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0
010. 무인의 시대(1)
총과 대검, 그리고 탄창이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태영의 움직임에 따라 조용한 집 안에 제법 크게 울렸다.
군화는 발만 끼워 나왔기에 쪽마루처럼 보이는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군화 끈을 매면서 계속해서 생각한 것은 이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책임자가 누구냐? 이렇게? 아니면 행랑아범, 이렇게?
도무지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름이 무엇인가?”
신발을 다 신고 일어서면서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한 명에게 눈길을 주고 물었다.
현대에서는 이름이 아니면 성과 직책으로 대부분 부르니 그 길밖에 없는데, 노비들에게 직책이 있을 리 없지만, 책임자는 있을 것이다.
“하, 한구라 하옵니다.”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주인마님 가족들 포함하여 모두 일곱이옵니다.”
일곱이나 죽어?
이 집에서만 일곱이 죽어 나갔으면 율촌 전체로는 대체 얼마나 죽었을까?
왜구들이 약탈을 할 때마다 이렇게 죽어 나가는데, 대체 어떻게 명맥이 보존되어 내려왔을까?
그리고 관군인지 사병인지, 아니면 군인인지 모르지만 이들은 왜 막을 수 없었을까?
“장례는 잘 치러 주었는가?”
“네, 나리.”
어떻게,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고려 시대의 양반들은 주로 화장을 해서 석관에 넣어 묻고, 돈이 없는 평민들이나 노비들은 관도 없이 그냥 산속에 묻거나, 산속에 묻지도 않고 그냥 버려둔다고 했던 것 같다.
일종의 풍장이긴 하지만, 화장도 안 하고 풍장이라니.
그런데 사고가 난 것이 불과 어제인데 벌써 장례를 다 치렀다고?
기본으로 3일장은 치르는데, 이건 너무 빠르지 않은가?
그래도 그것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물어보기가 조금 안쓰러웠다. 여태까지 모시고 살아온 주인 가족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불귀의 객이 되었는데, 그 아픔을 자꾸 파헤쳐서 좋을 것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수는 어디서 해야 하는가?”
“안으로 드시옵소서.”
말이 떨어지자마자 별이가 대답을 하며 가리키는 곳은 방금 나온 곳이었다.
밥상을 들이기 전에 별이가 먼저 들어와 솥에다 몇 바가지의 물을 떠 넣고, 장작을 더 넣어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고 나갔는데, 그 가마솥을 열더니 물을 떠서 나무로 만든 작은 통에 부어 준다.
그리고 손을 잠깐 넣어 보더니 옆쪽에 있는 장독에서 물을 떠서 섞고 다시 손을 넣어 보는 것으로 봐서 온도를 맞추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좀 살려면 수도부터 놔야 할 것 같았다. 수도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저 장독에 있는 물과 솥에 있는 물은 누군가가 우물에서 길어 온 물이리라.
그런데 세수하고 난 뒤의 물은 어디로 버리는 거지?
밖으로 들고 나와서 버리는 건가?
이런 사소한 일들이 참으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혹시 칫솔이 있느냐?”
“네?”
태영의 질문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아차. 또 실수.
칫솔은 1937년 듀퐁사가 나일론을 개발한 이후에 만들어진 현대식 물건이다.
“양지 말이다.”
별이의 눈이 멀뚱멀뚱한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양지가 고려 시대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런 젠장.
“알았다. 그만두어라.”
세수를 마칠 때까지 별이가 옆을 지키고 섰는데, 양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않는가?
별이가 건네준 삼베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데, 손을 입 앞에 대고 후 분 다음에 냄새를 맡자 입에서 계란 썩는 냄새가 난다. 세수를 하기 전에 비록 칫솔은 아니지만 입안에 물을 머금고 손가락을 넣어서 칫솔 대신 제법 비볐는데 아무 소용이 없는 모양이었다.
당장 칫솔부터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화물칸 안에는 병장기 청소할 때 사용하기 위해 아직 뜯지도 않은 새 칫솔 몇 개를 넣어 둔 가방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분명히 12호차에 옮겨 실었다.
그 가방 안에는 쓰다 남은 치약 하나와 몇 장의 수건, 그리고 구두약과 구둣솔, 손톱깎이같이 군바리의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소소한 물건들이 들어 있다.
모름지기 군바리는 사회에서라면 절대로 신경 쓰지 않을 그런 사소한 물건들을 잘 챙겨 두어야 생활이 편한 법이다. 그래서 챙겨 둔 것들인데, 이런 때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총탄도 어제 많이 사용했으니 탄을 보충해야 하고, 또 어찌 될지 모르니 총부터 바꿔 와야겠다.
K2C가 조금 더 무겁기는 하지만, 한정의 총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 K2C가 당연한 무기이고, 기관단총에 비해 크게 부담될 정도로 무겁지는 않다.
오히려 총탄이 훨씬 더 무겁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싸움들이 추가적으로 벌어질지 모르니 총탄을 여유 있게 가지고 와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총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이 아닐 텐데 전에 비해 총의 무게가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전 시에 기본으로 지급하는 총탄이 탄띠에 맨 상태로도 상당한 무게인데, 그게 별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긴장한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런데.
기가 막힌 상황은 화장실을 가서 맞닥뜨렸다.
화장실이 당연히 푸세식일 거라는 것은 생각은 했지만, 화장실에 들어가서 그 참상을 보니 도저히 변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는데, 거기까지는 또 그렇다고 치더라도, 반쯤 허물어 쓴 볏단 하나가 한쪽에 놓여 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기함을 할 지경이었다.
당연히 화장지는 없겠지.
그런데 볼일을 보고 뒤처리는 어떻게 하는 거지? 하고 생각을 잠시 하기는 했지만, 볏짚으로 뒤처리를 해야 하는 것은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양변기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볼일을 보고, 비데로 뒤처리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데, 대체 이 일을 어찌할까?
정말 미치고 환장하고 팔딱 뛸 일이다.
***
한구의 옆에 서 있던 진구가 뒤따르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트럭으로 왔다. 오는 동안 누군가가 혹시 뒤따르지 않는지 조심조심했지만, 따라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태영은 트럭의 조수석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트럭에 비치된 A4 용지 몇 장을 꺼내서 이것저것 끼적이면서 계산을 해 봤다.
“정인구의 말을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은 분명 1217년이지?”
맞겠지.
“1196년에 최충헌이 정권을 잡았고, 앞으로 2년 뒤인 1219년에 죽는단 말이야. 그래 봤자 최충헌의 아들인 최우가 권력을 승계할 것이니 별 차이는 없지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혼자 있다 보니 자꾸 중얼거리게 된다.
“몽골의 침공이 언제였지?”
몽골의 1차 침공은 1231년이지만, 최충헌의 뒤를 이어 최우가 정권을 잡아서 무신 정권은 계속되고, 몽골이 침공하게 되는 이유는 몽골 사신 저고여가 피살되는 것이 핑계가 된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몽골의 군사들이 고려로 들어온 첫 전투가 강동성 전투인데, 그때가 몇 년도였을까?
기억나는 것도 있고, 가물가물한 것도 있으며,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다.
“저고여가 피살된 해가 언제인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미 대세는 몽골이잖아?”
나중에 원나라로 이름을 바꿀 몽골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시기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제부터 막강 몽골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시기인데.”
볼펜 끝으로 메모 중인 파일 철의 끝부분을 톡톡 두드리자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지금 트럭 안에 있는 모든 총기류로 병사를 훈련시켜 무장을 하면, 그 대세를 꺾을 수 있을까?”
태영은 훗 하고 입에서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왜 그래야 하지?”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몽골이 고려에 입힌 피해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많지 않다.
“중국 땅은 나라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고려는 피해를 많이 입긴 해도 그 이름 그대로 살아남았잖아?”
확실히 그렇다.
본격적인 원 간섭기가 시작되는 몽골과의 강화 조약이 체결되는 해가 아직 40년쯤 후의 이야기이다.
“대세를 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몽골의 고려 침공을 막을 수만 있어도 좋은 거지.”
탑재 무기 현황표를 집어 들었다.
여기에 와 있는 트럭과 트레일러들 중에 13호차 이후로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태영으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앞에서부터 12호차까지는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현황표에 일목요연하게 다 나와 있다.
그 중에서 8호차까지는 이곳에 없지만 이곳에 있는 9호차부터 12호차까지에 들어 있는 무기 목록을 확인했다.
“남아 있는 트럭에 실린 것이 소총 1,250정이니 꽤 많은 양이고.”
권총은 예외로 치더라도 소총이 상당한 양이다. 소총도 많지만 총탄은 더 많다.
“탄약 상자가 882상자니까, 한 상자에 탄통이 2개씩, 그러면 148만 1천7백 발이라. 무지 많네.”
무기고를 통째로 옮기는 상황이다 보니 여러 차량에 분산시켜 실었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양이 장난 아닐 정도로 많았다.
“이 정도면 붙어 볼 만한 건가?”
총은 추가로 만들지 않아도 총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몽골의 세계 정복을 저지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건 의미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고려로 침공하는 놈들만 막으면 되는데, 고려군이 막강해지면 몽골의 다른 병력이 서쪽으로 진군하면서 칼을 휘두르지 않고 고려 쪽으로 돌아설 거란 말이지. 나 같아도 그럴 거니까.”
분명 그럴 것이다.
등 뒤에 고려를 남겨 두고 유럽을 향하여 뛰다가 고려에게 뒤통수를 맞으면 비껴 맞아도 중상이다. 그러니 몽골군이 고려를 뒤에 남겨 두지 않겠지만, 고려의 입장에서 세계를 정복하려는 몽골군을 막을 필요도 없고, 막을 이유도 없다.
그 방법은 생각해 봐야겠지만, 일단 나중 문제이다.
“중화기 차량에는 대체 뭐가 실린 거지? 궁금해 미치겠네.”
중화기가 실려 있는 트럭은 13호차부터 26호차까지이지만, 13호차부터 15호차까지가 태영의 눈앞에 있다.
이게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도대체 분간이 가지 않기는 하지만, 태영이 고려 시대로 날아오면서 이런 무기들이 함께 따라왔으니 좋은 일이라고 해야겠지?
중화기 쪽은 태영의 관리 부분이 아니어서 내용을 몰랐지만 그 화물칸이 정말 궁금했다.
혹시나 운 좋게도 K6 기관총 적당량하고, 총탄이 여유 있게 있으면 수십만 대군인들 겁나지 않는다.
“아, 씨. 막말로 K6가 아니라, M60이라도 좀 실려 있으면 끝내주는데.”
K6가 실려 있으면 정말 겁날 게 없다.
몽골군이 자랑하는 기마병들이 아무리 막강하고 빨라도, 기껏 활과 창으로 무장했을 뿐일 테니, 유효 사거리 1.8킬로가 넘고, 중기관총이지만 포에 필적하는 화력을 가진 K6라면 만주 벌판에서 붙어도 근처에 오기도 전에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화약 제조 방법이 국가 보안 사항이지만, 해외에서는 보안이 아닌 곳이 많아서 해외 사이트에서 받은 화약 제조 방법에 대한 것들이 태영의 스마트폰에 거의 모두 다 들어 있다. 또 일부의 무기 구조와 제조 등에 대한 것들도 꽤 많이 들어 있다.
특별히 목적이 있어서 다운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건 병기 담당의 호기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고려는 화약을 발명하기 전인데, 화약을 만들어서 폭발물을 만들고 총알도 만들면 어찌 될까?
“이게, 지금 이 시대로 보면 판도라의 상자인 셈인데.”
태영은 전원을 넣지 않은 스마트폰을 볼펜 끝으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공대생인 데다가 병기 담당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저것 저장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외장메모리 128기가 바이트짜리를 추가로 확장해서 사용했다.
스마트폰에 메모리까지 늘려 가면서 그 많은 자료들을 다운받아 저장한 것은 이유가 따로 있다.
그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데, 태영이 전에 정말 중요한 자료를 즐겨 찾기로 저장했다가 나중에 보려고 그곳을 찾아 들어갔더니, 사이트가 폐쇄되어 사라진 경험과 예전에 봤던 자료가 사라지고 다른 자료로 내용이 완전히 바뀌어 버려서 통탄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뒤부터는 중요하고 민감한 자료라는 판단이 서면, 번거롭더라도 자료 자체를 데이터로 저장하는 방법을 택했기에 많은 저장 메모리가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군에서 사용하는 PC는 공용의 PC이기에 개인적인 관심 자료를 보관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병들은 관심 자료를 보관하지 않고, 일부는 휴대형 메모리에 저장하는 병사들도 있지만, 태영은 내용이 궁금하면 휴대폰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폰의 메모리를 늘려서 사용했다. 그 경험과 성격이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기 관련 자료나 화약의 제조, 폭약 등에 대한 자료 외에도 많은 과학 기술 자료들이 가득히 들어 있고, 성인의 필수품이라는 야동도 제법 들어 있지만, 그걸 보기 위해 폰을 켜는 것은 배터리가 너무 아까울 것 같긴 했다.
“그렇지만, 충전을 안 해 주면 자연 방전이 되어서 언젠가는 안 켜질 거란 말이지.”
그러다가 머리를 한 대 콩 쥐어박았다.
“발전을 하면 되잖아.”
발전은 가능할 것이다.
전압이 얼마인지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없으니 발전을 해서 이용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방법이야 찾으면 되지 않을까?
전자 기술이나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야 하는 것들은 이용할 방법도 없고 태영에게 그런 지식도 없지만, 전기 정도는 발전용 모터를 만들면 발전이 가능해진다.
발전용 모터를 만드는 것이 대단한 기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휴대폰에 꽤 많은 자료를 저장했던 것 같다.
철은 이 시대에서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니, 일정한 굵기의 구리선과 구리선을 감쌀 절연 물질을 해결할 수만 있으면 모터가 만들어질 것이고, 수력을 이용해서 발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맞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마을 옆을 흐르는 적당한 크기의 강도 있고, 산에서 흐르는 물이 제법 있으니 수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고,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일들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텅스텐 매장량이 무지 많으니까, 필라멘트 소재는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하고, 전기가 있고, 백열전구를 만들 수 있으면 불을 밝힐 수도 있는데 말이야. 꿈만 야무진 거 아닌가?”
전등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이 없어서 발전시킨 것으로 불을 밝힐 수 있게 될지는 몰라도, 백열전등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꼭 불을 밝히지 않더라도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가만, 이 시기이면 지금 거란과 전쟁 중이잖아?”
몽골이 고려를 침공하기까지 앞으로 14년이 남아 있지만, 지금도 몽골군에게 거란이 쫓기고 있으면서, 그 패잔병들이 오히려 고려로 넘어와 고려와 거란의 전쟁이 진행 중인 시기가 맞다.
“거란과의 전쟁 이야기는 정인구도 말을 안 했는데, 지금 여기가 혹시 남쪽 지방인가? GPS 가 안 되니 진짜 불편하네.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니.”
지리상으로 여기가 어딘지는 시간을 두고 알아보기로 하고, 몽골이 침입하기까지 남아 있는 14년의 기간이 마음을 먹으면 무언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긴 한다.
“근데 참, 최충헌 이 거지 새끼는 거란 전에 참여를 안 하잖아?”
맞다.
“사병도 수천 명이나 되면서 어따 쓰려고 그러는 거지?”
역사의 비사에서도 최충헌 일당은 고려 내에서 싸움을 잘하는 놈들만 사병으로 데려갔고, 최정예에 해당하는 사병을 수천 명인지, 수만 명인지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병을 이용하여 거란을 물리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거란 전에 참여하는 사병들을 처벌하여 사병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했었다.
“이런 개자식.”
욕이 절로 나온다.
사병들을 자기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만 힘을 쏟고 있을 때였다.
“혹시 내가 좀 움직이려하다가 최충헌이나 최우 일당들에게 잡혀 먹히지나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외적보다 내적을 더 걱정해야 하네. 참 지랄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