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77
177. 비가(悲歌)(1)
GPS가 되지 않은 길은 새삼스럽게 너무나 어렵다.
그래도 길을 찾아 사포에서 떠난 지 나흘째 되는 날에 제비골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기마술이 숙련되지 않았기도 하고, 급히 가야할 길은 아니기에 천천히 이동하면서 길을 묻고 확인면서 움직였더니 나흘이나 걸렸다.
부모 형제와 함께 살아온 자신의 고향.
그 고향집 뒤뜰에 부모 형제가 봉분도 제대로 없이 누워 있다. 그러니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니펜트로 지리를 확인해 가면서 길을 잡고 있는 영상에 집이 좀 이상하게 보였다.
지리를 확인하기 위해 니펜트는 공중에 제법 높이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고도를 낮추거나 줌 인을 해 봐야 제대로 보일 것 같았다.
“서윤아.”
태영은 병사들이 있었기에 몸을 기울여서 한서윤의 귀 가까이에 대고 조용하게 불렀다.
“네, 네?”
“집이 이상해. 무너진 것 같기도 하고 불이 난 것 같기도 하고.”
니펜트는 이미 고도를 낮추고 있는 중이었다.
“잠깐, 줘 봐요.”
한서윤이 태블릿을 빼앗듯이 가져가서는 집을 확인한 후 줌 인으로 당겼다.
“정말이네.”
“고도를 좀 더 낮춰서 정면으로 봐봐. 여기서는 누가 봐도 상관없으니.”
“네.”
고도를 낮춰서 보내오는 영상으로 집을 관찰하던 한서윤의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저 말의 의미는?
동네 사람들이 불을 질렀다는 의미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에서 불이 날 이유가 없으니, 결국 누군가가 불을 질렀다는 말이다.
태블릿을 태영에게 넘겨주었다.
“이랴.”
서윤이 타고 있던 말의 박차를 가하고는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태영은 말에서 내리며 말고삐와 태블릿을 바로 뒤에 있던 유진이에게 넘겼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보고 천천히 뒤따라와.”
김처인과 유진이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말 잔등에 걸려 있던 지천과 월랑, 그리고 쇠버리가 든 조끼만 손으로 낚아채고는 한서윤을 뒤쫓았다.
“넵, 알겠습니다.”
김처인이 대답을 흘리며 걸음을 빨리했다.
후웅~
말이 달려 봐야 태영의 걸음보다 빠르지 않으니 금방 따라잡았다.
“강은, 저기를 건너. 저기가 얕아.”
“네.”
역시 시기가 봄 가뭄의 때 인지라 물이 많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물이 많지 않은 곳에서 태영은 달리는 동작으로 그대로 강을 건너 건너편 언덕에 착지했다.
서윤이 말을 탄 채로 강을 건너 강 언덕으로 올라와 집을 향해 말을 달렸다.
태영은 천천히 걸어서 서윤을 뒤따랐다.
“하.”
집 앞에 당도한 서윤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집의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불이 난 것이 분명한 집은 지붕은 모두 타서 서까래가 제대로 걸려 있는 것이 없었다.
이 시대 대부분의 집들은 토담집이다, 그래서 벽은 흙을 개어서 돌과 함께 쌓은 것이라 제대로 서 있지만, 그래도 이곳저곳이 허물어져 있고, 또 많은 곳이 불길에 그을려 있다.
불이 난 지 오래되었는지, 집 안팎으로 재는 많이 보이지 않았고, 타다가 만 서까래가 집 안쪽과 바깥쪽에 마구 떨어져 있다.
마루는 타지 않았지만, 불타던 서까래와 짚들이 그곳에 떨어지면서 그을리거나 타다 만 자국이 군데군데 보인다.
다닥~다가닥 다가닥다가닥~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사포의 병사들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당이 그리 큰 편이 아니어서 대문의 바깥쪽에 있는 밭에서 말을 내리고 말들을 묶었다.
마당으로 말을 몰고 들어섰던 병사들도 말을 밖으로 끌어내고 곧이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태영은 집 뒤쪽의 무덤 자리에 서윤과 함께 갔다.
“하, 이것들이 정말.”
봉분을 제대로 올리지 않고 낮게 하긴 했지만, 분명 제대로 무덤을 썼는데, 무덤이 파헤쳐져 있고, 허연 뼈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묘비 대신 놓아 두었던 돌, 작은 묘석 위에 해골 네 개가 얹혀 있었다. 이건 치명적인 해코지에 고인에 대한 모독이다.
그 중에 모친의 무덤 자리에 올라 있는 백골은 뾰족한 것으로 내려찍었는지 여러 조각이 떨어져 나가 묘석 옆에 흩어져 있었다. 모양은 유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형태가 아니다.
부친의 묘석에 있는 해골에도 호미 같은 것으로 내려찍었는지 구멍이 몇 개 나 있고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
오빠와 동생의 묘석 위에 자리한 해골 또한 예외 없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
“아버지.”
서윤은 아버지의 무덤 위치에 놓인 백골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으흥. 으흐흐흐흐흥.”
가슴을 에는 울음소리가 산골에 메아리쳤다.
“으아아아앙. 아버지이이…… 어머니이이이…….”
어머니를 부르는 서윤의 처절한 울음소리에 태영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무덤을 파헤쳐서 유골을 찍어 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이것들은 정말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서윤의 울음소리에 몇 명의 병사들이 뒤뜰로 돌아왔다가 기가 막힌 광경을 보고는 말을 잃었다.
“으흐으응, 흐으으으으으응.”
심장을 후비는 서윤의 울음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으헉, 컥.”
서윤의 울음이 그치는 데는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목에서 넘어오는 것을 옆으로 뱉어 내고 몸을 떨림을 참아 내며 천천히 울음을 그쳤다.
“부실장님, 죄송해요.”
유진이와 조이슬이 서윤을 부축했다.
네가 죄송할 것이 뭐냐?
이 짓을 한 사람들이 목숨으로 갚아도 갚지 못할 죄를 진 것이다.
“손대지 말고 그대로 흐윽, 그대로 두어라.”
서윤은 유골 옆에 서 있는 장호와 다른 비서실 병사들에게 그렇게 시키고는 몸을 일으켰다.
장시간 오열을 토해 냈기 때문인지 눈빛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대신, 파랗게 불꽃이 튀는 듯 눈에는 살기가 번들거렸다.
“침착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네.”
집 앞으로 돌아 나온 서윤은 본래 쪽구들이 놓여 잠을 자던 곳을 쓰다듬으며 허리를 숙였다.
“여기서 서방님과 첫날밤을 보냈는데.”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낮았지만 태영은 분명하게 들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몸을 일으켜서 역시 반쯤 타 버린 장롱을 쓰다듬었다. 모든 것들이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다.
부엌에 솥이 걸려 있던 자리는 휑하니 비어 있는 것이 누군가가 가져간 모양이고, 나무로 대충 얼기설기 엮어서 그릇을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했던 선반과 찬장에도 그릇들은 보이지 않고, 불에 타서 무너져 있었다.
찬장 아래쪽에 깨어진 그릇 조각이 있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닌 듯 누군가가 대부분 가져가고 남아 있던 것만 불에 탄 찬장이 무너지며 떨어져서 깨진 듯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불이 날 이유가 없으니, 누군가가 불을 질렀다는 것이고, 불을 지르기 전에 집에 있던 그다지 많지 않던 가재도구와 살림살이는 모두 가져갔다는 것이다.
마당으로 다시 나오자 유진이가 서윤의 팔을 잡고 쓰다듬었다.
“진이야.”
“네, 부실장님.”
“이곳은 내가 태어나서, 대장님을 만날 때까지 살던 집이다.”
“…….”
진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 함께 살았었다.”
“…….”
“그들은 내 어머니를 죽이고, 오빠와 동생들을 죽이고, 마지막에 아버지까지 죽였다.”
“…….”
듣는 모든 병사들이 숙연해졌다.
부모 형제가 잠들어 있는 곳에 가서 유해를 수습하여 개경에 있는 외할아버지 집에 전달할 것인데, 함께 갈 지원자를 모집했고, 김처인이 가장 먼저 지원해서 소대가 편성되었다.
태영과 서윤을 제외하고도 김처인 중대장이 인솔 책임자로, 본부 소대장 박준재와 여군 소대인 3소대 서여울 소대장을 위시하여 모두 17명, 비서실 병사 5명을 합쳐서 무려 22명이나 되는 규모였다.
비서실의 다른 병사들도 따라나서서 직속을 제외하고 모두 만류해서 그나마 직속만 오게 된 것이다.
서윤이 사포로 오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아무도 들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진이처럼, 늘 가까이 있는 사람은 들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아버지와 함께 죽었을 나를 구해 주시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신 대장님은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 하였다.”
그랬지.
“그런데도 나는 이들을 용서했다.”
용서했지.
용서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포기했지.
포기와 용서는 조금 다르지만, 이들에게 죄를 물어 함께 데려가지 않고 자신만 가려 했으니 용서한 것이 맞다.
마지막 느낌이 이상하여 개경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서 이곳으로 왔을 때, 대문으로 구획 지어진 저 바깥의 나무에 목을 매달고 이 한 많은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하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저들은 내 용서가 마땅치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살던 집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그렇다고 쳐도, 내 부모님과 형제의 유골에 저리 해를 입힌 것을 보니.”
“…….”
“다시 한번 용서해 주어야 할까?”
이미 한서윤의 말에 눈물을 흘리던 유진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됩니다, 부실장님. 더 이상의 용서는 안 됩니다.”
유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부실장님이 용서한다 해도 저희가 용서하지 못합니다.”
김처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들어라. 마을을 포위해라.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한곳으로 불러 모아라. 만일 벗어나면 누구를 막론하고 모조리 사살한다.”
“예.”
“시행하라.”
태영은 김처인의 지시를 말리지 않았다. 아니, 속으로 ‘그래 잘했다.’라고 말했다.
태영이 생각해도 이 마을 사람들은 정말 심했다. 해도 너무했다.
정말 서윤은 이들을 용서했다.
태영과 하룻밤의 사랑을 나누고 스스로 목을 매어 이들과의 연을 끊으려 했으니까. 그 정도면 정말 충분히 용서했다. 아니 어쩌면 포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마을 아이들이 말들의 움직임이 신기했는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병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고함 소리가 들리고, 울음소리가 들리자 마을 쪽으로 사라져 갔다.
대문 밖, 밭에는 짐을 실은 말들과 태영의 말, 서윤의 말이 서 있고 그 옆쪽에 장호와 안수미가 말을 지키고 서 있었다.
“다녀오십시오.”
장호가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이라는 구호는 붙이지 않았다.
“그래, 이곳을 부탁하자.”
“네,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 대답을 한 장호는 소총을 끌어내려 줄을 어깨에 걸고는 노리쇠를 당겨 장탄을 한 뒤에 옆구리에 끼웠다.
태영은 말을 타고 서윤을 앞세워 마을로 갔다.
서윤은 아까처럼 달려가지 않고, 천천히 말을 몰았다.
마을 공터.
공터만으로는 조금 좁아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데 지장이 있었지만, 공터에 연해 있는 밭이 공터 역할을 했고, 그렇게 해서 넓어진 곳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직은 농사가 시작되지 않은, 겨울과 봄 사이의 계절이어서 추위 때문에 대부분 집 안에 있다가 불려 나온 모양이다.
병사들 일부와 비서실 병사들이 말을 탄 채 총을 겨누고 있었고, 마을 안쪽에서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일부의 병사들이 마을을 수색하며 사람들을 끌어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산으로 오르는 곳의 밭 위에 병사 둘, 개천을 따라 이동이 가능한 곳에 병사들이 총을 들고 서 있는 것으로 봐서 완전하게 포위가 된 것 같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총이 어떤 물건인지 모른다. 당연히 총에 대한 공포 같은 것도 없다. 그러니 저렇게 웅성거리고, 반항하고 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기에 말을 신기해하며 손가락질해 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해, 태영에게 말을 했던 노인의 이름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얼굴은 기억한다.
서윤의 시선이 그 노인을 향해 있었다.
“용이 할아버지. 내가 누군지 알지요?”
노인이니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았을 터이고, 손주의 이름이 용이인지 저 노인의 이름이 용이인지 모르겠다.
“누, 누구?”
“나 몰라요?”
서윤의 모습은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물론 원판 불변의 법칙이 있으니 얼굴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때와 같이 추레한 옷을 입고 얼굴에 땟물이 줄줄 흐르던 모습은 아니다.
하얘진 얼굴 피부에, 사포에서 만든 유일한 여성용 화장품을 사용하여 피부에 빛이 나는 수준인 데다, 산뜻한 군복에 머리를 틀어 올리고 베레모를 썼으니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누, 누구시오?”
손을 들어 햇살을 막으면서 눈을 한번 비비고는 다시 말 위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늠름하게 앉아 있는 서윤을 쳐다보았다.
“내가 누군지 모른단 말이오?”
“너, 너는 호, 혹시 서유니?”
“너?”
“…….”
용이 할아버지의 입이 다물려졌다.
하긴 너 말고는 부를 말이 없는데, 너라는 말에 반문하며 잡아먹을 듯 쳐다보니 입이 다물려질 수밖에.
그때, 병사들에게 떠밀리다시피 공터로 나오는 체격 좋은 남자들 다섯이 있었다.
뭐 이런 것들이 어디 와서 행패야 하는 듯이 병사들을 노려보고는 서윤과 비서실 여군들을 발견하자 눈빛이 달라졌다.
“어이, 오늘 여기서 묵을 건가? 우리 집에 빈방이 많은데 예쁜이 너는 내가 끼고 자야겠다.”
서윤을 보자마자 크게 시시덕거리며 고함을 쳤다.
슁~
“아악.”
쇠버리 한 개가 그 사내의 볼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뚫어 버렸다.
“으아악, 퉤, 퉤. 이, 이게 머아. 이이 이발이 바져서. 으아악.”
이게 뭐야, 이빨이 빠졌어, 라는 말을 한 것 같은데, 발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볼 양쪽으로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것은 아직 느끼지 못했는지 고통과 함께 쇠버리가 관통하면서 깨트리고 지나간 이빨이 입안에서 제멋대로 놀고 있던 것을 핏물과 함께 뱉어 내었다.
“덕출이, 너는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팔다리를 모두 분질러 줄 거야. 그러니 입 다물어라.”
덕출이?
서윤이 부르는 아주 특이한 그 이름에 웃음이 나왔지만 웃을 분위기가 아니다.
탕~
그때, 공터 밖으로 달려 나가던 청년 한 명이 김처인이 쏜 총에 허벅지에서 피가 튀며 담 옆으로 굴렀다.
총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졌고, 귀를 막고 엎드리거나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으아앙~
아이들은 놀래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 자리에서 도망, 얼마든지 가도 좋다. 단, 도망가려면 목숨은 내놓고 가야 한다.”
김처인의 노호성이 그 소란을 뚫고 들려왔다.
담 옆으로 굴러 떨어진 청년의 머리를 잡고 질질 끌고 오는 여군 서여울 소대장이 보였다.
서여울이 그리 힘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미 총에 맞아 허벅지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 한 명 끌고 오는 것은 일도 아닐 터이다.
서여울은 그놈을 공터에 집어 던졌다.
“으으아, 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
남자는 아까부터 고함을 질렀지만 사포의 병사들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또, 또방아. 그러게 가만있으라니, 왜 도망을 가.”
제법 나이 든 여인이 청년의 이름을 부르며 옷을 찢어서 피가 흐르는 허벅지를 싸맸다. 이름이 또방이인 모양이다.
탕, 타당~
총성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데 상당한 효력이 있고, 주의를 환기시키는데도 매우 효과가 높다.
김처인이 공중을 향해 총을 쏘자 웅성거리던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했다.
“조용, 입들 다물어라.”
김처인이 다시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 공터의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용이 할아버지, 우리 집을 태운 사람이 누구요?”
서윤이 용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너, 너희 집을 태, 태우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서윤의 입에서 존대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