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43
143. 후쿠오카 가는 길(6)
62명을 구해 간 적이 있다는 말을 꺼내자, 모든 고려 여인들이 자기들끼리 나누던 이야기를 멈추고 태영을 바라본다.
“그들을 구해서 사포로 데려갔고, 사포에 남겠다고 한 사람은 사포에 집을 주어 살게 해 주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사람은 모두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
이미설이 태영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순둘 중에 스물일곱이 남고, 서른다섯과 아이 넷이 집으로 돌아갔다.”
“네…….”
“물론, 스물일곱 중에 고향에 갔다가 우리 병사들이 되돌아올 때 함께 돌아온 사람이 여덟이 포함되어 있다.”
“…….”
왜 돌아왔을까 하는 궁금함이 얼굴에 잠시 나타났지만 태영은 말을 계속했다.
“사포에서 요양을 하는 열흘 남짓 동안 글을 배운 한 아이가, 자신이 노비로 살던 집으로 돌아간 뒤, 지난해 늦은 가을에 그 마을의 절에 있는 스님에게 서찰을 써서 내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열흘 동안 글을 배워 서찰을 쓸 수 있다구요?”
“내가 가르치는 글은 한나절이면 다 배울 수 있는 글이다.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네.”
“그 서찰이 내게 왔을 때는 그 아이가 목을 맨 뒤였다.”
“네?”
이미설의 놀란 대답을 뒤로하고 잠시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목을 맨 이유가 궁금하지 않느냐?”
“왜, 왜 그런 것이옵니까?”
“왜구에게 끌려갔다 온 것들과 같은 마을에 사는 것이 창피하다고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일도 주지 않고, 그 집에는 소작도 주지 않고, 온 마을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손가락질하고 욕을 했다.”
“하아…… 세상에.”
“우리 마을 사람들은, 우리의 병사들은 여인과 아이는 반드시 지켜 주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
하아~
“그래서, 내가 구해 준 여인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무슨 이유로 죽어야 했는지를 알기 위해 조사를 나갔다.”
“그랬더니요?”
이런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에 시작했다. 그러니 제대로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서 작은 전마선으로 도망을 치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이가 일곱, 그 중에 아이 둘이 있었다.”
“일곱이나…….”
“그리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이가 셋.”
“또 있사옵니까?”
“그래, 뒷산 나무에 목을 맨 이가 넷인데, 아이 둘을 먼저 죽이고 목을 매달았다.”
“아…… 으……윽.”
화를 참으며 입을 앙다물다가 나온 비명이었다.
“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죽은 이가 셋이 있고…….”
“하아…….”
“둘은 행적이 묘연하고, 하나는 광인이 되었다.”
“흐으…… 하아…….”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이 아이 미설이는 알 것이다. 태영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얼굴에 공부한 티가 나는 것도 나는 것이지만, 제법 자존심 있어 보였다.
성격이 칼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서하셨습니까?”
질문을 하는데,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데도 파랗게 불꽃이 일어난다. 마치 태영이 용서했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아이의 두 눈에서 눈물이 볼을 따라 흘러내렸지만, 아이는 눈물을 닦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용서할 수가 없더구나.”
“어찌하셨는지요?”
“궁금하느냐?”
“네, 궁금하옵니다.”
“그 아이들이 죽는데 조금이라도 관계된 사람은, 그 죄를 물어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조리 목을 잘라 주었다.”
“양반도 말입니까?”
아이는 그때서야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고, 두 손으로 눈가를 문질러 물기를 밀어냈다.
“그 중에 6부의 판사를 지낸 이가 있었다. 물론 그가 주도하여 벌인 일이다.”
“어찌하셨습니까?”
“그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잘랐다.”
“하…….”
“그리고 재산을 몰수하여, 죽은 이의 가족과 괴롭힘을 당했지만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사포로 데리고 갔다.”
이번에는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어린다.
“6부의 판사를 지낸 신분이면, 나라에서 가만있지 않았을 텐데, 나라에서 사람을 보내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나를 찾아오면 모두 목을 잘라 보내리라 마음먹었는데, 아직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찌 불러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장님이라 불러라.”
“네, 대장님. 혹시 대장님이 자리를 비운 이런 때에 나라에서 찾아올지도 모르지 않사옵니까?”
“우리 병사들은 매우 강하다.”
“네?”
“내가 자리를 비워도 걱정 없다는 말이니라.”
“네.”
“너희들도 사포에서 얼마간 정양을 한 뒤, 사포에 남을 것인지, 살던 곳으로 돌아갈 것인지 물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 줄 것이다.”
“…….”
“이건 알아 두어라.”
“말씀하시지요.”
“너희 마을도 그럴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네.”
“지난해의 그들도 우리 병사들이 지켜보는 사흘 동안, 돌아온 것을 축하해 주었고, 반겨 주었고, 기뻐해 주었었다.”
“…….”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인데 제대로 알까 싶기는 하다.
“사포에서 영선까지는 제법 먼 길이기에, 그와 같은 일이 생긴다 해도 그 아이처럼 내게 알려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즉, 내가 다시 도와주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
대답을 못 하는 것은 생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거기서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설사 내가 연락을 받고 도와주러 간다고 해도, 그때는 아무도 살아 있지 못할 가능성이 더 많다.”
“네, 나리.”
“어떤 결정을 하건, 나는 너희들의 뜻에 따라 줄 것이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너희가 져야 한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네, 나리. 지금 하신 말씀 명심하여 동무들에게 의사를 묻도록 하겠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동무란 말은 북한에서 쓰는 말이어서 사라졌지만, 이 시대는 모두들 쓰는 말이다.
태영과 나누는 이야기를 주위의 몇이 듣고 있었고, 그들도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 이야기를 미리 한 이유는 이들에게 생각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사포에 도착하면 태영이 한 이야기에 대해 이들을 돌봐 주는 사람들에게 물을 것이다.
정확한 내용을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하다.
“자, 상처가 심한 사람은 내가 먼저 좀 보자.”
“나리, 혹시 오는 의원 중에 의녀도 있사옵니까?”
“있다.”
“남자에게 내보이기 곤란한 곳에 상처가 있으니, 기다렸다가 의녀가 오면 보이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사실 염려가 되긴 했다.
“그래, 그렇게 하자.”
고려 여인들은 서로 간에 머리를 기댄 채 졸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태영은 특별히 말을 시키지 않았다.
이미설에게 한 이야기 때문에 저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방해할 필요도 없고, 이 시간에 집을 찾아 들어가서 잠을 자게 하는 것도 애매해서 그냥 두었다.
빠라바라 빵~
바다에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신호는 해룡호에서 쓰는 신호 방식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이 시간에 도착을 했다니 정말 부지런히 서두른 모양이다.
태영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아마 저렇게 계속 나팔 소리를 낼 것이다.
태영은 글록을 꺼냈다.
월광이 공중에 떠서 비추고 있지만, 신도익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잠시 귀를 막도록 해라.”
왜 그러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 가득한 얼굴로 태영을 쳐다보는 여인들이 많았지만, 귀를 막는 사람은 몇 없었다.
“어서.”
다시 한번 재촉하자 그때서야 대부분 귀를 막았지만, 그래도 막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탄창을 빼내고, 약실의 총탄까지 뺀 후에 공포탄 한 발을 채워 넣고 하늘로 들어 올렸다.
지금은 야심한 밤인 데다 바다에서 들려오는 작은 파도 소리 외에는 사위가 조용한 편이어서 총소리가 꽤 크게 들릴 터였다.
글록의 총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공포탄은 좀 다르다.
탕~
“으아악, 아아악.”
“흐악.”
그러니까 귀를 막으라니까, 왜 말을 듣지 않는 거야?
혼나야 해.
빠라라라 빠라라랑~
나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총소리를 듣고, 태영이 있는 곳을 찾았다는 뜻이다.
월광이 비추고 있으니 해안으로 어렵지 않게 들어온다.
태영은 배가 오는 방향으로 가서, 바닷가에 매어진 전마선 몇 개를 연결하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충성! 늦지 않았습니까?”
뱃전에는 병사들이 태영을 보고 있고, 신도익이 경례를 하면서 물어온다.
“빨리 왔네?”
“노예들을 좀 심하게 조졌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
“3중대, 그리고 의무병 하선하라. 아까 지정한 사람은 배를 지키도록 한다.”
옛, 중대장님~
우렁찬 대답이 들리고, 병사들이 하선하여 전마선으로 옮겨 타는 대로 노를 저어 들어갔다.
“의무병, 환자들부터 보도록 하고, 여기 심하게 다친 환자가 있으니까, 저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도록 해라.”
태영은 공터에 연해 있는 집 한곳을 가리켰다.
“넵, 알겠습니다.”
그때부터 신도익을 비롯한 병사들이 장내를 정리하고, 의무병들이 환자를 돌보기 시작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길에 신도익이 물었다.
“피곤하다.”
“그래도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그 많은 왜구들을 대장님 혼자 처리하시다니요. 심지어 총 한 번 쏘지 않고.”
“…….”
그냥 말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
“남아 있는 놈들 살려 두지 말고 모두 수장시켜 버리고 올 걸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는데, 단근형에 팔까지 못 쓰게 만들었으니 그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맞아. 그들 먹여 살리느라 당분간 정신 못 차릴 거야. 그리고 힘을 쓰던 놈들이 그렇게 병신이 되면, 주위 사람들을 못살게 굴거든.”
“아하, 그렇지요.”
“그게 더 나아.”
“네, 그나저나 저 여인들은 어디 사람들입니까?”
“영선이라는 곳 사람들인데, 거제에서 더 서쪽으로 가면 있는 곳이야.”
“제법 먼 곳이군요, 다들 집으로 돌아가려 하겠죠?”
“글쎄, 저 여인들에게 향촌의 이야기를 좀 해 주긴 했는데, 어쩔지 모르지.”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왜구들에게서 구해 주었더니 같은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면 그건 정말 화가 나는 일이거든요.”
“그래도 우린 저들이 해 달라는 대로 해 줘야 해.”
“그리 알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쿠오카에도 백팔 명이나 있는데, 이번에는 많은데요.”
“그러게.”
“그 여인들은 여기 머문 시간이 많아서 면담을 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사포에 남겠다고 했답니다.”
“그래?”
“네, 우선 사포의 군인들이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습니까? 강하기도 하고.”
“그렇지?”
맞는 말이다.
“그리고, 후쿠오카에 잡혀 온 지도 오래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잡혀 올 때 구해 줄 생각도 안 해서, 이제 그 사람들과는 살고 싶지 않답니다.”
“어차피 우리야 상관없지. 우린 적당하게 인구가 불어나는 것이 좋으니까.”
“아마 저들 중에 절반 이상은 군인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
“네, 여군들에게 여군이 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많이 물어온다 합니다.”
“시켜주지, 뭐.”
잡혀 왔던 여인들이 군인이 되면 왜구들에게 악착같아진다.
그건 좋은 일이다.
“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고가를 놓쳐 버려서 짜증이 나네.”
드론은 시코쿠 섬의 북단인 다카마쓰를 지나 얼마간 더 가다가 되돌아왔다.
시코쿠도 분명 다른 이름이 있을 거야.
그걸 알아낼 때까지는 시코쿠라는 이름으로 쓸 수밖에.
아직은 배터리가 좀 남아 있었지만, 통제 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되돌아온 모양이다.
오사카에서 상륙해 교토로 가는지, 아니면 다른 곳을 가는지까지 확인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뱃전에는 구해 온 여인들과 사포의 병사들이 어울려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또 누군가는 한숨을 내쉰다.
저들은 왜구에게 잡혀 끌려왔지만, 저들의 고향은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얼마나 죽었을지, 죽은 그 사람들 속에 부모 형제는 있을지 없을지 일부는 알 수도 있고, 일부는 모를 수도 있다. 아마도 남자 형제들은 피신하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대장님.”
아까부터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던 이미설이 태영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느냐?”
“지금 가는 곳이 사포가 아니라 후쿠오카라는 곳이라 하셨지요?”
“그래.”
“사포에는 언제 돌아가실 예정이신지요?”
“후쿠오카에서 이틀 뒤에 출발할 것이고, 사포까지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소녀가 잡혀 올 때, 오라버니들이 관군들과 뒤섞여 왜구와 싸우고 있었는데, 오라버니도 아버님도 걱정되어 그리합니다, 그래서 혹시 사포로 돌아가시기 전에 영선을 먼저 가 주시면 아니 될까 하여 여쭙는 것이옵니다.”
“걱정되는 것은 안다만, 그 요구는 들어줄 수가 없다.”
***
“달구곶에서 왔다고?”
선착장에서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본부로 들어오니 가림이가 연락을 가지고 들어왔다.
“네.”
“들여보내.”
“충성! 2중대 1소대 상병 기소동입니다.”
“어 그래, 어서 와.”
소동이의 원래 이름은 쇠똥이었다.
그런 것을 이름을 순화시키는 것이 좋겠다며, 태영이 소동이가 어떠냐고 그 부모에게 물었고, 그게 좋다고 해서 이름이 바뀌었다.
물론 성이 없어서 기씨로 하라고 했고, 아마도 세월이 지나면 소동이 아버지가 사포 기씨의 시조가 될 것이다.
“천운이 돌잔치 때문에 연락드리러 왔습니다. 중대장님께서 대장님이 참석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천운이? 천운이가 누구야?”
“그때, 왜 대장님이 죽은 제 엄마 배 속에서 꺼낸 녀석 있지 않습니까?”
“그놈이 천운이야?”
맞아. 그때 그놈이었구나.
사내아이였고, 죽은 목숨 살아났다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그놈에게 젖을 물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리고 권우석이 그곳에도 농장을 만들고 난 뒤에 그놈의 아비가 매일 농장에 가서 우유 받아 가서 직접 먹여 키운다고 들었다.
그 운 좋은 녀석이 천운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제 어미 배 속에 있을 때 어미가 죽었으니 운 좋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난 놈이다.
“네, 그놈을 받았던 아주머니가, 네놈이 죽기 전에 대장님이 오신 것도 천운이고, 네 어미가 죽는 자리에 대장님이 나타나신 것도 천운이고, 죽은 네 어미 배 속에서도 살아난 건 정말 천운이니, 너는 평생 천운을 몸에 감고 살겠다며, 이름을 천운이로 하자 해서 그게 이름이 되었습니다.”
“하하하, 그래?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대장님, 천운이 돌에는 가야 해요.”
옆에 있던 정하연이 대뜸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 가자. 오래간만에 권 대위 얼굴도 한번 보고, 달구곶은 어찌 살고 있는지도 봐야지.”
“죽은 어미 배 속에서도 살아났다는 것이 정말인가요, 실장님?”
전령이 떠나고 사무실이 조용해졌을 때, 서윤이 물었다.
비서실 병사들 대부분이 보았던 일이긴 해도, 지금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한다.
그 일이 한서윤은 궁금한 모양이었다.
“서윤아, 대장님하고 살다 보면 기상천외한 일들을 종종 보게 될 거야.”
“네, 벌써부터 그건 알고 있어요. 그건 대장님께서 저의 목숨을 구해 주신 그날부터 벌써 느꼈어요.”
“그렇지?”
“네, 그다음 날은 더 놀라운 일이 있었지요.”
“그래, 앞으로도 그런 일들은 종종 보게 될 거야. 그렇다고 해도 너무 놀라지 마.”
“네, 그런데 천운이는요?”
“지난해 봄에 달구곶에 왜구가 침입해서, 우리가 갔을 때는 만삭의 어미가 왜구들의 칼에 찔려 죽었어. 어미는 죽고 난 뒤였지만 대장님이 그 어미의 배 속에서 천운이를 꺼내 살려 내셨다.”
“하아.”
그래, 이 시대로 보면 놀라운 일이긴 하지.
태영도 몰랐다.
그놈이 살아나게 될지.
진짜 천운을 가지고 태어난 놈이 맞긴 맞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