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31
131. 제비골의 인연(4)
망설임 없이, 칼을 꺼낼 틈도 없이 나무에 묶인 줄을 당겨 끊어 내고, 줄을 끊음과 동시에 서윤을 안아 내렸다.
태영의 급작스러운 정지로 주변이 날려서 흙먼지가 일어났기에, 목을 감은 줄을 당겨서 끊어 내어 버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는 쪽구들 위에 내려놓았다.
이불은 그대로 펴져 있었다.
몸을 이불 위에 누이고, 베개로 목 아래를 받친 뒤에 입을 맞추고 숨을 불어 넣었다.
몇 번을 숨을 불어 넣고는 가슴을 눌렀다가 떼기를 반복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침착해야 하는데 도저히 안정이 되지 않았다.
“미안,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 제발 죽지 마라. 제발.”
내려다보았지만, 여전히 숨을 쉬지 않아서 태영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서윤아, 제발 죽지 마라, 제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니 제발 죽지 마라.”
태영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은 차라리 울음소리였다.
“컥, 커윽.”
그때, 격하게 숨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아.”
다행이다.
그래,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살아 있어 주어서 고맙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다시 훅 치고 올라왔다.
온몸이 희열에 잠겼다. 그러나 반대로 온몸의 힘은 남김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
“허억. 하아아악.”
서윤의 거친 숨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태영은 힘없이 주저앉았다가, 바르르 떨면서 태영에게 뻗어 오는 서윤의 손을 잡고는 서윤의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내밀었다.
한 손이 얹혀 있는 가슴이 힘차게 오르내리는 것으로 봐서 괜찮은 듯했다.
시간을 계산하며 생각해 보니, 집을 나선 지 11분.
줄을 찾아 목에 걸기 전에, 그래도 하직을 위한 인사와 마음의 준비 시간이 필요했을 테니, 이런저런 일로 경과된 시간을 생각하면, 목에 줄이 감겨서 매달린 시간은 길어야 몇 분일 것이다.
서윤의 눈가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러나 이젠 안심한 표정으로 서윤을 바라보는 태영의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하룻밤, 자신의 몸을 준 태영인데 마음까지 준 것인가?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그 작은 움직임이 태영의 가슴속으로 느낌이 되어 들어왔다.
서윤의 얼굴 표정이 편안한 모습으로 바뀌더니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잠깐 놀랐지만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정신을 잃은 듯했다.
안심했기 때문일까?
그래도 얼굴에는 보일 듯 말 듯 작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저 미소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
기절한 후에 새근새근 잠이 드는 것을 보고 손을 잡았더니 잠결에도 손을 꽉 잡는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조심스레 손을 빼내고 일어섰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계속해서 온기가 유지되도록 해 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반 위에 태영이 준 은자는 원래 놓였던 그 모습 그대로 있고, 소금 통도 그대로였다. 하긴, 생에 대한 애착이 없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리고 이 산골에서 은자를 바꾸어 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했을까?
그것 말고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거라도 놓고 간 것인데, 참으로 멍청한 짓을 했다.
어제, 동네 사람들로부터 보상을 받아내려 할 때, 그것을 거절한 것도, 밤에 자신의 품으로 찾아든 이유도, 모두 죽음을 염두에 두었기에 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목을 매달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듣지 않아도 가슴에 와닿으니까.
옆에 앉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햇볕과 산바람 탓인지 피부는 거칠어 보였지만, 따뜻한 이불 속에서 포근해졌기 때문인지 얼굴에 피어오른 홍조가 예쁘다.
이 아이의 불행은 자신의 미모 때문이 분명하지만, 이리도 예쁜 아이가 행복해야지 왜 그런 변을 당해야 하는 것인지.
몸을 뒤척이며 눈을 뜬다. 3시간쯤 자더니 일어날 모양이다.
“정신이 들었느냐?”
눈을 뜨는 서윤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 전에는 붙잡은 손을 잠결에도 한사코 놓지 않으려 애쓰던 아이가 눈을 뜨자마자 깜짝 놀란 듯이 태영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부끄럽다고? 아니면 창피하다고? 죽는 것을 들켜서?
이 상황에서?
몸을 일으켜 앉는데, 목에 걸었던 줄 자국이 유난히 붉게 시선을 끌었다.
“나를 따라나서려면, 집 안을 정리할 것이 있느냐?”
거두절미하고 묻자 약간 멍한 표정으로 태영을 바라본다. 그 말의 의미를 알 터이니.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시선을 둔 채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태영을 바라보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옵소서.”
몸을 일으키더니 장롱으로 쓴 것으로 생각되는 투박한 나무 상자에서, 보자기로 싸서 도르르 말려 가죽 끈으로 묶여져 있는 물건을 꺼내고, 큰 보자기를 찾아서 옷을 챙긴다.
도르르 말린 물건?
궁금증이 조금 일었지만, 잠깐 가슴에 안고는 한숨을 쉰 것으로 보아 사연 있는 물것인 듯싶었다.
옷은 기껏 2벌이 전부인 모양이다.
보자기에 탁자 위에 있는 서책과 챙겨 온 옷, 그리고 탁자 위에 가죽 끈으로 묶은 것을 놓고, 수건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천 몇 가지를 함께 싸서 들었다.
소반을 한번 쳐다보고는 보자기를 풀더니, 작은 헝겊을 찾아서 태영이 소반 위에 놓아 주었던 은자를 그 헝겊에 차근차근 옮겨서 꽁꽁 묶어 보자기 속에 넣고, 소금 통도 넣고 묶었다.
데려간다 하니, 그래서 살려고 하니, 이제 그것이 필요할 것이라 여긴 모양이다.
태영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이곳에서의 기억이 아프건 어찌하건 이곳이 고향이고, 이곳을 떠나는 길이다. 뿐만 아니라 집 뒤에는 부모와 형제가 묻혀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두고 떠나는 사람이 저 보자기를 싸면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후련할까? 아쉬울까?
그런 것도 아니면, 살았다 싶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곳을 떠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아이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정하연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픈데, 서윤의 움직임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살아 있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으로 되었다. 살아 있어 주었으니.
시계를 보니 곧 오후 1시가 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었다.
아무래도 늦게 일어난 데다, 얘가 기절해서 3시간쯤 자는 바람에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우리, 점심은 먹고 출발해야 할 것 같지?”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지만, 아침에 소반에 뭔가를 챙겨 오는 것 같아서 말했다.
아직은 고구마도 감자도 옥수수도 이 땅에 들어오지 않은 시기인 데다 봄이면 춘궁기가 시작되었다.
논이 없으니 쌀 같은 것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어제 잡아온 물고기가 남아 있사옵니다.”
물고기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다른 것은 없는 모양인데, 그럼 여태까지는 대체 뭐 먹고 산 거야?
“그래, 그거라도 구워서 허기를 채우고 난 뒤에 떠나자.”
“네, 나리.”
“앞으로 나리라 부르지 말고, 대장님이라고 불러라.”
“네? 아. 네, 대장님.”
태영이 어제 불을 피우라고 잘라 둔 장작들을 가져왔고, 마른 소나무 잎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장작에 옮겨 붙이자 신기한 듯 라이터를 쳐다보았지만, 서윤은 묻지 않았고 태영도 설명해 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제도 라이터로 불을 붙였지만, 어제는 보지 못해서 그런 듯했다.
“이곳, 동내 이름이 어찌 되느냐?”
생선을 먹으면서 물었다.
사실 위치도 모르고 어디 부근인지조차 모르기에, 나중에 찾아올 일이 있을 것 같아 물었다.
저 아이의 가족들이 집 뒤에서 처량하게 잠들어 있으니 찾아올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폭이 넓은 강을 만나서 멈추었고, 막연히 낙동강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고생은 좀 하더라도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미리 알아서 방향과 거리를 태블릿에 기억시켜 둘 필요가 있었다.
“제비골이라고 하옵니다.”
사포나 율촌에서는 쓰지 않는 하옵니다, 사옵니다, 라는 말투를 고치면 좋겠는데, 저건 빨리 못 고치겠지?
“그래? 가까운 곳에 큰 고을은 없느냐?”
“여기서 삼사십 리를 가면 문경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만,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옵니다.”
“그건 어찌 아느냐?”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사옵니다.”
“개경이 어딘지 아느냐?”
“잘 모르옵니다.”
하긴, 아는 게 이상하지.
생선으로 대충 요기를 끝내고 출발 준비를 했을 때는 오후 2시쯤 되었다.
서윤은 집 뒤의 무덤 앞에 서서 한참을 서 있었다.
눈물이 흐르고 닦고, 또 흐르고 닦고, 인사하고 한참을 서 있고, 눈물을 흘리고, 또 닦는 것을 바라보며, 태영은 말없이 기다려 주었다.
참으로 애잔하기 짝이 없었다.
저 인사를 마치고 이곳을 떠나면, 언제쯤 부모와 형제가 잠들어 있는 여기에 와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이제 그만 가자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기다리면서 생각해 보니, 정하연과 저 아이 서윤이 태영과 연결되는 과정이 어찌 이리 비슷할까 하는 생각이 들자 픽 웃음이 나왔다.
정하연도 자기를 구해 주어서 몸종이라도 하겠다고 달려들었었다.
처음에는 진짜 몸종처럼 행동했었다. 그런데 서윤이 저 아이는 몸종을 하겠다고 했다가 태영이 거절하자 그냥 몸을 던져 버렸고, 태영이 떠나자 목숨을 끊어 버리려 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아, 젠장. 어처구니는 맷돌 손잡이였던가?
“춥지 않느냐?”
“괜찮사옵니다.”
무덤에서 벗어나는 아이를 보고는 삼베옷이 어떤지 뻔히 아는 터라 물었더니 작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이런 추위 정도는 예사로 견디는 모양이지만, 견딘다고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계절이 초봄이어서 그다지 햇살이 따뜻하지 않은 데다, 이곳은 산중이라 기온이 더 낮은 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같은 것 없이 얼떨결에 하룻밤을 지낸 사이라도, 몸을 섞은 사이여서 그런지 모든 것이 신경 쓰이고 안쓰럽게 느껴진다.
태영이 배낭에서 오리털을 조끼를 꺼냈다.
신체에 변화가 생긴 이후로 더위나 추위를 많이 느끼지도 않는데도 꼭 넣어 가라면서 정하연이 챙겨 준 것인데, 이 아이에게 입히게 될 줄이야.
“이걸 입도록 해라.”
받지 않으려 하다가 태영이 다시 손을 내밀자 조끼를 받아서 몸에 걸쳤다.
태영의 몸에 맞춘 것이라 살짝 크긴 했다. 그렇지만 단추를 모두 잠그고, 몸에 딱 맞게 줄로 조여 주자 몸에 착 달라붙었다.
“너무나 따뜻하옵니다.”
그 말을 하며 슬프게 웃는 모습에 가슴이 철렁한다.
당연히 따뜻하지. 오리털 패딩 조끼인데.
아버지를 묻고,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는 아이이기에 지금 이 상황에 기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웃는 것이 웃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 웃음이 저리도 예쁘다니.
저 웃음에, 저 애의 미모에,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조차 놓아 버리게 만든 목소리에 모든 것을 다 빼 주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서윤의 말대로 문경이 맞으면, 개경까지 직선거리로 대충 8백 리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서윤의 걸음에 맞추어서 개경으로 갈 수는 없다.
태영의 속도로 달리면, 남은 거리로 봐서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이 아이를 안고 달리거나 업고 달려야 하는데, 이 아이가 마하 3의 속도를 견뎌 낼 수 있을까?
태영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맨몸으로 그 속도가 주는 압력을 견뎌 내지 못한다.
비행기로 가는 것은 비행기 안에 있는 것이지만, 업거나 안고 가면 그 압력을 오롯이 몸으로 받아 내야 한다.
태영이 생각하는 속도로 달릴 수는 없으니, 저녁때쯤 도착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자, 이불하고 끈을 충분히 준비해 가야 할 것 같다.”
태영이 집 안으로 들어가 조금 전에 이 아이가 덮고 잔 이불을 꺼내고, 역시 삼베로 된 줄을 찾아서 이불을 돌돌 말았다.
이불 안에는 짐승의 털이 들어 있는 듯 털이 풀풀 날렸지만 이것으로 감싸고 달리면 서윤이 추위는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가자.”
“네, 나으…… 아니 대장님.”
“자, 넌 내게 업혀야 한다.”
마을을 한참 벗어났을 때 태영이 걸음을 멈추고 이불을 묶었던 천을 풀면서 말했다.
“네?”
“여기서 개경까지 8백 리 남았는데, 우린 오늘 안에 개경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니 너를 업고 가야 할 것 같다.”
“나으…… 대장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말 그대로다. 네 걸음으로 가면 열흘은 가야 하는데, 내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거라.”
태영은 배낭을 앞가슴으로 돌려 매고는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추었다.
“그것이…….”
“너와 나는 이미 그럴 사이도 아닌데, 업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냐?”
함께 잠을 잔 사이이니 부끄러울 것이 뭐가 있을까?
남자만의 생각인가?
여자는 생각이 조금 다른가?
아까 점심을 먹으면서 너만큼 예쁜 아내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으니, 그런 사이가 되었다 해도,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그것이 아니옵고.”
“그럼?”
“소인이 나리를 업으면 몰라도, 나리의 등에 업힐 수는 없지 않겠사옵니까?”
얼마나 당황했으면 대장님이라고 부르라는 말까지 잊어버린 듯하다.
“앞으로 소인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마라.”
우선 이것부터 고쳐 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그러면 뭐라고…….”
“네가 낮추어야 할 사람이면 제가라고 하고, 아니면 모든 사람에게 내가라고 말해라. 나와 함께하기로 한 이상 네가 네 자신을 낮추어야 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너는 소인이 아니다.”
“네. 아, 알겠사옵니다.”
“자, 이제 아까 했던 이야기를 계속하자. 네가 날 업고 오늘 저녁까지 개경에 도착할 수 있겠느냐?”
가만 생각하니, 얘를 만난 뒤로 말투까지 이상하게 꼰대처럼 꼬였다.
대체 언제부터 말이 이리 꼬였을까?
서윤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그, 그것이…….”
“그러니 잔말 말고 업히도록 해라.”
마지못해 조심스럽게 가슴을 태영의 등에 가져다 댄다.
등에 닿는 서윤의 몸을 느끼자마자 이불을 머리 뒤로 넘겨서 덮고 줄을 돌려서 잘 정리하고는 가슴에서 조였다.
“머리 숙여서 이불 안으로 넣도록 해라. 얼굴이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네, 나으…… 대장님.”
죽어 가는 목소리다.
이불의 아랫단을 역시 당겨서 허리에서 조르고, 줄을 돌려 감아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었다.
“자, 간다.”
후우우우우웅~
처음에는 뛰는 정도에서 속도를 차츰차츰 올려 음속 수준이라 생각될 때까지 올렸다.
“아아아아, 허윽.”
등에 업힌 서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제가 있나 싶어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속도가 빠르면 태영은 알아들어도 서윤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
말이 왜 계속 이 모양이지?
“아, 아니옵니다. 괜찮사옵니다.”
“그런데, 왜?”
“너무 빨라서 놀랬을 뿐입니다.”
“그래, 다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