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88
88화. 뜨거운 열기 (1)
하루에도 동시에 진행되는 일이 수 가지였다.
방금, 갈라디너를 함께할 셰프들에게 그 메뉴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주고 최적화하는 것에 시간을 써달라는 말을 하고 나선,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엔 대조리실이라 불리는, 수많은 조리대가 놓인 공간이 있었는데, 이곳은 입학식과 같은 행사나 요리 테스트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리고, 내가 그곳의 문을 열자 수많은 함성이 또 나를 반겼다.
너무 바쁜 와중에, 멘트도 길게 하지 않았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이곳, 반유현 팩토리는 세계 최고의 셰프 육성기관이며 저와 함께 요리문화를 끌어올릴, 최고의 동료를 만드는 곳입니다.”
우와아아!
사람의 수가 많아진 건 명확하게 보였다.
일단 지금의 함성소리도 이전과 달랐고, 반유현 팩토리 첫 회의 신입생을 뽑을 때에는 요리 테스트가 단번에 진행되었는데, 지금은 인원이 너무 많아 1부, 2부, 그리고 3부까지 나뉘어 진행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3부?”“네, 2부로 나누려고 최대한 노력했으나, 수용이 불가능합니다. 불참자들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테스트 참석률이 너무 높습니다……. 그러나, 3부에는 40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나 오늘 시간 안 되잖아.”
“조금 이따 오후에, ‘반유현-네이비’ 방문하시고, 최민성 셰프와 런던에 런칭 될 ‘반유현-브라운’ 메뉴 구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포시즌스 간부들과 ‘반유현-골목’에 방문…….”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스케줄이었다.
물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났다.
그만큼 이번 삶의 효율과 활력은 그 어떤 삶보다 강력하다는 것이었으니까.
일, 일, 일…… 그럼에도 웃음을 흘리는 내 광기(?)에 놀란 나머지 오스틴은 말을 더듬었다.
“나 밥 먹을 시간은 비워두고 스케줄 짜는 거지?”
“그, 그렇습니다.”
이 신입생들을 테스트하는 것을 다른 셰프나 교수, 직원들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나온 이유도 그 이유였다.
나보다 빠르게 심사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없으니까.
“3부에 시험 칠 인원들도 모두 다 와 있는 거지?”
“예, 시키신 대로 시간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모두 같은 시간에 집결하라고 전달했었습니다.”
“그럼 됐어.”
교수들 또는 다른 셰프들이 이들을 심사했다면 이 심사 자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고 내가 지시한 다른 일들을 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갈라디너를 준비하는 일이나, 반유현 팩토리의 세프들을 가르치는 일이나, 반유현 골목의 매장을 관리하는 일 등…….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내 브랜드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면 할 일이 무수히 많을 것인데, 이 심사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한다.
그 비효율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기에 내가 직접 나선 것이었다.
“요리 시작!”
한 명의 교수가 무대 위에서 요리 시작을 외치자, 거대한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것도 필요 없어. 꺼.”
“예, 예에?”
곧장 타이머가 꺼졌고, 반유현 팩토리의 소속원이 되기 위해 요리 테스트를 하던 셰프들은 죄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요리를 멈췄다.
그러다, 내가 그들 사이를 지나다니고 나서야 타이머가 꺼진 이유를 알아차렸다.
“불합격.”
“네?”
“불합격.”
“엥?”
“불합격.”
조리대를 사이에 둔 복도를 걸으며, 그들이 서 있는 모습, 칼을 쥔 모습, 도마에 올려진 손, 재료를 물에 씻는 것, 또는 다듬는 것들을 보고 빠르게 판정을 내렸다.
“합격.”
“우, 우와! 가, 감사합니다아아!”
“여기도 합격.”
“꺄아아악!”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내가 지나가는 조리대의 셰프들이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요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합격과 불합격 판정이 난 셰프들은 이 교실 밖으로 나갔고, 2부, 3부에 테스트가 진행되기로 예정되어 있던 셰프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뭐, 뭐야?”
“엥? 너 합격이야?”
“넌 불합격?”
“시험이 이렇게 빨리 끝나? 요리는 한 거야?”
새롭게 들어온 셰프들은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혼비백산이었다.
그때에는 이 테스트의 보조로 뽑혔던 셰프들이 그들을 안내했다.
“비어있는 조리대에서 요리를 시작하시면 됩니다.”
1부 테스트로 결정되어 처음 이곳에 자리하고 있던 모든 셰프들의 심사를 끝낸 뒤에, 나는 다시 새로 들어온 셰프들의 조리대를 돌기 시작했다.
“불.”
“불.”
“불.”
“합.”
이제는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단어도 완전히 말하지 않고 평가를 진행했다.
그렇게 ‘반유현-팩토리’는 나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내가 셰프들을 뽑는 것에 장난을 칠 리는 없고, 진심을 다 해 셰프들을 뽑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걸릴 심사를…….”
***
“올해 최소 여덟 개 이상의 미슐랭 스타는 얻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사, 삼 년 만에 열두 개의 미슐랭 스타를 얻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숨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 로만이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이었다.
“넉넉하게 6년? 7년 안에 미슐랭 스타 30개를 얻는 게 목표입니다만.”
매번 삶 20년을 쏟아부어도 힘들었던 일이, 이번의 삶은 그 절반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전례 없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 팔다리가 잘려나가지 않는다면, 적어도 10년 안에는 30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바, 반유현 셰프님. 10개 이상의 미슐랭 스타를 가진 셰프들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로만이 특유의 존경스러움과 두려워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진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사실, 올해 여덟 개 이상의 미슐랭 스타를 얻을 것이라는 계획은 어떻게 보면 보수적으로 예측한 것이었다.
포시즌스에 있는 세 개의 레스토랑에서 각각 최고 등급인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아도 이미 아홉 개가 넘어가는 수치였으니까.
더군다나, 현재 미슐랭 투스타인 레드 테이블, 더 파스타와 반유현이 쓰리 스타로 격상되어도 나는 추가로 하나씩을 더 얻게 된다.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구조인 레스토랑, ‘반유현-네이비’도 한 개 정도는 얻어 줄 수 있을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나는 로만에게 나의 계획을 보수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마음 같아선 올해 30개를 얻어버리고 싶지만.’
당장에 시간이 부족하다. 앞으로 약 한 달 반 뒤면 미슐랭 평가 기간이 시작되고, 인력을 수급할 수가 없다.
믿지 못할 셰프들을 써서 내 브랜드 이름값의 가치를 떨어트리느니 여유를 갖기로 마음을 정했다.
“어떻게 올해에 여덟 개의 미슐랭 스타를 생각한다는 게…….”
물론, 다른 이들에겐 여유로운 생각이 아닌 듯했다.
“오, 오늘 아까 있었던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을 그렇게 뽑아도 되겠습니까?”
“네. 충분합니다. 사실 제가 그들의 요리를 맛보는 것은 일종의…… 팬 서비스였습니다.”
“예에?”
“아닙니다. 이해하기 힘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 일정이 끝나면, 바로 런던으로 가서 갈라디너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포시즌스 간부들과 사장인 로만, 그리고 나는 ‘반유현-골목’에 도착했다.
포시즌스 측에서는 이곳을 본격적인 관광단지로 만들고, 그것을 자사의 이익으로 확실하게 구현하고 싶다는 뜻을 추진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동의한 일이고 그에 따른 이익들은 나에게도 관련이 되어있었다.
“이 거리에 있는 건물들을 구입해, 외부 공사를 해서 거리를 더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요리와 더불어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구경할 것들이 있으면 이 거리가 비즈니스적으로 훌륭할 것 같은데.”
“반유현 셰프님의 동상도 하나 세우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돈 냄새를 맡는 후각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냄새를 맡아가며 어디서 돈을 만들어야 낼지 많은 안건들을 내던졌다.
우와아아아!
내가 차에서 내리자 또 인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각각 ‘반유현-화이트1, 2…5’라고 이름 붙어진 매장의 앞에 줄을 이룬 인사들이었다.
휴대폰을 꺼내더니 나의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데 이제는 이것도 적응이 되어 별 감흥이 없었다.
“기념품 가게를 만드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포시즌스의 간부 한 명이 말했다.
“기념품이요?”
“이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 맛을 보러 이 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게는 ‘반유현’ 셰프의 요리, 또는 ‘반유현 셰프’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반유현 셰프의 어떤 것을 상품화시켜서 이 골목에 그 가게를 만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로만도 꽤나 괜찮은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간부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내 생각은 어떻냐는 물음이었다.
“기념품 좋습니다. 품목도 바로 떠오르네요.”
“어떤?”
경험상 알고 있었다. 나를 둘러싼 대중들의 열띤 관심과 나를 상징하는 장소가 있을 때 그곳에 무엇을 팔면 효과적인 머니 플로우를 만들 수 있는지.
그에 따라 저들이 원할만한 정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새우 가루, 파프리카 가루,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멸치 육수, 치킨스톡.”
천연 조미료, 또는 육수.
사람들이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서지 않고도 매우 간접적으로 나를 체험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헉.”
“!!”
정답을 알았다는 듯이 간부들이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런 식료품 가게가 오픈될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일단, 그에 관련된 계획을 수립해서 오시죠. 저는 일이 많아서 계획 수립하는 것에 깊이는 참여 못 하겠습니다.”
그에 따른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모두 내 머릿속에 들어있지만, 몸이 여러 개라도 부족한 지금 이 상황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저들에게 일을 시켜 속도를 조절할 생가이었다.
“셰프님, 이, 이거 아무래도 대단한 부자가 되실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나도 알고 있다.
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
당장 다음 주, 갈라디너가 진행된다.
로또 육인방 중 한 명이었던 최민성은 갈라디너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반유현-브라운.’의 런칭을 준비했다.
내 밑에 있는 셰프들 모두가 바쁜 시점이었지만, 순서를 꼽으라면 그가 가장 바빴으리라.
“셰프님 말씀대로, 가장 최고급의 식자재만을 사용하는 코스가 좋은 것 같습니다. 갈라디너에서 선보일 요리와 바로 연결 지어 레스토랑으로의 유입을 늘릴 수도 있을 것 같구요.”
“그래서, 이것들을 준비한 거냐?”
메뉴 테이스팅.
최민성과 그를 따르는 ‘반유현 팩토리’ B2팀, B3팀이 내 앞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몇 주간 밤을 지새우며 내가 내린 메뉴 중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 그들이었다.
“쥐치 간, 해삼 내장 같은 마니아층이 있는 별미를 가진 재료를 이용해 전채 요리로 했으며, 송이버섯, 안창살과 같은 귀하고 값진 재료를 주된 테마로 요리해봤습니다.”
‘반유현-브라운’의 색깔은 그렇게 정해졌다.
값비싸고, 먹고 싶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재료들을 이용한 요리들.
돈이 많아도 최고의 맛을 쉽게 찾는 것이 어려운 요리들.
레스토랑 ‘반유현’ 내에선 가장 높은 가격의 메뉴들이 구성되는 것이었다.
“비싼 돈 받고 맛없으면 안 되는데. 알아?”
“알고 있습니다.”
“부담이 크겠네.”
“셰프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조금은 덜어냈습니다.”
내가 젓가락을 들자 최민성이 말했다.
“쥐치 간을 으깨 만든 소스, 거기에 고등어 숙회입니다.”
첫 번째로 먹을 요리를 지정해줬고, 나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것을 씹자, 최민성의 표정이 순간 경직되었다.
“아직도 긴장해? 나한테 평가를 그렇게 많이 받아 놓고도.”
최민성뿐만 아니라, 그 뒤에 서 있는 셰프들도 숨을 죽였다.
런칭까지 앞으로 일주일, 그 맛은…….
“좋네. 다음 요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