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93
93화. 뜨거운 열기 (6)
“파, 파, 파, 팔십일…억이요? 셰프님 그 정도면…… 장사 안 하고 은퇴하셔도 되겠는데요?”
“은퇴?”
100년째 은퇴를 못 하고 있으니, 그 단어에는 민감했다.
살기라도 느꼈는지 최민성은 곧장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81억에 나와의 식사를 낙찰한 놈을 알게 된 최민성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이 새끼는…….”
“맞아. 우리가 아는 놈이야.”
세익 하이든 빈 모하메드 알리.
하이든 왕세자, 산유국 왕가의 남자.
81억 원의 가격으로 나와의 식사를 얻게 된 건 그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풍긴 놈이었는데…… 이런 액션을 취할 줄이야.
할리웃 여배우가 20억, NBA 농구스타가 23억,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54억이었는데, 나의 몸값은 81억으로 정해졌다.
-이제 통화하기도 무서워유. 잉? 팔십억짜리 몸값의 요리사가 대체 어딨어유!
“하하. 네, 대표님 잠시만요! 제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대표님이라고도 부르지 마 이제, 백 사장이라고 불러 그냥! 허허허! 자네한테 ‘님’ 자 소리도 듣기 부담스러워서 혼나겄네.
백원종이 익살맞은 말투로 나를 놀려댔다.
애정과 축하한 마음을 항상 이런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
입찰 발표가 있고 난 뒤에는 역시나, 수많은 기사들이 올라왔다.
그에 관한 내용은 평소에 나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써내던 요리‧미식‧레스토랑 평가 언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각종 공중파, 대형 메이저 언론사에도 이번 경매 사건이 장식되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이야기였으니까.
[ 반유현 셰프, 자선경매 81억 원에 낙찰! ]-레알? ㄷㄷㄷ
-ㅋㅋㅋ 미쳤다 진짜.
-버핏 형님하고 밥 먹는 것보다 20억 넘게 비싸ㅋㅋㅋ
-레스토랑 접고 저걸로만 장사한답니다. 글 내려주세요.
-국뽕이 차오른다!!! 주모!!!
-반유현 셰프님 아이스크림 한 개만…… 사주세요.
[ 반유현의 영향력! 샤크세이브 운동에 대중들도 대거 참가! 캠페인 분위기 확대! ] [ 81억원 한 번에 벌어들인 샤크세이브 캠페인이 무엇인가? ] [ 반유현 “많은 동물들이 미식의 욕망 때문에 잔혹하게 죽어가…….” ] [ 젊은 셰프 반유현, 그가 바꾸고 있는 외식업계! 그의 역사를 돌이켜 보자! ]기사들은 크게 둘로 나뉘어 졌다.
나의 낙찰 가격으로 인해, 샤크세이브 캠페인 자체가 엄청난 반응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는 이야기와, 셰프로서의 나, 그리고 나의 영향력을 또 한 번 제고했다는 것.
[ 세계동물보호 협회 반유현 셰프에게 훈장 준비 중 ] [ 대한수의사협회, “반유현 셰프 존경, 역사상 가장 화끈한 셰프.” ]각종 단체들까지 나서서, 이번 사건에 대해 나를 높여주었다.
물론, 너무 사건 자체가 컸던 나머지 역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 자선경매에 참여했던 스타들, 반유현 셰프와의 직접 비교 꺼려해 집단 취소! ]경매의 스케줄이 잡혀있던 유명 인사들 중 대부분이 경매를 취소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개인 돈으로 기부를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어쩌면 ‘몸값’으로 각인 될 수 있는, 자신과의 식사에 대한 경매의 값이 셰프인 나와, 인기를 먹고 사는 자신들과 직접적인 비교가 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셰프님. 이놈에게 어떤 요리를 해줄 겁니까?”
내 성격, 내 마음이라면 경매를 철회하고 저 왕세자 놈에게 낙찰을 해주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일이 이렇게나 커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그놈에게 요리를 대접해줘야 되긴 되는데…….
“그놈의 주방에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즐비하다며.”
“그랬었죠. 그래서 셰프님도 그들과 같은 수준일 것이라 생각했나 봅니다. 참나, 자기네 집의 주방으로 들어오라니.”
“거기서 가장 유명한 셰프가 누구야?”
“가타무라 마츠노 셰프라고…… 일본 여성인데 나이는 60세, 지중해 전문가로 미슐랭 7스타를 소유한 사람입니다.”
7스타, 7스타면 내가 올해만 지나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셰프나 사람들에겐 납득할 수 없는, 아주 대단한 실력을 가진 셰프겠지만.
“7스타가 가장 많은 별을 소유한 사람이야?”
“가장 많은 사람이 그렇구요. 최소 쓰리스타를 보유한 셰프들이 일곱 명이나 있다고 합니다.”
“왜 나를 돈으로 살 수 없는지, 그 셰프들과 완전한 차이를 보여주고 가르쳐 주면 되겠네.”
그리고.
“그런 고급 인력들을 모아둔 곳에, 요리를 선보일 수 있던 적이 없었잖아. 마침…… 반유현 팩토리 교수진 섭외 문제도 있고.”
그 값이 얼마든 싸가지 없는 그놈에게 내 요리 자체를 선보이는 것이 싫었는데, 얻을 것들이 몇 개 있는 것 같았다.
***
일대일 식사 당일, 수많은 기자들이 두바이에 있는 한 저택에 몰렸다.
나를 81억에 낙찰한 하이든 왕세자가 사는 대저택.
“금수저, 다이아 수저…… 기름 수저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전용기를 런던으로 보내, 나를 직접 초대했다.
“반유현 셰프님! 81억 원을 진짜, 전부 기부하시는 건가요?”
“패션쇼 행사에서 하이든 왕세자랑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요?”
“한번 식사에 81억은 역대급! 몸값인데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수많은 기자들이 내 몸을 둘러쌌다.
“감사합니다. 제 한 끼 식사로 이만한 돈을 기부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고요. 좋은 캠페인에 쓰이는 돈이니, 기분도 좋습니다.”
“잠시만요! 몇 가지 질문 더!”
“저기요! 반유현 셰프님! 사진 한 번 만요!”
경호원들이 내 주변에 달라붙는 기자들을 제지하고 대저택의 안으로 들어가는데 한 기자가 꽤나 괜찮은 질문을 던졌다.
“런던에 런칭하신, 반유현 브라운도 최고급 식자재를 사용하는데, 그 업장에서는 샥스핀과 같은 재료들을 안 쓰시는 건가요?”
“그것들 없이도, 최고의 맛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대단한 맛을 만들 수 있고요. 그 생각이 ‘반유현-브라운’의 시작입니다. 감사하게도, 손님들께서 최고의 맛이라 칭해주시고 있구요.”
애초에 이 캠페인에 참여했던 것도, ‘반유현-브라운’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뜬금없이 나의 레스토랑 이름을 말해준, 기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대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와……. 징글징글하다 진짜.”
대문부터 집까지, 걸어가면 다리가 아플 정도의 마당이 펼쳐져 있었다.
동상, 수영장, 나열된 슈퍼카들까지.
“셰프님께서도 한 몇 년 뒤에는 이 정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셰프님은 지금 당장도 살지.”
“대출이 얼마나 많이 나오겠어 셰프님 이름값이 있는데.”
함께 동행한 오스틴, 그리고 헨리와 제리가 말했다.
“켁, 저기 헬기도 있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헬기가 정열된 옆쪽, 대문으로 하이든 왕세자와 그의 수행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우리를 목격한 하이든 왕세자가 종종걸음으로 달려 나와 내 손을 덥석 잡는다.
“왔어요? 우리 반유현 셰프님!”
천진난만한 눈빛, 분명 갈라디너에서 봤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뭐야. 왜 이래.’
내가 적당히 손을 흔들어주고 손을 놓자, 나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와…….”
대리석 또는 금으로 장식된 인테리어는 나의 수행원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내뱉게 했다.
내 전생, 시간 부족으로 미션에 또 실패하리란 것을 깨닫고 남은 시간 동안 돈을 뿌리듯이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에도 이런 사치는 안 해봤는데, 이놈은 자는 시간 빼고는 사치를 부리는 것 같았다.
“이 시계는…….”
“너 가져.”
수십 개의 시계가 장식되어 있는 시계장을 쳐다보던 최민성에게 하이든이 말했다.
수천, 수억을 호가하는 시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 주는 그였다.
곧장 최민성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내가 그지냐.”
헤벌레 하면서 시계를 받았더라면, 나한테 뒤지게 혼났을 텐데.
자존심은 강해서 믿음직한 놈이다.
우리는 거실의 넓은 쇼파에 앉았다.
공식적인 인터뷰가 몇 가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샤크세이브재단에서 보낸 기자들이 몇 명정도 우리의 주변에 서 있었다.
“대화를 시작하시면 됩니다.”
기자 한 명이 말했고, 내가 하이든 왕세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81억이나 냈어?”
“미국에 유명한 재벌들 모임이 있거든? 그쪽에서 돈 모아서 80억으로 한다고 하길래…….”
“그니까 왜 그분들보다 높은 돈을 내고 나와의 식사를 원했냐고.”
“크흠!”
패션쇼에서 봤을 땐, 나를 자신의 아래로 확실히 두고 말했는데 지금은 어째 그 태도가 하나도 없었다.
‘나한테 바라는 게 있군.’
이놈이 내게 바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건 이놈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나는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었으니,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귀여운 새끼.
“약속대로 해야지. 뭐 먹고 싶냐.”
“캐비아……. 트러플……. 푸아그라, 아니 쥐치 간…… 예술이었어.”
“지금 뭐 먹고 싶냐고 물었는데? 오늘은 네가 원하는 요리를 해주는 거니까.”
81억을 낸 사람에게 이렇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기자들은 매우 상기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우리의 대화를 받아 적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요리를…….”
하이든 왕세자가 말을 얼버무린 그때, 그의 뒤에 서 있던 중년의 여성이 나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높은 조리모를 쓰고 있는 여성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셰프님. 저는 가타무라 마츠노라고 합니다. 이 주방의 총책을 맡고 있고, 이탈리안 지중해 요리를 주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곳에 오기 전 미슐랭 7스타를 가진 여성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이 여자였다.
“왕세자님께서 81억을 배팅하셨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그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를 먹고 싶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구요.”
그녀는 하이든 왕세자가 알아듣지 못하게, 불어로 말했다.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왜 80억이 넘는 돈을 배팅하셨나고.”
“뭐라던가요.”
“이 주방에 있는 셰프들의 미슐랭 스타를 합치면 약 서른 개쯤은 됩니다. 세계 어떤 호텔, 레스토랑을 가도 없을 최고의 인력이요. 그런데도 본인이 생각하는 요리의 맛을 못 낸다고 하십니다.”
하이든 왕세자는 원래 요리에 엄청난 관심을 가진 남자였다.
그에 따라 자신의 주방에 초호화 셰프 군단을 꾸린 것이고, 그런데, 그 셰프 군단이 그를 만족시키지 못한 게 문제였다.
“요즘 가장 핫한 반유현 셰프님을 이곳으로 부를 테니 그 차이를 배우라고 엄포를 놓으시더군요.”
그래놓고는 패션쇼에서 나를 섭외하지 못해서 일주일 동안 씩씩거렸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경매에 참여해 나와의 시간을 입찰받은 것이고.
“셰프님 요리의 맛을 보고 오셔서는 저희를 더 나무랐습니다. 왜 안 되냐고. 왜 이 정도의 맛을 못 내냐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셰프들이었다.
참 힘들게 산다. 미슐랭 쓰리스타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 주방에 들어와서는.
대체 얼마의 돈으로 이들을 섭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늘은 제가 선보이는 요리보다 이 주방의 문제가 뭔지 파악하는 게 핵심이군요? 그래서 81억이라는 돈을 쓴 거고.”
“요약하자면 그렇습니다.”
“음.”
나는 주방을 둘러보고,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셰프들을 둘러봤다.
잡지에도 나오고 방송에도 몇 번씩 나왔던 유명 셰프들.
“가타무라 마츠노 셰프님? 이 주방의 총책이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제가 봤을 땐 제대로 주방을 이끌지 못하고 계십니다.”
미슐랭 스타를 적잖이 가지고 있는 셰프들은 저절로 관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신의 요리가 맛있고, 정확하다는 생각이 자신의 마음 깊이에 새겨졌기 때문에 협업과 누구의 지시를 받는 것에서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그것들은 맛에서 나오는 것이고.
나는 그 문제를 지적해줬다.
“이 주방의 대장이라면, 밑에 있는 셰프들을 먼저 굴복시키셨어야죠. 맛으로.”
“예?”
“주방의 모든 노력이 온전히 맛을 올리는 것에 쓰이려면 내 말에 의심을 갖는 사람이 없어야 됩니다. 이 주방의 셰프들은 가타무라 마츠노 셰프님께 어느 정도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들도 나름 잘났으니까.”
순간 빈틈을 찔린 듯이, 셰프들이 내 눈을 피했고 가타무라 마츠노는 깊은 관심을 보였다.
“가르쳐 드릴까요? 맛으로 어떻게 상대를 굴복시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