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71
171. 꺼지지 않는 불꽃(2)
사포에서 여기까지는 300킬로 거리가 채 안 되기에 통신이 잘 이루어진다.
하긴 사포에서 제주까지는 그 가운데가 바다여서 그런지 300킬로가 훨씬 넘는데도 통신이 잘 되는 편이다.
둘이서 한참 동안 톡을 주고받는 것 같더니 태영에게 건네준다.
“응, 왜?”
“성님이 서방님 바꿔 달래요.”
태영의 손에 넘어온 태블릿에는 이미 하연의 불평이 도착해 있었다.
태영은 한서윤에게 태블릿을 넘겨주었다.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오면 정하연은 태영 씨, 한서윤은 서방님으로 부르는 것이 굳어져 있다.
“성님이 많이 답답하신 모양이에요.”
태블릿의 채팅 내용을 힐끗 쳐다보던 서윤이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지. 마음대로 활개치고 다니다가 사포에 계속 묶여 있으니. 그래도 하연이가 사포를 지키고 있어서 안심이야.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일도 힘들겠어요. 사포에 돌아가면, 성님을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셋이서는 안 될까?”
“아이참, 망측하게.”
서윤이 눈을 흘긴다.
“자, 이리 와.”
태영이 못들은 체하고 손을 내밀자 한서윤은 눈을 한번 흘기며 태영의 품 안으로 안겨들어 자신의 입술을 태영의 입술에 덮어 왔다.
***
공격 시간을 해뜨기 전의 아침 시간으로 작전 개시를 잡은 걸 보니, 지난번에 후쿠오카를 칠 때, 효과가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그게 벌써 1년 전인데.
이번 나가사키 토벌 작전은 김웅겸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태영의 참견은 가능한 최소화했다.
대신, 태영과 한서윤이 도와주었으면 하는 부분을 작전에서 구분하라고 했다.
그때와 차이가 하나 있다면, 이번에는 드론으로 사전 정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쇠버리는?”
“조끼 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대장님 배낭에 큰 거 세 봉지 따로 넣었어요.”
조끼 주머니 한쪽에 2천 개씩 4천 개, 태영과 한서윤이 조끼를 각각 입으니 8천 개이다.
큰 봉지는 1개에 1만 개씩 들어 있으니 3만 개다.
만 개가 든 봉지라 해도 크기가 워낙 작은 쇠버리이다 보니, 묵직한 무게감은 있어도 부피는 얼마 되지 않는다.
“총은?”
“스피릿만 품속에 있는데, 요즘은 오히려 총보다 쇠버리가 편해요. 거기에 매후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서윤은 허리에 매달린 매후를 툭툭 쳤다.
매후, 철소에서 만들어 준, 날 폭이 좁은 매우 뛰어난 도검이다.
서윤은 쇠버리를 사용하도록 많은 연습을 하여, 4킬로나 떨어진 적에게 쏘아 내 한 방에 숨통을 끊어 놓을 정도로 엄청나게 능력이 발전되었다.
염력도 연습과 훈련을 통하여 계속적으로 능력이 확장되고 발전하는 모양이다.
서윤은 상산에서와는 달리 염력을 1시간 정도 사용해도 10분쯤 눈을 감고 편히 쉬면 바로 회복이 된다고 했다.
장시간 사용할 일이 없어서 지속적으로 몇 시간 사용했을 때 얼마나 쉬어 줘야 하는지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상황이니 무겁고, 소리도 큰 총보다는 쇠버리를 쓰는 것이 나은 모양이다.
“하긴, 나도 자꾸 쇠버리가 편해져서 자꾸 쇠버리를 쓰게 돼.”
태영도 그렇게 되었다.
태영의 초인력은, 처음에는 달려서 마하 3의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빠르게 걸어서 그 정도의 속도가 나온다.
공중 점프는 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모를 뿐 아주 높이 뛰어오를 수 있고, 착지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총탄의 탄 속은 초속 8백~9백 미터 정도이지만, 태영이 쇠버리를 던졌을 때, 총탄보다 빠를 것 같다는 생각만 할 뿐,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서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속도가 워낙 빠르니, 대기의 마찰로 쇠버리는 많은 열을 일으키고, 그 열로 인해 표적에 맞음과 동시에 변형이 크게 일어나 피해를 가중시킨다.
“이거 망태기, 잔디를 주라고 하셨죠?”
“응.”
“그런데 이거 백색 탄과 같은 거라고 하셨죠?”
“응.”
“이렇게 망태에 유리병 들어가게 잘 짜서 두 개를 넣으니까 아주 편한 것 같아요.”
“조심.”
“네, 알아요. 조심해야 하는 거. 그리고 항상 물속에 담가 둬야 하는 이유도 잘 알아요. 백색 탄 쌓아 둔 토굴은 정말 안전하죠?”
그냥 맹물은 아니지만, 그냥 보기에는 물이 맞긴 하다.
“응, 안전해.”
“지난번에 불나는 거 보니까 무서운 물건이던데. 괜히 걱정돼요.”
“이번에 사용하는 것은 성능 시험이니까, 효과를 보고 괜찮으면 더 만들 거야. 유진이에게 기록을 잘 하라고 했지?”
백색 탄의 위력은 태영이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확인이 필요하기에 이번을 시험 무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네, 진이가 그런 부분에서 매우 뛰어나요. 그나저나 더 만든다구요?”
“성능이 입증되면 일천 발 정도 만들려고.”
“여기 삼십 발을 가지고 오고, 사포에도 백 발을 남겨 두셨는데, 일천 발을 만들어요?”
“재료만 있으면 그보다 더 만들어서 쌓아 두려고 해.”
“그렇게나 많이 만들어요?”
“머지않아 많이 쓰일 거야.”
“그나저나 여기 병에 따로 담으신 건 쓸 용도가 있는 거죠?”
“응. 아마 아주 유용하게 쓰일 거야. 참, 잔디에게 전달할 때, 상륙해서는 그걸 메고 전투해서 흔들리면 안 되니까 비전투 요원에게 맡기라고 해.”
“네.”
1호 선실의 난간에서 밖을 내다보니 포병들이 박격포를 준비하고 있다.
전방으로 나가사키의 좁은 만을 앞두고, 공격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모습이 새벽의 여명에 희미하게 보인다.
“선미 중기관총.”
“넵, 연대장님.”
김웅겸의 부름에 도열한 병사들 중 셋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오늘 공격은 우리의 후미에도 왜병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주의하도록.”
“네, 작전 숙지는 잘 하고 있습니다.”
나가사키는 아주 좁은 만으로 되어 있어서 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배를 돌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폭이 좁다.
좁은 곳이 대략 6~7백 미터, 넓은 곳이 1킬로 정도이다.
그러니 해룡호의 기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태영은 김웅겸이 있는 곳으로 가면서 뒤쪽으로 도열해 있는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길을 거두었다.
“연대장.”
“충성! 대장님 나오셨습니까?”
“백색 탄 발사 준비는 되었지?”
“네, 백색 탄 사용 후 15분이 경과한 후에 추이를 보고 공격에 융통성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백색 탄 발사 훈련은 많이 시켰지만, 백색 탄이 터지는 것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어떤 것입니까?”
“모두 다 본 적이 없지?”
“네.”
“오늘 제대로 봐. 백색 탄의 발사 준비와 발사 관련 부분도 제대로 보고 익혀야 해. 그러면 바로 이해가 될 거야.”
“알겠습니다. 백색 탄 발사할 철궁조 준비되어 있습니다.”
백색 탄을 자주포나 박격포에 넣어서 쏠 수가 없어 철궁으로 발사한다.
아직 기술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북쪽의 국경 수비대에 일부라도 보내 주려면 그게 더 좋다.
“그래, 지도 보자.”
“오규보.”
김웅겸의 호출에 연대장의 비서로 임명된 오규보와 이연, 그리고 그 옆에는 태블릿을 든 유진이가 태영의 옆으로 왔다.
“여기와 여기, 여기. 세 곳이라는 말이지?”
“네, 대장님.”
“보자, 우리가 위 위치에서 정선을 하면, 거리가 여기는 해안에 가까우니까 7백 미터, 이곳은 1킬로, 여긴 8백 미터 정도 되네.”
“네, 그렇습니다. 여기에 모두 사용할 것입니까?”
“맞아. 1병영에 쏘는 것은 내가 하고, 나머지는 연대장이 지시해.”
“네, 백색 탄의 성능을 드디어 보게 되겠군요.”
“잘 봐. 그런데 이놈들 군사는 얼마나 있어?”
“제1병영에 1천2백 명 수준, 2병영과 3병영에 각각 6백 명 정도입니다.”
왜인들이 어떤 이름을 사용하는지 모르니, 작전상 편의를 위해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1호청은 웬만하면 포격을 하지 않도록 하고.”
“네, 포병단에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1호청이라 지칭한 곳은, 현청인지 아니면 영주가 거주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아주 넓은 대지에 잘 정돈된 장소인데, 왜병 수백이 지키고 있었다.
그곳의 이름을 모르니, 알기 쉽게 구분하기 위해 1호청으로 부르기로 했다.
2호청은 그보다 작은 규모의 장원 형태로 1호청과 같이 잘 단장된 장소이다.
이곳은 석벽으로 성을 쌓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외적의 침입이 없는 모양이다.
태영이 김웅겸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한서윤은 잔디에게 망태를 건네면서 당부를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잔디는 의무병에게 맡겨서 잘 관리할 테니 걱정 말라고 대답했다.
해룡호가 나가사키만 안으로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보이는 해안은 태블릿으로 받아서 띄운 테르에 있는 23세기 지도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태블릿의 화면에 보이는 지도는 23세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해안이 메워져 있는 곳이 많았지만, 현실은 그냥 해안의 비탈이 대부분이고, 비탈에 일부의 집들이 있었다.
해룡호가 진입하고, 해뜨기 전의 붉은빛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왜국도 이 시대는 봉건 영주 시대여서 왕이라고 해 봐야 무늬만 왕이고, 막부가 왕보다는 더 힘을 쓰지만, 막부 역시도 지역의 영주들에게 마음대로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마도 각 지방의 영주가 봉건 영주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곳은 가마쿠라 막부에서도 워낙 멀리 떨어진 곳이라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알 바 아니다.
***
해룡호가 정지했다.
선전 포고도 없이, 영화 같은 데서 본 이 시대의 전쟁처럼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서 벌이는 설전도 없다.
왜구들은 고려 해안에 들어오면서 들어온다고 포고하고 왔나?
그놈들도 저희들 마음대로 상륙해서 상륙하자마자 칼질부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영화의 주연 배우의 대사를 많게 해서 화면에 비치는 시간을 늘려 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국가 간의 전면 전쟁은 이 시대도 대부분 선전 포고 비슷한 행위를 한다고 했다.
19세기경부터는 문서로 보냈다고 하는데, 이 시대는 군사 끌고 와서 성 앞에 진을 치고 고함을 지르는 정도가 선전 포고라고 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제대로 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잘 들어라.”
태영은 백색 탄을 준비 중인 곳으로 가서 갑판의 병사들을 향해 큰 소리로 주의를 집중시켰다.
태영의 고함 소리에 병사들의 시선이 태영에게 향했다.
갑판 한쪽에 선 제주의 참관자들도 시선을 태영에게로 돌렸다.
“이번 작전 지휘는 내가 하지 않고, 연대장이 할 것이다. 다만, 내가 이렇게 먼저 나온 이유는 백색 탄의 사용 방법을 시범을 보이면서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백색 탄을 발사한 이후, 모든 작전은 연대장이 한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알리겠다. 여러분들은 왜구들이 침략한 제주가 얼마나 처참한 상황이었는지 모두 알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짓을 저지른 왜구들을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악마의 현신이라고 생각한다. 악마에게는 악마를 잡는 방법이 필요하다. 오늘 사용할 백색 탄은 몇 가지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악마의 불꽃, 또 다른 별명은 지옥의 천사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악마들에게 가장 잘 맞는 악마의 불꽃을 선물할 생각이다. 알았나?”
이건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병사들은 합창하듯 대답을 했다.
잠시 병사들을 둘러본 태영은 철궁 병에게 시선을 돌렸다.
“백색 탄 준비.”
태영의 지시에 따라 물통 속에 잠긴 백색 탄이 철궁에 장착되었다.
“이 백색탄은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조금도 열이 가해지면 안 돼. 그리고 여름에는 그냥 밖에 두기만 해도 불이 날 수 있으니까, 물통에서 꺼내면 즉시 발사해야 해.”
“넵, 명심하겠습니다.”
“불꽃 심지 준비. 불꽃 심지는 아주 중요해. 길이 조절된 거지?”
백색 탄을 장착한 병사가 불꽃 위치에 심지를 꽂았다.
현대식의 전자적으로 조종할 수가 없으니 원시적이지만 이 방법이 최상이다.
“넵. 1호 16초, 2호 17초, 3호 18초입니다.”
1병영으로 쏘아 보낼 백색 탄 3발이다.
“조준되었나?”
태영은 병사의 보고를 받자 그대로 조준 상황을 확인했다.
“조준 완료.”
“점화 준비. 점화를 하면 다음 명령을 기다리지 말고 그대로 발사한다. 알았나?”
“넵, 알겠습니다.”
“그럼, 점화.”
병사들이 심지에 불을 붙였다.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팡~
팡팡~
철궁에서 백색 탄 쏘아지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렸다.
철궁조는 백색 탄과 같이 무게를 맞춘 백색 탄 크기의 빈 철통을 수십 번씩 쏘면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고, 바람의 영향에 맞춰서 조절하는 연습을 했다.
“잘 들어라. 백색 탄의 또 다른 이름은 백린탄이다.”
“백색 탄, 악마의 불꽃, 이름은 깔끔한데 별명은 정말 무시무시하군요.”
김웅겸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지옥의 천사,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도익이다.
“좋은 말로 하면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고 하기도 한다.”
옆에서 태영이 했던 말, 백색 탄, 백린탄, 악마의 불꽃, 지옥의 천사, 꺼지지 않는 불꽃 그 다양한 이름을 중얼거리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펑~
퍼펑~
펑~
그때 1초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세 발의 백색 탄이 1병영의 상공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화점 60도.
그 낮은 온도에 불이 붙고, 일단 붙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꺼지지 않는다.
여명이 걷히면서 지상에는 검은빛, 붉은빛, 흰빛이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려 애쓰고 있고, 창공은 초겨울의 푸른 하늘이 붉은 기운을 밀어내고 있는데, 그 푸른 하늘에 하얀 연기가 퍼져 올랐다.
백색 연기의 위치는 1병영이 있는 곳의 하늘 위 100미터쯤이다.
파밧, 파바밧, 파밧~
터져 나간 백색 탄은 그 자체로 다시 터져서 분열하며 퍼져 나갔다.
백색의 연기가 노란 불꽃을 따라갔다.
파바바바밧~
분열, 다시 분열.
그것은 불꽃놀이의 불꽃과는 다르지만 눈이 시리도록 파란 새벽의 하늘에 나타난 하얀 연기가 아름답기까지 했다.
병사들은 숨을 죽이고 백색 탄이 터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속으로는 저게 뭐야? 공중에서 그냥 연기만 일으키는 거잖아 할지도 모른다.
연기와 불꽃은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애초에 상공 100미터쯤에서 터졌기에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그다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망원경을 눈앞에 대고 그 백색 탄의 불꽃이 떨어져 내린 곳을 바라보던 김웅겸의 입에서 신음 같은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대대장 신도익과 갑판에 병사들을 도열시키고 있는 중대장들도 망원경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신음을 흘렸다.
“백색의 연기로 가득 차서 보이지 않습니다.”
안 보이지. 연막탄의 역할도 겸하는 것이 백린탄이다.
백린탄의 연기를 호흡으로 들이마시면, 그것만으로도 무사하지 못한다.
“저래서 백색 탄이라 부르는 것이군요. 하얀색 연기라니.”
“그런데 불이 꺼지지 않습니까? 연기가 계속 나는데요.”
신도익이 물었다.
“백색 탄 그 자체가 완전히 타기 전에는 꺼지지 않아. 아까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고 했었지?”
“네, 그랬습니다.”
“저 불은 끌 수 있는 불이 아니야.”
“물을 뿌리거나 흙을 덮어도 꺼지지 않나요?”
“그렇게 해도 꺼지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무기는 대부분이 영국에서 개발되었듯, 백린탄 역시 영국에서 개발되었고, 민간에게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협정으로 맺어진 무기이다.
민간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군인들에게는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