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88
188. 마쓰야마의 고려인(5)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가서 항복하라고 하면, 항복할 것입니다.”
하나비의 말은, 전각 안에 혹시 남아서 대항하려는 왜군이 있다면, 자신이 항복을 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태영이 피를 흘릴 일은 없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쌍방이 피를 흘리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거기다 성주의 딸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상하지?
역사에 나타난 내용들을 보면, 중세 봉건 시대의 전투는 그 전투의 총사령관이나 지휘관이 항복하거나 죽으면 대부분 전쟁이 끝난다.
유럽은 유독 심해서 지휘관이 잡히거나 죽으면, 그 휘하의 모든 병사가 칼을 던진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특히,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한다.
그런데 지금 성주가 죽었는데, 아직 대항하려는 놈들이 남아 있다?
그것 참 이상하네.
“よし. (그리해.)”
일단 허락했다. 굳이 앞장서서 해결하겠다는데.
다만, 서윤에게 눈치를 주는 걸 잊지 않았다.
몇 곳의 전각을 지났다.
성 내부가 제법 넓은 데다 전각의 숫자도 많아서 이곳저곳 가야 할 곳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전각은 비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은 노비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두 개가 남았는데, 가장 앞쪽에 하나비, 다음에 태영과 서윤이 뒤에 섰고, 고구리인 장정 몇이 그 뒤에 따라왔다.
“나다, 하나비.”
문 앞에서 전각을 향해 소리쳤다.
“누군가 있으면 문을 열고 항복하고 나와라. 성주님은 돌아가셨다.”
태영이 감각을 끌어 올리자 실내에서 네 명 정도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무슨 소리지?
뭔가 하나 더 이상한 소리가 느껴지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가서 문 열어.”
태영이 하나비에게 말했다.
“네.”
하나비는 마루로 올라서서 서슴없이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칼을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네 명의 왜군.
안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기준으로 한 예측이 맞았다.
투둑. 쨍그랑~
네 명의 왜군이 바깥을 향해 겨누고 있던 칼을 내렸고, 바로 하나비가 안으로 들어섰다.
태영이 곧 뒤따라 들어서자 서윤도 함께 들어섰다.
하나비는 왜병 사이로 들어섰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몸을 돌려 창문을 열었다.
신호?
이것들 봐라.
이 여자 하나비가 항복을 권유하겠다며 앞장선 것도 계략이라는 거지?
“서방님, 비둘기.”
왜군 하나가 문을 여는 사이에 하나비가 열린 창문 옆에 있던 새장을 열었고, 비둘기는 푸드득 소리와 함께 창을 빠져나갔다.
전서구?
말이 전서구이지 사실상 무협지에 나오는 것일 뿐, 실제로 개경에서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전서구란 말이지?
서윤의 손에서 쇠버리가 차르르 소리를 내면서 서윤이 창 쪽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전서구라면 충분히 날릴 시간이 있었는데, 왜 이제야 날리는 거지?
아하. 하나비, 저 여자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었군. 그래서 앞장선 거야.
앞장서는 것이 이상하다 했었는데, 그런 뜻이 있었군.
?
그때, 태영과 서윤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비도.
거의 동시에 네 개의 비도가 날아가듯 휘둘러졌고,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나비를 피해서 태영에게 2개, 서윤에게 2개가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파바박, 찹~
비도를 잡은 세 개의 손을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쳐 내고, 마지막의 것은 비도를 잡은 손이 태영의 목 근처에 도달하기 전에 태영의 손에 잡혔다.
뚜둑~
태영이 힘을 주자 바로 손목이 부러졌다.
그 비도가 움직이고 쳐 내고, 태영이 잡아서 손목을 부러뜨리는 사이에 서윤이 잠시 멈칫했지만, 바로 손에 들려 있던 쇠버리가 공격했던 왜군에게 연속으로 날아갔다.
푹~ 푹, 푹, 푹~
쇠버리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릴 틈도 없이 이마 한가운데에 구멍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쨍그랑~
비도는 그제야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에이, 그 바람에 비둘기 놓쳤어요.”
서윤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안 놓쳤어. 내가 잡아 올 테니 이년 살려 둬.”
태영은 말을 하면서 동시에 하나비의 팔꿈치 위, 양쪽 팔 모두를 부러뜨려 버렸다.
뚜둑. 뚜둑~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악~”
“네, 다녀오세요.”
여자, 하나비의 비명이 들리고, 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아아아앙~
태영이 상의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끼자마자 비둘기가 날아간 창문으로 날다시피 튀어 나갔다.
비둘기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이 있는 이 산 위에서 산 아래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비둘기의 습성일 것이다.
지상에서 수십 미터 높이로 날기는 하지만, 이 산성의 높이가 지상 150미터는 될 듯한 높이인데, 이 높이에서 수평으로 날아가지 않고, 산 아래쪽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봐서 분명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은 동쪽 방향이다. 동쪽 방향에 뭐가 있었더라?
태블릿을 서윤이 가지고 있고, 어차피 이런 속도로 달리면서 태블릿을 볼 틈은 없다.
마쓰야마 동쪽이나 동남쪽은 산악 지대라 사람이 살지 않고, 북동쪽에 제법 인구가 많은 도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저 비둘기는 동쪽 방향으로 날아가는데, 눈에 보이는 북쪽은 산이 보인다.
아하, 산을 우회하려는 것이군.
좋았어.
저렇게 낮게 날고 있으니 비둘기가 날아가는 높이로 점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태영이 비행을 하는 것은 아니니, 솟구쳐 올랐다가 한 번에 잡지 못하면 놓칠 가능성이 있었다.
비둘기의 비행 속도는 시속 100킬로를 넘지 못하지만, 태영이 달리는 속도는 마하 3을 넘기니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파아아아앙~
주위가 바람에 날리거나 말거나 신경 쓸 일이 아니었지만, 비둘기가 가는 방향을 앞질러 산비탈에 이르러서는 속도를 늦추고 비둘기를 보았다.
“잘 왔다.”
이제 저녁이 되어가기에 하늘이 주황으로 천천히 물들어 가고 있었다.
“네가 구원을 청해서 병력을 데리고 와도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너를 날려 보낸 사람들의 희망을 꺾어 주기 위한 것이니 너도 그리 알고 죽어라.”
태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비둘기가 오는 것에 맞춰서 공중 점프를 했다.
착~
비둘기를 잡는 것은 지극히 간단했다.
***
“잘 묶어 두었네.”
태영이 성에 도착하자 하나비는 전각의 기둥에 손이 뒤로 돌려져 묶여 있고, 팔과 몸 사이에 두 자루의 비도가 꽂혀 기둥에 박혀 있었다.
두 발은 자유롭게 풀어 놨지만, 저 상태라면 움직일 수가 없다.
몸이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두 팔은 어깨에서 잘리게 될 것이지만, 그건 스스로 자르는 것과 같다.
아주 잔인한 포박이기에 서윤을 쳐다보니, 서윤이 말없이 손을 들어 한 사람을 가리켰다.
“저년의 애비가 우리 중에 몇을 저리 포박해 묶어 놓아서, 죽게 했습니다.”
말을 하는 사람의 나이는 30대쯤.
제법 큰 키에 제대로 못 먹어서 마르기는 했지만, 제법 준수하게 생긴 얼굴이다.
태영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려 말을 제법 자연스럽게 한다.
마당에는 마흔 명 쯤의 여자들이 꿇어앉아 있었다.
그 중에는 비단옷도 있고, 삼베옷도 있는 것으로 보아 성주의 가족이나 일가친척들도 있을 것이고, 일하는 일꾼들이나 노비들도 있을 것이다.
“설가, 모봉.”
“네, 대장님.”
“여러분들은 모를지 모르나, 미안하지만 나는 냄새를 못 견디겠소.”
“저희들은 비 올 때 외에는 씻은 적이 없어서 그러합니다.”
비 올 때 외에는 씻지를 못해?
비가 오면 마당에 서서 그냥 맞으면 씻는 것이긴 하니, 그랬다는 소리군.
위생 관리를 이리하면, 전염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한 명이 병에 걸리면 그냥 전멸인데.
“우선, 모두 씻고 옷부터 갈아입으시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합시다. 사정 이야기는 그 후에 들어도 되니까.”
“우리 군사들이 여기를 치기 위해, 저 앞바다에서 8개 중대가 와 있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때 서윤이 말했다.
자신이 비둘기를 잡으러 간 사이에 약간의 시간이 있었으니, 무슨 이야기든 했을 것이다.
“응, 잘했어.”
“그럼, 저희가 조를 나누어서 초병 배치하고, 감시조 편성해서 여기 감시하고, 수색조 풀어서 집 안 구석구석을 수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사이에 끓는 물이 준비되는 대로 교대로 수욕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엔 저녁을 준비하도록 처리하겠습니다.”
“그리하시오.”
말을 듣고 보니 빈틈은 하나도 없다.
어른은 모봉이라 했지만, 이들의 지휘는 설가가 한 모양이다.
병장기를 만드는 작업장에서 재빨리 따라 나와 쉿, 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 그냥 순식간에 임기응변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짐작은 했었다.
마쓰야마에 잡혀 와서야 모두 같은 신세로 노비보다 못 하게 전락했겠지만, 원래 살던 곳에서는 조직이 구성되어 있었을 것이고, 지휘를 했다는 말이다.
태영은 비둘기를 들고 하나비의 앞으로 갔다.
한서윤도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따라왔다.
“보이냐?”
태영은 전서구를 들어 하나비의 눈앞에 올려서 보여 주었다.
비둘기 다리에 묶인 천은 아직 풀지도 않았다.
처음, 자신에게 보여 주었던 미안함 같은 것은 없고, 옆구리에 칼이 꽂혀 있어서 그런지 화를 내지도 않고, 제법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태영은 비둘기의 다리에 묶인 천을 풀었다.
천 안에는 화선지로 된 작은 쪽지가 있었고, 글자 대신 칼이 세 개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뭘 뜻하든, 이걸 보면 병력이 올 거라는 거지?
비둘기가 날아가던 방향은 어딘지 안다.
태영은 라이터를 꺼내 그 종이를 태웠다.
화르르~
작은 종이는 순식간에 타서 재가 되었고, 라이터를 신기해하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건 그냥 내버려 두었다.
“대장님, 저기 좀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하나비를 저렇게 포박했다는 키 큰 남자다.
“이름이 뭔가?”
“을목(乙木)이라 하옵니다.”
설가와 닮았다.
혹시 을목이 설가의 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네, 대장님.”
성주가 죽은 그 방의 뒤쪽엔 바닥을 덮은 뚜껑을 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제대로 마음먹고 수색해 보기 전에는 발견하기 어렵도록 만들어 둔 곳이다.
을목이 들고 있는 촛불 하나로는 너무 어둡다.
“서윤아, 태블릿.”
“네.”
태영이 말하자마자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 이미 태블릿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법 견고하게 만들어진 안쪽의 문은 이미 자물쇠가 부서져 있었다.
“허.”
발을 들여놓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곳은 온갖 보물과 귀중품을 보관하는 비밀 창고다.
“제법 모아 두었네요.”
“그러네.”
서윤도 워낙 많은 양에 제법 놀란 듯했다.
이놈들은 상산까지 가서 털어 오더니 정말 많이 모아 두었다.
“저런 자기나 황금으로 된 동물 형상 같은 것은 선화 상단주가 봤으면, 자신이 사겠다고 할 듯한데.”
“거기 가져다 팔지, 뭐.”
그렇게 말하고 돌아봤지만, 을목이 단속을 했는지 태영과 서윤의 뒤로는 아무도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자, 나가지.”
“네. 대장님.”
“설가가 부친인가?”
“……네, 그러하옵니다.”
태영의 물음에 을목이 잠시 발을 멈칫하더니, 천천히 대답한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저희 또한 그러하옵니다.”
왜 아니겠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투성이일 텐데.
***
이제 좀 사람 같아 보인다.
깨끗이 씻고, 머리도 손질하고, 식사를 끝냈을 때는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당과 공터에는 곳곳에 모닥불과 관솔불이 밝혀졌다.
성내를 지키던 왜병들이 불을 지피던 장소에 재가 남아 있었기에 그런 곳을 찾아서 불을 지피고, 조를 짜서 경계 근무자 배치까지 하는 걸 보니, 설가가 지휘자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을목 또한 자신의 또래 열 명 정도에게 나누어 일을 배정하는 것이 제법 리더의 틀이 배여 있었다.
성주를 죽인 방에 지휘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일곱이다.
설가, 모봉, 그리고 그 나이대의 노인 한 명.
을목을 포함해서 비슷한 또래 네 명.
그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그들 모두의 얼굴에 ‘글 알아요’라고 쓰여 있다.
확실히 글은 배운 사람과 아닌 사람은 얼굴에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눈빛에서 차이가 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1세기의 한국 땅에는 의무 교육을 통해 최소 10년 이상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고, 각종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인 지식의 습득도 있기에, 차이에 대한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이 시대는 완전한 문맹과 아닌 사람으로 보는 순간 구분이 될 정도이다.
“다들 공부를 한 눈빛이네. 이름?”
을목의 옆 사람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선율(禪律)이라 하옵니다.”
돌아가면서 구위(句衛)와 요목(遙木)이다.
“나는 다우(多羽)라 하옵니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던 노인이다.
“요목은 을목이와 형제인가?”
“네, 제가 동생입니다.”
요목이 대답을 했다.
이들이 성을 말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거나, 유민이 되면서부터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최태영, 그냥 다들 대장님이라고 부르니 그리 부르면 되오. 내 아내는 부실장님이라 부르면 되고, 나머지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말해 주겠소.”
“네.”
다른 사람은 고개를 조금 숙이는 것으로 답을 하고, 설가가 대표로 대답했다.
“원래 어디서 살았소?”
“기타 히로시마라는 곳에서 살았습니다.”
기타 히로시마? 히로시마의 북쪽이라는 뜻인데.
“그런데, 여긴 어딘지 모르고?”
태영은 여기서 히로시마가 가깝다고 알고 있기에 물었다.
“네. 그러하옵니다.”
그때, 서윤이 태블릿에서 히로시마 부분의 지도를 펼쳐서 보여 주었다. 이미 이들은 태블릿을 본 적이 있으니 그냥 펼쳤던 것이다.
거기에는 광도시(?島市)라는 글씨와 북광도정(北?島町)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보였다.
넓을 광(廣)은 약자로 된 ?으로 쓰였지만, 중국어와 일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이 시대의 한자라고 봐야 하는 정자인 번체와 약자는 별문제가 없지만, 21세기에 사용되고 있는 간자는 완전히 다른 글자로 보여서 그것이 문제다.
“여기는 마쓰야마라는 곳이고, 여기서 히로시마까지 바다를 건너서 일백오십 리, 다시 히로시마에서 기타 히로시마까지 육상으로 백 리, 여기서 히로시마까지는 넉넉잡고 3시간이면 갑니다.”
저들은 3시간이라는 시간의 개념은 없을 것이지만, 상관없다.
둘러앉은 일곱 사람은 서윤의 말을 들으면서도 태블릿을 훔쳐보느라 연신 고개를 돌렸지만, 그들의 눈에는 열망과 분노와 허탈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그렇게 가까운 곳인데, 몰랐단 말이야?
그럼 잘 하면 돌아갈 수 있겠네?
같은 것들.
“이제 꺼도 돼.”
태영의 말이 끝나자, 그 큰 물건이 손바닥보다 작은 물체로 변해서 서윤의 상의 주머니로 쏙 들어갔는데, 그곳까지 시선이 따라간다.
“말해 보시오.”
궁금한 것이 더 많겠지만, 그들은 궁금증을 먼저 표하지는 않는 걸 보니 솔가의 통제력이 상당한 것 같다.
“선조들의 기록에 따르면, 인구가 많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고 고구리 유민을 매우 환영했다고 하였습니다.”
“계속.”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 것을 계속 지키며 살려고 했고, 그들은 그것이 못마땅했나 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를 조금씩 적대하기 시작했는데, 되돌아보면 제가 을목이보다 더 어릴 때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소?”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자면, 당시 마을 촌장의 아들이 타지에 무사로 나가 있다가 부상당해서 돌아온 후, 촌장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부상당한 자.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비뚤어짐인가?
“타지가 어디인지 아시오?”
“헤이안쿄라고 들었습니다.”
“헤이안쿄?”
태영이 반문하면서 서윤을 돌아보았다.