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뜨거운 열기 (7)
최민성은 ‘반유현-브라운’의 총괄이었기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주방에는 반유현의 비서 역할을 하는 오스틴과 헨리, 제리가 있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사업차 전화가 오셔서 저희 먼저 내려가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반유현의 경호원과, 하이든 왕세자 주방에서 일하는 셰프들의 대치상황.
둘의 의견은 그랬다.
“내 주방에, 내가 함부로 들어가는 것이라니? 말이 심하네.”
“저희 셰프님의 요리가 숙성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그것 때문에 주방에 들어오신 것이구요.”
치킨이 숙성되고, 반죽물과 소스들이 숙성되는 시간, 이것을 열어보고 맛보면 반유현이 생각한 의도의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기와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마저도 그 미세한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반유현이었으니까.
그래서, 주방에 경호원들에게 경계근무를 서라고 명령했었다.
경호원들은 명령대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고, 셰프들이 난입해 반유현에게 보고를 한 것.
“레시피? 무슨 레시피. 아, 반유현 셰프가 숙성시키고 있는 것? 관심 없어. 우리는 우리 일하러 주방에 들어온 거야. 하하하하! 웃기는 사람들이네.”
셰프들은 반유현의 레시피에 관심이 없고 그저 일하러 주방에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
그런데, 오스틴과 헨리, 제리는 이들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을 하러 들어오신 거라면, 조리모는 왜 안 쓰고 오셨습니까? 그리고, 요일 또는 시간별로 셰프님들이 일하는 순서가 나뉘어 있는 줄 알고 있는데, 모든 셰프님들이 주방에 다 내려오셨군요. 주방에 재밌는 구경이라도 있을 것처럼요.”
헨리의 논리적인 말에, 제리가 거들었다.
“제가 더 창피합니다. 선배님들,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곧 있으면 이 숙성된 재료들로 요리를 하실 건데, 그 맛을 보고, 궁금한 것은 반유현 셰프님께 직접 여쭙고 하는 게 셰프로서의 상도라고 생각합니다. 몰래, 냉장고를 열어보는 것보단요.”
반유현이 경호원들을 주방에 세우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벌써 냉장고를 열어 반유현이 재워둔 치킨과 소스, 반죽물들을 분석했을 것이다.
그렇게 온도와 공기에 노출됨에 따라 맛이 변했을 것이고.
그때, 제리의 말처럼 자신들의 행위가 창피하다고 생각했는지, 자신들의 행위를 부정하며 되려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이, 거기 두 명.”
현재 조리복을 입고 있는 헨리와 제리를 향해 말하는, 셰프.
미슐랭 포스타를 가진, 인도 출신의 셰프였다.
“반유현 셰프를 등에 업고, 뭐라도 된 줄 알고 떠들지. 예의도 없냐. 한참 선배인 우리들한테. 이것들이 어디서…….”
“예?”
헨리와 제리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흘리자, 그와 함께 있던 다른 셰프들도 말을 거들었다.
“그러게, 반유현 셰프 밑에 있다고 자기들도 뭐 된 줄 아네. 야. 우리 몰라? 너희들, 얼굴 다 기억해놨어. 우리가 주방에 들어와서 뭐? 레시피를 훔쳐봐? 이것들이 진짜.”
그리고, 이 셰프들의 리더인 미슐랭 7스타, 가타무라 마츠노가 이 상황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만들 하세요! 서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도 죄송하고 반유현 셰프님의 보조 셰프분들도 사과하시죠.”
보조 셰프.
헨리와 제리는 순간 발끈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반유현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게요.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숙성되고 있는 우리 재료들을 만지지는 않으셨으니, 이제 요리를 해보겠습니다.”
“크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네. 그러시겠죠. 다들 나가 주시죠. 이제 요리를 할 겁니다.”
반유현이 봐도, 그들이 주방에 한꺼번에 몰려온 것은 의도가 다분했다.
미슐랭 7스타, 4스타, 3스타를 가진 이들이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
하기야, 돈만 보고 이 주방으로 들어온 이들이니까, 실력은 있을지언정 요리에 대한 신념이나 자존감은 낮을 가능성이 높다.
‘누굴 바보로 아나. 거짓말을 쳐?’
반유현은 이들의 행동을 똑똑히 기억했다.
***
“와 셰프님, 이 정도면 진짜 최고의 재료들만 모아 놓은 것 아닙니까?”
“맞아. 조미료부터 야채, 허브, 고기 모든 것을 최고의 재료로만 모아놨네. 이 정도면 전 세계에 이런 식재료들을 공급하는 딜러들까지도 고용했을걸.”
각 분야, 육류면 육류, 어류면 어류, 최상급의 재료들만을 선별해 공급하는 공급원을 세계 각지에 파견 보내 재료를 공급받는다.
‘반유현-브라운’에는 각각 식재료 공급 업체들이 자신들만의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된 재료를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큰 차이는 아니지만 능동적으로 최고급 재료를 찾는 이 주방보다 퀄리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요리의 맛에 큰 차이는 없고, 이 요리에 들어간 재료가 엄선된 최고급이라는, 기분을 내는 정도였다.
“셰프들도 최소 미슐랭 쓰리스타들만 모아놨으니, 초호화 주방은 맞네요. 저 셰프님들이 자기들 잘난 맛에 사는 것만 빼면요.”
“상처받았냐?”
“아, 아닙니다.”
이 주방의 총책인 가타무라 마츠노 셰프와 그 휘하의 셰프들이 헨리와 제리를 보고, 반유현의 보조 셰프라느니, 반유현을 업고 뭐라도 된 줄 아냐느니 했던 것이 영 거슬렸나 보다.
“맛으로 굴복시켜줄게.”
튀김기에 담가둔 기름에 양파를 넣었다.
그리고 숙성시켜둔 닭고기에 반죽물을 묻혔다.
부위별로 다른 두께, 그리고 다른 반죽물을 묻혀 튀김기에 넣고 튀기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소리만 들어도 튀김기의 온도와 닭이 튀겨지는 정도를 알 수 있었다.
치킨의 한 조각 한 조각 시간과 온도를 달리하여 튀겼다.
“소스 준비해라.”
열두 시간 전, 만들어 숙성시켜둔 소스를 최강의 맛을 내는 온도와 점도로 맞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치킨과 소스를 플레이팅했다.
“가니쉬로 동치미도 미리 만들어 봤는데, 쓰시겠어요?”
제리가 냉장고에서 동치미 국물을 꺼냈다.
이 요리는 내가 라스베이거스에서부터, 그리고 예전 갈라디너에서 선보였던 것이라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음. 좋아.”
내가 직접 맛을 보니 합격점이었다. 치킨무 대신 무가 얇게 슬라이스 되어 썰린 동치미를 접시에 담았다.
***
“큭.”
하이든 왕세자의 동공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중동 사람 특유의 깊은 눈을 가져서 그런지, 그 효과가 뚜렷하게 보였다.
바삭한 튀김옷, 그리고 그 안의 닭 껍질이 주는 기름진 풍미, 그것을 뚫고 엄청난 감칠맛을 품은 닭의 속살, 그보다 더한 밸런스를 갖춘 맛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치킨이 이곳에 나오기 전에 먹어봤으니까, 그 맛을 알고 있었다.
“이게 진짜라고?”
프렌차이즈의 치킨과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매장의 주방에서 일하는 이들이 본사에서 직접 교육을 받았다고 한들, 나보다 닭을 더 잘 튀기겠는가.
그리고 진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정성을 조금 담았더니 그 차이는 내 이름에 더해져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일로 와서 먹어봐.”
하이든 왕세자가 놀란 듯이 가타무라 마츠노 셰프를 불렀고, 닭 다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줬다.
바스락!
튀김옷이 깨지는 소리가 나며 그녀의 입안으로 닭의 속살이 들어갔다.
“음?”
한입 더 베어 무는 그녀.
애초에 자신이 생각하던 맛과 너무나 달랐는지, 놀라는 표정이다.
그러더니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어때? 왜 웃어?”
“닭의 살에서 촉촉한 수분이 느껴지는데, 잡내는 나지 않습니다. 튀김옷이 바삭한데 기름 냄새가 나지도 않고요. 속살은 감칠맛이…… 호불호가 전혀 없을 듯한…… 이 균형은…….”
80억짜리 치킨에 대한 평가였다.
하이든은 그녀의 아래 직위에 있는 셰프들에게도 치킨을 건넸다.
최소 미슐랭 쓰리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셰프들도, 저마다 감탄을 내뱉었다.
“닭가슴살이 어떻게 이렇게…….”
“내가 먹은 건 목뼈인데? 목뼈에 붙어있는 살들까지……!”
차마, 치킨을 먹고 내린 평가라고 할 수 없을 정도.
누군가 이 대화를 도청하고 있다면 이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한국 사람들이 야식으로 즐겨 먹는 치킨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덟 가지 소스는 또…….”
소스 또한 요리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맛이라고 연신 말하는 셰프들이다.
바로 이전 패션쇼 갈라디너에서 먹었던 소스도 몇 가지 그대로 있었지만.
이번엔 또 다르다. 찍어 먹는 요리가 다르니 그 점도와 농도를 달리했으니까.
“크흠! 마, 맛있습니다.”
그렇게 연신 맛있다고 말을 하던 셰프들은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알량한 자존심을 앞세운 것이다. 또, 자신들이 나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버리면 하이든 왕세자의 눈밖에 날줄도 모르니까.
그러나 하이든의 마음은 이미 정해진 듯했다.
“셰프님……. 진정…… 저희 주방에 일주일에 하루, 아니, 한 달에 하루만이라도 방문해 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왜?”
“이 요리가 주는 즐거움을…… 잊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때, 엄청난 액수의 돈이 주는 공허함에 빠졌다가 마약과 여자 등 쾌락을 좇는 삶을 살다가 요리를 알게 되고, 그 맛이 주는 즐거움으로 자신의 공허함을 조금씩 채웠던 하이든 왕자였다.
그리고 나를 통해 돈으로 먹을 수 없는 요리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고, 요리에 대한 태도를 달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알았으면 됐어. 주방의 문제도 지적해줬고, 최고의 치킨도 보여줬으니 ”
“…….”
“80억 값은 한 거야.”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를 주기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돈으로 될 것이란 생각은 않지만…… 저도 그에 걸맞는 것들을 제공하면 되지 않을까요?”
“주기적으로 내 요리를 먹어?”
내가 왕세자에게 일방적으로 반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반말을 하다가 이놈이 높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단어나 어투를 사용하니, 내가 이상해진 듯한 기분이었다.
“네…….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를 먹을 수만 있다면 제 주방의 셰프들도 필요 없습니다.”
“참내.”
“아, 아니면! 제가 이들의 월급을 지원할 테니, 반유현 셰프님께서 이들을 가르쳐 주시고 사용해 주세요!”
가타무라 마츠노와 그 휘하의 셰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신의 고용주가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모든 가치를 합친 것이, 반유현, ‘나’보다 못하다는 것을.
“이 셰프님들을 사용, 하라고?”
생각해보면 꽤나 괜찮은 제안이다.
하이든 왕세자에게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대접하는 것만으로, 아무런 비용 없이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대거, 섭외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들의 자질과 인성은 다시금 검증해야겠지만.
“미슐랭 스타를 가진 것과 별개로…… 남의 요리 레시피를 공짜로 얻으려 했던 셰프들인데.”
하이든 왕세자가 셰프들을 노려본다.
도대체 어떤 돈으로,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길래 미슐랭 스타의 실력을 가진 이들이 왕세자에게 이토록 꽉 잡혀 있는 것일까.
“제,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셰프들을 지원하든, 어떻든, 이런 방식으로 제가 셰프님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저는 한 달, 아니 두 달에 한 번이라도 셰프님의 요리를 먹고 싶습니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을 듯한 태도로 아뢰니, 생각이 많아진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개인적으로 식사를 대접하곤, 세계 최대의 부호, 그의 돈과 인프라를 사용하는 게 맞는 것인가.
‘미슐랭 스타 셰프들 아홉 명에…… 7스타 셰프도 있고…….’
머릿속은 자동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그것 말고도 더 얻어낼 것들이 있는지.
잠깐, 그러기 전에 이놈들 나의 최측근인 헨리와 제리를 보조 셰프라며 무시했었는데 그 부분부터 수정해줘야 할 것 같다.
“어이, 셰프님들, 당신들을 고용하신 고용주께서 ‘이런’ 생각을 가졌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 검정 스카프.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헨리와 제리의 목에 걸려 있는 그 스카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이 함부로 무시할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증거, 는 아니고. 어쩌면 당신들보다 많은 미슐랭 스타를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이 대, 단, 한, 셰프라는 뜻입니다.”
가타무라 마츠노를 포함한 모든 셰프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표정이 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