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08
108. 흔적을 찾아서(1)
“우릴 본 모양입니다.”
“그렇군.”
해룡호가 워낙 크니 못 보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지금은 배에서 내렸지만, 그 큰 배가 대산도의 작은 포구로 들어왔으니 제대로 눈에 뜨일 수밖에 없다.
“전체 3열 횡대로 정렬!”
신도익의 구령 소리에 상륙을 완료한 3중대가 열을 맞추고 있었다.
“하, 여긴 확실히 사포보다 따뜻한데요.”
윤점돌이 목수 두 명과 동행을 했는데, 대산도에 내리면서부터 사방을 둘러보고는 기온에 대한 평을 먼저 한다.
사포보다는 제법 남쪽이니, 체감하기에도 따뜻하다.
사포에는 얼음이 얼고, 후쿠오카는 아침저녁으로는 꽤 추웠는데 이곳은 후쿠오카보타 훨씬 더 포근한 느낌이다.
“따뜻하지.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왔으니.”
“여름에는 사람 죽일 정도로 더운 거 아닙니까?”
“우리가 지난봄, 아니 5월이니 초여름인가, 그때 왔을 때 제법 더웠어.”
부우우웅~
해룡호가 바다로 나가면서 뱃고동을 길게 울리는데, 송복기가 함교 대신에 선수에 나와서 경례를 하고 있다.
태영이 경례를 받자 손을 내린 송복기가 이곳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사이에 총관이라는 자가 빠른 걸음으로 도착했다.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유 총관, 선착장 공사를 해 달라고 했는데 진행이 안 되었네.”
“아, 그게. 그사이에 태풍이 몇 번 있어서 선착장은 진행이 늦어졌습니다. 대신에 장원은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군막 같은 집을 지으라고 했는데, 장원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뭐라고 부르건, 태영이 지정해 준 형태이면 된다.
7개월이나 지났으니 그 정도야 당연히 완성되어 있어야지.
선착장은 태풍 때문에 못 했다?
태풍은 아무리 요란해도 대부분 며칠이면 끝난다.
물론 피해가 크면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7개월 내내 태풍이 불어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총관을 앞세우고 장원에 도착하자, 한쪽에는 아직도 진행 중인 공사 현장이 보이고, 대부분은 완료되어 있었다.
“한번 들어가 보시지요.”
“어디 한번 보도록 하지. 윤 반장 확인 좀 해 봐.”
“네, 대장님.”
태영이 막사의 문을 열자, 실내에는 중앙의 복도를 기준으로 좌우에 개인 침대 형태로 침상이 나열되어 있다.
침상 뒤에는 관물대들이 질서 정연하게 서 있고, 한 방에 16명이 머물 수 있도록 좌우로 각각 8개의 침대가 있다.
문의 위치를 중심으로 가운데가 통로이고, 가장 안쪽에는 두 평 크기로 별도의 방이 꾸며져 있고, 그 맞은편 침상 쪽에도 칸막이가 되어 있는데, 그곳은 내부 창고로 사용될 것이다.
2평 크기의 별도 방에는 내무반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 머무를 장소이다.
시멘트가 개발된 시절이 아니니 중앙 통로의 바닥은 그냥 흙이다.
시멘트는 권 소장이 석회석과 점토 등 필수적인 재료를 확보해서 시제품을 만든 상태이니, 강원도지역의 석회자원을 확보하고, 양산 장비가 갖추어지는 대로 생산을 하면 이곳에도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겠지만, 그 전에는 자갈을 가져다 깔아서 사용하도록 지시를 해 두었다.
그런 형태의 작은 막사가 스무 채다.
최대 320명이 머무를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막사 한곳에 1개 소대가 사용하도록 예정하고 있다.
도주가 머무를 큰 장원은 아직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영외 근무자들을 위한 개인 장원을 만들라고 시켰는데, 반쯤 만들어져 있었다.
마당은 초반에 이미 닦아 놓고 시작했는지 충분한 평지가 마치 연병장처럼 닦여 있는데, 건축을 위한 자재들이 쌓이거나 어지럽게 널려 있어서 일부를 덮고 있다.
연병장의 바깥으로는 돌담을 쌓아 두기는 했지만, 태영이 원했던 수준까지 쌓아 올리지 않고 담이 어깨 높이로 올라와 있는데, 별로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한편으로 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기간에 비해 일의 진척도가 낮아 보인다.
“이것이 이놈들의 공사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 비하면 완전히 날림인데요.”
막사를 둘러본 윤점돌의 반응이다.
하긴, 벽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이 태영이 보기에도 이상했다.
더운 지방이라서 바람이 통하도록 벽을 만드는 것인가 하고 잠시 멍청한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다.
“총관, 공사하는 일꾼들에게 품삯은 어떻게 지불했나?”
“십장은 하루에 동전 250문, 일꾼은 150문에서 200문을 차등 지급했습니다.”
250문이라. 이곳의 실질 시세가 은자 1냥에 동전 2천 문 정도이다.
현대 사회와 달리 휴일 개념이 없는 시대이니, 이들에게 한 달에 은자 3냥, 동전 1,500문을 지급했다는 말이다.
은자 2냥이면 5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여유 있게 먹고사는 수준이란 것을 놓고 보면, 품삯은 충분히 지불했다는 것이다.
“일꾼이 몇 명인가?”
“열아홉입니다. 십장까지 합쳐서 스물입니다.”
“명주에서도 품삯은 그렇게 지급하나?”
“그게, 저…….”
총관이 말을 더듬는다는 것은 이들에게 과잉 지불했다는 뜻이다.
“어떻게 지불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며칠 후에 명주에 가서 조사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야.”
“……그것이, 명주에서는 십장이 150문, 일꾼은 100문을 주는데, 십장이 워낙 막무가내여서…….”
총관이 쩔쩔매는 모습이 한통속인지, 아니면 제대로 부리지 못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느낌으로는 한통속은 아니고, 어쩔 수 없어 하는 듯하다.
“십장이 관의 비호를 받고 있나?”
“……그, 그것이 좀.”
“그렇단 말이지?”
하는 꼴들을 보니 사고를 좀 쳐야 할 것 같은데, 생존자 조사와 장군부 기물 창고를 털기 전까지만 참자는 생각으로 정리를 했다.
“중대장.”
“네. 대장님.”
“여기, 하는 짓거리들이 아주 마음에 안 드는데, 내일부터 윤 반장을 앞세워서 이들을 직접 감독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 누구를 막론하고 섬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하고, 들어오는 것은 철저하게 출입 현황을 작성하고, 매일매일 소재지 보고를 받도록 해.”
“대장님, 해안선 전역의 감시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럴 필요 없어. 배를 모두 묶으면 되니까, 내일부터 감독 인원 외에는 주민 호구 조사를 하고, 조사를 완료한 후에 공지하도록 해. 그 전까지는 포구 2곳만 통제하여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이 사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모두 대산도에서 추방한 후에 다시는 입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알려. 그렇다고 해도 일꾼들은 내보내지 마.”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추방은 빈손이야. 물론 배도 제공하지 않는 거야.”
“수영해서 나가야 하는군요.”
“그래. 그리고 총관.”
태영은 총관을 불렀다.
“네, 대장님.”
“총관은, 내가 며칠간 명주에 다녀올 텐데, 그때까지는 일꾼들의 품삯을 지불하지 말고 보류해, 내가 와서 한꺼번에 지급해 준다.”
“대장님, 그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대장.”
“네, 대장님.”
“품삯 지급을 보류한다고 항의하는 사람은 일시키지 마라. 당연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내 원칙 알지?”
“네, 알겠습니다. 혹시 오늘 명주로 가실 것입니까?”
“그래.”
“정말 저희가 호위하지 않습니까?”
“그래 혼자 다녀올 거야.”
“아무래도 제가 사포로 돌아갔을 때, 실장님이 저를 그냥 두지 않을 것 같은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 실장하고는 이미 이야기했으니, 그럴 일은 없을 테고, 내가 혼자 갔다 오도록 하는 것이 날 도와주는 것이야.”
태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정규하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지만, 데려갈 수는 없다.
***
총관 유양(劉洋)은 이 장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총관의 거처로 돌아갔다.
다른 때 같으면, 저자에 나가서 술 한 잔 걸치고 왔을 것이지만 뭔가 모르게 머리끝이 서늘해서 집으로 곧바로 돌아갔다.
마누라와 아이들은 웬일로 일찍 왔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찜찜함이 잔뜩 남아서 목으로 넘어 오는 것 같았다.
대장이라고 불리는 이 섬의 새 주인이라는 사람에게 자신이 저녁과 함께 술을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오늘은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있다면서 내일 못 보더라도 명주에 나간 것이니 그리 알라고 했다.
백화 상단에서 대산도와 부근에 딸린 섬들을 소유하고 있었고, 도주로 파견된 이의 눈에 들어 총관을 하며 재물도 제법 모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팔렸단다. 그것도 고려인에게.
고려의 상단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느낌으로는 상단처럼 보이지 않았다.
백화 상단은 머지않아서 자신들이 다시 찾을 거라고 하면서, 돌아가는 사정을 상단에 알려 달라고 했고, 돌아가는 사정을 수시로 알려 주는 대가로 은자도 제법 넉넉하게 받았다.
그럼, 그 소문은 뭐란 말인가?
분명 고려인들이 대산도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원래의 주인이었던 백화 상단이 섬을 다시 소유하게 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낮에 부하의 큰 소리에 바다를 돌아보니, 반년쯤 전에 고려인들이 타고 왔던 어마어마하게 큰 배가 선착장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큰일이다. 집도 집이지만, 선착장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써서 태풍 때문에 일을 못 했다고 하자 생각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말은 먹힌 것 같았다.
그런데, 고려인이 돌아오지 못하는 것에 관해 떠도는 소문은 더 큰 것이었다.
명주를 드나들며 장사를 하는 일부의 상인들과도 어울리는 유양은, 비밀이라면서 그들이 해 준 말로,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일에 고려인들과 거래한 상단과 명주 상단 이강의 동생이 고위 관직에 있는데, 그와 모두 관계가 있다고 들었다.
고려의 상단이 명주와 임안에 있는 은자는 엄청나게 긁어 가 버렸고, 중요 군사물자를 타국에 팔지 말라는 요구를 거절했고, 그걸 막기 위해서 수군이 전선 35척을 끌고 나갔단다.
고려의 상단이 은자를 훔쳐 간 것이라면 왜 육상에서 막지 않았을까?
그걸 훔쳐 가도록 왜 가만히 내버려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훔쳐 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 훔쳐 가지도 않았는데, 그걸 막기 위해 수군이 왜 출병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수군의 병선은 단 한 척도 돌아오지 않았고, 단 한 명의 수군도 돌아오지 않았다.
한때 명주에서 이들을 찾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다고 들었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사포 상단이 떠나고 닷새쯤 지났을 때, 수군 한 명의 시신이 대산도에 떠밀려 왔다.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로 인해 누구인지 알아내었다고 했는데, 명주 관청과 시박에서 조사를 나왔지만, 그 후의 일은 자신도 모른다.
관리도 아니고, 대산도 총관일 뿐인데 자신에게 그런 것을 알려 줄 일은 없다.
그렇지만 저자에 나가면 입소문으로 알 수 있을 터였다.
이 모든 소문들이 고려인들과 관계가 있다는 뜻인데, 고려인들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산도로 돌아왔다.
수군의 전선이 모조리 사라지고, 수군이 한 명도 돌아오지 못한 것이 고려인과 상관없다면 몰라도, 만일에 상관이 있다면 이들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무서운 사람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평범하게 보지는 않는다.
무기라고 허리에 작은 칼을 하나 차고 있지만, 그건 제대로 된 무기가 아니다.
어깨에 삼베로 된 길고 얇은 봇짐을 항상 메고 있고, 소중히 다루는 것 같지만, 그것도 무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아 왔던 송나라 병사들이나 수군과 달리, 그들의 행동과 동작은 일사불란하고 빠르며 절도가 있다.
저런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데, 그게 대단히 위협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그들이 옆에 있으면 아무 위협을 가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위축이 되고 주눅이 들었다. 아니, 한 번씩 정말 무서웠다.
***
태영은 아침을 먹자마자 혼자서 작은 전마선을 타고 대산도와 명주 사이의 고만고만한 섬들을 모두 지나서, 명주 연안에 가까이 다가간 뒤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행스러운 것인지, 늘 그런 것인지 송나라 수군은 만나지 않았고, 바다로 나온 어부들의 배가 간간히 눈에 보였다.
이제부터 혼자다.
흔적을 찾는 것이 며칠이나 걸릴지는 몰라도 열흘은 예정하고 있었다.
태영은 힘차게 노를 저어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신체의 변화는 힘도 같이 증가하였기에, 혼자서 노를 저어 가도 몇 사람이 노를 젓는 것보다 더 빠르다
좌로 굽은 해안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척 봐도 물색깔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전단강 하류로 접어든 모양이었다.
강의 우측은 아스라이 육지가 보일 정도로 멀어서, 여전히 바다인지 전단강으로 접어들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어차피 좌측 강변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우측을 관찰할 예정이긴 하다.
배낭에서 페트병을 꺼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트럭에 실린 채 이 시대로 날아온 생수병.
음료가 담겨 있던 페트병까지 합쳐서 총 27개지만, 비서실에서 철저히 관리해 단 한 개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인데, 이 시대에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하디귀한 물건이다.
이 시대에 휴대가 가능한 물주머니는 모두 가죽이다.
그나마도 귀하지만, 그 안의 물을 마셔 본 태영은 그 후로 다시는 가죽 물주머니에 든 물을 마시지 않는다.
거기에 비하면, 페트병은 최상급의 휴대형 물주머니다.
페트병을 배낭 안으로 집어넣고 입구의 줄을 당겨 매었다.
배낭 안쪽은 여러 칸으로 나누어져 있고, 며칠간은 사냥 같은 거 하지 않아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마른 음식이 들어 있으며, 잡다한 도구들과 수건 두 장, 그리고 입고 있는 옷과는 다른 옷이 한 벌 더 들어 있다.
송나라의 복색으로 바꾼 옷의 안쪽에 좌우로 소음기가 결합된 글록34 두 정, 길이가 칠십 센티쯤 되는, 날이 잘 벼려진 검 하나는 허리에 찼다.
지난번 명주 방문에서 허리에 칼을 차고 다니는 정도는 검문을 받거나 한 적이 없었고, 이상하게 쳐다보지도 않았기에 대놓고 허리에 찬 것이다.
양쪽 발목 바깥쪽에 각각 날이 잘 벼려진 한 뼘 길이의 얇고 작은 단검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해서 차고, 발목의 안쪽으로 글록의 탄창이 각각 하나씩 달려 있다.
허리에 찬 작은 가방에 네 개의 탄창을 넣고, 탄창 길이만 한 작은 단검 하나를 들었다.
배낭 안에도 네 개의 탄창과 100발들이 탄 상자 2개가 들어 있으니, 이만하면 중무장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상 어떤 적을 만나더라도 태영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총을 지녀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멀리 떨어진 적에게 접근하지 않아도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식 복장과 달이 이 시대의 복장은 대체적으로 풍성하니까 이렇게 무기를 감추는 데는 그만이다. 거기에다 무기의 소지가 불법이 아니니 그것 또한 꽤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총 같은 것은 무조건 감추어 하니 그렇게 옷 속에 들어간 것이다.
태영이 수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글록34를 선택하여 2정을 지닌 이유는, 소 구경이어서 파괴력이 낮지만, 장탄 수가 많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표준 탄창에 탄창마다 17발씩 채워 넣었으니 총 안에 들어 있는 탄창까지 합치면 무려 12개의 탄창에 204발을 소지한 셈이고, 100발들이 탄 상자 2개를 넣었으니 400발 정도를 소지했다.
작은 헤더 랜턴은 모자 속에 감추었는데 태영이 확인해 본 결과, 거의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자연 방전이 되었는지 불빛이 꽤 희미했다.
그래도 몇 시간 동안은 랜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 버린 안경도 당연히 벨트에 묶인 안경집에 잘 들어 있다.
그래도, 부디 총을 쏘아야 하는 일은 없기를.
넓고 넓은 들이 전단강을 따라 펼쳐져 있는 것이, 대단히 넓은 평야 지대이다.
홍수가 나지 않는다면 아마 이곳에서 1년에 수확하는 곡물로 사포와 율촌은 10년 이상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
강이 넓기는 하지만, 수심이 낮아서 해룡호 같은 배는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데, 아마도 명주 항에 있던 수군의 전선 역시 전단강으로 올라올 수 없을 것 같다.
왼쪽은 여전히 들판이지만,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 보일 듯 말 듯 희끄무레한 산은, 이 들판이 얼마나 넓은지를 잘 말해 주고 있었다.
그만큼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소리이고, 식량이 풍부하다는 뜻인데, 기아와 질병으로 허덕인 수많은 과거의 기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 느낌은 뭘까?
하긴, 문명이 발달한 인류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큰 강을 끼고 발달하였는데, 중국의 수도인 북경은 강을 끼고 있지 않은 내륙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산 가운데에 고색창연해 보이는 웅장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저 정도 규모이면 무지하게 큰데?”
그 산이 오산이며, 산에 보이는 그 웅장한 건물이 남송의 황궁인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시대는 임안으로 불리지만, 태영이 살던 현대에서는 임안이 아니라 항주라는 이름으로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