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38
138. 후쿠오카 가는 길(1)
“대장님이 나보다 예쁘다 하더니 정말 예쁘긴 예쁘다.”
해룡호에 승선한 서윤을 보자마자 정하연의 눈과 입이 활처럼 휘어지며 한 첫마디다.
“내가 언제?”
“웬 시치미? 어서 와. 반갑다.”
대체 ‘아니, 당신이 더 예뻐’라는 말이 왜 저리 번역이 되는지 모르겠다.
사실상 여인의 미모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비교라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적당히 단장을 한 한서윤을 쳐다보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정하연이 태영의 항변을 간단하게 일축하고 서윤의 손을 잡자, 태영에게 하는 말이 전혀 예상 밖이라는 듯 서윤이 태영과 정하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저는 어찌하면 되는지요, 라는 질문조차 어리지 못할 정도로 당황한 모양이다.
“한서윤이라 하옵니다.”
서윤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정하연에게 폴더 인사를 했다.
“아, 하옵니다 그런 거 빼고 편하게 말해. 넌 열여덟 살이라며?”
“네, 실장님.”
“나는 열아홉이야. 내가 너보다 겨우 한 살 많지만, 나는 대장님하고 한 이불 덮고 잔 지 3년이 되었고, 넌 이제 보름도 안 되었으니 내가 성님인 거 알지.”
“네, 실장님.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성님?
현대 사회에서도 쓰는 말인데, 이런 경우에도 성님이라고 하나?
“우리끼리는 실장님이라 하지 말고, 그냥 성님이라 불러. 그리할 거지?”
“네, 성님.”
“대장님은 따라오면 안 돼요. 우리끼리 할 이야기 있으니까.”
배에 오르자마자 태영에게는 눈길 한 번만 주고 정하연이 서윤을 데리고 1호 선실로 들어갔다.
“대장님, 이제 큰일 났습니다.”
신도익과 김처인이 태영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그래, 큰일 났다.
말 안 해도 안다, 놈들아.
***
“대장님, 주양세가 면담 신청을 해 왔는데요.”
“주양세가?”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송나라 수군 노예들을 지휘하던 윤점돌이 태영을 찾아와 한 첫마디다.
“네, 지난번에 이야기했었는데, 며칠 전에 대장님하고 이야기할 때는 깜빡했습니다. 개경 가신다고 떠나신 뒤에야 생각나지 뭡니까?”
“윤 반장이 면담하면 되지, 왜?”
“그래서 저랑 1차면담을 했는데, 제가 정할 사안이 아니라서요.”
“그래? 데리고 와. 후쿠오카로 출발하기 전에 만나 보지, 뭐.”
“네, 지금 불러오겠습니다.”
“1차면담 내용은 뭐야?”
“귀화를 원합니다.”
띵~
“뭐?”
“고려, 그것도 사포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무슨 계기가 있나? 윤 반장도 오랫동안 명주에 있었으니 모를 수도 있겠지만.”
“장 목수를 함께 불러 드릴까요?”
“아냐, 내가 그냥 물어보면 되지. 그리고.”
“네, 말씀하십시오.”
“그 왜, 유리 집 지으라는 거 있잖아?”
“네, 도목수급으로 몇 사람 데려다가 철골 자재하고 유리 덮는 거 하고 시범을 보였는데, 유리 무게가 워낙 무거워서 철소에서 지붕 개폐 장치를 보강해야 한답니다. 그거 보강하는 동안 터 정리는 다 될 테니까, 곧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거 농장 아래쪽에 2백 평짜리 10동 짓도록 해.”
“10동이나요?”
“응.”
“그게 뭐 하는 것입니까?”
“올겨울이 되면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궁금해도 참아.”
“넵, 알겠습니다요.”
뭐긴?
비닐을 만들지 못하니, 비닐하우스가 아니고 글라스 하우스다.
그거 다 지으면,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거다.
“저는, 그럼 주양세 올려 보내겠습니다.”
“그래.”
본부에서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양세를 데리고 왔다.
“어서 와.”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인사를 고려 말로 하는 것을 보니 제법 늘었다. 억양도 제법이고.
“우리말이 제법 늘었는데?”
“네, 열심히 배웠습니다.”
“잘 하는 거야. 그런데 포로 주제에 날 볼일이 있어?”
“기물 창고는 가 보셨습니까?”
고려에 온 지 제법 되었다고 말도 제법 편해졌고, 장군쯤 되었기에 태영이 편하게 해 주긴 했다.
“가 봤지. 이름이 호장고이던데. 그리고 황궁에는 없나, 그런 것이?”
“황궁에도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황궁의 창고 명칭은 모릅니다. 그리고 주로 보석이나 서책 같은 것은 황궁으로 가고, 쇳덩어리나 칼, 그리고 뭔지 알 수 없는 물건들은 장군부에서 보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보석 같은 건 어차피 태영과 상관없다.
지난번에는 황궁은 생각만 하고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다음에 가면 황궁의 호장고를 꼭 한번 들어가 봐야지.
이젠 드론도 있으니 한결 쉬울 것이다.
“그래, 윤 반장에게 귀화 이야기를 했다면서?”
“네, 비록 포로로 잡혀 여기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도 보는 눈이 있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포라는 곳은 대장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고려 땅의 다른 지방과는 완전히 다를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송나라에서 들어 보지 못한 세상이고, 그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앞선 문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가 비록 노예이긴 해도, 이 모든 것을 보고 생활을 했으니, 우리들을 돌려보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하, 그래?”
“혹시 보내 줄 마음도 가지고 있었습니까?”
“아니, 당연히 없지. 돌아가면 여기서 보고 배운 거 따라 할 거잖아?”
“네, 그렇지요. 나라 전체로는 시행을 못 해도, 적어도 내가 어느 고을의 현령으로 가게 되면, 당연히 배운 것을 실천하게 되겠지요.”
“그렇지.”
“그래서 보내 주시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버린 몸, 귀화해서 고려인으로 살자?”
“네,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고려 글이라는 것이 누구나 너무 쉽게 쓰고 누구나 읽고 하는 것도 그런 마음을 먹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아. 허락하지.”
“감사합니다, 대장님.”
“다만, 가족들이 모두 오는 조건이야.”
“나도 그게 좋습니다. 사실 그 청도 드리려고 했습니다.”
“가족들을 데려다 줄 테니 가족들이 모두 오면, 그때 정식으로 귀화하고 고려인으로 살게 해 주지.”
주양세가 바닥에 그대로 엎드리며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고려인으로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그만한 일에 장군 경력을 가진 사람이 눈물까지 보이고 그래?”
주양세가 미소를 띠고는 아무 말 없이 눈가에 맺힌 물기를 닦아 냈다.
귀화를 승낙해서인지,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 저쪽 방에 가면 붓과 종이가 있으니까, 가족들에게 보내는 서찰을 쓰고, 별도로 가족들의 이름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적어 두도록 해. 내가 그냥 가자고 하면 안 올 거잖아?”
태영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주양세가 따라 일어섰다.
방을 이동해서 붓과 벼루와 종이가 깔린 곳으로 들어가자 주양세가 벼루의 뚜껑을 열고 먹을 갈기 시작했다.
손쉽게 펜을 써도 되지만, 사포에서 글을 배우고 익힌 사람들과 달리 이들에게 펜은 익숙하지 않은 필기구이다.
주양세는 먹을 다 갈자 간략하게 자신은 잘 있다고 쓰고, 이유 불문하고 이 서찰을 가지고 온 사람을 따라오라고 썼다.
그리고 다른 종이에 집의 위치와 찾아가는 방법 등을 썼다.
전에 심문을 할 때, 가족들의 인적 사항은 이미 기록해 주었으니 모두 데려오면 된다. 한 명도 빠짐없이.
“올해 안에 데려다주지.”
태영은 서찰을 받아 들며 말해 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대장님.”
***
“맛있네.”
제주에서 실어 준 귤 3가마니와 말린 옥돔이 10쾌라고 했다.
노인의 이름이 명기되고 현령으로 임명한다는 교지를 전달해 주자 극진한 대접을 받고 떠날 때 실어 준 물건들이다.
귤은 끝물이라 좋은 것이 없다고 미안해하며 실어 주었지만, 그래도 황제나 고관대작이나 먹을 수 있는 것을 맛본다며 병사들은 신이 났다.
후쿠오카를 가던 중에 식사 시간이 되어 옥돔 구이를 가져왔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사포에서 후쿠오카로 직접 가면 230킬로 정도, 제주를 돌아가면 770킬로나 되기에 엄청나게 돌아가는 길이지만, 어차피 제주에 가야 병사들을 태울 수 있는 것이다.
초봄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선상에서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옥돔 구이라니.
21세기 현대에서 태영은 이런 호사를 절대로 누릴 수 없었다.
“정말 맛있습니다. 대장님.”
병사들도 다들 입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오늘은 단체로 선상에서의 점심이었다.
“갈 때 제주에 들러서 옥돔을 좀 사 가야겠어. 그런데 누가 바다 좀 봐라. 뭐가 있는 것 같다.”
조금 전부터 뱃전에 뭔가가 툭툭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파도를 헤치고 달리는 중이라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에 맛있는 음식까지 먹고 있어서 병사들은 느끼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감각이 예민해진 태영은 느끼고 있었다.
“대장님, 저기 바다를 좀 보시지요.”
함교에서 항해사가 얼굴을 내밀고 큰 소리로 외쳤다.
“대장님, 저게 뭐죠? 굉장히 큰 물고기인데.”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보자.”
“바다에 사람보다 더 큰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달리고 있는데, 너무 많아서 해룡호에 마구 부딪치는데요?”
태영이 뱃전으로 가는 중에 병사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아, 저거 참치네.”
참치였다.
그것도 어른의 키보다 더 큰, 어마어마하게 큰 참치가 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인데 어찌 된 것이 해룡호를 피해 가지 못하고 부딪치며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함장, 배 세우라고 해라. 오늘 참치 회 좀 먹어 보자.”
태영은 옆에서 감탄사를 발하며 바다를 넘겨다보던 송복기에게 주문을 했고, 송복기는 함교를 향해 정선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 참치가 잡히는 철인가? 아니면 이 해역이 참치의 이동 경로인가?
어부도 아닌데 그런 거 알 게 뭐야.
사포가 분명히 바닷가 마을이고, 꽤 많은 어부가 조업을 하는데, 그들이 잡아 온 물고기 중에 참치는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종은 아닌 모양이다.
먼 바다로 나가야 잡히는 어종이라면 이 시대에 이놈들을 잡는 어부가 없을 테니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이 이해가 된다.
태영은 21세기 현대에서 참치는 통조림 말고는 먹어 본 적이 없다.
참치회는 너무 비싸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는 가난한 대학생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고가의 음식이었다.
“참치. 저게 이름이 참치입니까?”
송복기가 물었다.
“맞아, 저게 횟감으로 아주 고급이야. 구이로 먹어도 되나 몰라.”
식당 중에 참치 횟집은 봐도 참치 구이 집은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하긴, 그런데 신경 쓰고 살 형편이 아니었기에 관심을 갖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나는 것이겠지만, 참치도 생선인데 이렇게 먹으면 어떻고 저렇게 먹으면 어때?
회로도 먹고 구이로도 먹고.
“한 마리만 잡아도 해룡호에 탄 전원이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몇 마리 건져 올려 봐.”
배를 세우고 창대에 줄을 묶어 던져서 참치 2마리를 잡아 올렸다.
크레인이 없었으면 들어 올리지도 못할 정도의 무게다.
“사포로 돌아갈 때도 만나면, 몇 마리 잡아 가서 사포 사람들 포식을 시킬 텐데.”
그런 행운이 또 와 주려나?
“정말 그러면 좋겠는데요. 그나저나 안 먹어 봐서 모르겠는데 정말 맛있나요?”
“먹는 건 설명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거야. 먹어 봐야 맛을 알지.”
“주방에서 숙수들이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들도 놀라는데요.”
저 정도가 떼 지어 가는 걸 잡는 것은 잡는 게 아니라 그냥 건져 올리는 것이 맞다.
참치 떼를 내려다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러 마리 잡아서 냉동실에 넣어 두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을 텐데, 냉동실이 없어서 당장 먹을 거 외에는 소용이 없다.
참치도 생선이고, 생선이란 놈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상하기 시작하니 많이 잡아 봐야 소용도 없고, 옥돔처럼 배를 따서 말릴 수도 없다.
말려볼까? 어쨌거나 전기, 빨리 발전을 해야 해.
그래야 냉동실을 만들어서 저놈들 잡아 냉동시켜서 가지고 가지.
에이, 지금 몇 마리 잡아서 그냥 사포로 돌아가서 내려 주고 올까?
그래 봐야 사포까지 다녀와도 이틀이면 되는데, 후쿠오카 가는 길이 시간 정해 둔 것도 아니고, 해룡호가 정기 여객선도 아닌데 며칠 늦어지면 어때?
별 생각이 다 든다.
“김태연, 비망록에 참치 잡이 작살포 만들 것, 하고 써 두어라.”
“네, 대장님.”
정하연이 임신으로 동행하지 못하니, 서윤을 데리고 사포의 모든 것을 알려 주겠다면서 적적하더라도 이번엔 혼자 가라고 했다.
정규하까지 군사 훈련에 포함되었기에 잔디와 가림이, 눈이와 함께 정하연의 옆에 남고 유시완, 장호, 아리가 따라붙었다.
“좀 더 건져 올려 봐라. 한 오십 마리 정도.”
“네?”
“대장님, 왜 그러시는데요?”
“저게, 우리가 되돌아갈 때도 있을 놈들이 아니니까, 좀 건져다가 사포에 내려 주고 오자.”
“와, 좋습니다. 자, 모두들 대장님 말씀 들었지?”
신도익이 손뼉을 치면서 병사들에게 재촉을 했다.
오십 마리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이라서, 아마도 상하기 전에 다 먹지 못할 것이다.
두 마리를 건져 올리고 중단하려 했던 병사들이, 신도익의 말에 잠깐 멍하다가 다시 참치를 잡아 올리기 시작했다.
***
“대장님, 후쿠오카 만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리가 1호 선실의 문을 두드리며 도착했음을 보고했다.
“알았다. 나가마.”
태영은 대답한 후 태블릿을 끈 뒤 주머니에 넣고 침실 쪽을 쳐다보았다.
해룡호 1호 선실에서 정하연과 함께하지 않은 유일한 여행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멀리 보이는 선착장에 김웅겸을 필두로 사포의 병사들이 대열을 맞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김웅겸이 2개 중대를 데리고 주둔하고 있었기에 아까부터 간헐적으로 뱃고동을 울리며, 해룡호가 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어서 저렇게 도열해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김웅겸과는 지난해 말에 이곳을 떠난 이후에 처음 보는 거니까 몇 달 만에 본다.
그런데 사포 병사의 줄 뒤에 백 명은 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서 있는데, 왜인들이 입는 옷이 아니라 고려 옷이다.
여자, 고려 옷.
혹시 와카마쓰에서처럼 그런?
정하연이 김웅겸이 준 서신을 전달받았지만, 사신단 일을 들켜서 인간 사냥을 당한다는 이야기 외에는 없었다.
김웅겸에게 들어 보면 알겠지.
“전체, 열중쉬어, 차렷!”
태영이 하선하여 다가가자 율촌의 곽병선이 구령을 크게 내질렀다.
“대장님께 경례!”
충성~
곽병선의 구호에 맞춰 김웅경과 김중겸을 포함해 모든 병사들이 우렁차게 외치는 경례 구호는 장엄하기까지 했다.
“충성!”
“바로.”
“제군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병사들의 손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대장, 특별한 일이 있는가?”
“우리 병사들은 모두 다 건강하게 잘 지냈습니다. 다만, 보시다시피 뒤에 고려 여인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모두 마을이 약탈당하고 왜병들에게 잡혀 온 여인들입니다. 자세한 것은 곧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런 개놈들을 봤나?
사포에서도 왜국이나 송나라의 사람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부리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고려 해안을 침략하다가 덜미가 잡힌 경우이거나, 사포의 병사들을 공격하다가 잡힌 전과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당연한 죄과를 돌려받는 것이지만, 저 여인들은 무슨 죄가 있나?
“그런데 왜 불러냈어?”
“불러낸 것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나온 것입니다. 대장님.”
“그래?”
“네, 모두 대장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많네?”
“모두 108명입니다.”
“현황 정리된 것 있나?”
더럽고 지저분한 옷이 아니라 깨끗한 옷에 얼굴도 말끔한 것을 보니, 저들을 발견한 지가 제법 된 모양이다.
“네, 그것도 함께 보고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