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87
187. 마쓰야마의 고려인(4)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마쓰야마 성안에 눈으로 보이는 곳에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집 안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집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 피를 쏟아 내며 미동도 없었다.
모두 단 한 번에 목숨을 끊어 놓았기 때문이다.
“니펜트 띄웁니다.”
“그래.”
산 정상의 마쓰야마 성이 작다고 해도 꽤 많은 집들로 가려 있는 데다, 남북으로 3백 미터는 되어 보이기에 시야에 다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 성을 벗어나는 사람이 있는지 감시하겠다는 의도다.
성의 북쪽과 남쪽에 높은 전각이 있고, 중간 부분은 그냥 공지로 되어 있다.
척 보기에도 북쪽의 전각이 더 높고 더 많은 것으로 봐서 아마 저곳이 성주가 사는 곳이겠지?
태영과 서윤은 북쪽의 전각이 모여 있는 공터에 섰다.
“모두 손 들고 밖으로 나와라. 나오지 않으면 불을 지를 것이다.”
조용~
태영이 소리쳤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전각들의 안쪽에 마당이 있는데, 그쪽 요소요소에 한 오십 명 있어요.”
서윤이 태블릿을 보고는 숨어 있는 적병의 숫자를 알려 줬다.
“음, 알았어. 배가 어디쯤 있어?”
“2시간 거리에 있어요.”
“여기서 불을 붙이면 배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저 아래 병영에 있는 왜군 놈들이 여기로 올라오겠지?”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요.”
아래에 있는 병력들이 올라오는 것은 별문제가 아니지만, 그놈들 다 처리하려면 성가시다.
“다 조져 버리면 되는데, 연대장이 할 일이 없어지잖아?”
“수색하시게요?”
“아무래도 아래쪽의 왜병들이 눈치채고 올라와 주기를 기다리며 버티기 작전을 하는 것 같은데, 수색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런데, 아까 그 사람들은?”
“거의 다 올라왔어요. 오르막이어서 빨리 못 올라오는데, 그래도 5분 안에 도착할 것 같아요.”
태블릿을 보고 있던 서윤이 지체 없이 대답했다.
“저들이 올라오면, 성 아래로 내려가는 놈이 있는지 감시해 주고. 저 안에 있는 놈들은 내가 다 처리해 버릴 테니까.”
“네.”
태영과 서윤은 아무 소리도 없이 하늘을 바라보다 태블릿을 바라보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혹시 모르니, 연대장한테 좀 가까이 와 있으라고 해.”
“30분 거리쯤이면 될까요?”
“응, 그 정도면 돼.”
“일단, 그리 전달했어요. 혹시 모를 교대자 때문에?”
“응, 맞아.”
“성의 교대 근무자가 올라오면 그냥 제압하면 되는데, 교대하고 다시 되돌아가야 할 놈들이 오지 않으면 이상하다 생각하겠죠.”
“눈치채고 혹시 공격을 하면, 그건 연대장이 처리해 줘야지.”
“네, 그렇게 전달할게요.”
대화가 척척 통해서 정말 좋다.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해야 하면 피곤할 텐데, 정하연도 한서윤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이윽고 발소리와 병장기 소리가 들리면서 고구리 사람들이 나타났다.
손에는 자신들이 만들던 병장기가 한두 개씩은 모두 들려 있었다.
고구리, 고구려, 600년, 거참.
그들은 태영이 서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곳곳에서 죽어 있는 왜병들을 한 번씩 쳐다보면서 다가왔다.
죽어 넘어져 있는 왜병들은 대충 눈에 뜨이는 숫자만 해도 육십은 넘을 것 같다.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태영은 그대로 몸을 날려 제법 높은 곳에 지어진 전각의 지붕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들은 전각을 넘어 들어올지를 몰랐기에 유일한 대문 위치에 거의 대부분이 방어 병력이 몰려 있는 게 보였는데,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왜병들이 50명은 되어 보인다.
태영은 그들의 뒤쪽 전각과 전각의 사이로 뛰어내리며 지천을 뽑아 들었다.
“너희들은 모두 죽었어.”
태영이 조용히 중얼거리며 몸을 날렸다.
휭~
서걱~ 서걱~
사실 속도가 이 정도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면 칼을 쓰는 요령인 검도나 검술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검도나 검술이라는 것이 결국, 자신은 안전하면서 상대를 어떻게 효과적이고 빠르게 죽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태영의 움직임은 어차피 저들의 시력으로는 따라오지 못하니 행동도 당연히 따라올 수 없고, 느려지는 세상 속에 오직 혼자 날뛰고 다닐 뿐이다.
“ああ…….”
서걱~ 쇄애액~
누군가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지만, 그 소리가 채 사라지기 전에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칼이 지나간 곳은 모두 쓰러졌다.
일격필살.
한번 칼이 스치고 지나가면 반드시 즉사할 부위로만 칼이 지나갔다.
저놈들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그림자가 자신들의 사이를 연기처럼 흘러 다녔는데, 그 후에 모두 죽은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죽은 놈들은 그런 생각이 있을 리 없겠지만.
태영이 몸을 멈추고 돌아보니, 방 안에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집과 집들 사이에서 칼을 들고 있던 놈들은 모두 죽었다.
지천을 대각선으로 뿌려서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피를 털어 냈다.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그래도 집과 집 사이를 한 바퀴 돌면서 서 있는 왜구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더 이상 없었다.
이 전각은 일부러 조금 높은 곳에 지어진 듯하다.
“제법, 머리를 썼네.”
공터가 있던 곳의 토성이 외성이고, 이 전각 안쪽이 내성 개념이다.
거기다가 전각들이 있는 곳은 지대 자체도 높지만, 지대 위에 담을 쌓은 것이 아니라 높은 지대 바깥쪽 대부분의 위치에 모두 집을 지어 올려서,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려면 대문이 아니면 지붕을 넘어와야 하는 구조이다.
일부 구간에 담장이 있는데, 그곳은 지대가 매우 높아서 사다리를 놓아도 올라오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대문이 아니고는 공격하기가 쉽지 않은 형태인데, 지형지물을 잘 활용한 건물이다.
대문은 공터에서 조금 떨어진 측면에 있다.
이 성의 산 아래쪽에 있는 왜구들이 알아차리고 공격을 해 온다면, 이 전각 안쪽, 즉 내성은 방비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된다.
“흠, 아무래도 그게 젤 좋겠어.”
태영처럼 공중에서 날아 내리지 않는 이상, 들어올 곳은 유일한 대문 외에는 쉽지가 않다.
그럼 고구리 사람들을 이 안으로 불러들이자.
결론을 내리자 시체를 치워 버려야 하는데.
태영은 대문으로 가서 빗장을 열고 문을 열었다.
대문이 제법 두껍다.
나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단단한 재질의 나무에 기름을 먹여서 더욱 단단하게 했다.
문의 바깥쪽은 조각조각 철판을 대서 칼이나 창으로 뚫리지 않도록 했고, 기둥은 석벽의 안쪽에 묻혀 있어서 밖에서 파내기도 쉽지 않도록 만들어 두었다.
토성에 지나지 않지만, 대문은 제법 방비를 잘했다.
대문 계단이 시작되는 위치의 뒤쪽으로 축대가 있고, 거기를 벗어나면 바로 제법 높은 낭떠러지로 된 숲이다.
거기다가 낭떠러지에는 무언가로 막혀 있지도 않아 적이 공격해 오다가 대문에서 뒤로 몇 미터 밀리면, 낭떠러지로 추락하도록 위치를 잡은 듯하다.
낭떠러지를 향해 경사가 진 것도 쉽게 밀어내기 위한 것 같다.
머리 제법 쓰긴 했는데.
숲이라.
시신들은 저쪽으로 던져 버리면 될 것 같다.
태영은 몸을 돌려 시신을 들어서 대문의 지붕 너머로 던지기 시작했다.
시신을 던질 때 피가 뿜어져 나와 마치 물이 뿌려지듯 했지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시신을 던지자 피 냄새는 더욱 진하게 퍼져 나갔다.
철퍽~
후드득~철벅~
철퍼덕~
시신이 숲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태영의 동작만큼이나 빠르게 계속해서 들려왔다.
시신을 다 치운 태영이 전각의 지붕 위로 올라섰다.
“칼 좀 쓸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들어와요.”
대문으로 고구리인들이 들어섰다.
대문이 있는 쪽에 넓은 마당이 있었는데, 제법 넓다.
“집 안쪽은 수색하지 않았고, 지금부터 수색할 테니, 수색을 마친 곳은 둘씩 조를 짜서 출입문을 지킬 수 있도록 해요.”
“네, 알겠습니다.”
설가와 모봉 두 사람이 선두에 서 있다가 대답했다.
“서윤아, 지붕을 넘어 도망치는 놈들은 없겠지만, 확인 좀 해 주고.”
“네.”
첫 번째 전각의 문 앞.
태영은 예민해진 신체 기능을 최대한 활용했다.
창호지가 발라져 있는 문 앞에서 잠시 기다렸다.
남자의 숨소리. 여섯, 아니 일곱.
이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공격하겠다는 준비를 갖춘 사람의 숨소리다. 제법 영악하게 대처를 하긴 했는데, 그것도 상대 나름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거든.
태영은 쇠버리 두 개를 꺼내 들고, 문안으로 던졌다.
q~ 퐁~ 쐐애액~ 으윽~ 파박~
창호지를 찢고 들어간 쇠버리 한 개는 사람의 몸에 박히는 소리, 또 하나는 뒤쪽의 벽에 박히는 소리다.
드륵~
바로 문을 열자, 안쪽에 일곱 명.
한 명의 눈에 쇠버리가 박혔는지 두 손으로 눈을 감싸 쥐고 있고, 나머지가 칼을 들어 올렸다.
쐐액~
태영이 칼을 들어 올리는 순간에 쇠버리 소리가 들렸고, 서 있던 여섯 명의 이마에 빨간 점이 찍혔다.
태영이 바깥으로 시선을 주자 서윤이 싱긋 웃는다.
콰당~ 퍽~
이제야 왜병들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엄지척 해 주고 남은 문을 마저 열고는 쇠버리를 눈에 맞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던 왜병의 목에 칼을 찔러 넣었다.
안쪽에 문이 하나 더 있다.
얇게 쉬는 숨소리.
여자의 숨소리다.
칼끝을 살짝 찔러 넣어 문을 좌우로 밀자 여자들 다섯, 젊거나 어리거나.
반항하거나 칼을 들이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왜국의 여인들은 이렇게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남자의 말에는 무조건 순종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 끌어내요.”
고구리인 둘이 들어와서 여자들을 끌어냈다.
그 중에 한 명이 죽어 넘어져 있는 남자를 돌아보고는 눈물을 닦는다.
애비인가?
여자 나이가 열대여섯으로 보이니 그럴 수는 있겠다.
상대가 죽여 버릴 적들이긴 해도 여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여자들이 나가고, 역시 고구리인 몇이 들어와서 죽어 있는 왜구들을 질질 끌고 나갔다.
태영은 바로 다음 전각으로 가려다가 마당에 끌어내어 둔 시신을 붙잡고 대문 밖으로 던졌다.
아까, 눈물을 닦던 여자아이가 손을 들어 말리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おまえ, なまえがなんだ? (너는 이름이 뭐냐?)”
“はなびです。(하나비입니다.)”
이름의 어감이 좋은 거야, 아니면 이름이 좋은 거야?
“이들은 너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성주님, 아버지입니다.”
이제 겨우 한 명만 던졌기에 여섯의 시신이 남아 있는데, 태영이 목을 칼로 찔러서 죽인 자를 가리킨다.
복장이 조금 남다르긴 하네.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주겠다.”
“감사합니다.”
태영에게 깊이 인사한 후에, 자신의 아버지라고 했던 사람에게 다가가 태영은 여태 보지 못한 방법으로 이상한 짓을 한다.
1분쯤 흐른 것 같다.
“내가 원망스러우냐?”
태영의 질문에 빤히 쳐다본다.
“…….”
“복수하고 싶으면 기회를 주겠다. 지금부터 1각 동안.”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태영의 말에 바로 대답하고는 고구리인들을 쳐다보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어쭈.
지금 저런 행동들은 배운 티를 팍팍 내는 것인데, 그래도 조금 양심이 있네.
“자격이 없다니, 비록 네가 가담했는지는 모르지만, 너희가 지은 죄는 알고 있구나. 너희들의 처분은 저들에게 맡길 것이다.”
하나비는 태영의 말을 들으면서 얌전히 비켜섰다.
“설가, 모봉.”
“네. 대장님.”
대장님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아까 이 장원 안을 혼자서 처리하고 있을 때 태영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서윤에게 물어본 모양이다.
“이 여인들에 대한 처분을 맡기겠소.”
“그보다 대장님.”
설가다.
“왜요?”
“다름이 아니오라, 저 아래 조선소에 고구리인과 신라인들이 잡혀 있습니다.”
뭐?
아, 짜증나게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건데?
그걸 물어본 적이 없으니 그리 말하면 안 되는구나.
그 말에 서윤도 놀란 모양이다.
“몇 명이나?”
“정확히는 모르오나 족히 수백은 되옵니다. 거기다…….”
무려 수백 명?
“거기다?”
“여인들도 수백은 되옵니다.”
“뭐어?”
태영의 입에서 고함 소리가 튀어 나가자 앞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하, 이 개새들을 진짜.”
“…….”
한서윤이 태영의 손을 잡았다. 태영이 너무 소리를 지른 모양이다.
“여인들은 어디 있소?”
“저기 조선소에 일부, 왜군진에 일부, 그리고 저 아래 왜군의 처소와…….”
“그만.”
더 들을 필요도 없다. 노예로 데려왔고, 거기에는 몸을 바치는 것까지 포함된 것 같다.
이 시대의 위안부.
이 개 같은 놈들을 어째야 할까?
“그들은 어디서 잡혀 왔소?”
태영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물었다.
“고구리인은 우리 마을과 옆 마을 사람들이고, 신라인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옵니다.”
“그건 어찌 알았소?”
대충 보기에는 저쪽과 이쪽은 교류가 전혀 없을 것 같은데 안다고?
“저곳에 연장을 가져다 줄 때 우리 쪽의 몇 명을 짐꾼으로 데려가기 때문에 소식은 알고 있습니다.”
아, 여기서 병장기만 만드는 것이 아니고, 배를 건조하는데 필요한 연장들도 만든다는 말이지?
그럼, 교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말은 되네.
그럼, 왜구들과 이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린데, 어떡하나?
“함포 안 되고, 백색 탄 안 되겠다.”
“네. 전투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방님이랑 제가 가장 큰 힘이 될 거구요.”
“전투가 벌어졌을 때, 각 지역의 고구리인이나 신라인들 그리고 여인들에게 왜병들을 피해서 숨어 있을 수 있도록 연락하거나 할 방법이 있소?”
두 노인을 향해 물었다.
“그것이…….”
대답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것을 보니 불가능한 모양이다.
“일단, 여기 수색을 완료하고 생각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あの……. (저…….)”
몸을 돌려 다음 전각으로 가려는데, 성주의 딸 하야비가 말문을 열었다.
저건 우리말로는 저…… 하고 눈치를 보면서 말을 살짝 꺼내는 거지만 짜증이 확 났다.
“なにを? (뭐야?)”
이게 지금 어떤 상황인데,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상황이야?
얼굴을 노려보며 뭐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