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32
132. 다시 개경에(1)
오후 3시쯤에 한강으로 짐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한강은 넓어서 뛰어 건널 수도 없고, 좁은 곳을 찾기 위해 상류로 갈 수도 없다.
강을 따라 하구로 내려가자 몇 채의 민가가 보이고, 작은 나룻배가 보였다.
한강변이라고는 다리가 잔뜩 있고 불빛이 휘황한 시내 쪽만 다녀보았으니, 이 시대의 지형으로 위치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미사리 정도로 짐작되었다.
태영과 서윤의 행색에 사공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태영이 은자를 건네주자 아무 말 없이 배를 띄웠다.
노를 젓는 사공이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설명을 해 줄 일은 아니다. 다시 볼 일도 없을 테고.
한강의 물살은 제법 센 편이라 배가 하류로 자꾸 밀려가는 바람에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형태로 강을 건너기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생각 같아서는 태영이 노를 잡아 건너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고 건너갔다.
“자, 잠시 기다려 보거라.”
강을 건너 얼마간 이동한 후에 걸음을 멈추었다.
여태, 통신이 되는지 시험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태블릿을 꺼냈다.
연속으로 톡을 보내 놓고 본부와의 거리를 보니 직선으로 381킬로다.
제주에 비해 불과 10킬로 정도밖에 멀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거긴 중간이 바다이고, 이곳은 산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파는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군대 생활할 때 들었다.
전기나 통신이나, 전파 같은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보니 답답했다.
대략 10분을 기다렸는데, 답이 없다. 역시 안 되나?
“자, 다시 업히도록 해라.”
태블릿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서윤의 궁금증을 무시하고 바로 출발 준비를 했다.
한강을 지났으니 개경에 가기 위해서는 임진강을 건너는 일이 남아 있지만, 임진강의 수심은 낮고 강폭은 좁으니 그냥 건너가면 된다. 그런 곳이 나올 것이다.
다행히 쉽게 징검다리를 찾아서 임진강을 건너자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개경을 찾기 시작했다.
개경을 찾는 데만 30분은 달린 것 같다.
30분이면 혼자서 사포까지 갔다 오고도 시간이 남을 것인데, 역시 GPS가 안 되니 방향 감각도, 위치 감각도 없어서 애로 사항이 진짜 많다.
***
겨우 개경을 확인하고, 개경 성곽에서 5리쯤 떨어진 곳의 인가가 없는 곳에서 서윤을 내려놓았다.
숲만 벗어나면 비록 좁은 길이라도 개경으로 통하는 길임을 확인한 상태였다.
“괜찮으시옵니까?”
태영의 등에서 내린 서윤이 다리를 잠시 휘청거렸지만, 이내 똑바로 서서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애 한 명까지 업고 달리니 태영도 피곤했다. 에너지 소모가 심했으니, 아무래도 빨리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았다.
“괜찮다. 이제 여기서 개경은 가까우니 천천히 걸어도 금방 도착할 것이다.”
“네, 나리. 아니 대장님.”
말이 바로 입에 익지 않은지 자꾸 나리라는 말이 나오기는 한다.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자꾸 태영을 쳐다본다.
“왜?”
“어찌 8백 리를 이리 순식간에 오실 수가 있는지요?”
“네가 궁금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걸 알려 줄 방법이 없다. 그러니 어서 가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 사람은 없겠지만, 내가 몇 시진 만에 8백 리를 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해라.”
아, 말투가 노인같이 변했을까?
아무래도 서윤이 앞에서 무게를 잡으려다 보니 그리된 것 같다.
“네, 알겠습니다.”
개경의 서쪽에 있는 숭인문에 도착해서 감문위의 관군에게 누구인지를 말하자마자 인사를 하고 호들갑을 떨더니 마차까지 대령했다.
최 별감의 집으로 갈 것이라 했더니, 마차는 최세헌의 집, 과거에 최충헌의 집이었던 곳으로 가고, 황성에 곧바로 기별을 하겠다고 한다.
“대장님.”
최세헌의 집에 도착하자 그곳을 경비하고 있던, 경비 대장이 나와서 바로 거수경례를 한다.
얼굴이 낯이 익은 것으로 봐서 아마도 훈련받은 금오위 병사가 아닐까 싶었다.
허리에 권총이 매달려 있었다. 권총이라고 몇 자루 주지 않았는데, 차고 있는 것을 보니 최세헌에게 꽤 신임을 받는 모양이다.
“충성. 별감 나리 댁 경비 대장인 별장 차도관입니다.”
“그래, 차 별장.”
“별감 나리에게 연통하겠습니다. 대장님.”
“아니야, 감문위에서 황궁으로 연통한다고 했으니 그럴 필요는 없고, 혹시 따뜻한 물에 목욕을 좀 하고, 갈아입을 옷이 있겠는가?”
“네, 바로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호칭은 어찌하면 되올는지요?”
손을 서윤 쪽으로 내밀고 묻는다.
“아씨 마님.”
“네, 아씨 마님은 다른 별채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태영의 대답 한마디에 바로 아씨 마님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이곳 개경에서 그 급이 달라졌다.
자신을 지칭하며 아씨 마님이라고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뜬 서윤이 태영을 쳐다보았지만, 태영은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네가 언제 그런 대접을 받아 보았겠니?
오늘 한번 받아 봐라.
그리고 세상이 달라졌음을 느껴 봐라.
“그래 주시게.”
“네, 대장님.”
차도관 별장은 병사들과 하인들을 불러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했다.
여자 하인들이 오자, 서윤을 그들에게 인계하면서 귀하신 아씨 마님이니 조금도 소홀하지 않게 예를 다하라는 당부까지 하는 것으로 서윤은 여자 하인들에게 둘러싸여 태영과는 다른 별채로 이동했고, 태영도 하인을 따라갔다.
***
깨끗하게 몸을 씻고 나와 한 건물로 들어가자, 씻으러 가기 전에 요청해 두었던 대로 푸짐하게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태영이 그곳으로 들어서는데, 머리는 깨끗하게 정리하여 장식으로 간단히 치장을 하고, 비단옷을 입은 서윤이 하인들에 둘러싸여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렇게 단장을 하니 아주, 예쁘구나.”
아, 이놈의 노인 같은 말투를 고쳐야 하는데, 이상하게 얘 앞에서는 말이 꼭 이렇게 나온다.
“네, 대장님.”
얼굴에 홍조가 어려 있지만,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기도 하다.
그때, 태영의 귀에 담 너머에서 부지런히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별감께서 오시는 모양이네.”
태영이 차도관 별장을 향해 말을 하는데, 벌써 별채 쪽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최세헌이 뛰듯이 들어서며 체신도 잊고 소리를 질렀다.
“대장님.”
“이거, 소식도 없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아이고, 대장님이 이렇게 찾아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어찌 이리 두 분만, 어? 실장님이 아니시네?”
서윤을 돌아보고 깜짝 놀란 모습이다.
“자,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지요. 주인도 없는 집에 밥상부터 차려 달라 말했는데, 허기가 져서 더 이상 기다리기가 어려우니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죠.”
“네, 그러지요. 안사람과 애들도 오라고 해도 되겠습니까?”
“나도 그게 좋습니다.”
“역시.”
태영은 고픈 배를 움켜쥐고는 체면 차리지 않고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다. 역시 에너지 소모가 크니 많이 먹어 주어야 한다.
허기가 어느 정도 채워져 갈 때쯤 최세헌의 아내와 아이들이 들어왔다.
지난해에 개경에 머무를 때, 이미 여러 번 만났었기에 잘 알고 있는 사이다.
금방 최세헌의 아내인 윤서희와 아들 상리 부부, 그리고 막내딸 이영이 들어섰다.
큰아들 한리는 무관으로 출사를 했었지만, 올해 스물인 상리는 아직 출사하지 않고, 혼인해서 이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영이는 혼인해서도 최세헌의 집에서 살고 있고, 큰딸 서영이는 남편의 집으로 갔다.
아무리 고려 시대가 남녀 평등 사회라고 해도, 역사의 기록 속에 남아 있는 평등과 현실의 평등은 차이가 있는데, 태영은 그런 격식을 따지지 않으니 아이들은 그런 태영을 아주 좋아했다.
“대장님, 오셨습니까?”
“모두들 잘 지냈나? 이영이는 혼인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얼굴이 활짝 폈네?”
“감사합니다, 대장님.”
최세헌의 가족들이 들어서면서 왁자지껄해진 방 안에 서윤만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서 있었다.
“여긴 한서윤.”
아이하고 상의도 없이 그냥 한씨 성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조금 미안했지만, 사전에 이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오다가 여차여차해서 주웠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모든 것이 궁금해지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
자신의 내력을 있는 사실 그대로 밝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나을 테니. 아씨 마님으로 대하라고까지 했는데.
개경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서윤에게 이것저것 당부한 것이 있으니 서윤 역시 자신의 신분 내력에 대해서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것이다.
“대장님, 저희들 사포에 구경 가면 안 되나요?”
최상리가 물었다.
“어른들보다 네 궁금한 것을 먼저 이야기하면 되겠느냐?”
윤서희가 조심스럽게 나무랐다.
“어머니, 대장님은 격의 없이 자유스러운 것을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어른들이 나눌 이야기는 밤에, 약주 한잔 드시면서 천천히 나누시면 되지요.”
상리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윤서희에게 항변 아닌 항변을 했다.
상리의 나이가 올해 스물이라 했으니, 태영과는 아우라는 관계가 더 맞을 것 같은데, 아버지인 최세헌과의 관계가 있다 보니 저리 말을 한다.
“그래, 그래. 지금은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 앉았으니 그냥 격식 없이 편안하게 하자. 모친께서는 상리를 야단하지 말고 그냥 두세요.”
태영의 말에 윤서희는 상리를 보고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지만, 더 이상 말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고려 땅에서 황제를 제외하고 무서워할 대상이 없는 자신의 남편도 설설 기는 태영이 하는 말인데.
“올가을에 한번 가자.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아버지 빼고 온 가족이 한번 가자. 마침 황룡호가 가을에 진수될 것 같으니 그 배로 가면 되겠구나.”
“네, 대장님, 약속하셨습니다.”
“그래, 약속했다.”
“황룡호요?”
“그래.”
“해룡호를 본 사람들이 개경에 몇이 있는데, 정말 크고 멋진 배라고 들었습니다. 그 배를 타보고 싶어 죽겠습니다. 그런데 황룡호도 해룡호처럼 큰가요?”
개경 땅에서 해룡호는 명물로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를 태영도 들었다.
벽란도와 개경에서 해룡호를 구경하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있다고 들었지만, 그게 대체 뭐라고?
현대의 항공모함 같은 것을 보면 어찌하려고?
“황룡호는 조금 더 크다.”
“지난번에 대장님 계실 때 해룡호 구경을 가고, 태워 달라고 했었어야 하는 건데 아깝습니다.”
온갖 질문에 정신이 없다.
“대장님, 저희도 가도 되나요?”
“이영이도 남편과 같이 가자. 가서 한 보름쯤 쉴 수 있도록 휴가도 받아서.”
“네, 그리하겠습니다.”
다들 너무나 좋아라, 한다.
최세헌이 사포 이야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 뒤로도 사포는 정말 엄청나게 달라졌는데.
“그런데, 사포에는 미인들만 사는 모양입니다. 대장님.”
윤서희의 말이다.
“왜요?”
“실장님도 그렇고, 한 소저도 그렇고 모두들 얼마나 미인이신지,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포에서 함께 온 줄로 아는 모양이다.
뭐, 상관없다.
***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둘이서 최세헌의 방으로 옮겨 가자 최세헌이 물었다.
“그보다 북쪽 상황은 어떠합니까?”
“금국이 송나라와 싸우느라 우리 쪽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거란의 패잔병 소탕을 핑계로 거절하고 있습니다.”
“몽골은 어찌하고 있습니까?”
“몽골은 외부적으로는 금국과 지엽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쪽으로는 칼을 들이밀지는 않는데, 공물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거란의 패잔병들이 금국이나 몽골, 그리고 우리의 변방을 계속 노리고 있는데, 몽골 쪽은 정리가 거의 다 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긴, 몽골은 지금 서쪽 방향으로 진격하는데 탄력이 붙어서 아직 고려나 송나라 쪽으로는 눈을 돌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에 최충헌 일파를 때려잡았을 때, 강동성 전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강동성 전투는 태영이 개경에 와 보기도 전에 이미 끝난 일이었으니까.
그 일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공물을 요구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래 왔고, 언젠가는 고려로 쳐들어올 것이다.
“몽골의 군사가 들어와서 진을 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네, 알고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개략적으로 송과 금, 금과 몽골, 그리고 거란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것은 더 들어 봐야 머리만 아프다.
“이제 대장님 이야기를 좀 해 보시지요.”
“특별히 한 일은 없고, 먹고 놀고 있는 중인데. 시험할 것이 한 가지 있고, 의논할 것이 한 가지 있으며, 또 집도 구해 두었다고 해서 부수적으로 집 구경도 좀 하고, 제주에 내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현령을 한 명 임명해서 교지를 내려 달라는 거 하고, 태백에 들러서 광물 확인도 좀 하려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유가 꽤 많네.
“먹고 논다 하시니, 놀면서 왜구를 얼마나 때려잡았습니까?”
“조금요. 그냥 심심파적으로.”
태영이 대답을 해 줄 것 같지 않자, 술을 한잔 목으로 넘긴다.
“그런데, 배로 오시지 않았지요?”
“네.”
“길이 먼데, 대장님 걸음으로는 며칠이나 걸리던가요?”
“한 이레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제법 부지런히 오기도 했구요.”
“그럼, 혹시 한 소저는?”
“네, 산적을 만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는데 구해 주다 보니, 산적들에게 부모 형제가 모두 희생되어서요.”
“아, 그런 사연으로…… 그런데 왜 저렇게 천하에 다시 보기 어려운 절세의 미인은 그런 곤란한 일이 하필이면 대장님 앞에서 생기는 것인지.”
최세헌의 의심이 뭐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래서 우짜라고?
“하하하, 왜 이러십니까?”
“척 봐도 지금 부인이신 실장님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미인이신데.”
아니다.
미의 기준이란, 1차원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기에,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다르고, 직접적인 비교라는 것은 불가능하긴 해도, 아마도 누구나 서윤을 첫째로 꼽을 것이다.
정하연은 개경에서 대단한 미인이란 소문이 나 있다.
서윤은 그런 정하연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질 만큼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 와서 씻고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비단옷을 입는 정도로만 단장을 해도 숨어 있던 미모가 빛을 발하고 있는데, 지금은 산골의 햇볕과 바람에 타서 그나마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최세헌이 저리 감탄을 할 정도다.
사실 그래서 더 걱정이었다.
“자, 혹시.”
태영이 최세헌의 말을 끊고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네. 말씀하시지요.”
“몽골인으로 칸의 친인척이나 귀족으로 고려에 귀화한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면 귀족 집안의 몽골인 간자가 있습니까?”
몽골의 세력이 커져 가고 있으니 고려인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음, 귀화한 사람이 있긴 있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간자도, 알려지지 않은 간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있단다.
“그래요?”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몽골어를 배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사포로 데려가실 거지요?”
“네.”
“간자를 물어보심은 납치를 할 생각이십니까?”
“갈 사람이 없으면 그리하려구요.”
“몽골인이 아님에도, 몽골인 만큼이나 몽골어가 유창한 역인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데려가심은 어떠십니까?”
“나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현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는 차이가 있지요. 그런 걸 감안하여 알아봐 주시고, 사포에 데려가면, 사포의 비밀 유지를 위해서 다시는 그곳을 벗어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거의 납치 수준이 될 것입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왜국의 남쪽 섬 하나를 받으려고 하는데, 주둔군을 파견할 수 있겠습니까?”
“네?”
몽골어 이야기를 할 때는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깜짝 놀란다.
“왜 그리 놀라십니까?”
“아니, 먹고 놀면서 심심파적으로 하시는 일이 섬을 하나 받는 일입니까?”
“재미있잖아요?”
“심심파적이 아니고 마음먹고 하면 무슨 일을 하실지 걱정이 됩니다.”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혹시 대마도입니까?”
“에이, 그건 있으나 마나 한 것인데, 그걸 받아서 어디다 씁니까?”
“그럼?”
“그 남쪽에 사이카이도라는 큰 섬이 있습니다.”
“아, 다자이후가 있는 그 섬 말입니까?”
“네.”
“거기 같으면 대단히 큰 섬인데.”
“전라도와 경상도를 합친 정도의 크기는 될 것입니다.”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태영은 대략적으로 후쿠오카에서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막부를 쓰러트려 주는 대가로 사이카이도, 아니 서해도와 그 인근 도서를 모두 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아까 후쿠오카로 들어가면서 포격을 먼저 했다는, 그 박격포라는 거 말입니다.”
“네.”
“대장님이 지난해 개경에 계실 때 말씀하신 그것입니까?”
“아닙니다. 박격포는 공격 거리가 시오 리 정도인데, 그때 말한 것은 공격 거리가 오십 리가 넘는 거였지요.”
“오십 리 밖의 적을 죽이는 무기라니.”
최세헌은 피폭 반경 같은 것은 아직 머릿속에 없을 것이다.
하긴, 앞으로도 한참 후의 세월이 지나기까지 포탄은 그냥 쇠뭉치일 뿐, 적진에 떨어져서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