.”
옐로 저지.
투르 드 프랑스는 각 구간, 개인 종합 1위 선수에게 노란색 저지를 선사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선수들이 빠른 스피드로 달리는 가운데, 누가 우승 후보인지 알아보기 쉽게 노란색 옷을 입히는 것이 그 유래였다.
그래서, 레이스는 옐로 저지를 중심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다.
옐로 저지 선수와 같은 팀들은 그를 보호하고, 그 상대팀들은 그를 최대한 견제해야 하니까.
“카메라가 달리는 그들을 찍을 때, 그들이 가장 돋보이는 구간은 이 레스토랑 앞을 지날 때겠지?”
물론, 그 효과는 아주 미미하겠지만, 이번 행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 보면 된다.
역시나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요리와 그 맛이었다.
주방으로 발을 옮기니, 주방과 홀의 경계를 짓고 있는 것은 그릴이었다.
길게 펼쳐진 그릴, 성인 남자 네 명이 누워도 될 정도의 거대한 그릴이었다.
저 그릴을 뛰어넘으면 홀이고, 뛰어넘어 들어오면 주방이다.
셰프들이 그릴에 재료들을 볶거나, 굽는 것을 손님들이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숯불 그릴도, 준비하라고 하셔서, 이 가운데에 준비했습니다.”
그 긴 그릴의 가운데는 철판만이 있고 아래 공간이 비어 있었는데, 숯불을 집어넣는 곳이었다.
“말했다시피 수제 햄버거이고, 소 갈빗살을 숯불에 구워서 패티를 만들 거야.”
“아…….”
“대회 기간 동안 사람들이 이 햄버거를 어디서나 자유롭게 먹으려면 패티가 얇아야 돼. 무식하게 패티가 두껍거나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많으면, 사람들이 대회를 관전하면서 햄버거를 먹는 게 힘들어지니까. 흘리기까지 하면 거리가 너무 더러워지겠지.”
천재를 넘어선 싸이코다.
오스틴의 표정이 정확히 그랬다. 대체 어디까지 생각을 하고 있냐는 듯한 눈치였다.
“패티가 얇고, 재료를 많이 못 넣으니까. 고소한 육향이 강한 갈빗살에 숯불의 향을 입힐 생각이야.”
“그, 그럼, 메뉴 구성은 모두 끝나셨다는 것이고……. 주방 셰프들은 어떻게 구성하시겠습니까? 일단, 포시즌스에서 셰프 몇 명을 지원할까요?”
“아니, 됐어. 나 혼자 할 거야.”
“예?”
오스틴을 비롯한 직원들이 놀란 눈으로 나와 길게 펼쳐진 그릴을 번갈아 쳐다본다.
“이, 이 주방을 혼자 운영하시겠다고요?”
“어. 양상추랑 양파 썰줄 아는 애들만 있으면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