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원맨쇼 (1)
치이이익!
길게 펼쳐진 그릴 위에, 온갖 재료들이 올라가 있다.
“그런데 대체…… 베이커리 기술은 언제부터…….”
그 그릴 위에 올려진 재료 중, 햄버거 빵을 가리킨 오스틴이 말했다.
레스토랑에 고기와 재료들을 올려놓기 전, 햄버거 빵을 직접 만들었는데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질문하는 것도 안 지겹냐 이제. 뭐 어디서든 했겠지. 밤을 새웠다든가.”
“하루에 대체 몇 시간을 주무시는 겁니까? 스케줄 소화하시는 거 보면, 3시간도 못 주무실 것 같습니다.”
“요즘 그런 질문 많이 하더라. 사람들이.”
치이이이이익!
길게 이어진 그릴, 나는 이곳 저곳을 빠르게 옮기며 재료들을 볶기 시작했다.
햄버거 빵, 양파, 베이컨, 마늘…… 그리고 갈빗살.
길게 이어진 그릴 가운데에 숯불이 있었는데, 다진 갈빗살에 다른 재료를 조금 첨가해 반죽을 만들어 얇게 편 뒤에 숯불에 올렸다.
사람들이 이 요리를 들고 다니며 먹기 좋게 이동성과 편의를 고려해 패티를 얇게 만들었다.
숯불을 입힌 뒤 기름에 빠르게 튀겨내듯이 구워 식감까지 살릴 생각이다.
한쪽 그릴엔 베이컨이 올라가 있는데, 그곳에 양파를 추가해 넣고 설탕을 넣어 양파가 시럽처럼 퍼지는 것을 돕는다.
그렇게 카라멜라이징한 양파에, ‘레드 테이블 – 반유현’에서 직접 만든 훈제 파프리카 가루로 매운맛을 추가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고, 소스의 역할을 하며, 햄버거 전체의 풍미를 돋우는 역할을 할 녀석들이다.
또 그 옆에는 이미 갈색으로 변해 물러있는 양파에, 달콤한 향을 다른 층으로 쌓기 위해 우스터 소스를 넣었다. 그리고 발사믹 식초와 케찹을 추가해 이전과는 또 다른 소스를 만들었다.
재료들을 하나씩 빵 위에 올렸고, 오스틴에게 건넸다.
“먹어봐.”
수제 햄버거 중에서는 가장 얇은 두께의 햄버거, 한입에 먹기도 편해 경기를 관람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향을 맡으니 숯불향이 고소하게 올라온다. 오스틴이 한입 베어 물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와.”
그리곤 계속해서 햄버거를 먹는다.
인테리어를 마감하고 있는 직원들과 반유현팀의 직원들이 나를 바라봤다.
“다 오세요.”
나는 곧장 그릴 앞을 재빨리 옮겨 다니며, 여럿의 햄버거를 만들었다.
기계처럼, 착착착. 햄버거를 만드는 모습에 놀란 듯했다.
그리고, 그 맛에 놀라 나에게 모든 시선들이 쏟아졌다.
“질립니다 이제, 그 반응들도.”
그제서야, 내가 혼자 이 주방을 맡겠다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나 보다.
“그래도……. 저희 예상으로는 이곳에 방문할 손님들이 천 명은 훌쩍 넘을 것 같은데, 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홍보도 할 겸, 메뉴 테스트도 할 겸, 혼자 감방이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 줄 겸, 내 밑으로 소속되어 있는 모든 셰프들 집결시켜.”
“아……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모두 다 조리복 입히고.”
***
투르 드 프랑스가 열리기 정확히 2주 전.
샹젤리제 거리에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가 있는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한 레스토랑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반유현 ]그들이 똑같이 입고 있는 옷의, 오른팔에 적힌 글씨는 그랬다.
반유현 휘하의 모든 셰프들과 조직원들이 한곳에 모였고,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을 끌 수밖에 없었다.
“뭐야?”
“레스토랑 반유현의 직원들이잖아.”
“와…….”
매장 안에 보이는 주방, 그리고 그 그릴 위에 오로지 반유현 한 명만이 서 있었다.
모든 셰프들과 직원들은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광경은 마치 어떤 종교의 교주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총 몇 명이야!”
그릴 앞에 혼자 서있는 반유현이 소리치자, 단정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말했다.
“약 450명입니다.”
“오케이, 접수. 요리 시작.”
반유현도 조리복을 입고 있었는데, 굵직한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처럼 스카프를 두른 셰프들이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양파와 마늘을 빠르게 쳐내는가 하면, 소스를 접시에 옮겨 담아 반유현이 쓰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보조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 스카프…….”
이 곳에 모여 있는 셰프들은 물론, 대중들도 저 스카프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스카프를 맨 셰프들도, 반유현 셰프 앞에서는…….”
그때, 반유현이 그릴에 온갖 재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
그릴 앞을 빠르게 움직이며 재료들을 볶는다.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했다.
반유현 혼자, 이 많은 사람들의 요리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볶음밥이나, 볶음면 같이 한 자리에 서서 단계적으로 맛을 쌓는 요리가 아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재료들이 준비되어야 하며, 그 재료들의 맛이 각각 살아 있어야 되는 햄버거.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준비된 재료를 하나씩 쌓아 올려 덮으면 되는, 패스트푸드로 강하게 인식되어있지만, 그 실상은 모든 식재료의 맛을 강하게 살려내야 되는, 쉬운 요리가 아니었다.
지금 그릴 앞의 반유현도 집중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그릴 앞을 옮기는 것을 보면, 여유가 보이지 않았다.
우와아아아아!
레드 와인과 발사믹 식초를 넣으며 불길과 연기가 치솟아 오르자, 셰프들이 탄성을 질러낸다.
자연스레, 투르 드 프랑스의 피날레, 결승 무대를 공사하던 인파들도 ‘반유현-네이비’라는 간판 아래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샹젤리제 거리 전체로 퍼져나가 수많은 사람들이 앞에 서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메뉴 테스트 진행 중이라, 현재는 레스토랑 ‘반유현’의 직원들과 셰프들에게만…….”
우와아아아!
반유현이 뒤집개로 빵을 공중에서 회전시키며, 그 위에 각종 재료들을 빠르게 얹어 햄버거를 만들었다. 그리곤 후추통을 돌리며 패티에 살짝 곁들인다.
그 손짓과 몸 돌림에 놀란 사람들은 연신 환호를 내뱉고 있었다.
“제일 첫 번째로 나온 햄버거, 누가 먹을래요?”
꺄아아아악!
우와아아!
말 그대로 원맨쇼. 셰프들의 표정을 보니 반유현은 종교 단체의 교주 이상이었다.
***
“라스베이거스에서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내가 요리하고 있는 행사 부스에 줄을 길게 섰던 사건, 기억하나?”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그 규모로 따지면 2.5배.
그 파급력으로 따지면 수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 검은 띠, 조리복의 물결. ] [ 반유현 휘하의 전 조직원 모여. 마치 집회를 연상케 해. ]“또…….”
SNS와 온라인 매체엔 또 한 번 내가 이슈 되었다.
이번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까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검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조리복을 입은 수많은 셰프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연신 환호성을 내뱉고 나서는 감탄과 환호를 쏟아내는 모습이다.
다들 한 손에 햄버거를 들고, 감격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너도 맛봤잖아.”
“그렇습니다. 크리스피한 소 갈빗살 패티가 바삭하더니, 바삭함이 깨지고 육향과 숯불향이 올라오고…… 약간의 매운 향이 곁들여진 베이컨의 훈제 향, 그리고 달짝지근한 양파가 합쳐지면서…….”
“그래.”
오스틴은 또, 내가 이것을 질문할 것을 예측했다는 듯이 준비한 멘트를 꺼냈다.
아무래도 나를 만나기 전날에, 항상 내가 물어볼 것을 예측해 준비를 해 놓는 듯했다.
“포시즌스 영감님들은 문제없고? 또, 내가 새로운 업장을 차리면…….”
“예, 문제없습니다. 포시즌스, ‘반유현-레드, 블루, 옐로’ 세 개의 레스토랑 현재 예약이 꽉 찬 상태구요. 반유현 셰프님께서 지속적으로 메뉴 개편을 해주시니 불만은 없는 상태입니다. 오늘, 내일 일정은 모두 비워두겠습니다.”
혼자 주방을 뛰어다니며, 수백 개의 햄버거를 만들어 내고 나니 몸에 피로도가 쌓인 상태였다.
주방에서 일하는 것은 운동이 아니다, 운동을 좀 따로 해서 체력을 쌓아야 되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다.
100년의 경험과 노하우로 그나마 효율적인 움직임을 이용해 버티고는 있는 실정이었다.
“반유현 네이비는, 앞으로 문을 계속 닫고, 행사 기간 동안만 내가 직접 운영한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투르 드 프랑스가 끝나면, 반유현 팩토리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팀으로, 한 팀 올려.”
이게 확장성이었다.
물론, 햄버거라는 메뉴가 그 기술을 전수하는 것에서 난이도가 높지 않기에, 지금 단계에서 반유현 팩토리의 인력을 적즉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앞으로 그들의 수준이 더 발전하면 세계 어디든, 내가 차릴 레스토랑에 이렇듯 인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이미 팩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반유현-화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셰프들이 반발이 있지 않을까요? ‘반유현-네이비’는 정식 레스토랑이니까요.”
“걔네가 그럴까.”
내가 핸드폰을 오스틴에게 보여줬다.
‘반유현-골목’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사진.
“아……. 괜한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반유현-네이비’가 아무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고, 테스트가 아닌 정식 레스토랑이라고 한들, 지금 그들의 즐거움에 비할 바 되지 못한다.
자신의 요리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주는 것만큼 셰프에게 값진 보람은 없으니까.
“그럼, 검은 스카프를 맨 셰프들의 반발은 없겠습니까? 언젠가 셰프님의 정식 레스토랑을…….”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을, 총알이라고 생각해. 검은 스카프를 목에 걸고 있는 셰프들은 미사일이고. 물론, 반유현 팩토리에서 미사일이 탄생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진 그렇잖아.”
“그렇습니다.”
“프랑스 파리, 내 구역에서 미사일을 가지고 싸울 필요는 없잖아. 미사일은 적진을 뚫을 때 써야지.”
파리를 제외한, 런던, 라스베이거스, LA, 홍콩, 베이징, 서울, 도쿄…… 맛의 강자들이 득시글대는 주요 도시들이 떠올랐다.
“파리는 이제, 네이비가 마지막일 거야.”
***
2021, 투르 드 파리 행사가 시작되었다.
세계인들이 프랑스로 모여들었고, 반유현 화이트의 매출은 또다시 증가했다.
그곳은 반유현 팩토리의 테스트 매장으로, 예약이 없는 곳이었기에 현장에 사람들의 행렬이 더 길게 이어진 것이다.
“걔네가 나보다 바쁘대?”
그리고, ‘반유현-네이비’라 이름 지어진 나의 레스토랑엔, 행렬이라 할 것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폴딩 도어로 이 레스토랑과 밖의 경계가 없어,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데 저 많은 사람들의 몸의 방향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포시즌스 호텔의 투숙객 증가도 엄청납니다. 파리 내에 호텔 예약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난 뒤, 파리라는 도시 안, 내 영향력을 증명해줄 만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끄럽고, 너도 나가서 밖의 줄이나 정리해줘.”
우와아아아아!
그리고 그릴 앞에서 나는 왜 그 영향력이 생긴 건지, 입증해 보이고 있었다.
성인 남성 다섯 명이 누워도 될 정도의 길이를 가진 그릴 위해, 햄버거에 들어갈 재료들이 가득 올라가 있었고, 나는 기계처럼 그것들을 조리하고 있었다.
반유현! 반유현!
사람들은 쇼를 보는 듯이, 내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레스토랑 내부와 밖의 경계가 없다 보니, 이 샹젤리제 거리 전체가 나의 무대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