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50
150. 미봉산에서(2)
“으음.”
태영은 온몸을 마치 칼로 난자당하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뭐야, 왜 이렇게 아픈 거야?”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몸은 일으켜지지 않았다.
충격이 제법 크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변화된 신체의 능력으로 인해 그 정도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할 정도는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몸을 일으키기 위해 힘을 주어서 그런지 팔과 다리, 허리, 머리, 등, 엉덩이 등 몸의 모든 곳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태영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눈을 뜨려고 해 보았지만 눈도 떠지지 않았다. 마치 본드로 눈꺼풀 위쪽과 아래쪽을 붙여 버리기라도 한 듯 뻑뻑한 느낌이다.
손을 들어 올려 눈을 비비고자 했지만, 손은 의지와 상관없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살짝 잠들었다가 다시 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눈을 떠 보았지만, 눈앞은 여전히 깜깜하고, 주위는 바람 한 점도 없었다.
눈을 떠 봐야 상황이 어떤지 파악할 텐데, 눈도 떠지지 않고 팔다리도 움직이지 않으니 짐작이 되지 않는다.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서윤으로부터, 아니면 그 옆에서 뻗어 나온 그 충격파로 인해 뒤로 튕겨 나갔다. 만일 그 충격으로 인해서 이런 상태가 된 것이라면, 태영 자신은 문제가 아니다.
서윤은?
서윤이 서 있던 자리에서 그 충격파가 발생했다.
폭발은 아니었고, 분명히 충격파 같은 것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서윤의 몸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기는 했는데, 혹시 다치지 않았을까?
따라붙는다고 할 때, 말릴걸. 그게 아니라면 테르를 가지러 갈 때 데리고 갈걸.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다쳤으면, 아니 그 충격의 진원지에 있었으니 혹시 죽기라도 했으면 어떡하지?
그 충격의 진원지에서 한참을 떨어져 있었던 태영도 지금과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그 충격파에 직접 노출되었으면 서윤은 분명 정상이 아닐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예쁜 아내.
얼굴보다 더 예쁜 마음씨로 태영을 항상 즐겁게 해 주는 착한 아내인데.
“서윤아.”
목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태영의 귀에도 들렸다.
“서윤아. 한서윤.”
대답이 없다. 깜깜한 속에서 답답하지 짝이 없다.
“서윤아, 여기 있어? 어디 있는지 내 말 들리면 대답을 해. 서윤아.”
“대장님, 태영 씨 들려요?”
그때, 귀에 익은 정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연이 왜 여기에?
오지 말라고 했고, 분명히 본부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테르를 가지고 갔는데, 왜 정하연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내 말 들려요?”
목소리는 들리는데, 주위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깜깜했다.
태영의 손을 잡는 정하연의 손길이 느껴졌다.
“대장님, 내 말 들려요?”
“응, 들려. 여기 오지 말라니까 왜 왔어?”
“왜? 여기가 어딘 줄 알아요?”
“여기 미봉산이잖아? 충격으로 나가떨어졌었는데 왜 눈이 안 보이지?”
“휴, 그래도 깨어났으니 다행이에요.”
“실장님, 제가 좀 보겠습니다.”
강성호의 목소리다.
강성호의 손이 눈꺼풀을 만지는 느낌이 있고, 볼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더니 두 손가락으로 눈을 뜨게 만들었다.
“대장님, 아무것도 안 보이나요?”
“응, 아무것도,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을 좀 해 봐.”
“그건 대장님이 설명을 해야지요. 대체 미봉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그보다 서윤이. 서윤이는 괜찮아?”
“괜찮은 거 같아 보여요.”
정하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려 나왔다.
“같아 보이다니?”
“대장님이 일어나시면, 가서 보셔야 해요. 말로는 설명을 못 해요. 아니 설명이 안 돼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
“사흘 만에?”
자다 깨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는데, 비몽사몽간에 자다가 깨어난 것 같은 생각은 들었다.
언젠가부터 눈앞의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몸을 움직이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네, 미봉산에서 집으로 모셔온 뒤 사흘 만에 깨어났어요.”
도대체 그놈만 나타나면 왜 이런 거야?
눈이 떠지고 눈앞의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어제부터였다.
“그럼, 그때부터 지금까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나흘이요.”
그날로부터 이레가 지났다는 말이다.
말도 안 돼.
태영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한서윤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고, 당연히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정신이 든 이후에 계속 물었지만, 가 보기 전에는 소용없을 것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궁금증만 증폭되었지만, 정하연의 지시 때문이었는지 비서실 병사들도 말해 주지 않았다.
정하연이 시켰다면, 그것 때문에 야단을 칠 수는 없어서 그냥 두고 말았다.
“이제 가도 돼.”
“진짜 몸 괜찮아요?”
“응, 괜찮아. 그러니까 가자.”
“네, 가요.”
태영과 정하연이 밖으로 나서자,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작은 조랑말이 매어져 있어서 속도가 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정하연의 부른 배를 생각하면 아주 좋은 선택이다.
정하연의 마차 옆으로는 잔디와 눈이를 비롯한 비서실 병사들이 줄줄이 따랐고, 그 뒤로는 김웅겸을 비롯한 병사들이 중대급으로 뒤따랐다.
“저게 대체.”
미봉산에 도착하면서 태영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 빛의 무리가 보였던 그 지점이 천막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높이가 2미터는 넘을 것 같고 지름이 10미터 이상 되어 보이는 공간에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을 따라 마포를 둘둘 말아서 천막처럼 만들어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저 안을 볼 수 없도록 여군들 동원해서 이렇게 천막을 쳤어요. 들어가 보세요.”
여군들을 동원해서 천막을 쳐?
힘 좋은 남자 병사들을 두고 왜 여군들을?
김웅겸의 웃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남군들이 왜 지원해 주지 않았어?”
“대장님,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김웅겸의 대답이다.
“왜?”
“그날 아침에 실장님을 따라왔던 병사들은 주위에 오기도 전에 제자리 섯, 뒤로 돌아라는 명령으로 뭐를 보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실장님이 천막을 다 칠 때까지 2백 미터 안으로 접근을 못 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이곳 가까이 올 수 있었던 건, 천막이 완성된 다음입니다.”
“그랬단 말이야?”
“네.”
정하연이 명령을 내렸다 하니,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또 뭐라고 할 수가 없다.
“들어가 보세요. 그럼 알게 돼요.”
정하연의 다음 말을 듣고 태영이 천막의 한 자락을 들치고 2미터쯤 전진하여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구조는 들어갈 수 있는 곳의 안자락과 바깥 자락을 길게 겹쳐서 그 누구도 안쪽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형태이다.
많은 궁금증을 뒤로하고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왜 여군들을 동원했는지, 왜 이렇게 겹겹이 둘렀는지, 그리고 김웅겸이 그리 말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
뒤에서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정하연은 안으로 따라 들어오지 않고, 밖에 있는 모양이다.
태영이 서윤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저도 몰라요. 대장님이 설명을 좀 해 주세요.”
태영인들 아는 것이 없다.
“처음부터 이 상태야?”
“네, 새벽이 되어도 안 오시기에 비서실 병사들 데리고 찾으러 왔다가 당신은 저쪽 구석에 쓰러져 있고, 서윤이는 지금 보시는 모습 그대로였어요.”
“어떻게 사람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지?”
“제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에요.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말해 줄 게 있나?
서윤이 팔을 들어 그 빛의 가장자리에 손을 대려던 것인지, 댄 것인지 구분이 안 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달려가다가 서윤의 몸이 하얗게 빛나면서 옷들이 실낱같이 터져 나가며 쏘아지기에 눈을 질끈 감았고, 그 순간 충격을 몸으로 받아 낸 것 말고는 태영도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 미안하지만. 나도 기억나는 것이 없어.”
“혹시 테르에 영상이 녹화되어 있나 해서 열어 보긴 했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테르를 열어 보는 방법은 정하연에게 설명을 해 준 적이 있었다.
태영이 곁에 없다면 열 방법이 없지만, 곁에 있으면 비록 정신을 잃었다고 해도 열어 볼 수 있었다.
어떻게 하든, 두 손을 스캐너에 가져다 대면 되니까.
“테르는 열어 볼 시간도 없었어. 달려와서 여기 도착하는 순간에 충격을 받고 쓰러졌으니까. 난 쓰러지자마자 일어난 것 같은데 사흘이나 지나서 깨어났다고 했고.”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누가 서윤이 만져 본 적이 있어?”
“1미터 안쪽으로는 접근을 못 해요. 1미터 정도 가까이 가면, 온몸을 무언가가 간질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더 접근하면 번개 같은 것이 지지는 것 같대요.”
“그래?”
“네, 그리고 줄을 던져 보았는데 서윤이 몸 근처에 가면 줄이 터져서 산산조각이 나요.”
“그럼 지금 상태를 아무도 모르겠네?”
“숨을 쉬어요.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잖아요. 그러니 살아 있는 거죠.”
그랬나?
그것까지 유심히 보지를 못했다.
“들어가서 상태를 다시 좀 볼게.”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가까이 가거나 만지거나 하진 마세요.”
“남편이 아내를 그렇게 놔둘 수는 없잖아?”
“여기도 아내는 있다구요. 그것도 곧 태어날 아기를 배 속에 품고 있는 만삭의 아내.”
“그래, 알았어. 알았어.”
여자는 엄마가 되면 강해진다고 하던데, 틀린 말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직 엄마가 되지도 않았고, 엄마가 될 예정인 것뿐인데 벌써 기가 엄청 세어진 것 같다.
하, 그나저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천막 안으로 몸을 들여 놓았지만 도저히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서윤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의 몸으로 공중 1미터 정도의 높이에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몸에는 안개꽃 같은 느낌의 빛이 몸 주위를 감싸고 있다.
뽀얀 것도 아니고 찬란하지는 않지만, 빛나는 상태로 몸 주위를 마치 안개가 산모퉁이를 따라 흐르듯이 흐르고 있었다.
사포의 병사들이 받친 것인지 서윤의 몸 아래쪽에는 짚단과 마포가 조작조각으로 찢어져서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 아마도 정하연이 말한 것처럼 터져 나가서 저 상태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입고 있던 옷이 실낱같이 가는 조각으로 흩어져 날리던 모습도 착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천막 안쪽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손가락 길이보다 짧은 실들이 천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전역에 흩어져 있었다.
“어찌…….”
사람이 공중에 떠 있을 수가 있나?
그 말은 안으로 삼켰다.
하긴, 그렇게 따지자면 태영이나 라일리나 아나이스, 그리고 케네스 같은 사람이 이 시대로 온 것조차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서윤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도, 태영이 이 시대로 날아온 것도 모두 초자연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초자연 현상이라도 그렇지, 사람이 공중에 떠 있다고?
지금까지 이레나 지났는데?
서윤의 생사도 궁금하고, 상태도 궁금했지만 정하연에게 들은 말로 인해 쉽게 접근이 안 된다.
숨을 쉬고 있다는 정하연의 말처럼 가슴이 조금씩 오르내리는 모습이 틀림없는 호흡의 증거이니 살아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접근을 하지 못한다고?
태영은 서윤의 가까이로 이동했다.
1미터.
아무렇지도 않은데?
50센티.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
“뭐지? 하연이 거짓말할 사람도 아니고.”
손을 뻗었다.
낮의 햇살이 충만한 곳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의 모습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거기다가 서윤의 몸 주위에는 연하게 반짝이는 빛이 감싸고 있는데, 그로 인해 더욱더 아름다웠다.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손끝이 살갗에 닿자 손끝에 마치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있었지만, 놀랄 정도나 뒤로 튕겨 날 정도는 아니다.
헉.
“…….”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서윤이 눈을 뜬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반가운 마음에 심장이 요동쳤고 숨이 가빠졌다.
그래, 살아 있었어.
그때, 제비골에서처럼 태영의 간절한 마음이 통해서였는지 모르지만, 살아 있었어. 그것도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는 몸에 아무 이상도 없이.
하이고, 요 이쁜 것.
“서방님. 악.”
‘그래, 서윤아. 나.’
서윤이 부르는 소리에 그렇게 대답해야 하는데, 서윤이 태영을 부르는 순간 서윤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빛이 사라졌고, 빛이 사라진 순간 한서윤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던 것이다.
태영의 오른손은 서윤의 어깨 아래로, 왼손은 무릎 아래로 번개처럼 들어갔고, 그로 인해 서윤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태영에게 안긴 모습이 되었다.
이런 때, 이렇게 빠른 움직임은 정말 좋은 것 같다.
바닥에는 지푸라기와 마포가 찢어발겨진 채로 소복하게 쌓여 있기는 해도 1미터 공중에서 무방비로 떨어졌으면 조금은 아프지 않았을까?
태영이 서윤을 받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앉은 상태이기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로 눈앞에 서윤의 눈부신 나신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조금 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아?”
태영의 질문에 싱긋 웃었지만, 얼굴엔 홍조가 물들었다.
“저 지금 홀랑 벗고 있는 거 맞죠?”
그렇게 물으면서 태영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었다.
저도 부끄럽겠지. 환한 대낮에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품에 안겨 있으니.
“응, 맞아. 홀랑 벗고 있는 거.”
“저, 뭐라도 좀 걸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정 실장이 밖에 있으니까 옷을 좀 달라고 해야겠다.”
“저기, 저기 있는 것 같은데요.”
서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니, 천막을 친 기둥 하나에 옷이 걸려 있었다.
한서윤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 옷을 가져다주자 이미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장옷을 어깨에 걸쳐 주자 옷자락을 당겨 앞으로 여미면서 몸을 돌렸다.
얼굴에는 여전히 홍조가 물들어 있는데, 부부 사이에 단둘이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한낮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다.
“닷새쯤 지난 것 같은데. 맞나요?”
옷을 다 챙겨 입은 서윤이 물었다.
“아냐, 이레.”
“아, 그럼 이틀 정도는 기억을 못 하는 거구나.”
“그럼, 정신이 있었다는 소리네?”
“네. 천막을 친 것은 기억이 없는데, 천막 안에서 성님이 부르는 소리는 몇 번 들었어요. 그런데 입이 안 떨어지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서윤아.”
태영과 서윤이 도란도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렸기 때문인지 정하연이 천막 안으로 발을 들이며 한서윤을 불렀다.
“성님.”
정하연은 팔을 벌리고, 한서윤은 달려가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 태영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정하연이 서윤의 얼굴을 이리 보고 저리 보았다.
“괜찮아?”
“네, 성님. 걱정 많이 하셨죠?”
“그래, 걱정 많이 했어.”
“닷새가 지난 줄 알았는데, 이레라고 서방님께 방금 들었어요.”
“그래, 이레 동안 그러고 있었어. 내가 드론으로 촬영해 두었거든. 그건 남들이 접근 못 하게 암호 걸어서 보관해 두었으니까 나중에 봐.”
그걸, 드론으로 찍었다고?
이거 다행인 거야, 아닌 거야?
둘이서 서로를 걱정하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친자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성님. 이제 내려가요.”
그래, 내려가자.
그동안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네 얘기 좀 들어 보자.
닷새 동안은 몸을 움직이지 못했을 뿐 깨어 있었다고 하니, 기억하고 있는 것도 많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