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96
96화. 가장 바쁜 시기 (1)
“세 달에 한 번.”
“어…….”
두 달에 한 번은 너무 많다.
그리고 조건은 더 추가되었다.
“돈을 쓰는 것에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그것도 추가하시죠.”
하이든 왕세자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이었으니, 나도 원하는 것을 말했다.
이제는 나도 존댓말을 했다. 사업적인 이야기를 해야 했으니까.
“이 주방에 최상급 재료를 공급하는 딜러들을, ‘반유현-브라운’에도 붙여주시죠.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던 대로 여기 계신 모든 셰프들을 브랜드 ‘반유현’ 산하에 편입시키고, 그 월급은 왕세자님이 지불하시는 것으로. 그 조건에 세 달에 한 번 제가 요리를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자는 이것이 비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셰프의 요리를 먹는 것에,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지구상에 있을까.
물론, 대답은 ‘있다’이다. 돈의 가치가 무의미해져 버린 산유국의 왕자라면 말이다.
“그렇게 하면, 반유현 셰프님의 요리를 세 달에 한 번 먹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렇게 해드릴게. 제가 말씀드린 조건이라면, 나도 할 만하니까.”
“그, 그렇다면! 다, 당장 계약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쉽게 하이든 왕세자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이든 왕세자의 개인 요리사, 미슐랭 7스타 가타무르 마츠노를 비롯한 아홉 명의 미슐랭 스타 셰프들은 소속을 ‘반유현’으로 옮기며 그의 수장인 반유현의 말을 따른다. 그에 대한 월급은 하이든이 지불한다.
-전 세계에 파견되어 있는, 최상급 재료를 선별 공급하는 딜러는 ‘반유현-브라운’에 최상의 재료를 공급해야 한다.
-반유현은 세 달에 한 번 주기로, 4인 기준의 식사를 하이든 왕세자에게 대접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그랬다.
물론 지금 당장은 여기서 끝이지만 내 요리를 몇 번 더 먹고 나서 하이든 왕세자가 취할 액션을 기대하는 것도 컸다.
내 요리를 두 번 먹고 그의 태도가 달라졌는데, 3달, 주기적으로 나의 요리를 먹게 한 뒤에는 그를 나의 노예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 최대 부자를 요리할 수 있는 건, 그 어떤 셰프도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자 또 다른 가능성이다.
그제 서야 ‘맛으로 굴복시킨다.’라는 뜻을 알아버린 것인지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셰프들의 표정에 묘한 기운이 맴돈다.
“제 밑으로 들어오게 된 열 분의 셰프님들은 죄송스럽지만, 레스토랑 ‘반유현’에서는 일하실 수 없습니다. ‘반유현-팩토리’에서 실력을 검증하시고, 그다음으로 레스토랑 ‘반유현’의 주방에 들어오실 수 있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스틴.”
“예, 셰프님.”
“이분들은 성적이 가장 낮은 F3팀, F4팀…… 아. 이번에 ‘반유현-팩토리’의 셰프들이 충원됐지. 가장 낮은 팀이 어디야.”
“J4팀까지 구성되었습니다.
“그럼, 그쪽부터 반 배정해드리고.”
“알겠습니다.”
오스틴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싫은 분들은, 하이든 씨와의 계약을 파기하시죠. 하이든 씨, 이 셰프님들과의 계약 기간이 어떻게 되어있습니까?”
“3년입니다.”
하이든이 직접적인 고용주이며, 그는 셰프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줬을 것이다.
셰프들은 나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테지만, 계약금과 연봉을 지키려면 3년의 기간을 채워야 했다.
“아, 그리고 반유현 팩토리의 성적이 가장 낮은 팀인 J4, 3, 2팀은 주기적으로 있는 평가에서 상위팀으로 올라가지 못할시, 제명되는 것을 알고 계시구요. 제명이 되면…… 그 고귀한 커리어에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하이든 씨와 맺은 계약 관계도 파기될 수 있겠네요. 하이든 씨는 당신들을 나의 밑에서 일하라 명령했고, 당신들의 존재가 나한테 쓸모없다면……. 뭐, 그렇습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하이든은 그저 자신이 세 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나의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푹 빠져있었다.
“셰프님! 말씀이 맞습니다. 하하하!”
그저 즐겁게 나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로 ‘반유현’으로 이적하신 여러분들은, 지금 여기, 검정 스카프를 매고 있는 셰프들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르세요.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어린 셰프들에게 그러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음, 그런데 그게 어렵다면 입 다물고 눈 깔고 가만히 계세요.”
헨리와 제리 그 둘이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여유롭게 둘러봤다.
***
[ 반유현 팩토리 초호화 교수진 추가 구성! ] [ 미슐랭 7스타 가타무라 마츠노 반유현 팩토리 가장 낮은 성적의 팀 맡아! ] [ 그 외 합류한 셰프들의 미슐랭 스타 합치면 별이 36개! ]신입생들은 이미 뽑아놓고, 교수들을 충원하고 있었다.
경력이 있고, 실력 있는 셰프들이 ‘반유현-팩토리’의 교수직으로 지원서를 접수하는 것 중,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반유현-팩토리’ 내에서 가장 성적이 낮은 팀을 맡아 그 팀의 수준을 올리지 못해 제명이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번에 대거 고용된, 하이든의 개인 셰프들, 미슐랭 스타를 가진 그들이 가장 성적이 낮은 반 10개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단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는데, 그들이 죽기 살기로 그 셰프들을 가르치리라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는 하이든과의 계약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돈맛을 본 셰프들이라, 독하게 움직일 거야. 자신의 급을 낮추는 게 어렵거든. 그만한 돈을 맞춰줄 사람은 지구상에 기름 나는 나라의 왕자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하위 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그 위의 교수들과 그를 따르는 셰프들은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반유현 팩토리는 규모는 커졌지만, 이전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인력수급공장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 두바이 하이든 왕세자의 대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총지원! ] [ 산유국의 지원사격을 받는 반유현의 행보가 기대된다! 과연?! ] [ 반유현-브라운! 세계 각국에 최고급 요리 조달하는 공급원들 파견. ]‘반유현-브라운’의 주된 테마가 최고급 요리였는데, 그 최고급 중에서도 최고급의 재료가 조달된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애초에 자선 경매에 참여한 것 자체가 공격적 사업 성향의 나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레스토랑의 홍보를 위함이었는데, 이미지 개선은 물론, 레스토랑 홍보와 실질적인 것들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재벌들도 도움이 되는군. 요리와 맛에 미친 재벌이라면.”
내가 전생 동안 만났던 재벌들은, 내 요리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파격적인 씀씀이를 보여주지 못해 나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었나 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와 돈 좀 만진다는 저들이 생각하는 가치가 달랐으니까.
어떻게 보면, 하이든은 돈으로 나의 요리를 3개월에 한 번 먹게 된 것이지만. 내가 얻은 것이 더 많다.
그가 나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고 투자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 최고급 중의 최고급 재료에 반유현을 얹다! 반유현-브라운! 런던에서 가장 뜨거운 식당. ]올 한 해 동안 차린 레스토랑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의 펌킨, 포시즌스의 레드, 블루, 옐로, 샹젤리제의 네이비, 반유현 골목의 화이트1, 2,…, 5, 런던의 브라운.
화이트는 반유현 팩토리 셰프들의 테스트용 레스토랑이었으니 그것만 빼도 총 여섯 개의 레스토랑을 런칭했다.
‘이제 제일 바쁜 시간이 온 거야.’
미슐랭 평가 기간은 매년 3월부터 8월이다.
국가, 도시에 따라 구체적인 일정은 나뉘지만 기간 전체를 놓고 보면 그랬다.
6개월. 약 6개월의 시간에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에 관한 평가가 이어진다.
그래서 나에겐 매년 이 시간이 가장 바쁘다.
9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레스토랑을 열심히 런칭시키고, 안정화에 힘 쏟았다면.
이제는 런칭한 레스토랑을 돌아가며 그 맛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기간이 도래한 것이다.
새롭게 확장을 하기보다 이미 있는 것들이 많은 별을 받을 수 있게 집중하는 기간.
3월 중순이 다가오는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고, 나는 그에 따른 스케줄을 짜야했 다.
‘그랬었지.’
그랬다. 원래는 그랬는데, 올해는 이 시점에 하나의 레스토랑을 더 런칭하려고 한다.
‘한국은 평가 기간이 느리니까. 어쩌면 아직 평가 리스트 작성이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 경험상, 항상 한국은 평가 기간이 마감되는 7월 말, 또는 8월에 미슐랭 평가단원을 목격하곤 했으니까.
더군다나 새롭게 레스토랑을 런칭할 수 있는 재원과 아이디어, 그리고 실행력이 있으니 나는 올해 받을 수 있는 별을 하나 더 끼워 넣기로 결심했다.
“한국에 반유현팀의 일원들은 먼저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쇼.”
“그래, 식료품 매장 사업 건도 컨펌 내려놨으니까 문제 있으면 연락 주고. 반유현 팩토리 교수진 섭외에도 이제 속도가 붙을 거니까. 직원들 더 뽑고.”
나는 그렇게 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오셨습니까.”
최고급 세단과 수행원들이 탄 밴이 공항 앞에 정차해 있었다.
내가 이 몸으로 환생하기 전까지, 이 몸은 분식집 쪽방에 살았던 인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봤다. 아마 수많은 경영대학, 또는 그 연구진들의 나의 삶을 뜯어보고 연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태원으로 가자.”
인천공항에 내려 이태원에 진입했을 땐, 고급세단과 검정 밴이 행렬로 거리를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 차 안에 있는 사람이 얼추 유명인인 줄 알았나보다.
진한 썬텐으로 보이지도 않는 창문에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이 골목에선 걸어서 들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파가 많은 골목에 들어서자, 저 멀리 간판이 보인다.
[ 반유현 – 펌킨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알다시피 내가 소유한 모든 레스토랑은 예약 없이 웨이팅을 통해 식사를 할 수 있는 몇 자리를 항상 남겨두었으니까.
간판이 보이는 거리에서 차 문을 열고 내리니,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 반유현이야! 반유현!
“엥? 런던에 있는 거 아니야?”
“두바이에 있는 거 아니야?”
이들은 나의 움직임 그 자체에 호기심이 있었나 보다.
며칠간 런던, 두바이, 파리를 누볐는데 지금 한국의 이태원에 와있었으니까.
나도 이 몸이 체력적으로 버텨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꺄아아아악!
함성소리가 점점 커지고, 각 업소에 술을 마시고 있던 사람들도 창밖으로 거리를 내려다본다.
이태원에 연예인 또는 유명인들이 출몰하는 빈도는 많지만, 또 이런 관심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빠아아아!
까닥까닥 고개를 숙이곤 반유현 펌킨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반유현이야? 헐!
홀이 어수선한 분위기로 바뀌니, 주방에서 셰프들이 나와보곤 나를 확인했다.
“어!”
“어어어!”
적잖이 당황했는지 말을 못 한다.
셰프들에게 조용하라는 사인을 보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백원종 대표님들이 보낸 셰프들인가?”
내가 처음 반유현 펌킨을 런칭할 때보다 많은 셰프들이 와있었다.
백원종이 새롭게 런칭할 셰프들을 미리 이곳 주방에 보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요리에 집중을 하는 모습.
조리복을 입은 것이 제법 셰프의 태가 났다.
조리하는 모습,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미슐랭 7스타 가타무라 마츠노와 견주어도 될 정도로 내공이 느껴진다. 얼마나 요리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갖고 주방에 계신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몸으로 환생하지 않으셨다면, 계속 분식집을 운영하셨겠지.
“유, 유현아!”
드디어 나를 보곤 어머니가 달려왔다.
“예, 잘 지내셨어요?”
“무, 무슨……! 연락도 없이 와!”
나는 가방에서 검정 스카프를 꺼내어 어머니의 목에 걸어주었다.
“제가 조리복은 보내 놓고 이걸 안 드렸네요. 어머니도 엄연한 ‘반유현’의 지휘급 셰픈데.”
반유현 펌킨을 총괄하는 셰프였으니까. 어머니의 목에 검정 스카프를 걸어주었다.
짝.짝.짝.짝.
셰프들도 검정 스카프의 의미를 아는지, 박수를 쳐 어머니를 축하해줬다.
“어떻게 온 거야……. 왜 왔어. 밥은 먹었고?”
“음…….”
나는 가방에서 하나의 검정 스카프를 더 꺼내 보였다.
“이 스카프를 또 다른 한 분에게 드리려고 왔어요. 어머니.”
셰프들이 순간 숨을 쉬지 못했나 보다. 정적이 흘렀다.
너무 급전개를 했나.
“레스토랑 하나를 더 런칭할 겁니다. 메뉴도 다 구성되어 있는데…… 누가 총괄을 맡을지는 안 정해졌어요. 백원종 대표님이 보낸 셰프들이라면, 이 중에 그 셰프가 있다는 건데.”
때로는 웃음이 엄청난 긴장감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긴장감 속에서 돋보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하하하. 과연 어떤 분이……. 어떤 분이 이 스카프랑 가장 잘 어울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