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59
159. 항주 단상(1)
“그런데 케네스 씨가 살아 있다면 하실 일이 있었습니까?”
당연한 궁금증이다.
“그 일로 케네스 씨의 조로 현상이 멈출지는 모르겠지만, 해 보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아, 그럼 혹시?”
“아, 그것이 케네스 씨의 상황에서 해 볼 수 있는 일이었을 뿐, 나나 아나이스에게는 아닙니다.”
아나이스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발끝을 보고 한참을 있었다.
케네스를 통해서 시험해 보고자 했던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태영이나 한서윤,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 그렇게 해 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가실까요? 우리 아이들이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네, 그러시죠.”
“잠깐, 사실은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여쭙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한두 가지 여쭈어도 될까요?”
“대답해 드려도 상관없는 것이라면요.”
아나이스가 면사를 벗었다. 그런 일은 정말 좀처럼 없는 일인데.
물론 태영이나 서윤은 아나이스의 면사 벗은 얼굴을 자주 보았고, 본 얼굴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속하지만, 면사를 벗고 말할 때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사실 나는 몽골과 원, 그리고 송나라의 관계를 제대로 잘 알지 못합니다.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그렇지, 오스만 제국에서 그런 것을 배울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오스만 제국 시절이 역사적으로는 근세에 해당할지 몰라도 여인들에게는 여전히 중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 안다면 이곳에서 상단주로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그만큼이리라.
“네.”
“몇 가지만 묻고 싶은데.”
“미래를 아는 것은 다행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그것을 바꾸려 한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릅니다.”
태영은 아나이스가 꺼내는 말을 짐작하고 그렇게 말해 주었다.
“바꾸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힘도 없구요. 그래도 제가 대처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
고개만 끄덕거렸다.
“최 단주께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리고 미래의 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원을 제지할 생각이 없다 말씀하신 것은 조금 전의 그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아나이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왜구는……. 아.”
“네, 짐작하신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섬나라여서 대륙의 역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그런 것입니다.”
무엇을 짐작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리 답해 주었다.
“대륙과 상관이 없다는 것이군요.”
“네, 왜구와 원의 접점은 수백 년 동안 없을 것이니까요.”
없지. 여몽 연합군이 왜를 정벌하려다 실패하니까.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게 말한 아나이스가 발길을 돌리려 했다.
태영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인가?
“송과 전쟁 중인 금은 송에게 철천지원수이지요?”
그래서 조금만 말해 주려고 태영이 말을 먼저 꺼냈다.
면사를 다시 하려던 아나이스가 태영의 말에 얼굴의 웃음을 거두면서 면사를 다시 내렸다. 태영이 말을 꺼낸 의도를 짐작했던 모양이다.
“네, 송을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여서, 이렇게 한곳으로 밀어내고 송의 땅을 차지한 곳이 금이니까요.”
그건 정확히 알고 있네.
후세의 역사에서는 북송과 남송으로 구분하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은 그런 구분이 없다.
“그래서 몽골은 송의 염원이 무엇인지를 알고 함께 금을 멸망시키자고 꼬드깁니다.”
“받아들이나요?”
“…….”
태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목표가 되겠군요.”
저것을 짐작하는 것은, 몽골과 송과 금 간의 역학 관계 또한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송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
태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송이 멸망하는 시기는 1276년, 앞으로 56년 후이다.
지금은 여전히 몽골을 통일한 칭기즈 칸이 유럽을 향해 서진 중이고, 앞으로 7년 후인 1227년 가을에 그 역시 죽는다.
송이 멸망하는 시기는 제5대 칸인 쿠빌라이가 등극한 지 한참 후의 일이고, 원이라는 국호를 정하는 것도 쿠빌라이 시절이니, 아나이스가 남들보다 두세 배의 긴 인생을 살지 않는 이상 아나이스 살아생전에 볼 일은 없다.
그러고 보면 고려는 대단했던 것 같다.
몽골에게 멸망한 위대한 제국들과 나라가 한두 곳인가?
난공불락의 제국 러시아가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벌을 당했고, 엄청난 대제국 호라즘도 몽골에 멸망했다.
서하 같은 경우는 완전히 멸족을 당했고, 바그다드는 항복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들까지 학살하여 거의 씨를 말려 버렸다.
동유럽의 부국 키예프의 경우에도 생명이란 생명은 모조리 죽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인종 청소를 하다시피 한 에스파냐, 아니 현대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지만, 그 나라들을 탓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일본은 여몽 정벌군에 정복당하지 않아서 저리 깝죽거리는 것인가?
그게 저희들이 강해서 정벌당하지 않는 건 아닌데, 뭔가 착각을 크게 하고 있다.
해상 전투 경험이 없고, 수군이 없는 몽골이기에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제대로 침공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것뿐이다.
“후…….”
“보통 사람의 일생을 기준으로, 올해 태어난 아이가 살아생전에 그 일을 볼 수도 있고,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면 언제쯤일지 충분히 짐작하겠지.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니군요.”
그 말을 하며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아나이스의 나이가 올해 66세, 얼굴은 26세이다.
몸은?
그거야 안 봤으니 모르겠지만, 몸도 26세쯤이 아닐까?
얼굴은 늙지 않고, 몸만 늙어 갈 수는 없을 테니.
그나저나 아나이스는 결혼을 했을까?
별 게 다 궁금하지만, 조금 전의 말 때문에 약간의 궁금함이 일었다.
아나이스도 자신이 얼마나 더 살아가게 될지 모르지만, 그 기간이라면 자신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물론 준비는 시킬 수 있겠지.
아나이스가 면사를 얼굴에 올리자, 한서윤이 면사 거는 것을 도와주었다.
“혹시 상산의 전설,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느낌상 태영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한서윤에게 묻는 것이다.
“재미있는 전설이 있습니까?”
한서윤이 면사를 정리해 주고 한 발 물러서자 아나이스가 몸을 돌려 한서윤을 바라보았다.
“네, 상산에 전설이 생겼지요.”
“그래요?”
“네, 서시도 울고 갈 미인이며, 상산을 지켜 낸 상산의 수호신.”
그리고 말을 멈추더니 한서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Artemis.”
아나이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서윤을 가볍게 포옹했다.
그리고 서윤의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는데, 말소리가 너무 작아서 듣지 못했지만, 영어로 말한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는데, 한서윤의 벙찐 표정도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나중에 물어봐야지.
세 사람이 선실을 벗어나자, 아나이스의 염려처럼 선실 밖에 대기 중이던 두 하녀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
선화 상단으로부터 제공받은 천선관에 들어와 짐을 다 푼 후, 안혜 황후는 태영과 아나이스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일행이 머무는 동안 식사를 책임질 숙수와 장원의 일을 보는 하인들까지 풀 셋으로 제공해 줘서 태영이 숙수와 하인을 구하러 다니는 일은 피하게 되었으니 번거로운 것 한 가지는 피한 셈이다.
“장원이 참으로 좋습니다. 여행객을 위해 빌려 주는 숙소의 규모가 과히 황궁에 비견할 만하니 송나라가 대국은 대국인 모양입니다.”
아나이스가 천선관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친절에 감사한 후에 한 말을 유진이 안혜 황후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이 시대 고려 사람들은 그냥 대국으로 인정해 버린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궁을 떠나 사포에서 머무는 데는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사포에서는 최 대장께서 귀빈관이라는 아주 좋은 장원을 제공해 주었는데, 넓고 쾌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궁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우리 천선관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이 여자들이?
쓸데없는 소리들 하네.
“천선관도 좋지만, 궁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사포의 귀빈관에 하루만 머물러 보시면 궁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바로 하게 됩니다.”
편하지. 거긴 21세기 현대식 건물인데.
이 시대의 집들이 아무리 편해도 절대로 따라갈 수가 없지.
“꼭 가 보고 싶군요. 혹시 사포 상단주께서는 우리가 의뢰를 하면 귀빈관 같은 장원을 항주에 건설해 주실 수 있습니까?”
“하, 그건 들어 드리기 어려운 의뢰인 것 같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혹시 비용 문제 때문입니까?”
“우선,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은 둘째 문제입니다.”
“그러시면?”
“그러한 장원을 짓기 위해서는 기반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을 갖추는데 몇 년이 걸립니다.”
“……?”
아나이스의 눈에 의문이 가득했다.
당연하지. 6천 명이 넘는 노예를 동원해서도 시간이 그렇게 걸렸는데.
“그런데 우리의 건설 담당 부서가 그렇게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외에도 해야 할 일들로 너무 바빠서 도무지 틈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들어 드리기 어려운 일이지요.”
아니, 솔직히 무조건 베껴 가는 중국 사람들이 있는 곳에 베낄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두고 싶지 않은 거지.
유리?
그건 이 시대 사람들의 기술로는 베끼기 힘들고, 거울은 전기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꿈일 뿐이었다.
그러나 집은 다르다. 쉽게 베끼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문제로 아나이스가 삐칠 것 같지는 않으니, 아니 삐져도 상관없다.
“꼭 한번, 사포에 가서 귀빈관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개경 손님께서 안 계시는 동안에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네, 다른 말씀 있으십니까?”
“송나라가 선진 문물을 가지고 있고, 고려는 송나라의 것을 배우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최 단주님은 송나라의 문물을 아득히 앞서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여 그렇습니다. 그곳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태영이 살아왔던 9백년 후의 송나라와 고려의 문물을 묻고 있는 것이다.
“거긴 그런 말이 있습니다.”
“무슨?”
“대륙의 실수.”
“대륙의 실수?”
“네, 어쩌다가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면, 그렇게 불립니다.”
“아. 하, 하, 하, 이거 충격이 상당히 크네요.”
띄엄띄엄 웃더니 어처구니없어 한다.
“가장 값싸고, 대충 쓰다 버릴 만한 물건은 참으로 잘 만듭니다.”
“그렇군요.”
“그러나 머지않아 그런 평판에서 탈출할지 모릅니다.”
“노력을 많이 하는 모양이군요.”
“남이 노력하여 만든 것을 아무런 대가의 지불 없이 잘 베끼거든요.”
“베끼면 안 되나요?”
“네,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베끼려고만 하면, 처음에 노력해서 만들려는 사람이 없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최초에 만든 사람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그건 중요한 문제인 것 같군요.”
“그러니 베끼고 싶으면 처음 만든 사람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베낄 때마다 권리의 일부에 해당하는 돈을 주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안 지키는군요?”
“네, 안 지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습니다.”
“이 사람들이 죄의식이 없다는 것은 맞아요. 지금도 그러니까요.”
아나이스는 조금 참담한 표정이었다.
이 시대의 윤리와 법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 많지.
태영과의 이야기가 끝나자, 안혜 황후와의 이야기는 제법 진지했다.
안혜 황후는 비록 통역을 통하기는 했지만, 아나이스와 송나라의 화폐 제도와 무역에 대한 것들 이것저것 등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폐 제도는 이제 사포에서 동전 사용이 거의 생활화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사포를 출입하는 상인들도 이젠 동전이 없이는 거래가 안 된다.
환전 업무는 본부의 비서실에서 하고 있고, 환전 시의 매입가와 판매가, 거기에 환전 수수료를 표시해 두고 있다.
외지 상인이 들어오면 은자를 내고 동전을 사며, 나갈 때는 외부에서 사용할 수 없는 동전을 팔고 나가는데, 큰 차이는 아니라도 곧 다시 올 상인들은 그 작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팔지 않고 나가기도 한단다.
“아, 혹시.”
“네.”
“이번에 상산에 쳐들어온 왜구들의 본진을 치러 갈 계획이 있으십니까?”
“당장 가지는 않아도 언젠가는 갈 것입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만일에 치러 들어가면, 우리 호위대를 데리고 가 주실 수 있는가 해서입니다.”
“호위대가 복수하고 싶다고 합니까?”
“네, 이번에 우리 호위대도 절반이 조금 넘는 인원이 왜구들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호위대장이 사포 상단은 왜구들에게 꼭 복수를 하러 간다는데, 선화 상단도 약간의 희생이 발생하더라도 그런 전례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하더군요.”
호위대와 관군이 합쳐서 5백 명 이상이 죽었다고 들었다.
태영이 오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전멸했을 것이다.
한서윤이 왜구들의 수장을 삽시간에 제압해 버렸고, 김웅겸이 병사들을 이끌고 오면서 왜구들을 완벽하게 궤멸시켰지만, 그 이전에 이미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기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왜구들은 배에서 포격과 화재로 사망한 숫자의 파악이 안 되기에 상륙한 숫자만 파악했을 때 3,560명 정도였다.
생존한 왜구는 나중에 모두 처형했다. 배 안에 남아 있다가 포격으로 배와 함께 수장된 왜구들까지 합치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제법 많은 숫자일 것이다.
그 인원이 모두 상산 앞바다에 수장되었다.
사실, 이 시대를 기준으로 이 정도의 사상자가 나온 것은 규모가 매우 큰 편인데, 송나라 조정은 이쪽에 눈도 돌리지 않는다. 아니 돌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송나라와 금나라는 최악의 사이이고, 지금도 여전이 전쟁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선화 상단에서 복수하는 전례를 만들고 전통으로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개 상단에서 그런 전례를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16세기에 만들어져 19세기 말에 해산한 영국의 무역 회사 동인도 회사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 동인도 회사와 중국 간의 전쟁이 아편 전쟁이고, 그 전쟁에서 중국은 박살이 났다.
아무리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영국의 일개 무역 회사에게 중국이 박살 난 것이다.
사포 상단은?
사포 상단은 송나라에 와서 상단이라고 했을 뿐, 실제로는 상단이 아니잖아?
“그래요?”
“네, 그런데 우린 저리 큰 배도 없고,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하니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해서 여쭙는 것입니다.”
“아마, 함께하기는 어려워도 선화 상단의 이름으로 복수를 해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언제라고 말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함께 데리고 가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다. 그 역시 무기 때문이고, 아나이스는 대충 그 뜻을 알 것이다.
“우리 호위대가 동행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겠지만, 그렇게만 해 주셔도 우린 충분합니다.”
제주를 침략해 왔던 곳, 상산에 쳐들어온 곳.
그렇게 두 곳.
기다려라. 머지않아 너희들의 마을로 찾아가마.
그리고 너희가 했던 짓을, 수십 배 되돌려서 처절하게 짓밟아 주마.
***
“분명 사람은 사는데, 출입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요.”
드론으로 주양세의 집을 정찰했던 정규하가 한서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정규하는 본의 아니게 태블릿을 모두 빼앗기고 테르에서 직접 조작하는 중이었다.
“이틀 동안 출입한 사람이 없다는 거지?”
“네, 부실장님. 이 동네 이상해요.”
“뭐가?”
“그 집 인근에 다른 집들이 많은데, 그 집들도 사람이 없어요. 그 일대 전체가 마치 빈집처럼 보여요.”
“그래? 거 특이하네.”
“조금 더 접근하면 확인이 가능하긴 할 것 같은데, 접근해 볼까요?”
“아니야. 대장님 말씀을 들어 보자.”
“네.”
주양세의 집을 찾아 드론을 띄워서 정찰을 시작한 지 이틀째.
태블릿 영상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수신된 영상을 고속으로 돌려 보며 상황을 파악하던 중이다.
그런데 이틀 동안 출입이 없다는 것, 주변에도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그 집에 다녀올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태영이 나섰다. 어차피 드론으로 서신을 전달해 줄 수도 없고, 따라나서라고 할 수도 없다.
“혼자요?”
“왜? 같이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