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13
113. 미래에서 온 물건(3)
웬 윙크?
얼굴 옆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그것이 텔로미어인가?
“그 가설의 한 부분이 지금 내 몸에 있어.”
중얼거리며 태영이 영상을 쳐다보았다.
“여기 온 지 이제 3년 차라서 영원한 젊음인가 하는 그런 것을 얻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신체적 능력이 어마어마해졌거든.”
한숨을 한번 쉬고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물론, 영상을 쳐다보고 있을 그 누군가를 향한 시선이겠지만.
그런데 가슴에 응어리진 어떤 것들을 풀어냈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를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이 더 강한데?
뭐래? 그래서?
“못 지우게 하는 것이 없나?”
태영이 액정 패널을 보았지만, 홀로그램 영상이 플레이되는 중이어서 그런지, Stop, Pause 외에는 아무 버튼도 없었다.
Pause 버튼을 눌러 보았다. 그런데 처음과는 달리 영상이 정지하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Stop 버튼을 연속적으로 눌러 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영상을 쏟아 내는 가방 가운데의 원형 물체를 손으로 덮어 보았지만, 말은 계속되었다.
한국어?
아세요? 아시나요? 아시나? 뭐 그런 의미인가?
그래도 아시나를 개발한 개발팀 리더가 한국인이라니, 괜한 반가움이 든다.
“인수인계를 못 해서 사용을 못 한다고?”
안타까운 일이네.
“테르가 가진 물품들?”
가방의 크기가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물건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되긴 한다.
정보나 자료는 이상하지 않은데, 물품들이란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원래의 세상에서 라일리의 직업이 무엇이었는가에 따라 테르라는 이름의 시크릿 스테이션이 가진 것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게 무엇이건 도움이 되면 좋겠지.
“스마트 워치라, 찾으러 나설 수가 없었다는 말은, 같이 온 것은 확실하다는 뜻인가?”
라일리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지는 성공 못 해 놓고?”
스마트 워치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 버린다.
“중요한 것이었다는 뜻이네.”
그런데 묘하게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 뭔가 꼭 숙제를 남기는 듯했다.
잠깐 동안 태영을 바라보고 있는 라일리의 시선이 그대로 멈추고 옅은 미소를 띤 상태로 홀로그램이 꺼져 버렸다.
“이, 뭐야? 이렇게 그냥 끝인 거야?”
너무도 허망하게 끝이 났다.
두드려도 보고, 여러 버튼을 눌러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망연자실.
그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실 안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서운한 기분이지?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촛불도 켜지 않고 있었다.
테르에게서 나온 영상의 빛이 있었으니 촛불을 켜야 할 이유가 없긴 했고, 그래야 하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했다. 영상이 꺼진 후에야 어둠이 찾아온 것을 알았으니.
액정 패널 위에 희미하게 앉아 있는 빛이 있었지만, 그것이 방 전체를 밝혀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체 뭘 지웠다는 거야? 어떻게? 그리고 이건 어찌 사용하는 거야?
멍하니 가방을 바라보는데, 액정 패널의 메뉴가 바뀌어 있었다.
Start
……
……
Preservation
Recharge
Power On/Off
Play와 Message Recording, 그리고 Message Erase가 사라지고, 다른 메뉴들이 생겨났다.
Start가 첫머리에 나타난 것으로 봐서, 저것이 윈도우처럼 시작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지금 이 상태가 파워가 꺼진 상태인지, 켜진 상태인지 모르겠다.
“뭐가 뭔지.”
테이블 위에 촛대가 있었기에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초에 불을 밝혔다.
멍하니 앉아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73년간 혼자 살아온 라일리라는 여인은 참으로 불쌍한 여인이었다. 스스로 말한 저주라는 것이 맞는 말 같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산속에 혼자서, 그것도 피 끓는 청춘의 몸으로, 몇 년도 아니고 무려 73년을 살아왔다고 했다.
혼자 살면서 그리 오랜 세월을 20대의 모습으로 유지하고 있으면 뭐해?
변하지 않는 그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봐 줄 사람이 없는데. 그리고 그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으로 사랑을 나눌 사람이 없는데.
아침에 양치질을 하지 않아도 뭐라고 말할 사람이 없고, 옷을 입거나 벗고 있어도 상관없고, 머리를 산발을 하거나, 온몸에 흙탕물을 끼얹거나, 얼굴에 숯으로 낙서를 하거나, 그런 모습조차도 봐 줄 사람이 없는데.
태영은 그래도 아내도 있고,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라일리가 남긴 영상을 태영이 보았지만, 테르는 라일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도 도움을 준 것들이니 태영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그 안의 자료들은 그것이 무엇이건, 그것을 보고 연구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자신이 살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태영이 살던 시대보다도 더 미래에서 온 여인이, 저 테르라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컴퓨터, 아마 맞겠지, 컴퓨터.
컴퓨터 속에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활용해서 무려 73년간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그 외롭고 저주스러운 생을 마감했다.
그래도 태영은 라일리에 비해서는 행복한 삶이다.
마치 본래 없었던 것처럼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려 했던 여인은 마지막에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 시크릿 스테이션 테르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남겼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른 이에게 전하지 말기를 당부하는 것처럼 모두 지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 가방, 아니 테르의 주인이었던 라일리 외에, 저 히팅 건의 주인과 드릴의 주인과 저 인두의 주인은 언제, 어디쯤에서 자신의 생을 마쳤을까?
그리고 같은 시대는 아니지만, 자신의 시대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의 어느 세상으로 날아가서 그곳에서 생을 마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들은 라일리처럼 어떤 기록도 남겨 두지 못했다.
인두에 기록을 남길 수도 없고, 드릴에 기록을 남길 수도 없으니, 종이에 써서 남겨 둔 기록이 있지는 않을까?
찾지 못한 것이니 잊어버리자, 그리 생각하고 고개를 털었다.
군번줄에 남아 있던 이름 조창현.
신용 카드에 남아 있는 이름 박상진.
박상진의 일행으로 보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대한민국의 군인들.
그리고 Rylie Nelson.
“안녕.”
태영은 라일리가 마지막에 했던 인사에 이제야 답을 했다.
***
일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은 채 며칠이 그냥 흘러갔다.
수일이 지난 어느 날, 태영은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혼자서 그 긴 시간 동안 살아왔는데, 농사를 지었을까?
아니야. 농사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잖아?
사냥?
그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라일리가 살아왔던 때는 역사에서 나누는 중세보다 더 이전인 고대 세계이고, 기본적으로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테고, 온갖 산짐승들이 산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73년을 살았다면, 흔히 하는 말로 천수를 누렸다는 말이니, 반드시 무기가 있었을 것이다.
혹시 이 가방 안에?
당연한 의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것이 고장 나지 않았다면 도시를 찾아 떠났을 것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무기가 아니었을까?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시대에, 도시를 찾아 떠나기 위해서는 숲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중에, 맹수들과 끝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
가방의 두께가 제법 된다.
액정 패널의 옆에는 가방의 손잡이 옆에 있던 것과 같은 원형의 불투명 창이 있었다.
지이잉~
그곳에 손가락을 가지고 가자, 잠시의 대기 시간도 없이 움직임을 알리는 미세한 소리가 나며 대리석 조각처럼 보였던 내부 장치가 열리며 뒤로 넘어갔다.
그런데 열리는 부분이 두 곳이었다.
“무기?”
아래쪽 바닥에 권총처럼 보이는 얇은 물체 두 개가 있는데 총의 모양이다.
손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사이즈다.
크기로 봐서 강력하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 줄 수 있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앞쪽에는 건전지처럼 생긴, 지름이 5밀리도 안 되는 원형의 물건 17개가 꽂혀 있고, 빈자리가 3개다.
원래 20개가 있었던 것 같다.
열린 부분 중에 중간 부분에는 두께 6밀리쯤 되면서, 캐시 카드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물건 3개가 꽂혀 있다.
일단, 총을 꺼내서 손에 들었다.
가볍다. 그냥 볼펜 하나 손에 든 것 같다.
Sprite라는 작은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요정이라는 뜻인데?”
창문의 한 귀퉁이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핏~
아주 작은 파열음과 동시에 총구에서 희미한 황금색 빛이 번쩍했는데, 태영이 겨냥한 창문 귀퉁이에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구멍이 뽕 뚫렸다.
“크, 위력이 좋은데?”
그립의 아래쪽을 뒤집어서 탄창이 있을 만한 곳의 버튼을 툭 누르니, 가방에 놓여 있는 것과 같은 원형의 작은 물체 한 개가 톡 튀어나온다.
“이름은 귀여운 요정을 뜻하는데 성능은 무섭네. 에너지 총이라 이거지, 이게 에너지원? 하연이 주면 좋아하겠군.”
다시 창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겨 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는 것으로 봐서 17개 꽂혀 있는 저것이 총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맞는 것 같다.
총에서 빠져나온, 동그란 에너지원을 총에 다시 끼워 넣고 품속에 넣었다.
카드?
총이 있는 칸 위쪽에는 캐시 카드같이 생긴 것을 꺼내면서, 그런 것이 필요할 리가 없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 태블릿 PC잖아?”
카드 우측 하단에 전원 버튼 표시가 보이는데 터치 센서 버튼인 모양이다. 그것을 툭 쳐보았다가 반응이 없어서 꾹 누르고 있었다.
현대식 IT 기기는 대개 전원이 이런 식으로 동작을 한다.
비잉~
이상한 소리와 함께 반투명 스크린 같은 것이 펼쳐졌다.
깜짝 놀라 그것을 떨어트렸다가 다시 손에 들고 보자, 반투명이던 배경이 불투명하게 변했다.
태블릿 PC?
“기가 막히는군.”
정말 기가 막힌다.
캐시 카드보다 작은 이것이 전원이 켜지는 순간 태블릿으로 변하다니.
크기를 대략 짐작으로 보면, 가로는 엄지와 검지를 살짝 벌려서 닿을 정도니까 160 전후, 세로는 한 뼘을 넘고도 검지 길이만큼 남는 것을 보니 220에서 230센티 정도 될 것 같다.
21개의 아이콘이 있고, 페이지를 좌우로 밀자 제법 많은 아이콘이 보이는데, 그것들이 뭔지 이해는 못 하겠다.
스크린의 좌측 하단에 숫자 1, 2 뒤에 0이 있고 키패드 아이콘이 있다.
1이 다른 숫자보다 밝은데, 2를 눌러보았다.
“헉!”
스크린이 갑자기 두세 배쯤 커졌다.
“흐흐흐.”
요상한 웃음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키패드 아이콘을 누르자 태블릿 하단이 키패드 영상으로 바뀐다.
그럼 0은 뭐지?
0을 누르자 화면 하단 우측에 크기 조절창이 보였다.
태영은 손가락 두 개로 크기 조절창을 움직였다.
“차암, 엄청나군.”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태블릿의 화면 크기가 마음대로 커졌다가 작아졌다 한다.
태영이 추가로 알아낸 것은, 태블릿은 가방에 넣으면 충전이 되고, 내부 장치에 꽂혀 있는 것들 중에 태블릿 충전기 3개가 따로 구비되어 있다.
충전기는 전원이 꺼진 상태의 태블릿보다 조금 큰데, 태블릿의 본체를 끼울 수 있는 홈이 있었다.
그 홈에 태블릿을 꽂고 밝은 곳에 두면 충전이 된다.
태블릿과 충전기에 두 기기를 연결하는 핀 따위가 없는 것을 보니 근접 무선 충전 방식인 모양인데, 빛으로 충전되는 방식이라니. 정말 기가 막힌다.
그런데 왜 태블릿이 3개나 있는지는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
“그나저나 배터리는 어디에 있는 거야? 스피커는 어디에 있어서 소리가 나는 거고?”
태블릿 본체 하단의 좌우에 작은 그물망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게 스피커인 모양이다.
태영이 살던 시대보다 260년쯤 더 미래인데, 기술의 격차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하긴, 미래학자 레이 커츠와일(Ray Kurzweil)은 21세기의 100년 동안의 기술 발전은 그 이전 과거 2만 년의 발전과 같은 비율이라고 했다.
그게 뭐 수확 가속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뭐라 했든가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니 태영이 살던 21세기에서 260여 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면 대체 얼마나 발전했을까?
그 발전의 정도가 상상이 되지 않는데, 그걸 대입하고 보면 미루어 짐작은 된다.
“이렇게 작으니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되겠네. 충전기도 꼭 그만하고.”
잘 휘어진다.
태블릿 PC는 독립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테르와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테르와 상관없이 태블릿끼리도 연결이 된다.
그것도 무선으로 연결되는지, 연결되어 있다는 시그널 아이콘으로 2개의 쇠사슬 무늬가 연결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테르의 액정 패널 옆의 모니터 아이콘을 누르자, 홀로그램 영상 대신 홀로그램 모니터 창이 열린다.
“최고다.”
느낌상, 스테이션인 테르는 서버 컴퓨터, 태블릿은 서버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 같은 개념인 듯했다.
“한글이 되려나?”
태영이 살고 있던 21세기에도 컴퓨터나 인터넷상에서 언어는 번역의 오류만 있을 뿐, 다른 제약 사항이 없었다.
그냥, 설정을 한글로 바꾸면 메시지는 한글로 표시되고, 입력 방식을 바꿔 주면 한글 입력이 가능했다.
태영이 알던 컴퓨터 지식을 나름 발휘해서 환경 설정에 들어가니, 사용 언어 설정이 있기에 언어 패키지를 한글 사용 환경으로 바꾸자 태블릿이 한글 모드로 전환되었다.
“굿, 13세기에 23세기의 컴퓨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라일리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이건 뭐야?”
메모 창을 열어 한글 입력을 하려고 하다가, 연필 아이콘, 마이크 아이콘, 스피커 아이콘, 카메라 아이콘 같은 것들이 우측 끝에 보인다.
“이게 뭐지? 필기 인식 입력인가?”
거의 26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으니 입력 방식이 태영이 살고 있던 시대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상상했던 것보다는 원시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음대로 선택해라 이거지? 얼레. 동시 선택도 되네?”
마이크와 필기, 마이크와 키패드 동시 선택 기능도 있다.
“필기 인식으로 설정.”
필기 인식으로 설정하자, 태블릿의 하단 입력 창의 높이가 꽤 높아졌다.
필기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정된 듯한데, 그 높이와 폭도 조절이 가능한 모양이다.
우측 하단에 화살표 아이콘이 나와 있어서 그걸 움직이니, 필기 입력 창의 높이와 넓이가 달라진다.
“말로만 해도 되는데, 이딴 것들을 넣어 둔 이유가 대체 뭐지?”
하긴, 말로 하면 주위의 모두가 들을 수 있지만, 글로 쓰면 같은 태블릿을 들고 있는 사람만 알 수 있게 되긴 한다.
명주에 올 때 동행한, 비서실 병사인 김태연과 유시완에게 태블릿의 사용법을 어디까지 가르치는 것이 문화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실용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메신저 이용 방법만 가르치기로 했다.
메신저는 문자와 음성 대화, 그리고 영상 대화까지 가능하니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3대의 태블릿은 각각의 ID를 가지고 있었지만, 1번, 2번, 3번으로 바꿨다.
1번은 사포에 돌아가면 어차피 정하연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태영이 스마트폰 안에 있는 자료들을 보거나, 그 자료들을 책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할 때 옆에서 열심히 봐 왔기에 아마도 쉽게 사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메신저 아이콘을 바탕화면 첫 페이지에 놓고, 다른 모든 것은 감추어 버렸다.
그러고는 1번이라는 ID를 가진 태블릿을 제외하고는 테르의 메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정을 변경하고 패스워드도 변경했다.
테르가 가진 내용을 병사들이 알아서 좋을 건 없으니.
그런 후에, 아이디 0번으로 지정한 테르까지 포함하여 4개의 아이디를 사용해서 메신저의 단체 톡방을 만들고, 채팅 창에 입력하자, 3대의 태블릿에 메시지 창이 바로바로 나타났다.
그러고 보면, 한글을 가르쳐 두길 정말 잘한 거야.
***
정규하와 김태연, 유시완을 함께 불러들여서 태블릿을 들려주었다.
“대장님, 이게 무슨 요술 상자라도 됩니까?”
정규하의 질문이다.
메신저 정도야 쉽게 익힐 수 있다고 생각되겠지만, 그건 전자 기기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쉬운 것이고, 이들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이들은 고려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전자 기기란 것은 평생토록 구경을 해 보지 못한 물건들이라 개념 자체가 아예 다르다.
거기다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문명으로 인한 이 놀라운 상황에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거기다가 사람과 사람이 아닌, 기계를 통해 말을 주고받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은 서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몇 시간을 할애한 뒤에야 마지못해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요술 상자?”
“네, 방금 제가 여기에 글을 쓰니까, 글자마다 요기에 주르르 나오는데요?”
필기 인식 패드 영역에서 손끝으로 휘갈기면 메신저 창에 일목요연하게 나오는데, 인식이 완벽하다.
“이름이 태블릿이야. 거기 종이비행기 표시 눌러 봐.”
“네.”
삣~
작은 비프 음이 들렸고, 태영이 들고 있는 1번 태블릿에 날아왔다.
그런데 메신저 창의 상단에 스피커 아이콘이 있어 그것을 눌러 보았다.
태블릿에서 조금 전에 김태연이 보낸 메시지가 음성으로 나왔다. 물론 김태연의 음성은 아니었다.
하. 이 정도로 음의 고저까지, 마치 사람이 말하는 것같이 완벽하네.
깜짝 놀란 건 태영이 아니라 정규하와 김태연, 그리고 유시완이었다.
“아, 깜짝이야.”
“정규하, 거기 나팔 모양을 눌러서 파랗게 만들어 놓고, 종이비행기 눌러 봐.”
“네, 대장님.”
이번에는 정규하와 김태연이 들고 있는 태블릿, 그리고 태영이 들고 있는 태블릿에서 시간차 없이 거의 동시에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대장님 여기 0번은 어디에 있습니까?”
정규하가 물었다.
“당분간 0번은 내가 사용할 번호이니까, 0번에서 무언가 지시가 나타나면, 별도로 언질을 주지 않더라도 무조건 내 명령으로 알면 돼.”
“네, 알겠습니다.”
통신 거리가 얼마나 될는지 모르지만, 원거리 통신만 된다면 무전기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한참을 사용하다가 충전 게이지를 바라보았다.
테르는 그날, 태양광 아래에서 1시간 만에 충전이 완료되었고, 그 후로 5일이 지난 지금까지 충전 없이 사용했는데, 액정 패널에 나타나 있는 충전 게이지는 87퍼센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태블릿 PC도 테르에서 꺼낸 뒤에 테르가 어떤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고, 김태연을 교육시키면서 메신저를 가르치고 시험하느라 하루를 사용했는데, 충전 게이지가 98%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