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98
98화. 가장 바쁜 시기 (3)
“기, 기계……?”
종류별로 만들어 놓은 만두소를 만두피에 담고 만두의 모양을 빚어내는 모습을 두 글자로 표현하자면 그랬다.
기계. 아니면 공장. 나무 수저를 이용해 만두피에 만두소를 재빠르게 옮겨 담고, 손가락과 나무 수저가 서로 번갈아 가며 꾹꾹 만두피를 눌렀다.
“주름, 또는 만두피 안의 공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그 모든 것들을 신경 써야 하죠.”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말을 아꼈다.
“만두를 만드는 것은 이만하고, 조리법은 따로 깊게 설명해야 하니, 설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맛을 보고 말씀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돼지고기의 각 부위별로 소고기의 부위를 다르게 조합했고, 들어가는 채소들의 양도 각각 다르게 조합해 10가지 만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조리법에 따라 분류하니, 총 20여 개의 만두가 만들어졌다.
“내가 만두 마니아인 거 알쥬?”
자칭 만두 마니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백원종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
엄청난 기대가 된다는 듯이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사람이 한결같은 것이 기대되는 요리만 보면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삶은 만두부터 드셔보시죠. 가장 만두소 본연의 맛이 우러나올 테니.”
백원종이 나무젓가락으로 만두를 입에 집어넣었다.
“후후.”
입안에서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김.
백원종은 눈을 감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맛을 느꼈다는 듯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엥? 이건 뭐에유?”
너무나 뻔한 결과지만,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와…… 역시는 역시여. 참나, 이런 만두는 첨인디?”
백원종이 놀란 것은 확실한 맛과 풍미를 가지고 있는 만두들이었다.
잡내 없는 암퇘지 엉덩잇살의 비중이 높은 만두, 기름기 가득한 삼겹살을 많이 넣은 만두, 야채의 풍미를 한껏 살리기 위해 부추를 많이 넣은 만두…….
생김새는 같지만 다채로운 맛들이 백원종을 사로잡았고, 각각의 만두를 먹을 때마다 기대감이 차오른다.
“이 만두는 무슨 맛일까.”
육수를 넣고 졸인 전골에서는 육수와 함께 섞인 육즙이 입안에서 쏟아져 나왔고, 굽고 튀긴 만두에서는 고기의 풍미가 한껏 고소해져서 흘러나온다.
어떻게 만두로 미슐랭 스타를 노릴 것인지, 내 계획이 정확히 표현되는 요리였다.
“주된 요리를 만두로 가고, 각각 다른 재료를 가미하기도 하는데 코스는 이런 식으로 구성될 겁니다. 다채로운 맛의 만두. 다른 셰프들도 와서 먹어보세요.”
셰프들이 한걸음에 달려 나와 만두를 먹곤 저마다 반응을 했다.
허탈한 웃음을 짓는 셰프, 연신 엄지를 치켜올리는 셰프, 입을 틀어막고 놀라는 셰프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내 말 한마디에 달라졌다.
“이곳에 계신 셰프님들은 주방의 위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아 반 셰프, 이 친구들 사이에는 각각 직급이 다 있어. 이 셰프가 이 여섯 명의 셰프들 중에서 가장…….”
“예, 대표님, 제 밑에 있는 셰프들 중, 이 검정 스카프를 맨 셰프는 경력이 아닌, 온전히 실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내가 주머니에서 다시금 검정 스카프를 꺼내 보이자, 경직된 표정을 하는 셰프들이었다.
그것도, 매우 간절히 갖고 싶다는 표정이 섞여 있었다.
“제가 보여드린 맛 말고도, 여기 있는 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강력한 만두를 만들어 보세요. 제한 시간 세 시간.”
***
“시간을 많이 준 이유가 있어?”
만두를 만드는 것에 세 시간이나 준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의 실력을 최대한 깊게 판단하고 싶었던 것.
저들이 맛을 보고, 수정하는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많이 주면 저절로 저들이 가진 실력들이 요리에 충분히 배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두 시간도 충분히 긴 시간인데, 그럼 제가 볼일을 보기엔 애매하니까요.”
또, 그 시간마저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백원종과 나는 레스토랑이 오픈될 점포를 찾아가고 있었다.
인테리어 공사가 한참 바쁜, 그 레스토랑의 간판을 세우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반유현’이라는 그 이름이 거리에 걸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되기에, 내가 그 현장에 직접 나타나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끄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마침, 세 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기도 하고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시간을 쪼개는 기술이 참…… 나이에 어울리지가 않아. 우리 아들이 보는 만화가 있던데, 혹시 반 셰프도 인생 2회 차 아니야?”
“예?”
“하하하하! 하하! 아니, 대단한 사람들을 다들 그렇게 말하더만. 인생 몇 회차냐고.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2회 차의 인생을 사는 애송이들도, 소설이나 만화의 주인공이 되나 보다.
“다 왔네. 내리자고.”
강남역 높은 회사 건물들이 세워진 그 뒷골목 사거리, 영화관, 노래방, 술집 수많은 업소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었다.
마침, 간판을 세우는 인부들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간판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간판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는 서서히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에? 반유현?”
“헐! 야! 반유현이다!”
“반유현이랑 백원종이야!!”
예전에 이태원에서 길거리 음식 배틀을 했던 투샷이 세간의 이슈가 되었고, 나와 백원종이 함께 있는 이 투샷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뭐야! 레스토랑 오픈하세요?”
나는 정확히 간판 아래에 서 있었다.
[ 반유현 – 그린 ]색에 별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었고, 영국인으로 태어났을 때는 영국에, 프랑스인으로 태어났을 때는 프랑스에, ‘그린’을 세웠던 터라 이번에 대한민국에 새롭게 오픈될 레스토랑의 이름 그린으로 정했다.
“예, 레스토랑 오픈합니다.”
우와아아아아!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은 강남 거리의 사람들이 몰리니, 경호원들이 분주해졌다.
“어떤 메뉴예요!”
“우와아아아! 반유현 또 생긴데!”
“뭐 팝니까!”
“언제 오픈해요?”
“오픈이 언제예요!”
메뉴가 뭔지, 오픈 날짜가 언제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었다.
“2주 뒤 오픈 예정입니다.”
“잉?”
백원종이 또,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거릴 뿐, 모든 것이 다 계획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메뉴는요! 메뉴는 있어요?”
전문적인 진행자가 있던 것도 아닌데, 알아서 홍보의 장이 열렸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중, 귀에 꽂히는 질문들에 답을 했다.
사람들의 손에 카메라가 수없이도 들려있는 것을 보니, 이만하면 내가 한국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런칭한다는 것을 알렸겠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셰프들이 만두를 만들고 있는 현장으로 이동하려는 그때.
“반유현 셰프님!!”
누군가 우렁찬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낯익은 얼굴을 가진 중년의 남성이었다.
“허허허허! 반유현 셰프님! 접니다! 저요!”
최경복이었다.
환생 직후 ACK(어메이징셰프코리아)에 출전했을 때, 나의 팀원 중 하나로서 활약했던.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 요리에 엄청난 열정을 가진 그였다.
“어, 최경복 님!”
방송 출연 뒤에 중식당을 차려 잘나간다고 들었었는데, 이 어귀에 자신의 식당이 있나 보다.
“아이고! 허허허허!”
내가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자, 그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셰프님 덕에 제가 이렇게 살이 쪘습니다! 하하하하! 한 번 팀장은 영원한 팀장! 제가 연락드리려고 수많은 방법을 알아봤는데. 저 정도의 셰프는 반유현 셰프님의 근처에 닿지도 못하더군요. 하하하하! 셰프님께서 이렇게나 성공하셔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저도 뵙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추억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네, 잘 지냈습니다. 셰프님…… 그런데, 이제 셰프님의 경쟁업소가 되었는데 어떡합니까? 하하하하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최경복이 몸을 돌린 방향을 바라보니, 붉은색 간판이 보인다.
[ 화란 ]중식을 주로 요리하는 식당으로, 인기 메뉴는 멘보샤와 중식만두라고 했다.
“하필…… 셰프님께서 만두를 하신다니…… 저희 식당의 요리를 바꿔야 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어쩌죠?”
“각각의 다른 맛이 있는 것이니까요.”
“모처럼 한국에 오셨고 이렇게 저를 만나셨는데,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겠습니까?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네요 셰프님. 아아, 옆에 백원종 대표님도 계셨군요! 하하하하 제가 눈이 안 보여서리…….”
우와아아!
최경복이 나에게 진한 존경심을 표현하자,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최경복도 사람들에게 꽤나 인지도가 있다는 얘기였는데, ACK 출연 이후, 장사가 잘되는 식당의 사장 정도의 반응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아저씨, 꽤나 시청률이 높은 요리 프로나,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요리 유튜브 정도는 되는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인기가 꽤나 많아지셨네요?”
“하하하, 그것도 다 셰프님 덕분이죠.”
***
최경복과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차에 올라 돌아가는 길.
최경복은 ‘냉장고를 열어라’라는 방송 프로그램의 메인 셰프로, 그 프로에서 열리는 경연에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고 했다.
그 방송은 그의 실력이 대한민국 전체에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해, 최경복도 셰프로서 적지 않은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푸근한 인상, 장애를 극복했다는 근면성실함, 요리에 혼을 담는 신념 등 그가 인기를 가지게 된 이유는 많을 것이다.
“본인이 그렇게 된 게 모두 반 셰프 덕이라니, 겸손함도 가지고 계신 분이야.”
식당 또한 그렇게 잘되고 항상 승승장구하는 사람이, 그 모든 공이 나의 덕이라고 돌리는 것도 보통 내공의 사람은 아닌 듯했다.
아무튼, 내가 홍보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때, 백원종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최경복 셰프님이 출연하시는 프로…… 내가 메인 PD랑 잘 아는 사이야. 그런데, 자꾸 자네를 섭외했으면 좋겠다고. 섭외하고 싶은데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말만 전해달라는데.”
그 메인 PD라는 사람과의 체면치레를 위해서 나에게 제안을 한 것이 아닐 것이다.
분명 나에게도 이득이 되리란 제안이기에 나에게 전하는 것이겠지.
“어떤 프로인데요 정확히?”
“연예인들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서 그 안에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건데…… 딱 한 번 출연해서 홍보를 하는 것도 좋았으면 싶겠지만. 스케줄이 안 되네. 자네가 2주 뒤에 레스토랑을 런칭한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생각해보니 굳이 출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워낙 바쁘니까.”
지금 촬영해봤자, 2주 뒤인 레스토랑 런칭 시점에 방영이 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했으니, 굳이 출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밝히기까지 했다.
“그 프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요리 프로입니까?”
“뭐, 내가 출연하는 골목가게 그 다음이쥬. 하하하.”
“음. 제가 출연한다고 하면, 2주 안에 방영이 가능할까요?”
“응?”
“말씀대로 홍보효과도 좋을 것 같고, 전 세계 요리 프로 어디에도 출연하지 않는 제가, 이 프로에 출연하면 국민분들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허허허! 국민? 맞지 자네가 국민셰프이기도 하지.”
매번 그랬듯이 방송시점이 런칭 전날이거나, 전전날 정도 되면 또 한 번 폭발력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 폭발력은 대중매체와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 선정되는 미슐랭 평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오픈 뒤에 요리로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각종 매체에 소개되고 미슐랭 평가단원들이 그것을 근거로 평가 리스트에 올리는, 전통적인 방법보다 훨씬 더 빠른 방법이었다.
방송사에서 급하게 연예인 섭외부터, 출연진 셰프들까지 모든 스케줄에 대한 조정을 해준다면…… 굳이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자네가 출연한다 하면 모든 걸 다 맞춰주겠지? 일단 연락은 해볼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