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39
139. 후쿠오카 가는 길(2)
율촌 2중대의 본부 소대장인 조한얼이 두 명의 병사와 함께 고가를 데리고 회의실로 지정한 곳에 들어왔다.
고가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이, 지난번에 잔디에게 칼에 찔릴 때 근육을 상한 모양이다.
그때, 제대로 된 치료는 해 주지 않았고, 그냥 피가 멎도록 지혈제를 뿌리고 붕대로 싸매기만 했었는데, 그 때문인 듯했다.
“충성! 고가 미테루 데려왔습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절도 있는 경례와 함께 보고를 한다.
“그래, 저기 앉혀.”
“네, 대장님.”
회의실에는 소대장 이상의 간부는 모두 모였고, 비서실도 전원 참석시켰다.
“전하께서 직접 쓰시고 날인한 문서입니다.”
고가는 마주 앉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일왕이 쓴 조공에 대해 작성한 문서를 내놓았다.
태영이 요구한 목록과 약속 이행에 대한 부분이 명기되어 있었다.
고려를 영원한 상국으로 모시고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있었다.
네놈들 성격을 모르나?
앞에서는 간도 다 빼 줄 듯하고 돌아서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족속들.
“두 가지가 빠졌군.”
“네?”
“왕자는 누구나 다섯 살이 되면 고려에 보내서 교육을 받도록 하고, 그 중에서 다음 대 왕위를 계승한다는 것, 왕은 3년에 한 번씩 고려 황실에 직접 와서 문안 인사를 올릴 것.”
사실 이것은, 지난번 요구에는 없었지만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다섯 살부터 고려에서 교육을 받으면 반쯤은 고려인이 되기도 하지만, 확실한 볼모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원나라가 고려를 황제에서 왕으로 격하시키고, 왕위 계승 서열에 있는 왕자를 데려다 반쯤 몽골인으로 만든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남들도 다 하는 짓인데 그렇게 좀 하기로서니.
“…….”
고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약간 경련을 일으켰다.
태영이 생각한 것을 고가라고 짐작하지 못할 것이 아니니 당연한 것이다.
“왜 싫은가?”
“……그것도 추가한 문서를 준비하겠습니다.”
마지못해 하는 대답이지만, 뭐 상관없다.
절대로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 건 태영도 알고, 왜국의 왕실도 알고, 고가도 안다.
“그래, 그간의 상황을 말해 봐.”
기본적인 요구 사항이 마무리되자 태영이 고가에게 말했다.
“송나라에 사신단을 파견하려던 것이 막부에 발각된 이후, 막부에서는 왕실을 지지하던 영주들을 차근차근 척결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곳이나 당했는데?”
태영이 인구를 줄여 주려 생각하고 있는데, 저희들끼리 서로 죽이면서 인구를 줄이면 아주 좋은 거지.
“현재까지 두 곳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태영이 이곳을 떠난 시기가 지난해 초겨울, 아니 11월 하순이었는데 지금이 3월이니 4개월 정도가 흘렀다.
그사이에 두 곳이면 크게 많이 당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고가는 무지하게 엄살을 떤다.
아, 그렇지. 시대가 다르니까.
“그 정도면, 시범 수준이라고 봐야 하는 정도 아닌가?”
“정보에 따르면, 올해 안에 세 곳 정도는 더 칠 것이라 합니다.”
“정확한 것인가?”
“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희들이 송나라에 지원 요청을 하면, 송나라가 승낙한다는 가정하에 너희를 도우러 오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2년을 잡았습니다.”
“왜?”
“송나라는 해전이 많지 않는 나라이기에, 병력을 태우고 올 병선을 준비하고 해전을 준비하는데 그만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여몽 연합군이 일본 원정을 준비하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렸더라?
현대에서는 항상 전시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고, 상당 부분을 돈으로 때우기도 하지만, 이 시대는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나 지난하다.
무기를 준비하고, 군수 물자를 비축해야 하고, 병사들을 훈련시켜야 하고, 특히 이렇게 바다를 건너야 할 때는 병선을 준비해야 하기에 더욱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고가는 비교적 제대로 된 추정을 한 것 같다.
아니, 거짓말해 봐야 들킬 것이 뻔하니까 거짓말을 안 했다고 봐야 하나?
“우리도 막부를 치려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네, 그리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그것을 준비하는데 많은 물자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것이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물자 목록을 주시면, 가능한 범위까지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이젠 제법 말이 통하기 시작하는군.
“좋다, 준비해서 주도록 하겠다.”
고가가 송나라에서 준비하는데 2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으니, 태영이 기간을 말하지 않더라도 그 정도의 기간을 예상할 것이다.
자주포가 완성되고, 황룡호가 진수되면 준비는 충분하지만, 2년으로 기대해 주면 좋다.
고가 미테루와는 2시간 정도에 걸쳐서 문답식의 대화가 오갔다. 개략적인 정보이지만 현황을 파악하는데 조금의 도움은 되었다.
***
“아리야, 차 좀 더 줄래?”
“네, 대장님.”
“김태연 좀 오라고 하고.”
“네, 곧 들어올 것입니다.”
세 명의 중대장과 대대장 김웅겸이 자리에 남았다.
이제는 회의라기보다는 고가 미테루와의 회의에 따른 다음 이야기들을 할 시간이다.
“궁금증이 많은 얼굴들인데.”
“대장님이 바로 진격하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잖아?”
“네, 고가와의 이야기 중에 대장님의 의도가 조금은 파악되었습니다.”
“말해 봐.”
“막부가 왜국의 실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라면, 꽤 큰 규모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들과 전쟁을 하면 우리 쪽에도 제법 피해가 있게 될 것이어서 조금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피해를 입으면서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
“네, 그래서 대장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하면서 무척 안심이 되었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인지, 대대장이 파악한 걸 말해 봐. 중대장들도 들어 보게.”
그때 조용히 문이 열리고 김태연이 회의실로 들어와 앉았다.
“막부 측과 황실이 얼마간 맞붙으면서 서로 간에 힘이 빠지는 것을 보며 기다리실 거라는 생각 입니다. 힘이 빠져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그때 우리가 공격해서 남은 세력을 쓸어버린다. 그런 계획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면 우리의 피해는 최소화되고 얻을 것은 충분히 얻어 낼 수 있을 테구요.”
“흐음, 또?”
“나머지는 뭐, 그냥 작은 상황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요한 것이 빠졌지.”
“아, 자주포.”
“맞아.”
“대장님이 말씀해 주신 기억은 있습니다만, 저희가 이미 익숙하게 봐 온 것이 아니라 생각을 잠시 못 했습니다.”
“이해돼. 황룡호에 자주포를 실을 거야. 막부를 칠 때 사용할 거니까, 얼마나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때 눈으로 보도록 해.”
“전에는 한 번씩 왜구들이 쳐들어오면 피해 도망치기 일쑤였고, 저놈들이 떼로 몰려다니니까 우리 쪽 피해가 정말 컸었습니다.”
“그런데?”
“대장님이 오시고, 총을 손에 쥔 뒤로 우리 쪽은 간혹 다치는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거기다가…….”
“거기다가 왜구들이 쳐들어올까 걱정하기보다는 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렇게 박살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김중겸이 뒷말을 덧붙였다.
그 말에 곽병선도, 신도익도 웃었다.
“전에는 마을 한구석에서 박한이 양민들을 어떻게 괴롭힐까 생각하고 지시를 내리면, 한숨을 쉬면서도 그 일을 하고 돌아서서 욕이나 하고 그랬습니다.”
갑자기 웬 자숙과 반성의 시간?
“그런데?”
“후쿠오카에 있는 몇 달간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장님이 우리에게 오시고 난 후 대체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신도익은 대장님을 수행했지만, 여기 남아 있는 우리 셋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이렇게 큰 힘을 주시고, 넓고 큰 세상을 보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웬 익숙하지 않은 감동 모드?
대대장을 포함하여 중대장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장님께 경례!”
충성~
사람들이 말이야.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충성!”
물론 이런 것들이 사나이들만 가지는 어떤 유대 심리일 것이지만, 태영의 나이에 그런 것을 진하게 느끼기에는 세상을 산 연륜이 짧았다.
태영은 그래도 가슴이 먹먹해지며 경례를 받았다.
“모두 앉아. 김태연, 참치 몇 마리 남아 있지?”
“네.”
“오늘 저녁은 참치회와 참치 구이로 이 사람들과 잔치를 하자고. 해룡호에 연락해.”
“네, 대장님.”
지시를 받은 김태연은 주머니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태블릿이 켜지자 모두의 시선이 김태연에게로 향했다. 신도익을 제외하고는 태블릿을 처음 보기 때문이다.
김태연에게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대답하고 신도익도 아는 데까지 대답해 주는 것을 보며, 신기한 것 보는 중이니 얼마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자,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밀린 이야기 좀 더 하자고.”
“네, 대장님.”
“어디까지 수색했다고 했지?”
“우선 동북 해안으로는 후크쓰〔福津〕라고 부르는 지역까지 수색하였습니다. 거리는 여기서부터 육십 리 정도 됩니다.”
“그리고.”
“서남 해안으로 가라쓰〔唐津〕 지역까지 수색했는데, 이 지역에서 약간의 저항이 있었고, 150을 사살했습니다.”
“거긴 왜구가 있었네?”
“네, 거기는 동북 해안보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그쪽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150리 정도인데, 해안선을 따라가면 300리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안선이 복잡하면 완전히 소탕되었다고 보긴 어렵겠지?”
“네,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곳 가라쓰에서 고려 여인 31인을 구했고, 나머지는 다자이후에서 구해 왔습니다.”
그럼, 다자이후에서 77명을 구했다는 말이다.
“다자이후는?”
“왜구 2백을 사살하고 거기서 더 넘어가지는 못했습니다. 한번 습격을 받은 적이 있어서 신중을 기한 면도 있고, 더 많은 인원을 빼서 수색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건 잘했어.”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고가가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여기 도착한 지 한 달 넘었습니다.”
“고가를 감시했나?”
“네, 그리고 지금 숙소로 지정해 준 건물을 기준으로 담장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우리와의 이야기 중에 막부에서 왕실을 지지하는 영주들을 척결하기 시작했다고 했잖아?”
“그랬죠.”
“그런데 그 와중에 고가는 어떻게 그리 쉽게 몸을 빼낸 걸까? 왕실에서 임명한 내대신이라서 그냥 둔 걸까?”
“저도 그게 좀 의심이 되긴 했습니다. 혹시 우리 뒤통수를 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지정된 숙소에서 아주 얌전하게 있어서, 보름쯤 지난 뒤에는 의심을 접었습니다.”
“우리의 요구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승낙했어. 이 넓은 땅을 내어 주는 결정은 그리 쉽게 승낙할 문제가 아니거든.”
“그렇지요.”
“아무리 사이카이도가 왜국 전체 크기에 비해 작다고는 해도…….”
의심은 가지만, 정보가 없다.
첩자를 심어 두지 않는다면 그런 정보를 얻어 내기란 불가능하고, 몽골과 송나라도 개경에 꽤 많은 첩자를 심어 두고 있을 것이고, 고려도 몽골이나 송나라에 처자를 심어 두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그럼 왜국에는?
최세헌이 왜국에는 없다고 했었다.
사포는 사실상 그런 여력도 없지만, 여태까지는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 당연히 첩자는 없고, 정보도 없다. 그러니 정보가 필요하면 가 보는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내일, 고가에게 돌아가라고 해. 그리고 이곳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와서 연락을 취하라고 해.”
“대장님의 생각을 좀 더 듣고 싶은데요.”
태영이 고가 미테루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듯 보이자 김웅겸이 말을 꺼냈다.
“고가에게는 3개월에 한 번 여기 오는 일이 안전하지 않아. 그렇지?”
“네…….”
“막부에서 송나라에 원군을 요청한 사신단 대표인 고가 미테루를 소리 소문 없이 죽여 버려도 되는데, 오지카초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던 니시가와라는 놈과 그들은 다 잡으면서도 왜 고가는 그냥 두는 것인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이 필요해.”
“그걸 우린 모르는 거구요.”
“그래, 그러니 안전하지 않은 저놈이 계속 살아 있으면서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오면, 그에 따라 유추해 낼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야.”
“음, 그렇죠.”
태영은 후쿠오카로 이동하는 중에, 막부의 권력과 왜구들에 대한 것을 태블릿으로 테르에 연결해서 조사할 수 있는 데까지 조사를 했다.
테르는 정하연에게 맡겨 두고 태블릿을 테르에 연결하자 아무 문제없이 연결되었다.
왜구들에 대한 정보들을 검색했지만, 테르가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링크를 제공하기 위한 서문 수준의 정보들뿐이었다.
그런 불분명한 자료이기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본 결과, 왜구들의 주서식지는 서해도 남쪽의 시모시마 섬 지역부터 시작해 서해도 해안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시모노세키 앞의 해협을 지나, 흔히 말하는 일본 본토의 해안을 따라 나고야에 이르는 해안 지역 전체에 해당되었다.
그 해안에 있는 거의 모든 왜인들은 모두 왜구였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내용이다.
왜구들에게 고려와 조선 땅은 왜구들이 한탕을 노리는 무대였다.
고려 중기부터 한반도 전역은 왜구들이 약탈을 하는 중요 대상이었고, 명나라는 왜구의 약탈을 견디다 못 해 해금령(海禁令)을 내릴 정도로 폐해가 심각했다.
한반도는 동쪽의 원산 지역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서 대동강을 타고 오르며 평양까지 이르는 모든 해안을 약탈했고, 중국 땅은 산동 반도부터 시작해 현재의 베트남과 필리핀 지역에 이르는 모든 해안 지역을 약탈했다.
왜구는 동아시아부터 서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골칫덩어리였다.
일본은 대륙과 접해 있지 않은 지리적 이점이 있다.
그것은, 강력한 힘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의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전투 병력의 손실이 더 적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전투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넘치지만, 자신들의 적이라 볼 수 있는 대상은 멀리 대륙에 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과 국경이 닿아 있는 곳에 언제나 강력한 적이 있어 그들과 싸우기에도 정신이 없으니, 일본이 해안을 노략질하는 것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강력한 적이 없으니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노략질하는 세력은 점점 더 불어났다.
이들은 자신들을 막을 막강한 적군이 없으니, 배를 타고 나가서 경비가 허술한 마을을 공격해서 약탈하는 것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약탈은 힘을 발산할 기회도 되고, 사람들을 마음대로 죽여도 되고, 여자들을 마음껏 취해도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 놓고 해적질을 하고 다녔다.
그 해적들의 본진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 후쿠오카를 비롯하여 사이카이도 전역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막부나 왕실이 힘이 없어서 이들을 방치한 것일까?
아니면, 왜구들을 은근히 충동질하여, 그들이 털어 온 물자를 상납 받으면서 재정을 강화시켜 한반도와 대륙을 침략할 힘을 비축하였을까?
21세기의 일본은, 왜구들은 우리에게도 골칫덩어리였다는 말로 얼버무리면서, 그들은 통제권 밖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테르를 통해서 확인된 왜구와 해적들에 대한 이야기는 연도가 대부분 1300년대부터 1500년대 사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1220년이다.
라일리가 말한 다차원 우주나 평행 우주가 맞다는 가정하에 생각해 보더라도, 왜 서로 다른 평행 우주는 시대가 일치하지 않는 거지?
달이 두 개이니 다를 수도 있지만.
“모르겠단 말이야.”
“어떤 생각이 있으십니까?”
태영의 머릿속에서 일어났다 사라진, 여러 생각 중에 튀어나온 의문점인 것을 알지 못하는 김웅겸이 물었다.
“최세헌에게 보고 와서 파악하라고 할까?”
태영도 김웅겸이 질문한 의도를 알지만 다른 대답을 했다.
“하하하, 대장님도 참.”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곧이어 문이 열렸다.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대장님.”
“그래, 알았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끝없는 연구 개발을 해 왔다.
전쟁이 없었다면, 현대와 같은 기술 문명은 없었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하게 살기 위해?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그것도 맞지만, 그건 부차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 온 역사는 승자의 기록만을 남긴다.
비잉~
회의실을 벗어나는데 태블릿에 톡이 날아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김웅겸과 중대장들에게 먼저 나가라고 손짓하고는 태블릿을 꺼냈다.
톡 창을 보니, 단체톡 방이 아니고, 정하연과 일대일의 단독 대화창이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