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92
92화. 뜨거운 열기 (5)
털썩.
‘반유현 – 브라운’의 주방 총괄을 맡은 최민성이 홀에 주저앉았다.
“파리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 중에서 최대 매출이야. 축하해 최 셰프.”
“감사합니다!”
‘축하해’라는 말에 다시 벌떡 일어나 나의 손을 잡는 최민성이었다.
“매출도 매출인데, 유명 인사들이 너무 많이 왔네요. 싸인이라도 다 받아서 걸어 놓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동네 맛집도 아니고 싸인은 뭐야. 추잡스럽게.”
“죄송합니다.”
유명 인사들이 자신들의 파티에 게스트로 와달라는 말이 제일 많았었다.
패션 모델들, 할리웃 배우들, 기업가 사교모임 등 런던 내에 많은 모임들이 있나 보다.
“너도 이제,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레스토랑의 셰프 중 한 명이야, 올해 여기서 미슐랭 스타를 받는다면 미슐랭 스타 셰프로 거듭나는 것이고.”
“충성! 반유현 셰프님께서 신화를 써 내려가는 것에 한몫하겠습니다.”
“너 한눈팔지 말고 당분간 여기 콕 박혀있어. 모델들하고 술 먹고 사진이라도 찍혔다간…….”
“예! 셰프! 이, 스타들한테 받은 명함들은 나중을 위해…… 일단 정리해 놓겠습니다.”
화끈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놈이라, 언질 줬다.
그리고 나는 한 장의 명함을 손에 들었다.
[ STOP SHARK FINNING, 상어잡이 반대운동, 상어 보호에 동참하세요! ] [ sharksavers 조직위원장 – 제임스 하몬 ]“에? 이 명함은 뭡니까 셰프님?”
“샥스핀, 푸아그라 먹지 말라고 운동하는 모임이래.”
“제임스 하몬? 미슐랭 스타셰프 아닙니까?”
“맞아.”
최민성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서렸다.
“왜.”
“아니……. 다음 달 새 메뉴는 중화풍으로, 샥스핀하고 제비집을 이용해 보려고 했는데.”
최고의 맛을 찾는 셰프들이 간과하는 것이, 이용하는 식재료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냐 였는데, 최민성도 그런 부류였다.
“푸아그라는 거위의 목에 강제로 파이프 꽂아 음식물 넣어서 간을 살찌우고, 샥스핀은 상어 지느러미만 잘라서 상어를 물에 던져, 상어는 헤엄을 못 치고 바다 밑바닥에서 산채로 익사해 죽고.”
“아…….”
“물론 맛은 있지. 그런데, 대중들이 우릴 보는 시선도 신경 써야지 이제, 회사가 점점 커지니까.”
“그럼……?”
“그래, 이 레스토랑의 모토로 삼자고.”
그랜드 오프닝이나 SNS 챌린지와 같은 홍보 수단, 그리고 방송에 너무 많은 모습을 비췄다.
조금은 더 공적으로, 공공의 일을 하는 모습도 보여 주면서 레스토랑의 홍보까지 챙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레스토랑의 테마가 뭐냐.”
“어디서든 먹기 힘들고, 가장 비싸고, 최고급의 재료를 사용하는…….”
“하필 그 중엔 잔혹한 음식들이 많아, 샥스핀, 푸아그라, 곰 발바닥, 자라 냄비 탕, 원숭이 뇌……. 미식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야,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잔혹함을 무시하기도 했지.”
“그러고 보면 사실 간장게장도…… 살아있는 게를 간장에…….”
“…….”
“죄송합니다.”
잔혹함을 무시하는 대가인지, 소위 고급요리라 불리는 것들엔 내가 방금 말한 재료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재료들을 절대 쓰지 않고,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내 최고의 맛을 낼 것이다…….”
“샥스핀, 푸아그라, 멧새…… 이런 걸 다 빼고요?”
“어, 그렇게 움직이는 게 레스토랑 이미지에도 좋고, 내 이미지에도 좋아. 여지껏 대중들한테 비즈니스적인 면모만 보여줬으니까. 이젠 나도 내 영향력을 신경 써야지.”
“아…….”
“물론 그와 더불어 홍보까지 하는 거고. 내가 직접 나서서 손님들 확 몰아 줄 테니까, 메뉴 잘 준비하고.”
“예! 셰프!”
최민성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물론, 알지? 손님의 양, 매출보다 맛이 중요하다는 것.”
“예! 셰프!”
“잊지마, 이 레스토랑 목표는 미슐랭 쓰리스타야.”
“에, 예! 셰프!”
***
“깊게 관심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셰프님. 셰프님 덕에 저희 캠페인이 확실히 불이 붙을 것 같습니다.”
나는 다음날 곧장 제임스를 만났다.
제임스는 인간의 쾌락을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잔혹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도 셰프로서 이해는 합니다. 맛이 주는 쾌락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실제로 저번 루이비통 패션쇼 갈라디너에서 셰프님의 음식을 먹고는……. 하하하.”
“네.”
“실제로, 많은 셰프님들께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참석하기도 합니다.”
내가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서 그랬는지, 내가 이곳에 제 발로 찾아온 이유를 이것저것 찔러보는 제임스였다.
“반유현 셰프님의 이름값이면……. 사실 이 캠페인 자체를 광고하는 모든 것들을 끊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만한 힘이 될 테죠……. 그런데, 반유현 셰프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뭐, 평소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에도 좋은 것 같구요.”
어쭙잖은 거짓말이나 핑계로 나 자신을 포장하는 것보다 저쪽에서 먼저 오픈을 했으니, 소극적으로나마 내 의도를 전달했다.
서로 솔직해야 가장 많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이니까.
“저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어 좋고 셰프님께서는 그에 따른 이익을 알아서 챙기시면 될 것 같네요.”
그렇게 서로 의견을 확인하고, 당장 이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뭔지 물어봤다.
“가장 먼저, 저 스스로 그런 재료들을 사용하지…….”
의견 전달이 제대로 안 됐나, 시시한 이야기들을 하길래 피식 웃어 보였다.
그제 서야 제임스의 마음에 내 생각이 전달되었나 보다.
“돈이 요즘 모자랍니다. 샤크세이버스의 많은 지사를 차리고 직원들을 꾸리는 것에……. 캠페인을 강력하게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기부금 같은 것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나요?”
“들어와도……. 세계적인 규모로 추진해야 되다 보니 또, 이 운동 자체에 반발하는 세력들이 있어 예산이 쓰이는 게 한두 푼이 아닙니다.”
그 해결 방안을 마련해주면 뭐든 끝나는 것 아니겠나.
“마침 해결 방안을 강구하던 중, 반 셰프님께서 연락을 주셨네요! 하하하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해결방안이 뭡니까?”
“현재, 이 캠페인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여럿 유명인사분들이 참여하고 계신데요. 1:1 식사 경매를 해서 그 수익금을 이용해 재단 운영에 필요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1:1 식사 경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가 시작한 그 아이디어를 이용해, 예산을 만들고 있단다.
나를 예로 들면, ‘반유현과의 1:1 할 수 있는 기회’를 경매에 부치는 것이다.
“가장 높았던 금액이 얼마입니까?”
“165만 달러로, 할리웃 여배우 니콜라 왓슨이었습니다.”
한화로 약 20억.
그녀와 식사 한 끼를 하기 위해, 20억이 넘는 돈을 지불했단다.
“누가 그 돈으로 밥을 먹습니까?”
“니콜라와 식사를 한 사람은, 중국의 대부호였습니다. 금 광산이 있다나…….”
“그렇게 번 돈을 전부 기부한 것이군요 니콜라라는 여배우가?”
“그렇습니다. 다음은 NBA의 영 선수가 할 건데, 얼마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네요.”
할리우드 배우, NBA 농구 스타, 배경 그림이 좋다.
“그다음으로는 제가 하겠습니다. 일단 1억 원 기부로 온도 좀 올리겠습니다. 예열이요.”
***
[ 반유현 셰프! 1억원 쾌척. 잔혹한 식재료 사용하지 않아! ] [ 본인의 영향력 생각, 사회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 ] [ 날카로운 사업가의 면모 내려놓는, 따뜻한 반유현 셰프! ] [ 1:1 식사 자선경매 참여! ]수많은 기사들이 올라왔고, 나는 고민했다.
과연, 내 이름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나와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것에 수억 원을 쏟을 사람이 있을까?
아, 물론 있을 것이다. 내 파워풀한 사업 방식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기업가들이나 셰프들.
그런데, 그것만으로 확실한 이슈화가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회 공공의 캠페인이지만, 난 내 이익을 위해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매번 그래왔지만,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 최고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이 캠페인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니까.
“직접 식사까지 내가 만들어 대접해준다고 전해라.”
“예?”
“일대일로, 원하는 요리를 해준다고 해.”
이 정도 경험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지 않을까.
제임스가 조직 운영장으로 있는 ‘샤크세이브’는 대환영의 의사를 전했다.
그저 ‘식사’로만 경매가가 정해지는 할리웃 배우와 농구스타는 가질 수 없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었으니까.
경매 과정은 모두 비공개이며, 웹상에 자신이 원하는 입찰 금액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찰하려면 여러 가지 인증 절차를 거쳐야 되는 것도 당연하다.
[ 반유현, 일대일 식사권 경매에 초강수! ] [ 반유현, “원하는 요리를 대접해 주겠다.” ] [ 그의 긍정적인 운동에, 너도나도 샤크세이브 운동 참가! ] [ 전 세계로 퍼지는 샥스핀, 푸아그라 불매 운동! ]“셰프님, 입찰 인증을 거치는 회원 자체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과의 식사가 얼마였다고?”
“54억입니다.”
“내 가치가, 그 정도가 될까? 안될까?”
***
경매 입찰 결과 공개가 있는 날.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나와의 식사를 원했는지, 언론플레이까지 시작했다.
[ SS프렌차이즈, 대표. “반유현 셰프와의 식사 위해 30억 배팅.” ]“기사로만 보면, 이미 할리웃 여배우는 이기셨네요.”
“의미 없잖아, 기사는. 실제로 30억을 배팅한 것도 아닐 테고.”
“발표까지 한 시간 남았습니다. 그 전에 이것 좀 확인해주시죠 셰프님.”
오스틴이 보고서 뭉치를 나에게 건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인데, 요약한다고 요약했으나…….”
“입으로 불러봐.”
“포시즌스와 함께 진행 중인 식료품 및 천연 조미료 사업, 그 공장 설립에 관한 건이 하나 있구요. 반유현 팩토리의 신입생들의 교수 채용에 관한 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리고……. 미슐랭 평가시작 시점까지 약 한 달이 남았습니다.”
미슐랭 평가 기간까지 한 달…….
심각한 고민이 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라면, 현재 상황과 인프라를 봤을 때, 어렵게, 어렵게 한다면.
하나의 레스토랑을 더 차리는 것이 가능하다.
최대한 빨리 미슐랭 스타를 얻어야 되는 것이 내 목표였으니, 무조건 런칭을 하는 것이 맞을 수 있을 것 같으나, 미슐랭은 맛과 서비스가 모두 만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런칭할 레스토랑의 맛을 유지하고 신경 쓰는 것이 어려웠다.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도 모두 빼다 썼고, 사실 셰프들이 모자란 것도 사실이야.”
반유현 팩토리의 인력들은 연이어 런칭된, 반유현 화이트, 네이비, 브라운에 모두 사용되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무한한 인력수급을 위해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했건만, 인력이 있으니 레스토랑을 런칭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 딜레마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각 업장에서, 셰프들을 데려다 쓰는 건…….”
“그건 안돼. 이제 곧 미슐랭 평가가 시작되니, 굳히기에 들어가야 하니까.”
“흠……. 포시즌스 측에서도 셰프의 인력에 대해선 어찌할 수가 없는 거라.”
그때, 언제나 그렇듯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으로 가면 되겠다.”
백원종이 있다.
대한민국 최대 외식 업체를 운영하는.
“그쪽하고 지분 섞어서 최고급 셰프들을 쓰면…….”
곧장 전화를 걸었다.
-여어! 반 셰프. 무슨 일이야! 하하하하.
“잘 지내셨죠?”
곧장 본론을 얘기하려 했을 때, 백원종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어어! 이야! 나도 자네와 식사 경매에 장난으로 넣어봤거든?
“예?”
-아니…… 81억은 뭐야 대체? 누가 이런 돈을 자네하고 밥을 먹겠다고 허, 참…….
“81억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